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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함께/취미 전시 공연 요리

서울시립미술관 유영국 전시회 후기 : 산은 내 안에 있다!

by a4b4 2026. 8.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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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미술관 전시회 근대 거장 시리즈, 첫 번째 작가인 '유영국: 산은 내 안에 있다' 전시회 관람 후기입니다. 이번 전시는 유영국 작가 탄생 110주년을 기념하는 이번 전시로 회화와 부조, 드로잉과 아카이브 등 170여 점을 한자리에 모은 역대 최대 규모의 회고전이 서울 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회는 유영국의 예술 세계가 정점을 이뤘던 1964년을 중심에 두고 그 앞뒤로 넘나드는 입체적인 전시 구성으로 작가의 작품만 감상하는 것이 아닌 유영국의 인생을 함께 느끼는 전시회로 다가왔습니다.

 

이번 전시회는 작가의 작품을 시기별 흐름별로 정리, 총 다섯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정말로 미안할 정도로 작품 규모 및 전시 구성이 뛰어난 무료 전시회로 전시회 구성, 굿즈, 주차 등 일반 전시정보는 아래 지난 포스팅 참고하세요.

 

'유영국 : 산은 내 안에 있다' 전시회 정보 | 도록, 굿즈, 웨이팅, 도슨트 @ 서울시립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열리고 있는 2026년 한국 근대 거장전 《유영국: 산은 내 안에 있다》전시회 관람 후기입니다.산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평생 추상 미술을 완성한 작가의 열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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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전시회 작품 중심으로 이야기 진행 합니다.

로비 아카이브 – 인간 유영국과 추상의 길

전시회 첫 만남은 서울시립미술관 로비에서 시작합니다. 그의 붉은 산을 배경으로 대형 포토월과 함께 아카이브 자료가 먼저 전시되어 있습니다. 보통 작가 개인전은 작품먼저 진행되고 전시회 마지막에 아카이브 자료가 배치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번 유영국 전시회는  1930년대 도쿄에서 아방가르드 예술을 흡수하던 청년 시절부터, 해방과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어선을 타고 양조장을 운영하며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10년의 공백기까지. 그리고 말년의 지병으로 입퇴원을 반복하면서도 그는 결코 붓을 놓지 않았던 그의 예술인생에 대해서 먼저 만나보고 진행됩니다.

 

 

유영국은 “산은 자연이 부여한 하나의 물리(物理)에 지나지 않으며, 추상 의 빈 그릇일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에게 산은 자신의 철학을 담아내는 그릇이었습니다.

 

로비 아카이브 공간을 지나 그의 작품들이 기다리고 있는 공간으로 들어 갑니다.

3.파트1 :1964년, 내밀한 예술의 문을 열다

이곳에서 우리는 유영국 예술 인생의 가장 뜨거운 분기점인 1964년, 마흔아홉 살의 그를 만납니다. 당시 한국 추상미술의 구심점이었던 그는 40대 후반에서야 첫 개인전을 열었고, 화단은 그가 선보인 대작들의 강렬한 원색과 폭발적인 에너지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 전시를 기점으로 그는 모든 그룹 활동을 중단하고 2년에 한 번씩 개인전만 열겠다는 고독한 전업 화가의 길을 선택합니다. 동료들이 해외로 떠날 때 한국에 남은 그는, 매일 규칙적으로 작업실을 오가는 수행자 같은 일상을 통해 자신만의 내밀한 추상 언어를 정립했습니다. 이제 첫 색션에서는 이 1964년을 중심으로 그의 예술적 산맥을 입체적으로 살펴봅니다.

 

 

해토 (1961)

1964년 유영국의 첫 개인전은 대작들이 뿜어내는 색채로 관객을 압도했고, 그는 “색채의 연마사”로 불렸습니다. 겨울 끝에 얼어붙은 땅이 녹는 순간을 뜻하는 '해토'는 그 경이로움이 응축된 작품입니다.


화면 중앙의 흰색 소용돌이 너머로 녹색, 붉은색, 황색이 격렬히 부딪히며 겨울과 봄을 품은 대지의 기운을 전합니다. 거친 질감은 땅의 숨소리를 연상시키며, 물자가 부족했던 시절 거대 캔버스에 펼쳐진 색채는 작가의 뜨거운 예술적 야심을 보여줍니다. 찬란한 추상 속 꿈틀거리는 생명력이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모두가 가난하고 어려웠던 시기, 경제적 독립을 이룬 작가의 열정일까?

작품의 규모와 아낌없이 사용한 물감의 흔적들도 놀랍네요.

 

 

 

Work (1964)

'해토'의 뜨거운 에너지는 이제 고요하고 깊은 심연으로 이어집니다. 가로 2미터에 달하는 이 대작은 초록, 파랑, 흰색의 색면들이 경계를 부드럽게 허물며 겹쳐 있어, 시선이 숲을 지나 산의 뒤편까지 조용히 꿰뚫어 보게 합니다.


화면 가장자리의 초록은 우리를 숲 한가운데로, 어두운 파랑은 거대한 근원 속으로 인도합니다. 특히 중앙을 날카롭게 가로지르는 주황빛 선은 어둠을 찢고 쏟아지는 빛줄기이자, 이 세계가 평면 위에 구현된 '회화'임을 일깨우는 섬광입니다. 부드러운 섞임 속에서도 팽팽한 긴장을 유지하는 선과 색의 완벽한 균형이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조선일보 기사로 읽는 한국 추상미술 70년

서울시립미술관 유영국 전시회 '산은 내 안네 있다' 두 번째 파트로 이동하기 전, 벽면을 따라 펼쳐진 1925년부터 1995년까지의 한국 추상미술 기록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빛바랜 조선일보 기사들은 '추상' 개념이 도입된 1920년대부터 도쿄 활동기(30년대), 전쟁 속 토착적 모색기를 거쳐 다변화와 완숙기에 이르기까지 한국 미술이 통과해 온 뜨거운 고민을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당시 추상미술이 우리나라 화단에 어떤 느낌으로 다가오는지 알 수 있는 공간입니다만, 글씨가 너무 작더라는...

 

 

이어서 두 번째 섹션으로 이동합니다.

| 파트 2 : 아방가르드 예술을 찾아서

이번 파트에서는 유영국이라는 예술적 산맥이 시작된 뿌리를 찾아 시간을 되돌려갑니다. 도쿄 문화학원의 자유로운 학풍 속에서 몬드리안과 칸딘스키 같은 아방가르드 미술을 흡수한 그는 회화, 부조, 사진을 넘나드는 전위적인 시도로 추상이라는 언어에 흠뻑 빠져들었습니다.


하지만 귀국 후 마주한 현실은 해방과 전쟁의 소용돌이였고, 고기잡이배를 타고 양조장을 운영하며 스스로 '잃어버린 시간'이라 부른 10년의 고단한 세월 속에서도 예술을 향한 신념은 꺾이지 않았습니다. 권위적인 기존의 틀을 깨뜨리며 끊임없이 변화를 갈구했던 청년 유영국의 치열한 도전과 실험의 흔적을 만나볼 수 있는 공간입니다.

<경주 사진> 시리즈

유영국은 오리엔탈 사진학교에서 전문 기술을 익힌 숙련된 사진가이기도 했습니다. 경주를 담은 사진들을 보면 대상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기보다 기하학적 형태로 분할하고 단순화한 구성이 돋보입니다. 능선의 부드러운 곡선과 건축물의 직선을 포착해낸 이 ‘사진적 시각’은 훗날 그의 추상 회화를 지탱하는 결정적인 밑거름이 됩니다.


대상을 재현하는 관습에서 벗어나 순수한 형태의 원리를 탐구했던 그의 현대적 감각은, 유영국의 도전 정신이 카메라 렌즈 뒤에서도 치열하게 작동하고 있었음을 증명합니다. 렌즈로 투사된 조형적 질서가 어떻게 캔버스 위로 이어지는지 그 흥미로운 연결 고리를 상상하며 감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역시 있으신 분! 카메라도 라이카를...

 

그리고 유영국 회화가 아닌 평면 조각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는 공간을 만나게 됩니다.

 

작품 R3

나무 판을 겹쳐 만든 기하학적인 부조 작품, '작품 R3'입니다. 유영국은 1938년 일본에서 초현실주의와 추상을 가장 앞장서서 수용하던 전위 미술 단체인 '자유미술가협회전'에서 이 작품으로 협회상을 수상했습니다.


합판의 물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파격적인 구성은 당시 그가 이어간 전위적인 실험을 증명하며, 절친했던 김환기조차 “디자인일 뿐”이라며 생경해 했을 만큼 시대를 앞서간 절대주의적 추상이었습니다. 비록 원작은 사라졌지만 장녀 고 유리지 교수의 손길로 정교하게 되살아난 이 부조는, 식민지의 암울한 현실 속에서도 새로운 시각 질서로서 추상을 집요하게 탐구했던 유영국 추상의 단단하고 깊은 뿌리를 생생히 보여줍니다.

 

Work (1940)

화면을 가득 채운 검은 면과 그 위를 가로지르는 선명한 수직선, 수평의 변주들은 몬드리안의 차가운 추상을 연상시킵니다. 이 세련된 구성은 스물네 살 청년 유영국이 도쿄 유학 시절 선보인 조형 실험으로, 대상의 구체적인 형태를 과감히 지우고 오로지 점, 선, 면이라는 본질적인 요소만으로 화면을 구축했습니다. 자를 대고 그은 듯 정교한 선과 면의 대비는 당시 한국 미술계에서 보기 드문 파격적인 현대성을 보여줍니다.


검은 면을 과감하게 가르는 노란색 수직선과 그 사이사이에 배치된 빨강, 파랑, 분홍, 미색의 면들을 보십시오. 전쟁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웠던 1930년대 말, 일본의 전위적 예술가들과 교류하며 이토록 정교하고 이성적인 질서를 구축했다는 사실이 놀라움을 자아냅니다. 서구의 아방가르드 정신을 흡수하면서도 자신만의 시각 문법을 정립하려 했던 작가의 치열한 노력이 잘 담겨 있습니다.

 

이번 서울시립미술관 유영국 개인전에서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던 전시공간 중 한 곳...

먼저 1950년대 유영국 작품을 만나게 됩니다.

 

산 (1957)

나이프로 물감을 겹겹이 쌓아 올려 금방이라도 툭 떨어질 듯 강렬한 촉각성을 전하는 화면의 두터운 질감이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유영국이 사업을 정리하고 오직 작업에만 매진하기 위해 서울로 돌아온 지 2년째 되던 1957년에 제작되었습니다.


굵고 검은 테두리와 어두운 색조에는 전쟁 직후의 고통이 심연처럼 스며 있으나, 화면 우측 상단에서 태양이 떠오르듯 노랑과 주황으로 미묘하게 번져가는 빛은 어두운 산을 서서히 물들여 갑니다. 시대의 어둠이 깊을수록 예술의 본질과 정면으로 마주하며, 시련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이 캔버스 속에 묵직하게 담겨 있습니다.

 

 

 

산 (1962)

화면을 가로지르는 거친 선의 궤적과 두터운 물감의 층위를 보십시오. 4·19 혁명 전후의 격변기였던 1960년대 초, 유영국은 형식을 거부하는 서구의 비정형 회화인 ‘앵포르멜’의 에너지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흡수하고 있었습니다.


날카롭게 화면을 파고드는 선들은 낡은 권위에 도전하던 시대의 공기와 작가의 거친 숨결이 충돌하며 빚어낸 결과입니다. 붓과 나이프가 휩쓸고 간 자리마다 붉고 푸른 색채는 직관적인 생명력을 뿜어내며, 이 치열한 조화는 훗날 그가 보여줄 단단한 기하학적 구조 밑바닥에 흐르는 뜨거운 생명력을 증명합니다.

 

 

직선이 있는 구도 (1949)

유영국은 해방 직후인 1947년 김환기, 이규상 등과 함께 순수한 조형 이념을 바탕으로 한 한국 최초의 작가 그룹 ‘신사실파’를 창립했습니다. 이들의 활동은 이중섭, 장욱진 등을 아우르며 한국전쟁 중이던 1953년 피난지 부산까지 이어졌습니다.

제2회 신사실파 전시에 출품되었던 이 작품은 당시 해방 공간의 이념적 갈등을 투영하듯 가라앉은 갈색조로 채워져 있습니다. 그 위로 배치된 붉은 나무, 노란 꽃, 초록색 가지는 대상을 기하학적 선과 면으로 해체해 재구성하는 ‘반추상’의 실험을 보여줍니다. 형태를 간직하면서도 이를 순수한 조형 언어로 수렴시키려 했던 흔적과, 비극적인 전쟁 속에서도 새로운 시각 질서를 세우려 했던 예술가들의 치열한 고민을 느껴볼 수 있습니다.

(아카이브) 신사실파와 잃어버린 10년

해방과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유영국은 삶의 가혹한 시험대에 오릅니다. 1948년 서울대 교수직을 맡았으나 예술적 신념을 위해 내려놓았고, 전쟁 피난지인 고향 울진에서 양조장을 운영했습니다. 그가 빚은 ‘망향’ 소주는 피란민들의 아픔을 달래며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하지만 풍요로운 생활도 예술적 갈증을 채울 순 없었기에, 그는 사업가의 길을 미련 없이 접고 오직 창작에 투신하고자 다시 서울행을 택합니다. 이후 여러 미술 단체에 참여하며 한국 추상미술의 흐름을 견인하던 그는, 1964년 첫 개인전 이후 돌연 작업실이라는 고독한 심연 속으로 침잠합니다. 세상과의 소통과 철저한 고립이라는 상반된 태도는 자신만의 순수한 시각 질서를 구축하기 위한 필연적인 과정이었습니다.

 

명예보다는 작품을 그리고 작가의 가장 큰 숙제인 경제적 독립!

정말로 멋있다!!!

 

 

 

파트3 : 추상의 문법을 찾아서

오늘은 서울시립미술관 유영국 전시회 후기 : 산은 내 안에 있다 전시 전반부인 아카이브와 파트1, 파트 2 작품 중심으로 소개했습니다. 지금 정리하면서도 다시 한 번 미술관을 찾아가고 싶은 생각이 드는데요.

 

세 번째 파트는 유영국식 추상의 정점이라 불리는 1960년대와 70년대의 공간입니다. 1964년 첫 개인전을 기점으로 그는 정교한 건축가처럼 자신만의 시각 문법을 세워나갔습니다. 매일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성실히 보낸 작업실의 시간은 캔버스 위에서 흔들림 없는 조형적 질서로 만들어진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이번 유영국 전시 세 번째 파트 부터 마지막 그의 절필작까지 소개합니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서울 중구 덕수궁길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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