안녕하세요 :) 오늘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장애예술 기획전 《달리 · Differently · Dalí》 다녀온 이야기를 들고 왔어요.
서울문화재단 서울장애예술창작센터 16기 입주작가 여섯 분, 김미영 · 김승현 · 서은정 · 심규철 · 위혜승 · 임재현 작가가 각자의 방식으로 쌓아 올린 작품 세계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전시예요. 서울문화재단과 예술의전당이 함께 주최·주관하고, 효성이 후원했어요.

전시 소개 글에 '다르다. 그래서, 보인다.'라는 문장이 있는데요, 다 보고 나오니 이 한 줄이 계속 마음에 맴돌더라고요. 같은 세상을 봐도 우리는 서로 다른 걸 보잖아요. 다른 몸, 다른 감각, 다른 속도에서 태어난 서로 다른 세계를 결핍이나 오류가 아니라 하나의 고유한 방식으로 바라보는 전시랍니다.

전시 정보
전시명 : 달리 · Differently · Dalí
기간 : 2026. 10. 30.(금) — 11. 15.(일)
장소 :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 (비타민스테이션 내)
관람시간 : 화 — 일 10:00 — 19:00 (마지막 입장 18:30, 월요일 휴관)
도슨트 해설 : 매주 토·일요일 14:00, 16:00 (사전 신청 없이 참여 가능)
관람대상 : 전 연령 관람 가능
참여작가 : 김미영 · 김승현 · 서은정 · 심규철 · 위혜승 · 임재현
장르 : 회화 · 드로잉 · 설치
주최·주관 : 서울문화재단, 예술의전당
후원 : 효성
문의 : 02-423-6675

전시 소개 — 세 개의 '달리'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에서 열리는 '달리 · Differently · Dalí'는 서울장애예술창작센터 16기 작가 여섯 명의 작품 80여 점을 만날 수 있는 전시예요.

우리, '다른' 걸 '틀렸다'고 말할 때 꽤 많지 않나요? 이 전시는 옳고 그름 없이 그냥 '같지 않음'만 말해 주는 '달리'를 제목으로 골랐어요. Differently, 그리고 이중 이미지를 즐겨 그린 살바도르 달리까지, 세 개의 '달리'가 겹쳐 있는 셈이죠.
그림이 낯설게 느껴진다면, 작가들이 우리가 아직 못 가 본 곳에 먼저 도착해 있어서일 거예요. 첫 벽의 여섯 자화상 중 어떤 얼굴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지 가만히 느껴 보세요. 동선은 정해져 있지 않으니 마음 가는 대로 둘러보시면 돼요.


전시장 입구에 있는 여섯 작가의 자화상

다르게 보는 방법들
다르게 보는 법을 말하는 전시답게, 눈으로만 보지 않아도 되는 방법이 여러 가지 준비되어 있어요.
원작 옆 파란 좌대 위에는 3D 프린터로 만든 촉각 부조가 있어요. 손으로 테두리부터 천천히 더듬다 보면 세 얼굴, 숨은 작은 새, 지퍼의 톱니 같은 디테일이 손끝에 걸려요. 위혜승 작가의 'Pulse Beneath the Skin'에 손바닥을 얹으면 작가의 심장 박동 진동까지 느껴진답니다.

안내데스크에서 큰 글자 프로그램북과 색약 보정 안경도 빌릴 수 있고, QR로 수어해설 영상도 볼 수 있어요. 색약 보정 안경은 꼭 한번 써 보세요. 내가 보던 색이 유일한 정답이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되거든요.

임재현 — 겹쳐 보이는 세계
임재현 Jaehyun Lim · 방과 창문, 인물과 사물을 통해 자신만의 시선으로 세계를 다시 구성하는 작가예요.
임재현 작가의 그림은 한두 걸음 물러서서 보세요. 흐릿하던 붓질이 굵은 검은 선과 푸른빛·노란빛 색면 속에서 단단하게 맞물리는 게 보여요.

'받아들인 시야' 속 인물은 같은 얼굴로 세 번 겹쳐 앉아 있어요. 하나 남은 눈으로 세상이 겹쳐 보이기 시작한 작가가, 그 시야를 그대로 그린 거래요. '받아들인'은 포기가 아니라 지금의 눈으로 끝까지 바라보겠다는 다짐이라는 게 참 뭉클했어요.
옆의 '악몽'에는 눈 달린 거대한 나방이 잠든 사람을 내려다보고 있어요. 그런 밤에도 기도하며 희망을 놓지 않았던 작가. 쓰러지지 않고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생명력이 그림마다 느껴져요.

받아들인 시야 | 2026
캔버스에 아크릴과 유채, 100 × 80.3 (cm)


우환이 떠나가길 기원합니다 | 2026
캔버스에 아크릴과 유채, 116.8 × 91 (cm)

마음의 빙하기 | 2026
캔버스에 아크릴과 유채, 116.8 × 91 (cm)
안식처를 벗어나 독립하려는 하등개체 | 2026
캔버스에 아크릴과 유채, 116.8 × 91 (cm)
틀에 박히지 않은 유기적 존재 | 2026
캔버스에 아크릴과 유채, 116.8 × 91 (cm)
삼위일체 | 2026
캔버스에 아크릴과 유채, 116.8 × 91 (cm)



꿈과 현실의 경계에서 휴식을 취하지 못할 정도로 나는 겁에 질릴 수 밖에 없었다 | 2026
캔버스에 아크릴과 유채, 100 × 80.3 (cm)

강인한 어린 왕자의 모성은 무려 세 그루의 바오밥 나무를 견뎌 내 왔다 | 2026
캔버스에 아크릴과 유채, 100 × 80 (cm)

안아줄 사람이 필요해 | 2026
캔버스에 아크릴과 유채, 45.5 × 37.9 (cm)

악몽 | 2026
캔버스에 아크릴과 유채, 116.8 × 91 (cm)


진격하는 재앙을 포획하려는 시도 | 2026
캔버스에 아크릴과 유채, 145.5 × 112 (cm)

심규철 — 끝나지 않는 지도
심규철 Gyuchul Shim · 역사와 판타지, 현실과 SF가 뒤섞인 세계에서 서로 다른 존재들이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만드는 작가예요.
심규철 작가의 벽 앞에선 잠깐 숨 고르기부터 하세요. 볼 게 정말 많거든요!

거의 매일 드로잉을 해 온 작가는 게임, 애니, 판타지, SF 이미지를 엮어 자기만의 '상상의 지도'를 만들어 가요. 먹으로만 그린 '블랙 트루퍼 가드'에는 전함, 행성, 거대 로봇, 끝없이 행진하는 병사들이 빼곡한데, 병사 하나하나가 다 다르게 그려져 있어요.
수채화 '기사단장들의 서약'은 싸움이 끝난 뒤 적과 아군이 모여 약속을 맺는 장면이에요. 누군가를 지우는 결말 대신 함께 사는 법을 묻는 이야기라 더 좋았어요. 마음에 드는 인물 하나 골라 따라가 보세요.



블랙 트루퍼 가드 | 2025
종이패널에 한지와 먹, 97 × 145.5 (cm)

기사단장들의 서약 | 2026
종이에 수채, 57 × 77 (cm)

여명_승리를 향해 | 2026
종이판넬에 수채, 과슈, 72 × 150 (cm)

국제공화국 정규군 보병대 | 2026
혼합매체, 40 × 42 × 25 (cm)


국제공화국 정규군 근접보병대 | 2026
혼합매체, 40 × 42 × 25 (cm)

분쟁에서 평화로 | 2026
종이판넬에 수채, 콜라쥬, 72.7 × 60.6 (cm)

전쟁을 날려버리는 패왕색 | 2026
종이판넬에 수채, 콜라쥬, 60.6 × 60.6 (cm)

푸른코어의 연대기_종말의 시작 | 2026
종이판넬에 수채, 과슈, 91 × 117 (cm)
푸른 코어의 연대기_어둠의 군주와 별의 수호자들 | 2026
종이판넬에 수채, 과슈, 91 × 117 (cm)
푸른 코어의 연대기_별을 품은 영혼 | 2026
종이판넬에 수채, 과슈, 91 × 117 (cm)


드래곤 스피어의 원정대 | 2024
캔버스에 아크릴, 90 × 160 (cm)

부서진 왕관과 남겨진 맹세 | 2026
단채널 비디오, 2분 5초


위혜승 — 피부라는 화면
위혜승 Hyeseung Wi · 쌓고 갈아내는 반복적인 노동을 통해 상처와 회복의 시간을 표면에 새기는 작가예요.
위혜승 작가는 피부, 그리고 흉터를 오래 들여다봐 왔어요. 어린 시절 병원에서 긴 시간을 보낸 작가에게 흉터는 지난 시간을 떠올리게 하는 단서래요.

장지 위에 돌가루와 아교를 바르고 갈아 내기를 수없이 반복해서, 마치 피부처럼 결과 균열이 생긴 화면을 만들어요. '균열' 속 붉은 선은 작가의 척추 수술 흉터에서 시작됐다고 해요.
남의 흉터를 오래 바라볼 일은 잘 없잖아요. 그런데 이 그림 앞에선 자연스럽게 오래 머물게 돼요. 감추지 않고, 시간이 지나간 자리로 보여 주는 그 방식이 참 따뜻했어요.

아래 | 2025
장지에 돌가루, 아교, 분채, 73 × 61 (cm)
껍질 | 2024
장지에 돌가루, 아교, 분채, 91 × 60.8 (cm)

균열 2 | 2025
장지에 돌가루, 아교, 분채, 136 × 70.3 (cm)
껍질 2 | 2024
장지에 돌가루, 아교, 분채, 90.8 × 71.7 (cm)

빼낸 자리 | 2026
장지에 돌가루, 아교, 분채, 20.7 × 25.7 (cm)
흔적 | 2025
장지에 돌가루, 아교, 분채, 28 × 35.4 (cm)
Epidermis 1 | 2025
장지에 돌가루, 아교, 분채, 136 × 70.3 (cm)



균열 3 | 2026
장지에 돌가루, 아교, 분채, 100.2 × 80.6 (cm)

왼쪽 | 2025
장지에 돌가루, 아교, 분채, 16.5 × 16.5 (cm)
오른쪽 | 2025
장지에 돌가루, 아교, 분채, 16.5 × 16.5 (cm)

엷은 번짐 | 2026
장지에 돌가루, 아교, 분채, 35.4 × 28 (cm)


균열 | 2024
장지에 돌가루, 아교, 분채, 91 × 60.8 (cm)

비치는 면 2 | 2025
장지에 돌가루, 아교, 분채, 40.5 × 60.4 (cm)

가르는 선 | 2025
장지에 돌가루, 아교, 분채, 35.4 × 28 (cm)

접힌 자리 | 2025
장지에 돌가루, 아교, 분채, 50.5 × 25.7 (cm)

예상된 | 2025
장지에 돌가루, 아교, 분채, 16.5 × 16.5 (cm)
예상되지 않은 | 2025
장지에 돌가루, 아교, 분채, 16.5 × 16.5 (cm)

오른쪽 접힌 자리 | 2024
장지에 돌가루, 아교, 분채, 130.3 × 97 (cm)

Pulse Beneath the Skin | 2026
장지에 돌가루, 아교, 분채, 진동장치, 100 × 80.3 (cm)
이 작품은 직접 만질 수 있습니다. 손을 대고 심장 박동을 느껴보세요.
You may touch this artwork. Feel the heartbeat beneath its surface.


균열 4 | 2026
장지에 돌가루, 아교, 분채, 91 × 117.2 (cm)



서은정 — 숨은 이름 찾기
서은정 Eunjeong Seo · 자연 속 작은 존재들을 발견하며 공존의 풍경을 그리는 작가예요.
서은정 작가의 그림은 '오래 들여다보기'가 곧 감상법이에요.

종이 인형 놀이에서 시작해 숲과 자연으로 관심을 넓혀 온 작가는, 식물도감을 펴 놓고 꽃 이름을 하나씩 익히며 그림을 그려요. '카멜리아'의 동백꽃 근처를 잘 보면 작은 동박새가 숨어 있는데, 겨울에 피는 동백의 꽃가루를 옮겨 주는 친구래요. 꽃이 아니라 '함께 사는 관계'를 그린 거죠.

'숲'에서는 빽빽한 잎 사이에 나비, 요정, 꿀벌을 닮은 존재들이 숨어 있어요. 다 찾은 것 같아도 또 나와요! 작은 존재에게 중심을 내어 준 그림이라 보고 나면 마음이 몽글해져요.

청매화 | 2026
캔버스에 아크릴, 40.9 × 53 (cm)

산다화 | 2022
캔버스에 아크릴, 227.3 × 145.5 (cm)


함박꽃 | 2026
캔버스에 아크릴, 116.8 × 160.6 (cm)

금낭화 | 2026
캔버스에 아크릴, 34.8 × 24.2 (cm)
숲 | 2026
캔버스에 아크릴, 100 × 72.7 (cm)
카멜리아 | 2026
캔버스에 아크릴, 100 × 72.7 (cm)


해밀 아래 모란꽃 | 2025
캔버스에 아크릴, 182 × 116.8 (cm)

제비꽃 | 2026
캔버스에 아크릴, 34.8 × 24.2 (cm)
블루베리 꽃 | 2026
캔버스에 아크릴, 34.8 × 24.2 (cm)

김승현 — 길이 바다로 이어질 때
김승현 Seunghyun Kim · 푸른 심해와 낯선 생명들이 떠다니는 고요한 유토피아를 만드는 작가예요.
김승현 작가의 그림은 직접 보고 기억한 것들, 특히 바다에서 시작해요. 어릴 때 해양생물을 처음 봤던 설렘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대요.

'말미잘 정원'은 말미잘과 야자수 같은 초록 기둥, 깃털 달린 새들이 어우러진 바닷속 정원이에요. 생명이 가득한데도 이상하게 차분해요. 옆 그림에선 해파리, 독수리, 곰, 악어가 한 풍경 안에 모여 있고요.
제가 제일 좋았던 건 곳곳에 숨은 라바콘! 작가에겐 세상과 알맞은 거리를 지켜 주는 표시래요. 꼭 찾아보세요.

말미잘 정원 | 2024
캔버스에 아크릴, 색연필, 91 × 116.8 (cm)

우리의 유토피아를 찾아서 | 2024
캔버스에 아크릴, 72.7 × 181.8 (cm)

산호숲의 오후 | 2025
캔버스에 아크릴, 91 × 116.8 (cm)

다시 만난 세계 | 2026
캔버스에 아크릴, 색연필, 328 × 160 (cm)


우리의 세계 Part 3 | 2025
캔버스에 아크릴, 90.9 × 72.7 (cm)


김미영 — 한 코씩, 다시
김미영 Miyoung Kim · 색연필의 선을 한 코씩 쌓아 뜨개질하듯 마음의 시간을 그리는 작가예요.
뜨개질한 천 같죠? 사실 전부 색연필로 한 줄 한 줄 그은 선이에요. 김미영 작가의 '뜨개질 드로잉'이에요.
오랫동안 그림을 못 그리다가 다시 색연필을 쥔 작가는, 엉킨 감정을 실타래 풀듯 한 가닥씩 풀어내요. '나이 든 새의 부화' 속 알에는 깨진 자국 대신 지퍼가 있어요. 남들보다 늦어도, 내게 맞는 때에 지퍼를 열고 나오면 된다는 이야기에 위로받았어요.
침핀으로 만든 둥지 위 하얀 알은 지켜 주는 것과 아프게 하는 것이 한 몸이라는 걸 보여 줘요. 핀이 날카로우니 눈으로만 봐 주세요!















달리 ___ — 당신의 문장으로 완성되는 이름
마지막 공간엔 '달리 ___', 마침표 없는 문장이 기다리고 있어요. 빈칸은 우리가 채우는 거예요.
파란 택은 바탕, 흰 택은 글자가 되어 멀리서 보면 '달리'라는 글자가 완성돼요. 오늘 무엇을 다르게 보게 됐는지 한 단어든 작은 그림이든 적어서 걸어 보세요.
다른 분들이 남긴 문장을 읽는 재미도 쏠쏠해요. 같은 전시를 보고도 다 다른 걸 봤다는 것, 그게 이 전시가 하고 싶었던 말 같아요. 다름은 흩어지는 게 아니라 함께 전체를 만든다는 것!

전시장을 나서면서 저는 '달리 ___' 빈칸에 뭘 적을지 한참 고민했어요. 다르게 보는 법을 이야기하는 전시답게, 3D 촉각 부조, 큰 글씨 리플릿, 색약 보정 안경, 오디오 가이드, 수어 해설까지 보는 방법도 하나가 아니라서 더 좋았고요.
11월 15일까지 열리니까 주말 도슨트 시간에 맞춰 아이랑, 친구랑 한번 들러 보세요. 여러분의 문장은 무엇일지 궁금해지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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