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말,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스페인 미술 500년: 빛과 어둠의 연대기」에 다녀왔어요. 뉴욕 히스패닉 소사이어티 박물관 & 도서관 소장품 가운데 원화 95점이 아시아 최초로 온 전시라 꼭 보고 싶었던 전시였어요. 분량이 많아서 두 편으로 나눠 올릴게요. 이번 1편은 관람 정보와 섹션 1~3 이야기예요.

| 스페인미술 500년 전시 개요
- 전시명 : 스페인 미술 500년: 빛과 어둠의 연대기
- 기간 : 2026년 9월 22일(화) ~ 2027년 1월 20일(수)
- 장소 :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서울 서초구 남부순환로 2406)
- 관람시간 : 화~일 10:00~19:00 (입장 마감 18:00)
- 휴관 : 매주 월요일 (공휴일은 정상 운영)
- 구성 : 6개 섹션, 작가 62명, 원화 95점

티켓 요금
- 성인(만 19~64세) : 23,000원
- 청소년(만 13~18세) : 18,000원
- 어린이(만 3~12세) : 14,000원

할인 정보
- 신한카드 결제 20% 할인 (성인, 1인 2매, 놀티켓 온라인 예매 한정)
- 한경 아르떼 포털 회원 10% 할인 (성인·청소년, 1인 2매)
- 할인은 중복 적용이 안 되고 실관람자 기준이에요
- 경로·청소년·어린이·우대권은 나이 확인 가능한 신분증을 꼭 챙기세요. 증빙이 없으면 현장에서 차액을 내야 해요
- 우대권 대상자는 현장 매표소에서만 구매 가능
오픈 전 얼리버드는 이미 끝났으니, 지금은 카드 할인이나 회원 할인을 챙기시는 게 좋아요.

오디오가이드
- 내레이션 : 손미나 작가
- 가격 : 3,000원 (H.Point 앱 사운드갤러리에서 결제)
- 이용 방법 : QR 스캔 → H.Point 앱 설치·가입 → 메뉴 → 사운드갤러리 → 「스페인 미술 500년」 선택
- 신규 가입 시 추천인 코드 2609Spanish 입력하면 3,000포인트 지급 (사실상 무료!)
- 이어폰은 개인 지참, 또는 신분증 맡기고 대여
작품 앞에 헤드폰 번호가 붙어 있어서 따라가기 편했어요. 손미나 작가님 목소리가 차분해서 그림에 더 집중이 잘 되더라고요. 이번 전시회의 경우 명제표 글씨도 작고 조명이 어두워서 보기가 상당히 힘들었어요. 작품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서는 스페인 미술 500년: 빛과 어둠의 연대기 전시회 오디오가이드는 필수인 것 같아요.

도슨트 정보
- 운영일 : 화·수·목·금 (주말 없음)
- 시간 : 하루 3회 11:30 / 14:00 / 16:00
- 참가비 : 1인 5,000원, 매표소 현장 결제 (전시 티켓 별도)
- 회차별 선착순 30명 마감

주차 정보
- 예술의전당 음악당·오페라하우스 주차장 이용 (약 1,300대)
- 일반 요금 : 10분당 1,000원 (30분 이내 출차 시 무료), 주말·공휴일 1.5배
- 전시 관람객 정액 : 3시간 4,000원 (주말·공휴일 6,000원), 관람 티켓 지참
- 경차·저공해차 50% 할인 (정액 요금과 중복 불가)
- 대중교통 : 3호선 남부터미널역 5번 출구 도보 10분, 또는 마을버스 22번
주말엔 주차장이 금방 차니까 오전 일찍 가시거나 대중교통을 추천해요.


스페인은 유럽 서쪽 끝에서 비잔틴과 이슬람 문화를 함께 품으며 독특한 정체성을 만들어 온 나라예요. 그리스도교를 중심으로 종교화가 크게 발전했고, 16세기 후반부터 17세기엔 찬란한 황금기를 맞았죠. 이번 전시는 2026년 한국·스페인 수교 76주년 기념으로, 엘 그레코와 벨라스케스, 고야부터 소로야, 술로아가, 솔라나까지 15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의 흐름을 여섯 섹션으로 보여줘요.


히스패닉 소사이어티 박물관 & 도서관
뉴욕 오듀본 테라스의 웅장한 광장에 자리한 히스패닉 소사이어티는 스페인·포르투갈·라틴 아메리카 미술로는 세계 최고 수준이래요. 엘 그레코, 벨라스케스, 고야, 오로스코 작품에 4,000년 역사의 도자기와 유물까지 있고, 도서관엔 희귀 지도와 12세기 고문서를 포함해 50만 점이 넘는 자료가 있대요. 철도 재벌 상속인 아처 헌팅턴이 가업 대신 스페인어와 아랍어를 공부하며 스페인 사랑을 택해 1904년에 세웠다니 참 낭만적이죠. 지금도 동시대 작가 전시로 새로운 박물관을 만들어 가고 있어요. 박물관 전시실이 워낙 우아해서 공간 자체도 작품 같대요. 이번 전시는 그 컬렉션의 핵심을 서울에서 만나는 기회라 더 반가웠어요.

다만 아쉬운 부분은 엘 그레코, 디에고 벨라스케스, 프란시스 고야 등의 이름에 비해 작가의 대작은 만나볼 수 없어요.

Section 1. 성스러운 종교화에서 르네상스로
스페인은 1500년대 초까지 회화와 조각, 공예 곳곳에 고딕과 중세 분위기가 남아 있었고, 경제적으로 가까웠던 플랑드르 미술의 영향도 컸대요. 1500년대 중반 이탈리아의 영향으로 르네상스에 들어섰지만 신앙심이 워낙 깊어 종교화가 여전히 중심이었고요. 늦게 온 만큼 전성기 르네상스보다 인체를 늘이고 비틀어 표현하는 매너리즘이 자리 잡았는데, 그 대표가 엘 그레코예요. 비잔틴 전통을 섞은 길쭉한 인물과 환상적인 색감, 소용돌이치는 붓질이 정말 독특해요. 엘 그레코의 그림 앞에 서면 인물들이 불꽃처럼 위로 솟는 느낌이 들어서 신기해요.

작자미상 (Unknown Artist)
주교성인(성 블라시오 추정) (A Bishop Saint (Presumed to be St. Blaise)) | ca. 1493 - 1549

페드로 로마나 (Pedro Romana)
성모자 (Madonna and Child) | ca. 1500 - 1529

페드로 로마나는 15세기 후반부터 코르도바에서 활동한 화가로, 네덜란드와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영향을 함께 받았어요. 이 성모자는 원래 세 폭 제단화의 가운데 그림이었고, 양옆엔 '수태고지'와 '성모 방문'이 있었대요. 머리 뒤 후광은 신성함을, 마리아가 든 사과는 원죄로부터의 구원을 뜻해요. 촘촘한 건축 공간, 멀수록 흐리게 그린 대기원근법, 성모 뒤 장식 천의 금박, 관을 받쳐 든 인형 같은 천사들은 북유럽 미술의 흔적이고, 성모와 아기 예수의 얼굴에선 15세기 이탈리아 르네상스가 느껴져요.


엘 그레코 소개와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공간

엘 그레코 (El Greco)
참회하는 성 예로니모 (The Penitent Saint Jerome) | ca. 1600
그리스 출신 엘 그레코는 1570년대 후반 스페인에 왔는데, 펠리페 2세보다는 톨레도 종교계에서 더 사랑받았대요. 길게 늘인 매너리즘 인체에 사실적인 묘사를 더한 게 그만의 화풍이에요. 동굴 속에서 웃옷을 벗고 돌로 가슴을 치며 십자가를 바라보는 성 예로니모는 참회의 모습 그 자체고요. 추기경 모자는 높은 지위, 책과 펜은 성경을 번역한 학자, 해골은 세속적 욕망의 덧없음을 뜻해요. 가톨릭과 개신교의 갈등이 깊던 16세기 후반, 고행과 라틴어 성서 번역으로 알려진 예로니모는 반종교개혁을 대표하는 성인이었고, 이 그림은 그 시대 분위기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이래요.

안토니스 모르 판 다쇼르스트 (안토니오 모로) (Anthonis Mor van Dashorst (Antonio Moro))
제3대 알바 공작 페르난도 알바레스 데 톨레도 (Fernando Álvarez de Toledo, Third Duke of Alba) | 1549

엘 그레코 (El Greco)
성가족 (Holy Family) | ca. 1585

Section 2. 스페인 미술 황금기, 벨라스케스와 바로크 회화
스페인 황금기는 1550년부터 약 150년, 신대륙에서 얻은 부로 유럽 최강국이 된 시기예요. 반종교개혁의 최전선이라 가톨릭 신앙이 시각 문화를 이끌었고, 엘 그레코와 벨라스케스, 무리요 같은 거장이 쏟아져 나왔대요. 특히 벨라스케스는 스물넷에 펠리페 4세가 가장 아끼는 궁정화가가 됐고, 17세기 중반 로마에서 교황과 고위 성직자들을 그리며 명성을 떨쳤어요. 피카소가 '내가 뛰어넘고 싶은 유일한 화가'라고 했을 정도라니, 말 다 했죠.


이번 예술의전당 전시회 '스페인 미술 500년: 빛과 어둠의 연대기' 전시회에서 아쉬운 부분은 바로 조명이었어요.
작품에 빛 반사가 심해서 정면에서 작품 감상하기 힘든 경우가 종종 있었어요. 이럴때는 약간 옆에서 작품 디테일을 감상 하시는 것 추천 드려요.

안토니오 델 카스티요 사아베드라 (Antonio del Castillo Saavedra)
목자들의 경배 (Adoration of the Shepherds) | ca. 1660

프란시스코 데 수르바란 (Francisco de Zurbarán)
성녀 루치아 (Saint Lucy) | ca. 1630

수르바란은 에스트레마두라 푸엔테 데 칸토스 출신으로, 스물여덟까지 무명이다가 1626년 세비야 산 파블로 수도원과 그림 21점 계약을 맺으며 이름을 알렸대요. 그는 성녀를 천상의 미인이 아니라 당시 세비야 여성의 화려한 드레스와 보석 차림, 평범한 얼굴로 그렸어요. 강한 명암대비로 빛 받는 상반신과 소품에 시선이 모여 엄숙한 분위기가 나고요. 세비야 라 상그레 병원 연작 중 하나인데, 재산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눠 주다 구혼자의 분노를 사 순교한 루치아가 두 눈이 담긴 접시를 들고 있어요. 눈을 뽑혔다는 후대 이야기 때문에 눈병 앓는 이들의 수호성인이 됐대요.



후안 카레뇨 데 미란다 (Juan Carreño de Miranda)
원죄 없는 잉태의 성모 (Virgin of the Immaculate Conception) | 1670

페드로 누녜스 델 바예 (Pedro Núñez del Valle)
성녀 체칠리아 (Saint Cecilia) | 1638 - 1658


디에고 벨라스케스 (1599-1660)
벨라스케스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화가로 꼽히는 17세기 스페인 황금기의 주인공이에요. 세비야에서 태어나 파체코에게 배웠고, 초기엔 선술집 풍경과 정물을 담은 보데곤을 그렸대요. 마드리드로 가서 펠리페 4세의 궁정화가로 30년 가까이 왕을 그려 '왕을 위한 화가'라는 별명이 붙었고요. 이탈리아 유학 뒤로 원근법과 인체 표현이 훌쩍 늘었고, 궁전 공사 감독까지 맡았다니 진짜 능력자였죠. 두 번째 이탈리아 여행에서 그린 〈교황 인노첸시오 10세의 초상화〉는 로마를 뒤흔들었대요. 말년의 〈시녀들〉 속 과감한 붓터치는 마네 같은 인상주의 화가들에게 큰 영향을 줬어요. 30년 넘게 왕 곁을 지키며 정치적 영향력까지 가졌다니, 화가 이상의 존재였던 것 같아요. 이런 배경을 알고 보니 초상 하나하나가 새롭게 보이더라고요.

디에고 벨라스케스 (Diego Velázquez)
카밀로 아스탈리(팜필리 추기경)의 초상 (Camillo Astalli, known as Cardinal Pamphili) | 1650 - 1651
1599년 세비야에서 태어난 벨라스케스는 스물넷에 펠리페 4세의 궁정화가가 됐어요. 1649년 왕실 소장품을 사러 다시 이탈리아에 갔을 때 교황청 인물들을 그릴 기회를 잡았는데, 그 주인공이 교황 인노첸시오 10세의 먼 친척이자 로마의 실세였던 팜필리 추기경이에요. 이 초상으로 교황의 감탄을 끌어내 교황 초상 의뢰까지 받았고, 덕분에 스페인에서 지위도 높아졌대요. 지금은 왼쪽과 아래가 잘렸지만 원래는 더 크고 위엄 있는 바로크 구도였을 거래요. 이상화 대신 '보이는 대로' 그려 '화가들의 화가'로 불렸고, 고야와 마네, 피카소에게까지 영향을 줬어요.

마티아스 데 토레스 추정 (Attributed to Matías de Torres)
성 마태오와 성 루카 (Saint Matthew & Saint Lucas) | ca. 1670 - 1710

후안 데 발데스 레알 (Juan de Valdés Leal)
십자가를 짊어진 예수(십자가의 길) (Christ Carrying the Cross (Via Crucis)) | 1661


주세페 데 리베라 (Jusepe de Ribera)
성 바오로 (Saint Paul) | ca. 1630

알론소 카노 (Alonso Cano)
성직자의 초상 (Portrait of an Ecclesiastic) | ca. 1625 - 1628

세바스티안 무뇨스 (Sebastián Muñoz)
스페인 왕비 마리아 루이사 오를레안스의 장례 (María Luisa of Orléans, Queen of Spain, Lying in State) | 1689 - 1690
무뇨스는 마드리드 인근 나발카르네로 출신으로, 1688년 카를로스 2세의 궁정화가가 됐어요. 이 그림은 마리 루이즈 왕비가 세상을 떠날 무렵 가르멜회 수도원장이 주문해 18세기 내내 수도원에 있었대요. 오를레앙 공작의 딸로 1679년 카를로스 2세와 결혼한 왕비는 1689년 맹장 파열과 위장병으로 세상을 떠났는데, 독살설이 돌자 왕실이 투병 기록까지 공개했다고 해요. 장례는 이례적으로 알카사르 궁 '황금의 방'에서 열렸고, 왕비는 원하던 대로 가르멜회 수녀복 차림이에요. 검은 옷 인물들은 수녀가 아니라 의장병과 운구인이고, 왼쪽 위 젊은 왕비 초상엔 '백합은 영원히 피어 있지는 않으리'라는 라틴어 문구가 적혀 있어요.

호세 안톨리네스 (José Antolínez)
귀족의 초상 (Portrait of a Nobleman) | ca. 1675 - 1680

후안 카레뇨 데 미란다와 조수들 (Juan Carreño de Miranda and Assistants)
스페인 국왕 카를로스 2세 (Charles II, King of Spain) | ca. 1679 - 1680

미겔 데 프레트 (Miguel de Pret)
멜론, 아티초크와 새가 있는 정물 (Still Life with Melon, Artichokes, and Fowl) | ca. 1630
보데곤은 음식과 부엌 도구, 서민의 일상을 사실적으로 그린 17세기 스페인 정물화로, '선술집(Bodega)'에서 온 말이에요. 소박한 식료품 창고부터 상류층 디저트 식탁까지 황금기 마드리드의 삶을 보여줘서 스페인 부유층과 이탈리아 귀족, 플랑드르 상인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대요. 미겔 데 프레트는 서명이 남은 작품이 아주 드문데 전부 보데곤이래요. 가운데 멜론이 왼쪽 양상추, 위에 걸린 사냥한 새와 균형을 이루고, 아티초크와 엉겅퀴가 장식을, 무화과와 배를 대칭으로 담은 접시가 아래를 마무리해요. 델프트 도기 접시에서 그가 안트베르펜 출신이라는 게 엿보여요.


마르코스 코레아 (Marcos Correa)
눈속임 그림 (Trompe l'Oeil) | ca. 1667 - 1673



Section 3. 고야와 낭만주의 회화
계몽주의와 산업혁명, 나폴레옹 전쟁을 겪으며 스페인 미술에도 신고전주의와 낭만주의가 나타났고, 이 격동기의 거장이 바로 고야예요. 1780년대 왕실 화가로 이름을 알린 그는 인물을 미화하지 않고 인간적으로 그렸대요. 반도 전쟁 때는 판화 연작 '전쟁의 참상'으로 영웅성 뒤에 숨은 참혹함을 고발했고요. 이후 파리·로마 유학파를 통해 낭만주의로 이어지는데, 이 섹션에선 마드라소-포르투니 가문과 숨은 실력파 화가들을 만날 수 있어요.


에우헤니오 루카스 벨라스케스 (Eugenio Lucas Velázquez)
고야의 알레고리 초상 (Allegorical Portrait of Goya) | ca. 1860



프란시스코 데 고야 (Francisco de Goya)
전쟁의 참화 제15번: 그리고 어쩔 도리가 없다. (Plate 15: And there's no help for it. (Y no hay remedio)) | 1863
프란시스코 데 고야 (Francisco de Goya)
전쟁의 참화 제19번: 이제 시간이 없다. (Plate 19: There isn't time now. (Ya no hay tiempo)) | 1863


마리아노 포르투니 이 마르살 (Mariano Fortuny y Marsal)
스케치(황소와 씨름하는 사내) (A Sketch (Man Wrestling a Bull)) | ca. 1855 - 1860


마리아노 포르투니 이 마르살 (Mariano Fortuny y Marsal)
언덕을 오르는 아랍인들 (Arabs Ascending a Hill) | ca. 1864/1866 - 1872

라이문도 데 마드라소 (Raimundo de Madrazo)
버지니 미종 스위프트 부인 (Mrs. Virginie Migeon Swift) | 1900

라이문도 데 마드라소 (Raimundo de Madrazo)
스페인 왕비 마리아 크리스티나 (María Cristina, Queen of Spain) | 1887


프란시스코 데 고야 (Francisco de Goya)
돈 마누엘 라페냐, 후일 본다드 레알 후작 (Don Manuel Lapeña, later Marquis of Bondad Real) | 1799
사라고사 출신 고야는 마드리드와 이탈리아에서 공부한 뒤 궁정화가가 되어 카를로스 4세와 왕족, 귀족들을 그렸어요. 주인공 라페냐는 고야의 후원자 오수나 공작 부부의 사교 모임 일원으로, 1802년 장군이 되어 반도 전쟁에서 활약했대요. 이 무렵 고야는 낭만적인 화풍으로 바뀌던 중이었지만, 오수나 가문 갤러리의 초기 초상들과 나란히 걸 그림이라 일부러 초기 화풍으로 그렸다고 해요. 근위대 군복 차림의 조심스러운 눈빛과 어색한 자세에서 우유부단한 성격이 보이고, 두 방향의 빛으로 살린 얼굴과 손, 가발에서 떨어진 분가루까지 섬세해요. 지팡이 아래 희미한 'P. 고야' 서명도 찾아보세요.


아구스틴 에스테베 (Agustín Esteve)
왕녀 마리아 루이사 호세피나 안토니에타 (Infanta María Luisa Josefina Antonieta) | ca. 1794 - 1795
1753년 발렌시아 예술가 집안에서 태어난 에스테베는 1775년부터 고야와 인연을 맺고, 고야 작업실에서 왕실 초상을 모사하며 화풍이 점점 닮아 갔대요. 18세기 후반 마드리드 귀족사회에선 고야 다음가는 인기 초상화가였고요. 그림 속 어린 왕녀는 파르마 공작 아들의 청혼을 받기도 했지만, 1795년 열세 살에 한참 연상인 숙부와 결혼했대요. 보라·흰색 리본은 1792년 왕비가 만든 귀부인 훈장이고, 푸른 허리띠와 풍성한 머리로 엠파이어 드레스 유행 전 작품임을 알 수 있어요. 루이 16세풍 의자에 앉아 부채를 든 구도와 활 모양 눈썹은 고야의 '카를로스 4세의 가족' 속 왕녀와 꼭 닮았어요.



라이문도 데 마드라소 (Raimundo de Madrazo)
1834년 코르테스(스페인 의회) 우의화를 위한 스케치 (Sketch for the Allegory of the Cortes of 1834) | ca. 1864 - 1865
1862년부터 파리에 머문 마드라소는 레옹 코니에에게 배우고 보자르 '프티 에콜'을 다녔어요. 1864년 아버지 페데리코의 도움으로 마리아 크리스티나 왕비의 거처인 말메종 궁 천장에 '1834년 코르테스'를 그릴 기회를 얻었는데, 이 화려한 유화 스케치가 그 최종안이에요. 천장화는 1865년에 완성됐대요. 페르난도 7세의 마지막 왕비로 어린 딸 이사벨 2세 대신 섭정을 맡은 그녀는 영국식 양원제를 둔 '1834년 왕정 헌장'을 반포했고, 이 그림은 바로 그 사건을 기념해요. 왕비는 두 손을 무릎에 얹은 채 의회가 일하는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어요.


프란시스코 데 고야 (Francisco de Goya)
장군 알베르토 포라스테르 (Brigadier General Alberto Foraster) | 1804

에우헤니오 루카스 벨라스케스 (Eugenio Lucas Velázquez)
전쟁의 희생자들 (Victims of War) | 1860 - 1869


여기까지가 섹션 3이에요. 섹션 4 풍경과 외광회화부터 섹션 6 모더니즘까지는 다음 편에서 이어서 소개할게요.
'신과 함께 > 취미 전시 공연 요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장 프랑수아 라리유 특별전 '공존' 관람후 |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1) | 2026.10.18 |
|---|---|
| BGN 갤러리 잠실 전시회 | 김종명 정명아 작가 'Afterwards, 그 이후의 장면들' (0) | 2026.10.16 |
|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솔 르윗 전시 ① 시스템과 구조, 연속성 | 작품 해설 & 관람 후기 (0) | 2026.10.15 |
| 넥스트뮤지엄 전시 김선재 개인전 'Cor Viride 녹색 심장' @ 잠실 롯데월드몰 (0) | 2026.10.14 |
| 넥스트뮤지엄 전시 모나미 개인전 'BEFORE IT BECOMES A WORD' @ 잠실 롯데월드몰 (0) | 2026.10.13 |
| 군락: 여섯 개의 뜰 전시 관람후기 -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소장품 기획전 (1) | 2026.10.12 |
| 장-프랑수아 라리유 특별전 관람후기 : 예약 할인, 도슨트, 관람시간 (1) | 2026.10.11 |
| 종로 전시회 | 세화미술관 게오르그 바젤리츠 전시 추천 후기 (0) | 2026.10.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