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과 함께/취미 전시 공연 요리

on paper : 임선구 문민 이승애 작가 전시회 @ 에브리데이몬데이 전시

by a4b4 2026. 10. 2.
반응형

오늘은 서울 송파구, 잠실 쪽에 있는 갤러리 에브리데이몬데이(EM)에서 열리고 있는 그룹전 'On Paper'를 소개해 드리려고 해요. 제목 그대로 '종이'라는 재료 하나에 집중한 전시인데, 기민정·도현희·문민·손승범·이승애·임선구·장승근, 이렇게 일곱 분의 작가님이 함께하셨더라고요.

 

생각해보면 종이는 참 예민한 재료잖아요. 물을 머금었다 마르면서 울퉁불퉁해지기도 하고, 한 번 접히거나 찢기면 그 흔적이 쉽게 지워지지 않고요. 그런데 또 다시 덧그리거나 다른 조각과 이어 붙일 수도 있는, 은근히 표정이 많은 재료더라고요. 이번 전시는 그 성질을 일곱 작가님이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풀어낸 자리였어요. 이번 글에서는 그중에서도 전시장 지하 1층에서 만난 임선구, 문민, 이승애 세 작가님의 작품을 먼저 소개해 드릴게요.

| 전시개요

  • 전시명 : On Paper / 7 Artists
  • 전시 기간 : 2026.8.27(목) ~ 10.11(일)
  • 전시 장소 : 에브리데이몬데이(서울 송파구 송파대로48길 14)
  • 참여 작가 : 기민정, 도현희, 문민, 손승범, 이승애, 임선구, 장승근

| 에브리데이몬데이 지하 1층으로 내려가면

임선구, 문민, 이승애 세 작가님의 작업을 만날 수 있어요. 공교롭게도 세 분 모두 종이와 흑연(연필)을 주재료로 쓰고 계신데, 같은 재료를 가지고도 완전히 다른 결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계셔서 비교해서 보는 재미가 쏠쏠했어요. 한 분씩 차례로 소개해 드릴게요.

가장 먼저 만난 건 임선구 작가님이었어요.

1990년 인천에서 태어나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조형예술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치신 분인데, 오랫동안 종이와 연필(흑연)로 드로잉 작업을 이어오고 계세요. 벽면 작가노트를 보니 ‘하나의 이미지를 해체하고 다시 구성하는’ 방식에 관심이 많으시다고 하더라고요. 종이를 접고, 드로잉을 찢어서 서로 다른 조각을 이어 붙이는 작업도 여기서 시작됐대요. 작가님에게 종이는 이미지를 담는 바탕이면서, 동시에 이미지를 분해하고 재조립할 수 있는 물질 그 자체인 셈이에요.

 

 

작품 속 장면들도 인상 깊었는데요, 주변에서 발견한 풍경이나 건축, 가족과 가까운 사람들의 이야기, 역사 속 여성들의 기록처럼 서로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온 이미지들을 한 화면 안에 연결하고 계셨어요. 원래대로라면 함께 존재할 수 없는 장면들인데, 이렇게 접합되면서 하나의 화면 안에서 맞물리기도 하고 어긋나기도 하는 게 묘하게 매력적이더라고요. 

 

전시된 ‘구덩이를 파는 사람 1’(2023), ‘문 속의 늪 3’(2025), ‘벽장안의 뜰 7’(2025) 같은 작업들은 손으로 만든 종이 위에 흑연과 여러 재료를 겹겹이 쌓아 올려서, 마치 오래된 돌이나 벽 같은 단단하고 거친 질감을 만들어내신 게 특히 기억에 남아요.

 

참고로 임선구 작가님은 2024년 금호미술관에서 개인전 <축성법>을 여신 적이 있고, 2026년에는 국립현대미술관(MMCA) 고양 레지던시 22기에도 선정되셨더라고요. 앞으로의 행보도 궁금해지는 작가님이었어요.

 

 

다음은 문민 작가님이에요.

1999년생으로 홍익대학교 동양화과에서 학부를 졸업하고 현재 동 대학원 석사 과정에 재학 중이신, 비교적 젊은 작가님이더라고요. 그런데 작업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은 전혀 가볍지 않았어요.

 

 

특히 흥미로웠던 건 종이를 직접 만드신다는 점이었어요. 닥나무 섬유를 겹겹이 쌓아 표면의 요철을 살린 종이를 손수 만들고, 그 위에 그림을 그리신다고 하더라고요. 이렇게 만든 종이는 두껍고 견고해서 마치 암석이나 오래된 유물처럼 보이는데, 여기에 금속성 템페라 물감을 사용하시면서 산화와 부식으로 시간이 흐른 듯한 표면을 만들어내신대요.

 

재료 자체로 ‘시간의 흔적’을 표현하시는 셈이죠. 시간이라는 개념, 그리고 그걸 나누는 언어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 관심이 많으시다는 작가노트도 인상적이었어요. 책이나 일상, SNS에서 마주친 이미지와 문장들을 모아 드로잉과 글쓰기를 오가며 연결하는 작업 방식도 흥미로웠고요.

 

전시에서는 ‘Image Handling Practice 11’(2025, 흑연과 금속성 템페라) 같은 작품을 만날 수 있었는데, 종이로 만든 조형물 안에 작은 새 모형이 놓여 있는 작업도 있어서 한참을 들여다보게 되더라고요. 찾아보니 문민 작가님은 2024년 박서보장학재단 3기 장학생으로 선정되고, 2025년에는 ICAF 예술창작지원금도 받으셨더라고요. 이제 막 활발히 활동을 시작하신 작가님이라 앞으로가 더 기대됐어요.

 

 

 

지하 1층 마지막은 이승애 작가님이에요.

사실 이번 세 분 중에서는 이력이 가장 화려하신 분이더라고요. 1979년 서울에서 태어나 영국 왕립예술학교(Royal College of Art)에서 회화 석사를 마치고 런던과 서울을 오가며 활동하고 계신데, 2016년 영국에서 Valerie Beston Artists’ Trust Prize를, 2013년에는 GUCCI 영 아티스트 그랜트를 받으셨더라고요. 작품은 네덜란드 스테델릭 미술관(Stedelijk Museum Amsterdam), 국립현대미술관 정부미술은행, 서울시립미술관 등에 소장되어 있고, 2023년 제14회 광주비엔날레에도 참여하셨대요.

 

 

작가노트를 보면 이승애 작가님은 흑연과 종이를 주재료로 빛과 소리, 기억,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영역을 회화와 애니메이션으로 풀어내는 작업을 하고 계세요. 나무나 광물 같은 자연물, 혹은 자신의 기억이 깃든 사물의 표면을 탁본처럼 떠서 화면의 구성 요소로 사용하시는 게 특징인데, 자연과 인간, 삶과 죽음을 이해해온 선조들의 지혜에 관심이 많으시다고 해요. 흑연이라는 재료도 ‘연필이 지닌 약하고 소박한 성질’을 중요하게 여기신다고 하니, 화려함보다는 은근한 밀도를 쌓아가는 작업이라는 인상을 받았어요.

 

반응형


전시에는 ‘The Mirror’(2025), ‘Paper you I’(2025), ‘Botanical Totem III’(2024) 같은 종이와 흑연 작업들이 걸려 있었는데, 나뭇잎이나 나뭇결을 그대로 떠온 듯한 탁본 질감이 신기했어요.

 

이렇게 지하 1층에서는 임선구, 문민, 이승애 세 작가님의 작업을 만나볼 수 있었어요. 세 분 다 종이와 흑연이라는 소박한 재료를 쓰고 계시지만, 임선구 작가님은 종이를 접고 찢어 서사를 조립하는 방식으로, 문민 작가님은 직접 만든 종이에 시간의 흔적을 새기는 방식으로, 이승애 작가님은 탁본과 애니메이션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형상화하는 방식으로 같은 재료를 정말 다르게 다루고 계셔서 비교하면서 보는 재미가 있었어요.

 

전시장 1층으로 올라가요

 

 

1층으로 올라오는 길목에는 이승애 작가님의 영상 작업 ‘Botanic Drum’(2024, 싱글 채널 비디오, 사운드, 6분)이 어두운 공간 안에 따로 전시되어 있었어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승애 작가님은 회화에서 시작된 이미지를 애니메이션으로도 확장하시는데, 이 영상 역시 흑연 드로잉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것 같더라고요. 어두운 커튼을 걷고 들어가면 조용한 사운드와 함께 화면이 흘러가는데, 종이 인형 같은 형상들이 움직이는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었어요.

 

정적인 회화 작업을 한참 들여다보다가 이 영상 앞에 서니, 같은 작가님의 세계가 시간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걸 보는 느낌이라 묘한 여운이 남더라고요.

 

오늘 소개하는 에브리데이 몬데이 전시 'On Paper 7 Artists' 나머지 작가의 작품은 아래 포스팅 참고하세요.

 

기민정, 도현희, 손승범, 장승근 : 에브리데이몬데이 전시 On Paper

종이라는 물질 위에 남겨진 시간과 감각 에브리데이몬데이 전시회 'On Paper' 관람후기입니다.에브리데이몬데이에서 열리고 있는 《On Paper》는 제목 그대로 ‘종이’에 주목한 전시입니다. 기민

www.a4b4.co.kr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