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보기
· 전시명: 박예림 개인전 《Earth Palimpsest (얼스 팔림프세스트)》
· 기간: 2026.10.8(목) ~ 11.7(토)
· 시간: 오전 11시 ~ 오후 6시 (일·월 휴무)
· 장소: 김리아갤러리,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75길 5 (청담동 100-31)
· 문의: 02-517-7713

요즘 마음이 좀 시끄러울 때가 많았어요. 일도 바쁘고, 주말엔 밀린 일 처리하다 보면 하루가 그냥 가버리고요. 그래서 요즘은 일부러 조용한 갤러리 전시를 찾아다니는데, 이번에 다녀온 곳이 청담동 김리아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박예림 개인전 《Earth Palimpsest》예요.
흙벽 같기도 하고 오래된 종이 같기도 한 갈색 표면이 너무 궁금했는데, 알고 보니 한지 위에 모래와 먹을 올린 작업이더라고요.



'Palimpsest(팔림프세스트)'가 무슨 뜻이에요?
전시 제목부터 좀 어렵죠. 저도 처음엔 무슨 뜻인지 몰랐어요.
팔림프세스트는 이전 기록을 지운 표면 위에 새 기록을 덧쓰는 고대 필사 방식을 말해요. 양피지가 귀하던 시절, 글씨를 긁어내고 다시 쓰다 보니 예전 글자가 희미하게 비쳐 보이기도 했대요.

박예림 작가는 이 개념을 지구와 풍경, 시간에 대한 감각으로 풀어냈어요. 시냇물, 폭포, 안개, 파도, 동굴, 불의 흔적처럼 사람이 오래 마주해 온 자연의 조각들을 그대로 그리지 않아요. 대신 서로 다른 시간과 장소가 겹쳐진 장면으로 다시 짜 맞춰요. 기억을 그대로 재현하는 게 아니라 '지금' 새롭게 생겨나는 풍경이라는 점이 저는 참 좋았어요.





한지, 모래, 먹… 이렇게 만들어진대요
작업 과정을 읽어보니 꽤 수고로운 방식이더라고요.
- 예전에 마주한 자연의 모습을 떠올려 투명한 판 위에 획을 긋고
- 그걸 화선지에 옮긴 다음
- 장지에 배접한 한지 위에 모래를 붙이고 털어내는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해요.
처음 그은 획은 모래에 덮여 점점 희미해지고, 그 위에 먹을 더하면서 일부 흔적이 다시 드러나요. 그렇게 화면 하나에 여러 겹의 기록이 쌓이는 거예요. 같은 획이 어떤 땐 물길처럼, 어떤 땐 암벽에 남은 자국처럼 보여서 가까이 다가가 한참 들여다보게 되더라고요.





압도적인 크기의 〈Letters from the Waves〉
이번 전시에서 가장 먼저 시선을 붙잡는 작품은 〈Letters from the Waves〉(2026)예요. 4폭짜리가 가로 574cm, 5폭짜리는 무려 620cm라서 그 앞에 서면 몸이 저절로 한 발 물러서게 돼요. 모래 표면에 남은 먹의 결이 파도가 쓸고 간 자국 같기도 하고, 바람이 지나간 흔적 같기도 해요.




안개 속에 서 있는 듯한 〈Grounded Remembering〉
개인적으로 제일 마음에 남았던 건 〈Grounded Remembering〉(2026, 140×140cm)이에요. 가장자리는 어둡고 가운데는 안개처럼 뿌옇게 번져서, 이른 아침 물가에 서 있는 기분이 들었어요. 집에 걸어두고 매일 보고 싶은 그런 그림이요.



전시 동선 자체가 하나의 풍경이에요
이번 전시는 작품을 하나씩 따로 보는 것보다 전시장 전체를 하나의 흐름으로 걷는 게 포인트예요. 빛을 받아 은은하게 드러나는 한지 작업에서 시작해, 모래와 그을음이 쌓인 화면과 폭포처럼 떨어지는 빛의 장면을 지나요. 마지막에는 불의 흔적을 머금은 목재와 재의 잔재가 놓인 가장 깊고 차분한 공간으로 이어져요.
그 끝에 놓인 설치 작업 〈Vestiges 잔편〉은 나무와 모래로 만든 막대 몇 개가 기대어 선 작품인데, 그을린 듯한 검은 흔적이 남아 있어요. 흐르던 것이 기록이 되고, 그 기록이 다시 흔적으로 남는 과정을 걸으면서 따라가는 느낌이었어요. 가까이서는 모래알과 먹의 질감을, 한 발 물러서서는 하나의 풍경을 보는 식으로 거리를 바꿔가며 보시길 추천해요.




박예림 작가는 어떤 작가예요?
박예림 작가는 1997년생으로, 먹과 모래, 한지를 사용해 자연에서 느낀 서정적이면서도 역동적인 에너지를 화면에 담아요. 서울, 뉴욕, 벨기에, 취리히 등에서 전시를 이어왔고, VOLTA Basel을 비롯한 국제 미술 무대에서도 작품을 선보이고 있어요. 20대 작가가 이렇게 묵직하고 깊은 화면을 만든다는 게 정말 놀라웠어요.





자주 묻는 질문 (FAQ)
Q. 박예림 개인전 기간은 언제까지예요?
A. 2026년 10월 8일부터 11월 7일(토)까지예요.
Q. 관람 시간과 휴무일은요?
A.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고, 일요일과 월요일은 휴무예요. 평일이나 토요일에 방문하셔야 해요.
Q. 김리아갤러리 위치는 어디예요?
A.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75길 5(청담동 100-31)에 있어요. 청담동 갤러리 골목 쪽이라 주변 갤러리와 함께 둘러보기 좋아요.
Q. 어떤 분께 추천하세요?
A. 자연 풍경이나 재료의 질감을 좋아하는 분, 조용히 생각을 정리하고 싶은 분, 한지·먹 같은 한국적인 재료로 만든 현대미술이 궁금한 분께 추천해요.




마무리
바쁘게 지내다 보면 하루하루가 그냥 지워지는 것 같을 때가 있잖아요. 그런데 이 전시를 보고 나니, 지워진 것도 완전히 사라지는 게 아니라 아래에 차곡차곡 쌓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게 묘하게 위로가 되더라고요.
11월 7일까지라 얼마 안 남았어요. 가을 끝자락에 청담동 산책 겸 들러보시면 좋겠어요 🍂
전시 정보 요약
· 박예림 개인전 《Earth Palimpsest》
· 2026.10.8 ~ 11.7 / 11:00~18:00 (일·월 휴무)
· 김리아갤러리 ·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75길 5
· 인스타그램 @kimreeaa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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