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회 가나아트컬렉션 《기술의 저변: 경계에 선 장면들》관람후기입니다.
우리 산업화 시기 사회성 강한 26점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독특한 전시회인데요. 우리 현대사를 예술로 표현한 작품들을 한 공간에서 만나볼 수 있다는 부분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가나아트컬렉션 《기술의 저변: 경계에 선 장면들》
평일(화–목) 오전 10시–오후 8시
매주 금요일 오전 10시–오후 9시 (매주 금요일 연장운영)
토 · 일 · 공휴일 하절기(3–10월), 오전 10시–오후 7시
동절기(11–2월), 오전 10시–오후 6시
입장시간 관람 종료 1시간 전까지 입장
휴관일 1월1일 , 매주 월요일
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 정상 개관

전시장소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2층 가나아트컬렉션 전시실/상설 전시실


참여작가
김세진, 김용태, 김인순, 김정헌, 박불똥, 박은태, 박흥순, 신제남, 신학철, 안보선, 오경환, 이명복, 이상국, 이원철, 이종구, 이흥덕, 정복수, 황재형

| 전시서문
가나아트컬렉션 '기술의 저변: 경계에 선 장면들'은 1970~90년대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 매체 환경의 변화 속에서 만들어진 한국 사회의 풍경을 비추는 전시예요. 기술과 산업이 발전하면서 물건을 만드는 방식뿐 아니라 사람들의 삶과 현실을 느끼는 방식까지 달라졌죠. 눈부신 성장 뒤에 가려진 균열을 예술이 어떻게 붙잡아냈는지 차분히 들여다볼 수 있었어요.

당시 현실주의 작가들은 상황을 그대로 그리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아래 숨은 긴장과 균열을 드러내려 했대요. 농촌과 도시의 재편, 노동 환경의 변화, 소비문화와 대중매체의 확산까지 시대의 공기가 그림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더라고요.
전시는 세 개의 섹션으로 나뉘어 있어요.


섹션 1. '흔들리는 불빛 사이로' – 농촌에서 도시로 옮겨가며 흔들리던 삶과 공동체
섹션 2. '새로운 질서의 심연' – 기술과 자본, 매체가 만든 새로운 질서 속 권력과 욕망
섹션 3. '찬란한 공허' – 물질적 풍요 아래 스며 있는 공허와 소외
과거의 기술 풍경을 짚어보면서, 미래 기술의 경계에 서 있는 지금의 우리를 돌아보게 되는 전시였어요.

섹션 1. 흔들리는 불빛 사이로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가 이어지던 전환기의 균열을 담은 섹션이에요. 농촌을 떠나 도시로 향하는 흐름과 개발 중심의 성장 논리가 삶과 공동체를 뿌리째 흔들었고, 그 빛 사이에 드리운 그림자를 보여줘요.


이종구 국토 - 고추모종
LEE Jong Gu The Nation's Land: Chili Pepper Seeding, 1990 · 부대종이에 아크릴릭 · Acrylic on rice sack paper · 164×66.2cm · 가나아트 이호재 기증, 2001 · Gift of LEE Ho Jae, GanaArt, 2001
고추 모종을 심는 농민들 앞으로 거대한 굴착기가 밭을 뒤엎으며 다가오는 장면이에요. 양곡부대 위에 그려서 농촌의 현실이 더 생생하게 와닿더라고요. 흙을 일구는 손과 금속 장비의 대비가 자연과 기계문명의 충돌을 보여주고, '국토'라는 제목은 경제성장 논리에 밀려난 농촌과 농토의 위기를 말해줘요.


신학철 시골길
SHIN Hak Cheul Country Road, 1984 · 캔버스에 유채 · Oil on canvas · 130×161cm · 가나아트 이호재 기증, 2001 · Gift of LEE Ho Jae, GanaArt, 2001
석양 진 황량한 들판을 승용차가 지나가고, 곡괭이를 든 농민이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어요. 매끈한 차는 도시를, 거친 땅과 굳은 손은 농사와 노동을 떠올리게 하죠. 고향을 오가는 자식 가족과 시골에 남은 노모의 모습에서 농촌 공동화와 세대 간 단절이 느껴져 마음이 좀 먹먹했어요.



이종구 밥상 - 세 그릇
LEE Jong Gu Meal Table: Three Bowls, 1993 · 나무에 흙, 아크릴릭, 콜라주 · Clay and acrylic on wood, collage · 75×75cm · 가나아트 이호재 기증, 2001 · Gift of LEE Ho Jae, GanaArt, 2001
나무 반상 위 진흙 접시에 깨진 그릇 조각과 수저가 놓여 있어요. 밥상은 한 해 노동의 결실을 나누는 공동체의 자리인데, '복(福)·녹(祿)·수(壽)'가 새겨진 그릇이 깨져 있어 흔들리는 전통과 공동체 질서가 보여요. 세 개의 그릇은 대가족이 소가족으로 바뀌는 변화를, 가지런한 수저는 그래도 공동체를 지키고 싶은 마음을 담고 있대요.


김정헌 내가 갈아야 할 땅 II
KIM Jung Heun The Land I Should Plough II, 1988 · 캔버스에 유채 · Oil on canvas · 115×90cm · 가나아트 이호재 기증, 2001 · Gift of LEE Ho Jae, GanaArt, 2001
호미를 꽉 쥔 청년이 언덕에서 몸을 낮추고 들판을 내려다보는 모습이 정말 힘 있게 다가와요. 붉은 흙은 생명력이면서 동시에 오염된 현실을 암시하고, 인물과 밭고랑의 선이 이어져 사람과 땅이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임을 보여줘요. 여기서 땅은 삶의 기반이자 갈아엎어야 할 현실의 은유래요.


이상국 공장지대
LEE Sang Guk Factory District, 1986 · 종이에 아크릴릭 · Acrylic on paper · 54.5×78cm · 가나아트 이호재 기증, 2001 · Gift of LEE Ho Jae, GanaArt, 2001
공장과 굴뚝, 송전탑이 산을 따라 빽빽하게 얽힌 풍경이에요. 강렬한 윤곽선과 붉게 물든 하늘이 산업화로 탁해진 공기와 과열된 시대 분위기를 그대로 전해주더라고요. 그 에너지 속에서 살아가던 노동자들의 고단함까지 느껴지는 작품이었어요.


안보선 걱정의 시간
AHN Bosun Time of Worry, 1983 · 캔버스에 유채 · Oil on canvas · 115×90cm · 가나아트 이호재 기증, 2001 · Gift of LEE Ho Jae, GanaArt, 2001
구겨진 옷을 입은 노동자가 어둠 속에 앉아 타들어 가는 담배를 쥔 채 먼 곳을 바라봐요. 깊은 주름과 강한 명암이 오랜 시간 버텨온 삶의 무게를 고스란히 보여주고요. 급속한 성장의 그늘에서 묵묵히 견뎌온 한 세대의 기억 같아서 한참 서 있게 되더라고요.


이명복 식사
LEE Myoung Bok Meal, 1988 · 장지에 아크릴릭, 콜라주 · Acrylic on korean traditional paper, collage · 187×185cm ·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2017 · SeMA Collection, 2017
화려한 샹들리에 아래 외국인 부부의 만찬과 뒤편의 황폐한 철거민촌 산동네를 나란히 놓은 작품이에요. 만찬은 밀려든 자본과 물질적 욕망을, 검은 실루엣은 보이지 않는 권력을 암시해요. '식사'라는 평범한 장면으로 사회적 불평등과 풍요의 약속 사이 괴리를 보여주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황재형 군상
HWANG Jae Hyung The People, 1986 · 패널에 종이부조, 천, 채색 · Paper relief, cotton and color on panel · 122×244cm · 가나아트 이호재 기증, 2001 · Gift of LEE Ho Jae, GanaArt, 2001
알록달록한 자투리 천 콜라주 위에 하얀 종이 부조로 사람들의 무리를 표현했어요. 탄광촌과 광부의 삶을 그려온 작가답게, 성장을 위해 희생을 감내해야 했던 노동자들의 연대를 담았대요. 뒤엉킨 군상과 거친 질감에서 분노와 함께 앞으로 나아가려는 의지가 힘 있게 느껴져요.


신학철 상황 871
SHIN Hak Cheul Situation 871, 1987 · 캔버스에 유채 · Oil on canvas · 118×59cm · 가나아트 이호재 기증, 2001 · Gift of LEE Ho Jae, GanaArt, 2001
빈민가 위로 거대한 붉은 손이 솟아오르고, 멀리 남산타워와 빌딩 숲이 반짝이는 장면이에요. 88 올림픽을 앞두고 재개발로 철거 압력에 놓였던 산동네와 현대화의 상징인 남산타워가 극명하게 대비돼요. 삶의 터전을 잃은 철거민들의 울분과 저항이 붉은 손 하나로 표현된 게 정말 강렬했어요.






섹션 2. 새로운 질서의 심연
기술과 자본이 만나면서 새롭게 짜인 사회 구조를 바라보는 섹션이에요. 화려한 도시와 매체 뒤편에서 소비주의가 부추긴 욕망과 경쟁, 권력과 자본의 논리가 보이지 않는 긴장을 만들어내고 있었죠.


김정헌 서울의 찬가 II
KIM Jung Heun SEOUL Anthem II, 1993 · 캔버스에 흙, 먹, 아크릴릭, 기업로고 콜라주 · Soil, ink and acrylic on canvas, corporate logo collage · 148×198cm · 김정헌 작가 기증, 2021 · Gift of KIM Jung Heun, 2021
흙-도시-기업으로 이어지는 3단 구도로 산업화 속에서 재편된 사회 구조를 보여줘요. 농토는 도시에 자리를 내주고, 그림자 같은 빌딩 먹선은 성장의 그늘을, 대기업 로고는 특정 기업에 쏠린 성과를 말해요. '찬가'라는 제목이 찬란한 겉모습과 그 이면을 함께 보게 만들어서 묘하게 씁쓸했어요.


신제남 인간회귀
SHIN Je Nam The Return of Humanbeing, 1984 · 캔버스에 유채 · Oil on canvas · 182×227.3cm ·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2007 · SeMA Collection, 2007
'금속성 시대의 은빛 환상' 시리즈 중 하나로, 물질 중심 사회 속 인간 소외를 다룬 작품이에요. 자동차, 재봉틀, 텔레비전, 아파트 같은 문명의 산물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위쪽 버섯구름은 과학기술의 파괴적인 힘을 떠올리게 해요. 은회색 금속 톤이 차가운 산업 시대의 감각을 더 또렷하게 만들더라고요.


이흥덕 카페
LEE Heung Duk Cafe, 1987 · 캔버스에 아크릴릭 · Acrylic on canvas · 129×160.5cm · 가나아트 이호재 기증, 2001 · Gift of LEE Ho Jae, GanaArt, 2001
도시의 카페를 권력과 욕망, 소외가 얽힌 작은 무대로 그려낸 작품이에요. 제복 입은 권력자 앞의 남성들, 황금을 사이에 둔 대화, 바에 쓰러진 남자와 이를 외면하는 사람들까지 장면 하나하나에 이야기가 숨어 있어요. 노란 조명 아래 은근한 긴장감이 감도는 게 매력적이었어요.



김용태 행복의 모습
KIM Yong Tae Image of Happiness, 1982 · 캔버스에 유채, 콜라주 · Oil on canvas, collage · 99.5×100cm · 가나아트 이호재 기증, 2001 · Gift of LEE Ho Jae, GanaArt, 2001
달동네 밤 풍경을 배경으로 왕 흉내를 낸 인물이 호피 깔린 의자에 앉아 있어요. 황금 옷과 왕좌는 권위를 떠올리게 하지만, 문관의 사모와 흉배가 정통성 없는 권력을 풍자하죠. 판잣집 위로 피어오르는 이상적인 일상 이미지가 대중매체가 만든 '행복'의 허상을 비틀어 보여줘요.


김정헌 모녀
KIM Jung Heun Mother and Daughter, 1984 · 캔버스에 아크릴릭 · Acrylic on canvas · 133×196cm · 가나아트 이호재 기증, 2001 · Gift of LEE Ho Jae, GanaArt, 2001
텔레비전 화면 속에 화사한 옷차림의 모녀가 과장된 미소로 클로즈업되어 있어요. 1980년대 컬러TV가 보급되면서 드라마와 광고가 반복해서 보여준 '화목한 가족'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더라고요. 웃고 있지만 어딘가 연출된 듯한 행복이 오히려 서늘하게 느껴졌어요.


박불똥 새도시 - 행복예감
PARK Bul Dong A Fledgling City: Premonition of Happiness, 1990(Printed in 1993) · 판화지에 오프셋 프린트, 포토몽타주 리프로덕션 · Offset print on paper, reproduction of a photomontage · 49.9×69.1cm, ed.23/100 ·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2000 · SeMA Collection, 2000
날카롭게 내려다보는 새의 시선이 개발 정보를 선점하려는 투기 자본의 탐욕을 떠올리게 해요. 웃는 얼굴과 에로스 같은 이미지는 개발이 약속한 '행복한 도시'의 환상을, 아래쪽 논밭과 농민은 그 과정에서 삶의 터전을 잃은 현실을 보여주고요. 잡지 이미지를 콜라주해 욕망의 풍경을 재치 있게 담아냈어요.


박불똥 돈쟁
PARK Bul Dong C(l)ash, 1991(Printed in 1993) · 판화지에 오프셋 프린트, 포토몽타주 리프로덕션 · Offset print on paper, reproduction of a photomontage · 69.2×49.5cm · ed.23/100 ·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2000 · SeMA Collection, 2000
전투기, 폭발, 군함 이미지가 겹쳐 긴장감 있는 전쟁 장면을 만들고, 한미 정치인의 회의 장면이 군함 형상으로 이어져요. 가장자리를 두른 화폐가 전쟁과 정치, 이미지 생산이 모두 같은 경제 구조 안에서 움직인다는 걸 말해주죠. 기술·군사·정치·자본이 얽힌 권력 구조를 날카롭게 짚은 사진 콜라주예요.


박흥순 복서 26
PARK Heung Soon Boxer 26, 1985 · 캔버스에 유채, 아크릴릭 · Oil and acrylic on canvas · 130×162cm ·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2019 · SeMA Collection, 2019
고가도로 아래 뒤엉켜 쓰러진 두 복서가 산업화 시대의 치열한 경쟁을 보여줘요. 빌딩을 덮은 붉은 줄무늬 천은 성조기를 떠올리게 해서 강대국 중심 질서 속 한국 사회를 은유하고요. 청계천을 연상시키는 낡은 고가도로 아래에서 생존에 내몰린 도시 서민들의 현실이 느껴졌어요.


| 섹션3 찬란한 공허


신학철 부자(父子)
SHIN Hak Cheul Father and Son, 1981 · 캔버스에 유채 · Oil on canvas · 128.7×71.6cm · 가나아트 이호재 기증, 2001 · Gift of LEE Ho Jae, GanaArt, 2001
플라스틱과 각종 상품으로 만들어진 아버지가 아기를 안고 서 있어요. 폐기물로 된 몸은 소비문화 속에서 사람마저 상품처럼 대상화되는 현실을, 환하게 웃는 아이는 아직 물질주의에 물들지 않은 순수함을 상징해요. 아이를 꼭 끌어안은 모습에서 가족을 지키려는 책임감과 희망이 함께 읽혀서 뭉클했어요.


신학철 한국근대사 9
SHIN Hak Cheul Modern Korean History 9, 1983 · 캔버스에 유채 · Oil on canvas · 56×69.7cm · 가나아트 이호재 기증, 2001 · Gift of LEE Ho Jae, GanaArt, 2001
어둠 속 희미한 지평선과 그믐달 아래, 거대한 기계 속에서 인간의 몸이 꿈틀대고 있어요. 언덕 위 푸른 늑대의 울부짖음은 작품 뒷면의 "恨(한)-부르는 소리"와 이어져 억눌린 시대의 감정을 떠올리게 하고요. 기계 틈에서 몸을 일으키는 모습에서 다시 일어서려는 생명의 의지가 느껴졌어요.


정복수 무제
JUNG Boc Su Untitled, 1988 · 하드보드지에 아크릴릭, 펜, 색연필 · Acrylic, pen and colored-pencil on paper · 36×49cm · 가나아트 이호재 기증, 2001 · Gift of LEE Ho Jae, GanaArt, 2001
붉은 배경 속 여섯 인물이 뒤엉켜 서 있는데, 길게 늘어진 목과 뒤틀린 자세가 불안함을 그대로 전해요. 같은 공간에 있지만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한 몸들이 단절된 관계를 보여주고요. 근육과 핏줄까지 드러난 몸에서 억압과 번영의 이면에 숨은 공허가 느껴졌어요.


오경환 록커
OH Kyung Hwan Rocker, 1988 · 캔버스에 아크릴릭 · Acrylic on canvas · 130.5×162cm · 가나아트 이호재 기증, 2001 · Gift of LEE Ho Jae, GanaArt, 2001
어둠 속 화려한 조명 아래 록커가 연주에 푹 빠져 있어요. 빛과 어둠의 강한 대비, 표현주의적인 붓질이 무대의 열기를 고스란히 전하고, 프레임을 과감하게 잘라낸 구도 덕에 몰입감이 확 살아나요. 억압된 시대를 살던 사람들의 자유에 대한 갈망이 느껴지는 작품이었어요.


이원철 인더스트리얼 스타라이트 #001
LEE Won Chul Industrial Starlight #001, 2008 · 디지털 C-프린트 · Digital C-print · 120×119cm · ed.2/5 ·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2012 · SeMA Collection, 2012
달빛 아래 인공 조명으로 환하게 빛나는 산업단지의 야경 사진이에요. 작가는 공장을 하나의 유기체처럼 보고, 심장 같은 동력부에서 혈관처럼 뻗은 배관과 굴뚝을 포착했대요. 장노출로 겹겹이 쌓인 빛 덕분에 정적인 공장에 묘한 생동감이 느껴져요.



박은태 황금 모듈
PARK Eun Tae Golden Module, 2021 · 캔버스에 아크릴릭 · Acrylic on canvas · 250×324cm ·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2022 · SeMA Collection, 2022
컴퓨터 PCB 회로판 위에 아주 작은 사람들이 회로를 따라 일하고 있어요. 황금빛 회로는 도시 지도처럼 얽혀 거대한 시스템을 이루지만, 정작 노동 과정과 결과는 보이지 않죠. 전체를 알지 못한 채 시스템의 부품처럼 일하는 모습이 첨단 기술 시대의 노동을 다시 생각하게 해요.


김세진 야간 근로자
Sejin KIM Night Worker, 2009 · 2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 Two-channel video, color, sound · 6' 57" ed.1/5(A.P.2) ·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2013 · SeMA Collection, 2013
산업 구조가 서비스업 중심으로 바뀌던 시기, 야간 경비원과 톨게이트 요금 징수원의 밤 노동을 기록한 영상 작품이에요. 밤에도 멈추지 않는 도시를 떠받치는 보이지 않는 노동이죠. 붓고 무뎌진 몸과 흐릿한 표정에 장시간 야간 근무의 흔적이 담겨 있어 담담하지만 오래 남았어요.


이상국 나무 - 옐로우
LEE Sang Guk Tree: Yellow, 1989 · 종이에 아크릴릭 · Acrylic on paper · 79×54.5cm · 가나아트 이호재 기증, 2001 · Gift of LEE Ho Jae, GanaArt, 2001
황토색 바탕 위로 강렬한 노란 나무가 쭉 뻗어 있는데, 왠지 사람의 몸처럼 보이기도 해요. 산동네와 공장지대를 그려오던 작가가 자연을 통해 인간성의 회복을 모색한 작품이래요. 밝은 색감이 서민들의 삶을 따뜻하게 감싸 안는 느낌이라 전시를 기분 좋게 마무리할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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