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과 함께/취미 전시 공연 요리

남학현 유희 전시회 @ BGN갤러리 롯데월드타워점

by a4b4 2026. 10. 20.
반응형

지난번 BGN갤러리 「Afterwards, 그 이후의 장면들」 김종명·정명아 작가님 편에 이어서, 오늘은 나머지 두 분, 유희 작가님과 남학현 작가님 작품을 소개해 보려고 해요. 같은 전시인데도 앞의 두 분과는 또 완전히 다른 매력이라, 보면서 '회화가 이렇게나 다양하구나' 새삼 느꼈어요.

 

다시, 롯데월드타워 11층 BGN갤러리

BGN갤러리는 롯데월드타워 11층, BGN밝은눈안과와 함께 있는 갤러리예요. 입구의 커다란 유목 조형물과 포스터를 지나면 바로 전시 공간이 이어져요.

리플렛 속 네 작품 중 왼쪽 위 검은 화면이 유희 작가님, 오른쪽 위 꽃 그림이 남학현 작가님 작품이에요. 실제로 보면 사진보다 훨씬 질감이 살아 있어요.

밝은 복도를 따라 작품이 길게 이어져서 산책하듯 천천히 둘러보기 좋아요.

입구에 비치된 작가 노트예요. 이번 편 두 작가님 글이 나란히 실려 있는데, 먼저 읽고 보시면 작품이 훨씬 잘 들어와요.

 

유희 작가 | 밀어내고 긁어낸 자리에 생긴 질서

유희 작가님은 캔버스에 물감을 떨어뜨리고, 스퀴지로 밀어내고 긁어내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질서를 화면에 담아요. 작품 제목도 모두 「자생적 질서(Self-Sustaining Order)」예요.

작가 노트에 따르면 화면 구성도 인위적인 계획은 최대한 자제한대요. 물감이 서로 섞이고 겹치면서 유대감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모으고, 밀어내고, 해체하는 일을 반복하는 거죠. 그리고 그 위에 그어진 날카로운 선은 유동적인 흐름과 대비를 이루며 화면에 긴장과 균형을 주는데, 동시에 자연스럽게 생겨난 흐름 속에 개입한 작가의 '의지의 흔적'이기도 하대요.

우연과 의도가 한 화면에서 부딪힌다는 게 처음엔 좀 어렵게 느껴졌는데요, 작품 앞에 서 보니 딱 알겠더라고요. 마음대로 흘러가는 하루 속에서 그래도 내가 붙잡고 싶은 선 하나를 긋는 느낌이랄까요. 묘하게 제 일상 같기도 했어요.

 

유희
자생적 질서(Self-Sustaining Order)
2026
Acrylic on canvas
76.2 X 76.2 cm

흑백의 조각들이 체크무늬처럼 맞물려 있는 작품이에요. 스퀴지로 밀어낸 물감 결이 마치 나무 단면이나 천의 직조처럼 보여서 한참 들여다봤어요.

 

유희
자생적 질서(Self-Sustaining Order)
2026
Acrylic on canvas
76.2 X 76.2 cm

비슷해 보이지만 조각의 배치와 명암이 달라서 나란히 놓고 보면 리듬감이 확 느껴져요. 같은 방식인데 매번 다른 결과가 나온다는 게 '자생적 질서'라는 제목과 딱 맞닿아 있는 것 같아요.

가까이서 보면 물감이 밀려가면서 생긴 미세한 결이 정말 아름다워요. 이건 사진으로 다 안 담겨서 꼭 실물로 보셨으면 좋겠어요.

 

유희
자생적 질서(Self-Sustaining Order)
2026
Acrylic on canvas
76.2 X 76.2 cm

이 작품엔 형광빛 초록 선이 들어가 있어요. 차분한 흑갈색 화면 위에 툭 그어진 선 하나가 시선을 확 끌어당기는데, 작가 노트에 있던 '날카로운 선'이 바로 이거구나 싶었어요.

초록 선 디테일. 이 선 하나로 화면 전체에 팽팽한 긴장감이 생겨요.

 

유희
자생적 질서(Self-Sustaining Order)
2026
Acrylic on canvas
72 X 53 cm

가로로 층층이 쌓인 물감 결이 지층이나 해 질 녘 수평선처럼 보이기도 했어요. 검은 프레임이랑도 잘 어울려서 모던한 공간에 걸면 너무 멋질 것 같아요.

 

유희
자생적 질서(Self-Sustaining Order)
2026
Acrylic on canvas
91 X 112 cm

이번 섹션에서 가장 큰 작품이에요. 가로 줄무늬가 길게 반복되는데, 가까이 갈수록 그 안의 색이 미묘하게 달라서 계속 보게 되는 마성이 있어요.

 

유희
자생적 질서(Self-Sustaining Order)
2026
Acrylic on canvas
72 X 53 cm

위아래로 밝고 어두운 띠가 번갈아 흐르는 작품. 고요한데 그 안에서 물감이 계속 움직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측면에서 본 디테일이에요. 물감을 밀어낸 흔적과 그 위의 가느다란 선이 빛을 받아서 은은하게 반짝여요.

 

남학현 작가 | 흘러왔다가 흩어지는 붓질의 기록

복도를 따라 걷다 보면 갑자기 화면이 환해지는 구간이 나와요. 바로 남학현 작가님 섹션이에요.

남학현 작가님은 작가 노트에서 자신의 작업을 '붓자국–흐름–에너지'라는 말로 소개해요. 작가님이 그리는 인물이나 풍경은 마치 모래성이 바닷물에 씻겨 없어지듯, 어디선가 흘러왔다가 다시 흩어진대요. 매일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는 육신과 삶, 일상이 어찌 보면 불현듯 생겼다가 언젠가 사라질 신비한 현상이라고요.

영원히 간직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형상들, 그걸 향한 애틋한 마음을 손버릇 같은 붓질 하나하나에 담아 표현한다고 해요. 컬러풀한 붓질이 층층이 쌓이면서 각자의 법칙과 패턴이 생기고, 그렇게 공간과 공간 사이의 경계를 허물어 가는 과정의 기록이라고요.

이 설명을 읽고 그림을 보니까, 화사한 색감 속에 왠지 모를 아련함이 있었던 이유를 알 것 같았어요. 지나가 버릴 걸 알기에 더 반짝이는 순간들 같달까요.

 

남학현
Drift of Leaves 01
2025
Acrylic on linen
45.5 X 38 cm

파랑, 주황, 노랑 붓질이 꽃잎처럼, 나뭇잎처럼 흩날리는 작품이에요. 형태는 흐릿한데 색이 너무 생생해서 바람 부는 날 꽃밭 앞에 서 있는 기분이 들었어요.

 

남학현
Drift of Leaves 14
2025
Acrylic on linen
72.7 X 117 cm

테이블 위 화분과 식물들이 보랏빛 그림자와 함께 녹아드는 듯한 작품. 일상의 한 장면인데 붓질이 겹겹이 쌓여서 꿈속 장면처럼 느껴져요. 크기도 커서 존재감이 대단해요.

 

남학현
Green Sunbeam
2025
Acrylic on linen
45.5 X 65 cm

제목처럼 초록빛 햇살이 쏟아지는 작품이에요. 창가 화분에 햇빛이 닿는 오후 같아서 보기만 해도 기분이 산뜻해졌어요.

가까이서 보면 붓질의 방향과 두께가 다 살아 있어요. 작가님이 말한 '손버릇 같은 붓질'이 바로 이런 거구나 싶었어요.

 

남학현
Azure Flowers 03
2026
Acrylic on linen
65 X 91 cm

하늘색 꽃잎들이 화면 가득 흩어져 있는 작품. 연한 베이지와 하늘색 조합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제 마음속 원픽 후보였어요.

 

남학현
Azure Flowers 04
2026
Acrylic on linen
65 X 91 cm

같은 시리즈인데 이번엔 갈색과 머스터드 톤이 중심이라 훨씬 따뜻하고 가을 느낌이 나요. 03번이랑 나란히 보면 계절이 바뀌는 것 같아요.

 

남학현
Sunbeam and Leaves
2025
Acrylic on linen
60 X 80.3 cm

분홍, 하늘색, 머스터드가 층층이 겹친 화면 위로 하얀 꽃 한 송이가 피어 있어요. 색 조합이 정말 과감한데도 전혀 촌스럽지 않고 오히려 몽글몽글해요.

 

남학현
Turquoise Green Sunbeam
2025
Acrylic on linen
50 X 60.6 cm

청록빛 물결과 갈색 붓질이 대비되는 작품. 바닷가 바위에 햇살이 부서지는 장면 같기도 해서, 보고 있으면 파도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어요.

 

관람 후기

유희 작가님 그림이 흘러가는 대로 두면서도 선 하나로 중심을 잡는 '절제의 미'라면, 남학현 작가님 그림은 사라질 순간들을 붓질로 붙잡아 두는 '애틋함의 미' 같았어요. 한쪽은 차분한 흑갈색, 한쪽은 화사한 컬러인데 둘 다 '흔적'과 '과정'을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전시 제목과 딱 맞닿아 있더라고요.

지난 편까지 합쳐 네 작가님 작품을 다 보고 나니, 그림이 완성되기까지 지워지고 남은 수많은 시간들이 느껴져서 마음이 꽉 찬 기분이었어요. 롯데월드타워 가실 일 있으면 11층 BGN갤러리 꼭 들러 보세요. 20~30분이면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어요.

BGN갤러리 롯데타워점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300
전시 정보
· 전시명 : Afterwards, 그 이후의 장면들
· 참여 작가 : 김종명, 남학현, 유희, 정명아
· 기간 : 2026. 10. 1(목) ~ 10. 27(화)
· 관람 시간 : 월~토 10:00 ~ 18:00
· 장소 :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11층 BGN갤러리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