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쩍 날이 선선해지면서 전시 보러 다니기 딱 좋은 계절이 된 것 같아요. 이번에 다녀온 곳은 삼청동 갤러리현대에서 열리고 있는 김보희 작가님의 개인전 <TOWARDS: There Was Light>예요. 사실 김보희 작가님 그림은 SNS에서 먼저 알게 됐는데, 실제로 보면 완전히 다른 느낌을 주는 전시회로 추천해요.

| 전시 개요
- 전시명: TOWARDS: There Was Light
- 작가: 김보희 (Kim Bohie, 1952년생)
- 기간: 2026. 8. 26. (수) ~ 10. 18. (일)
- 장소: 갤러리현대 (서울 종로구 삼청로 14)

이번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삼청동 갤러리현대 모습입니다. 지하 1층부터 2층까지 김보희 개인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먼저 1층 전시실 모습입니다.


전시 서문
이번 전시는 김보희 작가가 이어온 자연에 대한 탐구를 이번엔 '빛'이라는 키워드로 다시 들여다보는 자리라고 하는데, 서문에는 이런 문장이 있었어요. "정지된 화면에 어제와 오늘과 내일을 동시에" 담아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서로 다른 이곳과 저곳이 한 화면 안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 이 문장을 읽고 나니 그림을 보는 시선이 완전히 달라지더라고요. 그냥 예쁜 풍경화가 아니라, 시간과 공간을 한 겹 한 겹 쌓아 올린 화면이라는 걸 염두에 두고 보게 됐어요.



김보희 작가 소개
김보희 작가는 1952년생으로, 이화여자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했어요(혜원 신윤복 연구로 석사 학위를 받으셨더라고요). 1993년부터 2017년까지 모교인 이화여대 조형예술대학 동양화전공 교수로 재직했고, 2008년부터 2010년까지는 이화여자대학교박물관 관장도 지내셨대요. 지금은 이화여대 명예교수로 계시고요.

개인전 이력만 봐도 정말 오래, 꾸준히 활동해오신 작가라는 게 느껴져요. 1980년 첫 개인전 이후로 학고재, 신세계갤러리, 캔 파운데이션(서울·베이징), 금호미술관, 제주현대미술관 등에서 <Towards>라는 제목으로 시리즈처럼 개인전을 이어오셨고, 2022년에는 제주현대미술관에서 <the Days>라는 전시를 여셨더라고요.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제주현대미술관을 비롯해 해외 기관에도 소장되어 있다고 해요.



이어서 2층 전시실로 이동합니다.
저는 1층 > 2층 > 지하 순서로 작품 관람 했는데요. 지하 전시실 작품은 1, 2층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주고 있어 해당 동선을 추천 드립니다.


| 작품 성향
김보희 작가님 그림은 동양화 재료를 쓰면서도 느낌은 굉장히 현대적이에요. 분채와 물, 아교를 여러 번 겹겹이 올려서 색을 쌓아 올리는 방식이라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같은 초록이어도 화면마다 깊이가 다르게 느껴지고, 빛이 스며나오는 듯한 투명한 질감이 있어요. 2003년 제주로 작업실을 옮기신 뒤로는 제주의 정원, 바다, 동백과 야자수, 그리고 반려견 레오까지 일상 속 풍경이 주요 소재가 되었다고 하고요.


가장 인상 깊었던 건 화면에 사람이 단 한 명도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었어요. 대신 그 자리를 빛과 시간의 흔적이 채우고 있달까요. 같은 정원이라도 아침, 한낮, 노을이 겹쳐 보이는 느낌이 들고, 이곳과 저곳의 풍경이 한 화면 안에서 나란히 존재하는 듯한 구성이 계속 반복돼요.


그리고 작가님의 반려견인 레오와 함께한 작품들도 많이 보이네요.


이번 전시에서 개인적으로 제일 반가웠던 건 레오(작가님의 반려견)가 등장하는 그림이었어요. 제주 정원 돌담길에 편하게 누워 있는 레오를 보고 있으니 그림 속 풍경이 갑자기 훨씬 더 일상적이고 다정하게 느껴지더라고요. 바로 옆에는 귤밭을 가득 채운 노란 열매를 그린 그림도 있었는데, 제주에 사는 작가님의 하루하루가 그대로 캔버스에 옮겨진 것 같았어요.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붓질이 정말 촘촘해요. 동백꽃이나 이름 모를 붉은 열매, 야자수 잎사귀 하나하나까지 세밀하게 그려낸 걸 보고 있으면 이 화면 하나를 완성하는 데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을지 짐작이 안 될 정도였어요. 초록 하나로도 이렇게 다양한 톤을 낼 수 있구나 싶었고요.



이어서 갤러리현대 지하 1층 전시실로 이동했는데요. 이 작품이 같은 작가의 작품일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안쪽 전시실로 갈수록 분위기가 확 달라져요. 낮의 화사한 정원과 대비되게, 밤의 어둠이나 검은 화면 위에 은은한 빛의 흔적만 남긴 작품들이 이어지는데, 같은 작가님 그림이 맞나 싶을 정도로 색채와 분위기가 정반대예요. 산과 강이 이어지는 파란 물줄기 그림 앞에서는 한참을 서 있었던 것 같아요.










전체적으로 보고 나서 든 생각은, 이 전시는 '풍경화 전시'라기보다는 '시간을 관찰하는 전시'에 가깝다는 거였어요. 30여 점의 작품이 걸려 있는데, 하나하나가 각기 다른 계절, 다른 시간대의 제주를 담고 있으면서도 전체적으로는 하나의 정원, 하나의 하루처럼 이어지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평소 잔잔하고 힐링되는 전시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정말 좋아하실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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