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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함께/취미 전시 공연 요리

화가 박소현 작가 전시회 | 어쩌면, 나와 가장 가까운

by a4b4 2026. 10.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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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오랜만에 혼자 한원미술관에 다녀왔어요. 요즘 마음이 좀 복잡했는데, 전시 제목이 《어쩌면, 나와 가장 가까운 ― Perhaps, Right Beside Me》라길래 왠지 지금 나한테 필요한 전시일 것 같더라고요.

이번 전시는 청년 작가 세 분(박소현, 송혜령, 이지은)의 그룹전인데요, 저는 그중에서도 박소현 작가님 작품이 제일 오래 기억에 남아서 따로 정리해 보려고 해요.

 

입구에서부터 이 하얀 고양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책을 읽고 있는데… 표정이 너무 묘해서 한참 서 있었어요. 귀엽다고 하기엔 어딘가 쓸쓸하고, 무섭다고 하기엔 또 너무 순해 보이는 얼굴이요.

 

 

전시개요

📍 전시제목 : 《어쩌면, 나와 가장 가까운 ― Perhaps, Right Beside Me》
📍 전시기간 : 2026.10.15(목) ~ 2026.11.27(금)
📍 관람시간 : 화~토요일 10:00 ~ 18:00
📍 휴관 : 매주 일·월요일 및 법정 공휴일
📍 참여작가 : 박소현, 송혜령, 이지은
📍 주최·주관 : (재)한원미술관
📍 별도 오프닝 행사는 없어요

일요일, 월요일이 휴관이라 주말에 가실 분들은 토요일로 일정 잡으셔야 해요. 저도 하마터면 일요일에 갈 뻔했답니다 😅

 

 

전시 이야기 — 감정, 공간, 사물

한원미술관이 한국 미술의 미래를 이끌 청년 작가를 발굴하려고 기획한 전시래요. 거창한 담론이나 극적인 사건 대신, 너무 가까이 있어서 오히려 지나치기 쉬웠던 것들을 들여다보는 전시예요.

자아를 이루는 가장 가까운 세 가지 층위를 감정(박소현) · 공간(송혜령) · 사물(이지은)로 나눠서 세 작가의 시선을 차례로 보여주는 구성인데, 서문을 읽고 나니까 동선이 훨씬 잘 이해되더라고요.

 

 

전시장은 하얀 벽에 나무 바닥이라 작품 색감이 정말 잘 살아요. 사람도 많지 않아서 한 작품 앞에 오래 머물러도 눈치 보이지 않는 분위기라 좋았어요.

 

 

작가 소개 — 박소현 Sohyeon Park

박소현 작가님은 숙명여자대학교에서 회화를 전공하고(학사 2021, 석사 2024) 서울 mgfs100 갤러리, 하남 밀크릭 갤러리, 대전 골프존문화재단, 오뉘 갤러리 등에서 꾸준히 개인전을 열어오신 작가예요.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청파갤러리 등 여러 단체전에도 참여하셨고요.

작가 홈페이지 소개 문구가 "I draw the quiet things that stay"예요. 조용히 곁에 머무는 것들을 그린다는 말인데, 작품을 보고 나니 이 한 문장이 작업 전체를 다 설명해 주는 것 같았어요.

 

 

캔버스뿐 아니라 이렇게 오래된 나무판이나 병풍처럼 세워진 나무 위에 그린 작품들도 있었어요. 나뭇결이랑 갈라진 틈이 그대로 살아 있어서 그림 속 아이와 동물들이 정말 어딘가에 오래 머물러 있었던 존재처럼 느껴졌어요.

 

 

작품 성향 — 아이와 동물, 말로 다 못 하는 마음

박소현 작가님 화면에는 아이와 동물이 반복해서 등장해요. 서문에 따르면 아이는 사회적 역할에 가려지기 전의 솔직한 감정을, 동물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마음을 에둘러 비추는 매개래요.

그래서인지 표정들이 하나같이 단순하지가 않아요. 사랑과 불안, 친밀함과 거리감이 한 얼굴 안에 같이 있는 느낌? 화면 속 문장들도 은근히 마음을 콕 찌르고요.

 

 

식탁, 가장 가깝지만 다 알 수는 없는 자리

제가 제일 좋아했던 건 이 식탁 장면들이에요. 서로 다른 생각과 감정을 가진 존재들이 가장 가까운 거리에 모여 앉아 있지만, 저마다 다른 마음을 품고 있는 공간이요.

보고 있으면 명절 식탁이나 회식 자리가 떠오르기도 하고… 함께 있지만 완전히 하나가 되지는 않는 그 미묘한 친밀감이 너무 공감됐어요. 촛불 아래 가만히 앉아 있는 동물들 사이의 침묵이 오히려 많은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어요.

 

 

Sonder, 스쳐 가는 타인도 나만큼 깊다는 것

작가님은 카페 창밖이나 길에서 만난 사람과 동물의 표정, 몸짓을 오래 바라보며 알 수 없는 타인의 삶을 조심스럽게 가늠해 본대요. 길 위의 낯선 사람도 나만큼 생생하고 입체적인 삶을 살고 있다는 걸 깨닫는 순간을 'Sonder'라고 부른다는데, 단어 하나 새로 알아 가는 것도 좋았어요.

누군가를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단절이 아니라 서로 독립된 존재임을 인정하는 데서 관계가 시작된다는 이야기. 30대 중반이 되니 이 말이 정말 와닿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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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린 숲속 모닥불 앞에 옹기종기 모인 장면도 따뜻하면서 쓸쓸해서 좋았어요. 다 같이 불을 쬐고 있는데 각자 다른 곳을 보고 있는 게 꼭 우리 모습 같기도 하고요.

 

한참 보다 보면 시선이 결국 그림 속 존재들이 아니라 그걸 보고 있는 나 자신한테 돌아와요. 누군가를 알고 싶었던 마음, 곁에 있는데도 문득 멀게 느껴졌던 관계들이 하나씩 떠올라서 괜히 뭉클했어요.

 

 

관람 후기

규모가 크진 않지만 천천히 보면 한 시간 정도 넉넉하게 머물 수 있는 전시예요. 박소현 작가님의 감정, 송혜령 작가님의 도시 풍경, 이지은 작가님의 사물까지 따라가다 보면 '나를 이루는 건 뭘까' 하는 질문 앞에 조용히 서게 되더라고요.

거창한 사건보다 쉽게 지나쳤던 작고 사소한 순간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을지도 모른다는 것. 요즘 바쁘게만 지내셨던 분들께 꼭 추천하고 싶어요. 11월 27일까지니까 가을 다 가기 전에 한번 들러보세요 🍂

 

한원미술관 서울 서초구 남부순환로 2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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