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예술의전당에서 오픈한 ‘빛의 거장 카라바조와 바로크의 얼굴들’ 전시회 관람후기입니다.
레오나르도다빈치, 미켈란젤로와 함께 이탈리아 3대화가로 손꼽히는 카라바조의 작품과 동시대를 살았던 거장들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습니다만 아쉬운 부분도 상당한 전시회입니다.
오늘은 카라바조 전시회 관람후기와 도슨트, 오디오가이드, 아트샵 등 전시회관련 모든 정보 공유합니다.
| 빛의 거장 카라바조와 바로크의 얼굴들 & 반고흐 전시회
이번 겨울 예술의 전당에서는 두 개의 대형 전시회가 열리고 있거나 준비중에 있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카라바조 전시회와 현재 전시회 준비중인 ‘불멸의 화가 반 고흐’ 전시회인데요. 두 전시 모두 포기할 수 없는 전시회입니다.
전시회는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 2층에서 ~ 2025.03.27.(목) 까지 열릴 예정입니다.
19시까지 전시회가 진행되며 입장 마감은 18:00시 입니다. 한 시간만 더늦게 종료하면 평일에도 방문할 수 있는데...
카라바조가 우리나라에는 상대적으로 잘 알려진 작가가 아니어서 그런지 전시회 초반인데 이 아주 많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입소문 나야 하는 전시회로 생각됩니다.
| 6개의 섹션 – 관람 시간은 최소 2시간 이상
이번 전시회는 카라바조 작품 10점을 포함해서 동시대 작가의 작품 70여점이 선보입니다. 총 6개의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상당히 여유있게 작품 배치를 해서 편안한 감상이 가능합니다. 각각의 작품에 많은 이야기와 감상포인트가 있어 최소 2시간의 시간은 생각하셔야 합니다.
주요 작품만 감상해도 두 시간 가까이 걸리네요. 모든 작품을 꼼꼼하게 감상하신다면, 3시간은 생각하세요.
| 도슨트 및 오디오 가이드
| 유료 도슨트 15,000원 / 1일 4회 진행
이번 전시회는 오디오가이드와 유료 도슨트로 진행됩니다.
빛의 거장 카라바조와 바로크의 얼굴들 전시회 도슨트는 오전 10시와 11시 30분, 16시 17시 30분 총 4회 진행됩니다. 도슨트 시간은 약 50분이 소요되며, 무료가 아닌 유료로 진행됩니다. 가격은 15,000원
| 오디오가이드 3,000원 - 필수
카라바조 전시회 오디오 가이드는 현장에서 오디오가이드 기기대여 또는 H.Point 앱을 통해 이용이 가능합니다. 두 가지 모두 3,000원에 대여 가능한데요. 이어폰 챙기고 앱으로 청취하시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이번 오디오가이드는 25개로 제공되는데, 지금까지 들어본 오디오가이드 중에서 내용 충실도가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또한 미알못인 저는 이번 전시회에 전시된 작가 대부분을 모르기에 더욱 더 필요하네요.
| 카라바조 전시회 티켓 할인
정상요금은 성인 기준 22,000원 인데요. 저는 두 달 전에 슈퍼얼리버드 티켓팅으로 55% 할인된 가격인 9,900원에 관람하고 왔습니다. 아쉽게도 현재는 별도 할인 프로모션은 없네요. 아마도 전시회 중후반이 지나야 할인 티켓이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빛의 거장 카라바조와 바로크의 얼굴들 전시회 소개합니다.
첫 공간은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것이 아닌 어두운 방안에 창에서 빛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 PROLOGUE
창문에서 들어오는 한 줄기 빛을 느껴보세요. 그 빛이 닿는 순간, 강한 그림자를 만들어 내며, 빛과 어둠이 빛는 드라마틱한 공간이 됩니다. 여러분이 서 계신 이 곳은 카라바조의 대표작 중 하나인 <성 마태오의 소명> 속 모티프에서 영감받아 구현한 공간입니다.
카라바조의 작품에서 상징적으로 쓰이는 ' 빛'과어둠'을 통한 강렬한 명암 대비 효과, 즉. '테네브리즘'을 사용하여 마치 연극 무대의 한 장면처럼 보이게 한 카라바조의 작품 세계를 직접 몸으로 경험하신 여러분은 이제 카라바조의 세계관에 더 깊이 빠질 준비를 제공하네요.
| 1. 카라바조의 예술적 뿌리를 찾아서
이번 전시회 첫 섹션은 후기 르네상스와 매너리즘 화풍으로부터 더 나아가고자 변화를 꾀하던 화가들을 만나며, 카라바조 작품 세계에 영감을 준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는 공간입니다.
성 바오로의 회심
루드비코 카라치. 1587
이번 빛의 거장 카라바조와 바로크의 얼굴들 전시회 첫 작품은 카라바조와 동시대 활동하며 라이벌 구도를 형성한 안니발레 카라치의 사촌 형, 루드비코 카라치가 그린 '성 바오로의 회심'입니다. 이 작품의 원작은 볼로냐 국립 회화관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작품은 유대인을 핍박하던 사울이 기독교로 개종하는 순간을 담고 있는데요, 유대교회당에서 기독교인을 체포할 수 있는 허가를 받기 위해 다마스쿠스로 가던 사울은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는 빛에 눈이 멀어 땅에 떨어집니다. 그리고, 하늘에서 메시아의 음성을 듣습니다. "사울아, 사울아, 왜 나를 핍박하느냐?" 사울은 이후 바오로라는 이름으로 바꾸고 "이방인의 사도"로서 비기독교인들에게 복음을 전도하는 일에 헌신하는 삶을 삽니다.
이 작품에서는 16세기 이탈리아 북부 거장들의 고전주의와 이탈리아 남부 베네치아 색채주의에서 발견되는 절제된 빛 표현이 잘 나타납니다. 또한, 우아하면서도 밝은 그림을 그리는 루드비코 카라치의 전형적인 작업 방식을 그대로 드러내는데요, 사울이 입고 있는 옷과 말의 풍성한 꼬리 묘사 등 섬세한 표현과 풍부한 색채의 질감, 화면을 가득 메우는 역동성은 카라바조에게 영향을 주었고, 훗날 카라바조가 '성 바오로의 낙마'를 그릴 때이 작품을 참고합니다.
마르타와 마리아의 집에 있는 그리스도
프란체스코 바사노. 1586
프란체스코 바사노는 베네치아 색채주의의 영향을 받아 따뜻한 색감과 풍부한 붓질로 섬세한 표현을 자랑하는 화가입니다. 시골 야외에 펼쳐진 풍경 아래 농민과 사냥꾼, 목동, 어부 등 소박하지만 품위 있는 도시민의 일상을 즐겨 그렸는데요. 구름 낀 하늘 아래 언덕이 펼쳐져 있고, 벽난로에서 피어오르는 연기와 요리 준비에 분주한 농장 마당을 배경으로 바사노는 인물화와 풍경화가 결합된 내러티브를 화폭에 담아냈습니다.
두터운 물감 층, 인물의 섬세한 묘사, 따뜻한 색조의 사용과 명암을 강조하는 방식 등 그의 전형적인 작업 스타일을 보여주는 이 작품은 루카의 복음서 10장 38절에 기록된 베다니아의 마리아와 마르타 자매의 집을 방문한 그리스도를 묘사하고 있습니다. 분주하게 손님 접대를 준비하는 마르타가 일손을 돕지 않는 동생 마리아를 향한 불만을 표출하자 예수께서 그녀를 꾸짖으며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마르타야, 너는 많은 일에 다 마음을 쓰며 걱정하지만 실상 필요한 것은 한 가지 뿐이다. 마리아는 참 좋은 몫을 택했다. 그것을 빼앗아서는 안 된다."
이렇듯, 작품은 각자 역할과 책임에 대한 교훈을 전달합니다. 이는 북유럽 미술에서 유래한 기법의 일환으로, 시골과 도시의 일상을 담은 장면을 통해 복음서의 이야기, 속담, 도덕적 교훈을 담은 메시지를 전하는 것인데요, 이러한 사실적인 묘사 기법은 롬바르디아에서 활동하던 젊은 카라바조에게도 알려지면서 그가 작품세계를 구축하는 데 영향을 미쳤습니다.
| 2. 카라바조와 거장들의 작업실
강렬한 느낌의 초상화가 전시되어 있는 공간입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이번 예술의전당에서 열리고 있는 '빛의 거장 카라바조와 바로크의 얼굴들 전시회' 는 70여점의 작품을 6개의 섹션으로 구분하고 각 섹션별로 상당이 여유있게 작품 감상이 가능하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치이지 않고 편하게 감상했다는...
성 체칠리아
안티베두토 그라마티카 1620.
안티베두토 그라마티카는 카라바조의 양식을 따랐던 화가입니다. 카라바조의 작품에서 보여지는 강렬한 명암 대비와 사실적인 인물 묘사는 그라마티카의 인물화에서도 자주 활용되었습니다.
그라마티카는 음악을 주제로 한 작품을 많이 그렸는데, 그 중에서도 주요작으로 평가받는 '성 체칠리아'는 음악의 수호성인 체칠리아가 오르간 건반 앞에 앉아 노래를 부르고 있는 모습을 묘사한 작품입니다. 그라마티카는 고전적이고 차분한 모습과 성스러움을 강조하기 위해 음악의 상징물로서 오르간이나 악보를 함께 그려 넣었습니다. 또한 터번으로 머리를 감싸 올려 노래를 읊조리는 듯한 입 모양이 더욱 돋보이게 표현한 점이 눈에 됩니다.
앞서 만났던 시모네 페테르차노의 경우처럼, 이 시기의 회화는 종교적 장면을 보다 현실감 있고 감정적으로 표현하려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 작품 역시 작품 속 성녀의 표정과 몸짓를 보다 극적으로 묘사하면서 그녀의 내면적 경건함과 순수한 신앙심을 표현하고자 하는 노력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예수의 성전 봉헌
시모네 페테르차노.1588.
카라바조의 스승이었던 시모네 페테르차노의 제단화 '예수의 성전 봉헌'입니다. 작품은 유대인의 전통에 따라 아기 예수를 성전에 처음으로 봉헌하고 있는 순간을 그린 것인데요, 제의를 입은 사제는 성모 마리아의 팔에 안긴 아이를 받으려 하고 있고, 이 장면을 요셉과 다른 이들이 곁에서 지켜보고 있습니다. 화면의 하단에는 제물로 받쳐질 비둘기 두 마리를 들고 있는 젊은 여성과 한 소년이 서 있습니다.
신선하고 다채로운 색감과 빛을 받은 인물의 뚜렷한 윤곽이 화면에 생동감을 불어넣고, 엄숙함과 경건함이 전반적으로 밝은 분위기 속에 펼쳐지고 있는데요, 스승 티치아노의 혁신적인 색채 사용과 붓질의 질감, 베네치아 색채주의의 영향을 받은 페테르차노는 이 작품에서 파울로 베로네세의 고전적 건축미와 파리 보르도네의 온화한 인물 묘사를 능숙하게 융합하였습니다. 단순한 구성을 취한 이면에는 카를로 보로메오 추기경이 밀라노 공국에서 주도한 반종교개혁의 엄격한 교리에 부응해야 했던 시대적 요구가 깔려 있습니다. 그 결과, 작품은 고요하고 상징적이며, 시대를 초월하는 품격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또한 이 작품은 매너리즘적 우아함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당시 종교 의식을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데 탁월함을 보여줍니다. 특히 인물들의 생동감 넘치는 묘사와 성스러운 분위기를 현실감 있게 담아내어 종교적인 감동을 강조하는데요, 이와 같은 특징은 페테르차노가 추구했던 현실적 회화의 중요한 성과로 평가받으며, 이후 카라바조가 자신의 스타일을 형성하는 데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죽은 그리스도에 대한 애도
주세페 체사리(카발리에르 다르피노). 1610
당시 화가라면 한 번 이상은 그려봤을 소재의 작품. 느낌이 묘해서...
| 이번 전시회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고 있는 빛의 거장 카라바조와 바로크의 얼굴들 전시회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입니다.
작품에 대한 설명이 너무 작고 작은 글씨로 부착되어 있어, 사실상 읽어보는 것이 불가능한 수준입니다. 거의 코가 닿을 정도의 거리까지 다가가야 보이네요. 많은 사람들이 이 부분에 대해서는 상당히 불편과 불많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디오 가이드는 필수가 되었네요.
| 3. 정물화의 변모
카라바조의 초기작인 '과일바구니'를 시작으로 정물화는 하나의 장르'로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종교화나 초상화에서 배경으로만 사용되던 정물을 독립적인 주제로 다룬 것은 당시에 매우 혁신적인 방식이었으며, 이로 인해 카라바조는 오늘날 정물화의 선구자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도마뱀에게 물린 소년
카라바조.1595
작품은, 곱슬머리 소년이 도마뱀에게 손가락을 물려 깜짝 놀란 상황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소년은 놀라움과 아픔에 몸을 뒤로 젖히고 고통스러워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전통적인 회화와는 달리, 카라바조만의 독창적인 요소들을 담고 있습니다. 그는 순간적 감정과 반응을 사실적으로 포착해 관객이 그순간에 몰입할 수 있게 만듭니다. 단순한 초상화나 장면을 그린 것 이상의 접근법으로 일상의 순간에 내재된 감정적인 드라마를 부각시키고 있죠. 또한, 카라바조는 어두운 밑바탕 위에 음영을 효과적으로 사용하여 물감 소모를 줄이면서도 깊이 있는 표현을 했습니다.
빛을 활용하는 방식도 인상깊은데요, 유리병에 비친 창문 밖 밝은 풍경과 어두운 실내로 들어오는 강렬한 빛은 순간의 긴박함과 감정의 고조를 끌어올리는 조명 효과 역할을 합니다. 한편, 테이블 위에 놓인 과일과 꽃들은 단순한 배경을 넘어 상징적인 존재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붉은 체리는 사랑과 다산의 기쁨을, 장미 줄기의 가시는 사랑의 고통을, 특히 도마뱀은 유한한 인생과 덧없음을 상징합니다.
이 작품의 다른 두 가지 버전은 피렌체의 로베르토 롱기 미술사 연구재단과 런던 내셔널 갤러리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세 작품을 비교해 보면, 작품의 구도는 비슷하지만, 도마뱀이나 소년의 볼과 입술의 붉은 정도, 체리의 색 등 디테일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이 작품의 경우, 소년의 눈 아래 눈물이 맺혀 있지만, 다른 두 버전에서는 눈물이 거의 보이지 않거나 존재하지 않습니다.
아래는 작년 영국내셔널갤러리 특별전에서 만난 카라바조의 같은 듯 다른 작품
아니 확실히 다르다!
배가 있는 정물화
페데 갈라치아. 1605
페데 갈라치아는 미니어처 화가인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정물화에 뛰어난 역량을 발휘한 작가입니다. 여성 화가였던 탓에 교회나 공공예술 작품의 공식적인 의뢰는 적은 편이었으나 그럼에도 지성인들, 예술가들과의 관계가 활발했던 그녀는 밀라노의 영향력 있는 인사들 및 스페인 귀족들과 교류하며 활동했습니다. 정작 그녀가 두각을 보인 것은 인물화나 종교화가 아닌 자연의 사물들을 그리는 것이었는데요, 카라바조의 '과일바구니'에 깊이 매료된 그녀의 정물화는 자신만의 정물화 특징을 지닙니다.
과일 껍질을 벗기는 소년
카라바조. 1595
카라바조가 그렸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작품은 정물화와 인물화를 결합한 대표적인 예로, 조심스럽게 과일 껍질을 벗기는 단순한 일상적 행동이 매우 섬세하게 표현된 작품입니다. 사색에 잠긴 듯한 표정의 소년 주위로 빛과 어둠의 대조가 감정의 깊이를 더해 줍니다. '도마뱀에게 물린 소년'과 같이 왼쪽에서 대각선으로 흐르는 강렬한 빛과 그림자의 극적인 대비는 키아로스쿠로의 초기 사례를 보여줍니다.
또한 이 작품은 카라바조가 이후 발전시켜 나갈 자연주의적 화풍을 엿볼 수 있는 주요 초기작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당시 전통적인 이상화된 그림과 달리 일상적인 인물의 감정을 포착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사실적으로 묘사한 과일과 소년의 모습이 이후 그가 이끌어낼 정물화 장르의 발전에 기여한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작품입니다. <도마뱀에게 물린 소년>과 마찬가지로 과일은 생명, 유한함, 혹은 인간의 덧없음을 상징합니다.
어린 바쿠스에게 와인을 주는 실레노스
술의 신 바커스는 실레노스(현자이자 물의 요정)에게 포도주를 양조하는 법을 배웠다고 신화에서 그러는데...
이번 빛의 거장 카라바조와 바로크의 얼굴들 전시회에서 느김 좋았던 그림 중 한점
| 4. 온건한 고전주의
고전주의 미술(Classicism)은 17세기 후반부터 19세기 초까지 유럽 미술에서 나타난 주요한 예술 사조로,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미술과 문화에서 영향을 받아 정제된 아름다움과 이상적인 비례, 균형, 조화, 이성적 표현을 강조한 특징을 지닙니다. 고전주의 미술은 르네상스 미술의 이상을 계승하면서도, 바로크와 로코코 같은 화려하고 감성적인 스타일에 대한 반발로 발전하였습니다.
성 카를로 보로메오
카를로 사라체니. 1612~1615
카를로 사라체니(Carlo Saraceni, 1579–1620)는 이탈리아의 바르크 예술가이자 초기 바로크 화가로, 특히 로마에서 활동한 화가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바르크 미술 운동의 주요 인물 중 한 명으로, 당시 이탈리아에서 유행했던 강렬한 명암 대비와 사실적 표현을 특징으로 했습니다.
사라체니는 카라바지즘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으나, 그의 작품에는 카라바조와는 다른 섬세함과 감성적인 면이 강조된 점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카라바조의 작품들이 종종 강렬한 드라마와 충격적인 이미지로 가득 차 있었다면, 사라체니는 조금 더 정제된 감정을 표현하려 했습니다. 그의 작품은 로마에서 큰 인기를 끌었으며, 카라바조와 비슷한 방식으로 감정을 강하게 전달하면서도, 더 우아한 기법과 디테일을 보였습니다.
황홀경의 성 프란체스코
귀도레니. 1625
귀도 레니(Guido Reni, 1575–1642)는 이탈리아의 바로크 시대 화가로, 특히 로마와 볼로냐에서 활동한 중요한 예술가입니다. 그의 작품은 바로크 미술의 대표적인 스타일 중 하나로, 우아함과 감성적인 표현, 그리고 세밀한 기법을 강조하며, 카라바조의 극적인 명암 대비와는 대조적으로 보다 부드럽고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했습니다.
다친 탄크레디를 발견한 에르미니아
구에르치노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인 토르콰토 타소의 서사시 '해방된 예루살렘'속 중요한 장면을 담고 있습니다. 에르미니아와 바프리노가 전투에서 부상당해 쓰러져 있는 탄크레디를 발견하고 그를 돌보는 장면을 그린 이 작품은, 등장인물의 생동감 았는 포즈와 그들의 감정을 극적으로 표현하며, 바로크 특유의 극적인 사실주의를 잘 보여줍니다.
에르미니아, 탄크레디, 바프리노가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아 보이는데요,구에르치노는 타소의 서사시가 가진 장엄한 내러티브를 화폭에 담아 등장인물들의 감정과 서사적인 긴장을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특히 에르미니아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은 작품의 비극적인 분위기를 더욱 부각시키며, 인물들의 감정이 절정에 이르는 순간을 포착해 보는 이를 매료시킵니다. 여기에 더해, 자연의 요소인 구름, 안개, 식물들이 인물의 감정과 어우러지며 자연과 인간 감정의 조화를 극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성가족과 아기 성 세례자 요함
안니발레 카라치. 1595
우선, 섬세하게 그려진 이 작은 크기의 우아한 '성가족과 아기 성 세례자 요함'은 안나빌레 카라치가 로마 활동 시기에 몬탈토 추기경을 위해 제작한 것입니다. 라파엘로의 '참나무의 성모'를 재해석한 작품으로서 양식적인 우아함, 라파엘로와 코레지오를 연상케 하는 구성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리스도와 가족들 간의 일상적인 가정의 모습을 고전적인 분위기로 연출하는 가운데, 성스러우나 친밀하고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담고 있습니다.
| 5. 카라바조의 동료와 대립자들
시기와 질투가 서로를 발전시키기도 하지만, 대부분 파멸로 끝나는...
묘하게도 이번 섹션에 전시된 작품들의 내용들도 그러하다.
가시관을 쓴 그리스도
토마소 살리니.1620.
발리오네와 마찬가지로 토마소 살리니 역시 카라바조와 갈등을 빛은 인물입니다. 전통적인 이상화된 미적 기준을 따르던 살리니에게 카라바조의 사실주의와 자연주의적 접근은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었습니다. 특히 카라바조가 성경 속 인물을 현실적이고 거칠게 묘사한 것에 대해 살리니는 큰 반감을 가지고, 카라바조와 대립한 작가들과 그를 향한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는데요
이번 전시에 만날 수 있는 토마소 살리니의 작품은 성경에 기록되어 있는 예수의 재판 과정 중 참혹했던 마지막 단계의 모습을 묘사한 '가시관을 쓴 그리스도' 입니다. 예수를 법정 안뜰로 호송한 로마의 병시들이 다른 사람들을 불러모은 뒤 예수에게 왕족들에게만 허락된 자주색 옷을 입혀 그의 머리에 가시 면류관을 씌운 다음, 지팡이를 손에 쥐게 하고 "유대인의 왕이시어, 만세!" 라며 조롱했습니다.
작품을 가까이서 살펴보면, 폐쇄적이고 어두운 감옥을 배경으로 잔인한 고문자와 반쯤 발가벗겨진 고통받는 메시아 신체 일부에만 반사된 빛이 실내를 밝히고 있습니다. 고문자의 냉담한 분위기와 체념한 듯한 예수의 표정이 침묵 속 가해자와 희생자 사이의 불편한 감정을 고조시키고 있습니다. 얼굴과 옷주름의 사실적인 묘사와, 키아로스쿠로가 잘 드러나는 빛과 어둠의 명암 대조 등을 통해 그가 카라바조 화품의 영향을 받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삼손과 데릴라
조반니 발리오네. 1625
조반니 발리오네(Giovanni Bellini, 1430년경 – 1516년)는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의 대표적인 화가 중 한 명으로, 주로 베네치아파의 중요한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베네치아 미술의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그가 남긴 작품들은 예술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특히 그의 작품은 빛과 색에 대한 독창적인 접근법, 섬세한 감정 표현, 그리고 인물 묘사에서 높은 수준의 기술을 보여줍니다.
초기에는 카라바조의 영향을 받아 그의 화풍을 따르기도 했으나, 카라바조의 비난과 조롱이 두 사람의 관계를 완전히 갈라놓았지요. 결국 발리오네는 카라바조와 젠틸레스키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발리오네는 비평가로서도 활동하며 그의 저서에 카라바조를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이 둘의 관계는 단순한 예술적 경쟁을 넘어 당시 미술계에서 카라바조의 다혈질적인 성격과 혁신적인 천재성이 전통 화가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졌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로 남아 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조반니 발리오네의 작품 '삼손과 데릴라'는 발리오네의 도상학은 구약성서에서 유래한 여성 미덕의 본보기나 교훈을 주는 우화를 그렸는데요, 사사기 16장 19절에 등장하는 삼손과 데릴라의 이야기는 1620년대와 30년대, 특히 이탈리아에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작품은 무적의 영웅 삼손이 연인 데랄라에게 배신당해 힘의 원천인 머리카락을 잃는 유명한 이야기를 통해 육체의 유혹에 굴복하는 위험을 경고하는 작품입니다.
모욕당하는 그리스도
오라치오 젠틸레스키. 1605
바로크 회화 예술계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여성 화가인 아르떼미시아 젠틸레스키의 아버지입니다. 두 부녀는 모두 카라바조의 사실주의적 표현과 극적인 명암법을 따르는 카라바조 화파로 분류되며, 그의 스타일을 발전시킨 중요 인물로 손꼽힙니다. 특히 오라치오 젠틸레스키는 카라바조와 어울리며 뒷골목 건달들처럼 함께 어울려 다니기도 했습니다.
이 작품은 예수의 수난의 세가지 순간 중 모욕당하는 모습을 그린 것인데요, 이 상황은 마르코의 복음서 15장 16절에서 20절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군인들은 예수를 끌고 브라이도리온, 즉 총독 관저 안으로 들어가 온 군대를 모으고, 예수에게 자색 옷을 입히고 가시관을 엮어 씌운 후. '유대인이 왕이여, 평안할지어다'라고 경의를 표했다. 그들은 갈대로 그의 머리를 내리치고 침을 뱉으며 무릎끓어 절하였다. 희롱을 마친 후 자색 옷을 벗기고 도로 그의 옷을 입힌 뒤 십자가에 못 박으려고 끌고 나갔다."
작품은 견고한 구성적 바탕으로 통일된 색채 팔레트를 지니고 있습니다. 섬세하게 묘사된 풍경과 치밀하게 처리된 표면이 돋보이며, 시간의 흐름에서 벗어난 듯한 장면의 고요한 분위기는 그리스도의 침묵 속에서 절제된 아름다움을 자아냅니다. 과장된 수사나 불필요한 장식 없이 명료하고 담백하게 이미지를 묘사하고 있습니다.
성 토마스의 의심
카라바조. 1601-1602
작품은 사실주의와 강렬한 명암 대비가 돋보이는 카라바조의 대표작 중 하나로 요한복음 20장 24-29절의 장면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 장면은 예수가 실제로 토마스에게 자신의 상처를 보여주며 그의 손가락을 상처에 대어 보게 하는 순간을 그린 것입니다. 카라바조는 이 장면을 극도로 현실감 있게 표현했습니다. 부활한 예수가 제자들 앞에 나타났을 때, 예수의 부활을 믿지 않았던 성 토마스가 예수의 옆구리에 깊이 손가락을 넣고 그의 상처를 직접 확인하자 놀라움과 의심의 감정을 동시에 내비칩니다. 종교화의 성스러움에 풍속화의 사실주의를 도입한 카라바조의 대담한 화풍이 마치 눈 앞에서 일어나는 일처럼 생생하게 표현되었고, 강렬한 명암 대비로 예수의 신성한 존재감과 인간적인 상처가 강렬하게 대비됩니다.
이 그림은 예수 부활 이후의 장면을 그린 작품으로 카라바조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많이 복제되고 모방된 것 중 하나로 알려져 있습니다. 17세기에 이미 20개 가량의 복제본이 만들어 졌다고 하는데요, 이 시리즈의 원형이 되는 작품은 독일 포츠담에 위치한 산수치 궁전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1922년 재발견된 우피치 미술관 소장본은 1666년 카를로 데 메디치 추기경의 유품 목록에 "성 토마스가 그리스도의 상처에 손가락을 넣는 장면이 묘사된 네 명의 인물이 있는 그림"이라는 설명과 함께 기록되어 있습니다. 우피치미술관 소장본은 원형으로 추정되는 포츠담의 작품과 크기가 같고, 회화의 예술적 품질이 매우 높아 카라바조 양식으로 제작된 뛰어난 복제본이라 평가되고 있습니다. 특히 빛과 인체의 해부학적 표현에서 뛰어난 솜씨를 보여주며, 포츠담 작품과 매우 유사하지만, 그리스도의 머리카락 표현 같이 몇 가지 작은 차이점 또한 존재합니다.
이어서 예술의 전당 '빛의 거장 카라바조와 바로크의 얼굴들 전시회' 마지막 이자 가장 넓은 공간으로 이동합니다.
| 6. 카라바조의 유산과 카라바조주의자글
만약 카라바조가 조금만 더 바른생활?을 하고 장수하고 많은 작품을 남겼다면, 미켈란젤로나 라파엘로 보다 더 유명하고 뛰어난 작품을 남겼을까?
결국 자기관리가 가장 중요하다는...
마지막 섹션에서는 현대 회화의 길을 개척한 카라바조의 영향력은 로마와 이탈리아를 벗어나 전 유럽으로 확대되며 글로벌 현상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번 전시에서 소개하는 테오도르 롬바우츠, 페드로 누네스 델 발레, 마티아 프레티, 루카 조르다노, 지아키노 아세레토 등 젊은 카라바조주의자들이 로마로 모여들었습니다. 이번 섹션은 카라바조의 영향력과 그가 남긴 예술적 유산을 조명합니다.
그리스도의 체포
카라바조. 1602.
로마에서 카라바조의 후원자인 마테이 가문의 궁전을 장식하기 위해 카라바조는 이번 전시에서 소개하는 <그리스도의체포>와 <묵상하는 성 프란체스코>를 그리게 되는데요, 우피치미술관의 소장품 <그리스도의 체포>를 살펴보면, 이 작품은 예수가 겟세마네 동산에서 유다의 배신으로 본디오 빌라도의 로마 병사들로부터 체포되는 순간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특히 어두운 배경 위로 병사들의 붉은 망토와 그들이 입고 있는 튜닉과 바지에서 보여지는 세 가지 붉은 톤이 눈길을 사로잡는데요, 플랑드르 바탕처리된 캔버스에 철과 납, 망간을 섞은 벽돌색과 주홍색을 기반으로 한 컬러 팔레트와 윤곽을 이루는 엠버 계열의 갈색 안료의 강한 색채 대비가 인물의 존재감을 더욱 부각시킵니다. 아스팔트와 석탄을 사용해한 얇은 색조를 덧입히는 베일링 기법을 통해 배경의 흙과 갈색 그을음과 자연스럽게 섞이는 과정에서 그리스도의 망토 부분에는 오래된 세척제가 용해되면서 생긴 청금석이 유리화된 흔적이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화면 왼쪽에서 입을 크게 벌리고 고통스러워하는 인물은 성 요한 복음사가입니다. 화면 오른쪽 상단에서 등불을 들고 체포 장면을 바라보는 인물이 성서에 등장하는 말쿠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인물은 카라바조의 자화상으로 추정됩니다. 최근 복원 작업을 통해 덧칠한 부분이 제거되면서 이 자화상의 증거가 다시 드러났습니다.
무엇보다도 작품은 카라바조의 극적이고 독창적인 스타일을 잘 보여줍니다. 예수는 고요하면서도 체념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반면, 예수를 배신하는 유다는 강조되어 있고, 주변 병사들은 긴장감과 폭력성을 드러냅니다. 카라바조는 이 작품을 통해 배신, 고뇌, 인간의 감정을 강렬하게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묵상하는 성 프란체스코
카라바조. 1603
이 작품은 프란체스코회 성인들의 전통적 도상학을 따르고 있습니다. 가령, 성인이 기도와 묵상을 즐겨 했던 동굴의 바위를 배경으로 설정하고, 화면 앞쪽에 성인을 배치하고, 그의 머리위에는 성스러움을 상징하는 후광을 그려 넣었습니다. 성인은 에수의 처형을 상징하는 나무 십자가 옆에 무릎을 끓고 묵상하고 있습니다.
성인이 손에 든 해골을 응시하는 모습은 카라바조만의 독창적인 도상적 발명으로, 해골은 죽음을 상징하며 "메멘토 모리" 즉,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 라는 라틴어 구절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의 고독한 형상은 신상한 빛에 휩싸여 마치 은둔지의 어둠속에서 떠오르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갈색 계열로 단순화된 색조는 프란체스코의 얼굴, 해골, 그리고 바위 위에 놓인 십자가를 비추는 강렬한 빛과 선명하게 대비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 상징물들은 성 프란체스코의 삶과 가르침을 전달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프란체스코회 주제의 그림들은 16세기 말에서 17세기 초에 특히 인기를 끌었는데요, 당시 유럽을 휩쓴 포르테스탄트 종교개혁 운동과 가톨릭 반종교개혁 간 갈등과 연관 지어져, 신앙을 강조하고 교회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중요한 수단으로서 사용되었습니다.
빛의 거장 카라바조와 바로크의 얼굴들 전시회 마지막 섹션공간의 배치
마치 유럽의 미술관과 같은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작품 하나하나 방해받지 않고 집중할 수 있는...
성 로렌초와 성 프란체스코가 있는 예수 탄생
파울로 제라치, 1627-1628
파울로 제라치는 화려한 색감과 대규모의 인물 배치로 유명한 16세기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화가이자 카라바조의 화풍을 계승한 화가 중 한 명입니다. <성 로렌초와 성 프란체스코가 있는 에수 탄생>은 제라치가 카라바조의 동명의 작품을 복제한 후 제작한 작품으로 '성탄'을 주제로 아기 예수가 마구간에서 태어나는 순간을 그린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이 작품 원본은 1969년 팔레르모의 성 로렌초 기도실에서 발생한 도난사건 이후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카라바조의 화풍을 계승한 대표 작가인 제라치는 이 작품에 강한 명암 대비 기법인 카라바조의 테네브리즘을 통해 어둠속에서 인물들을 뚜렷하게 부각시킵니다. 특히 빛이 예수에게 집중되는 방식으로 표현되어 신성한 느낌을 강조하고, 주변 인물들은 그 빛에 의해 부드럽게 드러나며, 작품의 중심에 예수가 있음을 보여줍니다. 또한, 예수와 성모, 요셉을 중심으로 여러 인물이 둘러싸고 있는 역동적인 인물 배치가 작품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데요.
특히 가난과 겸손, 자연과의 조화를 상징하는 성 프란체스코와 초기 기독교 순교자로서 희생과 신앙을 상징하는 성 로렌초를 함께 배치하여, 예수의 신성과 인간성을 강조합니다. 무엇보다도 직품은 카라바조의 영향을 받은 제라치 특유의 색감과 더불어 시각적으로 풍부한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성 세바스티아노
카라바조. 1606
성 세바스티아노는 중세와 르네상스 미술에서 자주 등장하는 순교자입니다. 많은 화가들이 그를 주제로 작품을 남겼는데요, 카라바조는 이 작품 성 세바스티아노의 삶에서 중요한 순간, 즉 순교의 순간을 빛과 명암을 대비를 활용해 강렬하게 포착했습니다. 정면으로 떨어지는 강한 빛으로 성 세바스티아노가 자신이 순교 당할 것임을 깨닫는 순간을 마치 사진처럼 생생하게 담아 냈습니다.
작품은두명의 부하가 그의 손과 발을 나무에 묶고 있는 가운데, 그의 몸에 첫 번째 화살이 꽃히는 순간을 묘사합니다. 이때 성인은 화살을 향해 고개를 떨구고 있죠. 얼굴은 고통과 놀라움이 뒤섞인 표정으로 심하게 일그러졌습니다. 드라마틱한 빛을 마치 조명처럼 사용하여 극적인 분위기를 연출한 것이 인상적입니다.
저는 이번에 전시된 카라바조 작품 중에서 가장 느낌이 좋았던 두 점 중 한 작품...
여기서 우리는 카라바조가 이 처형 장면에 처형인을 등장시키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처형인이 화면에 나타나지 않은 이유는 카라바조가 관객인 '우리'에게 그 처형인의 자리를 넘겨 주었기 때문이지요. 카라바조 작품의 특징은, 마치 현장에 있는 것 같은 생생한 분위기와 감정을 전달하는 것인데, 마치 무대연출을 위해 작품의 구도와 조명을 세팅한 것처럼, 관객인 우리를 성 세바스티아노가 묶여 있는 공간으로 끌어 들이고 있습니다. 카라바조는 관객이 단순히 작품을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들이 작품의 일부로 직접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이지요. 성 세바스티아노가 고통받게 하는 가해자이자 작품에서 보이지 않는 등장인물인 처형인은 다름 아닌 우리 자신입니다.
아브라함과 세 천사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1654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는 이탈리아 바로크 회화 예술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여성 화가입니다.또한, 우리가 앞서 만났던 오라치오 젠틸레스키의 딸이기도 합니다. 그녀는 카라바조의 극단적인 명암 대비와 사실적인 인물 묘사를 이어받아, 극적인 구성과 강렬한 감정 표현을 작품에 녹여내며, 17세기 당시 남성 중심의 미술계에서 자신만의 자리를 굳혔습니다.
그녀는 주로 성경 이야기나 고대 신화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을 그렸습니다. 그녀가 이탈리아 남부 나폴리에서 작업실을 체계적으로 운영하며 일련의 작품 제작 시스템을 갖춘 공방으로서 입지를 다져가던 무렵, 그녀의 작업실에는 재능 있는 젊은 작가들이 자주 드나들었습니다. 그 중 한명인 오노프리오 팔룸보와 협력하여 '아브라함과 세 천사'를 제작하게 됩니다.
이 작품은 구약성서 창세기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아브라함이 세 명의 천사를 환대하는 장면을 그린 것입니다. 젠틸레스키의 감정적이고 역동적인 인물 표현과 팔룸보의 세밀한 배경 묘사가 잘 어우러 지는데요, 천사들의 신성한 모습과 아브라함의 경건한 자세가 강렬한 대비를 이루며 인상적인 장면을 연출합니다.
루트를 연주하는 자화상
테오도르 룸바우츠. 1625 - 1630
플랑드르 출신의 테오도르 룸바우츠는 자칭 카라바조의 추종자라고밝힐 정도로 카라바조 화풍을 계승한 대표적인 카라바제스키, 즉 카라바조주의자입니다. 특히 카라바조의 명암 대비 기법과 극적인 조명 활용, 시실적인 인물 표현에 많은 영향을 받은 롬바우츠는 인물의 감정과 사건의 드라마를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일상의 장면을 주로 그렸는데요, 카라바조의 테네브리즘과 플랑드르 바로크 미술을 결합하여 자신만의 독창적인 스타일을 확립했습니다.
전시에 소개하는 '루트를 연주하는 자화상'은 그가 가장 많이 다룬 주제 중 하나이자 17세기 플랑드르 지역에서 유행하던 음악을 테마로 그린 작품입니다. 이 시기 네덜란드 회화에서 흔히 나타나듯, 아이러니와 패러디는 더 깊은 의미를 숨기면서도 관객을 매료시켰습니다.
작품에서는 악기를 조율하고 있는 자신을 거친 군인 병사의 모습으로 그리고 있는데, 조율하는 일이 결코 쉬운 일 같지 않다는 것을 그의 표정이 말해주고 있습니다. 심지어 악기의 줄 하나하나와풍부한 광택을 지닌 울림판, 그리고 줄을 튕기며 연주하고 있는 손을 정밀하게 묘사하며 놀라운 사실감을 통해 운율감을 전달합니다.
조롱 당하는 예수
마티아스 스톰 (Matthias Stom)**은 17세기 네덜란드의 바로크 화가로, 특히 종교화와 초상화 분야에서 활동한 인물입니다. 그의 작품은 어두운 배경과 강한 빛의 대비를 특징으로 하며, 이는 바로크 미술의 특성을 잘 반영합니다. 마티아스 스톰은 카라바지오의 영향을 받은 카라바지오파 화가 중 한 명으로, 사실감 넘치는 인물 묘사와 드라마틱한 빛과 그림자의 사용으로 유명합니다.
마티아스 스톰은 카라바지오의 영향을 받아 강렬한 자연주의적 미술을 그렸으며, 네덜란드 바로크 미술에 중요한 기여를 했습니다. 특히, 그의 빛과 그림자 사용은 그 시대의 미술에서 중요한 발전을 나타냅니다. 그는 비교적 작은 경력과 활동 범위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품들이 그 후 바로크 화가들에게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오늘날 그의 작품은 많은 미술관에서 전시되고 있으며, 특히 카라바지오파 화가로서 그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요게 카라바조 작품이라고?
기도하는 성 성 예로니모
익명의 촛불화 거장
1960년, 연구를 통해 일련의 작품들을 하나로 모아 소위 '익명의 촛불화 거장'으로 불리는 북유럽 출신의 화가의 존재를 찾아냈습니다. 인공적인 빛이 강하게 스며들어 있으면서도 비일상적 소재들을 반복적으로 작품에 활용했던 이 익명의 작가는 시적이면서도 아주 어두운 경향을 띄며 등장인물들 곁에 정물이 함께 놓이기도 하는 작품들을 주로 그렸습니다.
성 예로니모는 교회의 신부이자 문법, 수사학, 철학에 조예가 깊었던 학자였습니다. 칼키스에서 은둔자로 3년간 지내며 그리스어와 히브리어를 연구하던 그는 전갈이나 야생동물과 함께 지내며 성서를 읽고 기도하고 가슴을 돌로 치는 행동을 하며 참회의 삶을 살았습니다.
작품은 금욕적인 성 예로니모의 연구실, 왼쪽에 쌓인 책더미 위로 놓인 단 하나의 촛불로 밝히는 신비로운 장면을 보여줍니다. 매우 유연하고도 밀도 있는 물감 층이 돋보이는 가운데 십자가 앞에서 손 사이로 두개골을 꼭 쥐고 기도하고 있는 성 예로니모의 늙은 몸을 비추는 부드러운 빛에 따라 그림자도 따라 뚜렷해집니다. 예로니모의 손에 들려 있는 해골은 덧없음을 상징하는 네덜란드 정물화의 바니타스의 주요 상징을 떠올리게 합니다.
골리앗의 머리를 든 다윗
카라바조. 1606
이 작품은 1606년경 보르게세 추기경의 의뢰로 카라바조가 제작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보르게세 미술관의 소장 기록에 따르면 카라바조는 <골리앗의 머리를 든 다윗>을 두 점 그리는데, 하나는 현재 보르게세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고, 다른 하나가 이번 전시에 소개하는 개인 소장 작품입니다. 두 버전은 스타일 면에서 뚜렸한 차이를 보이는데요, 두 작품 모두 같은 주제와 구도, 동일한 구성을 지녔지만, 완성도 면에서는 이번 전시에 소개된 작품이 더 뛰어납니다. 보르게세 작품은 미완성 상태로 남아있기 때문이지요.
한편, 이 작품에 수정 흔적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다윗의 오른쪽 눈이 이전 스케치를 덮고 그려졌다는 점, 목선의 윤곽이 여러 번 수정된 점, 그리고 본래의 도안보다 커진 코의 형태 등이 카라바조가 다윗의 머리 방향을 처음에는 다르게 설정했을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또한 다윗이 잘린 머리를 들고 있는 왼손에서도 초기에는 손가락 전체가 다른 방식으로 그려졌으며, 손목 역시 수정된 흔적이 보입니다. 원래 손이 더 오른쪽에 있었고, 다른 각도로 돌려져 있었음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다윗의 왼쪽 팔뚝에도 어두운 곡선 형태의 수정 흔적이 나타나는데, 이는 골리앗의 머리카락이 더풍성하게 그려졌음을 보여주죠. 즉, 처음에는 골리앗의 머리가 더 크게 묘사되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골리앗의 입 역시 눈에 띄게 수정되었는데, 초기에는 입이 더 크게 표현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카라바조를 연구하는 이들은 피가 흐르는 골리앗의 잘린 머리가 카라바조 자신의 자화상이라고 여깁니다. 이것은 단순한 회화적 표현을 넘어, 작가 자신이 이미지에 내면적 투영을 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젊은 시절 자신이 지은 죄, 특히 다윗의 겸손함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교만이라는 치명적인 결함을 자각하고 늙고 목이 잘린 골리앗에 현재의 자신의 모습을 투영시킨 자기 고백의 일환으로 이 작품을 그린 것으로 보입니다.
이 뽑는사람
카라바조. 1608
작품에서는 12-14세기 의학서의 삽화에서 찾아볼 수 있을 만한 장면이 연출되고 있습니다. 이는 16세기 초 플랑드르 화가들이 묘사한 치과 치료 장면을 재해석한 것인데요, 어두운 벽을 배경으로 8명의 인물이 화면을 가득 메우고 있고, 화면의 중앙에는 갈색 머리에 콧수염이 있는 치과의사가 펜치를 단단히 움켜쥐고 있습니다.
환자는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고, 입에서는 피가 흘러내립니다. 환자의 표정은 고통과 불안감을 느끼게 하며, 치과의사의 태도는 전문적이지만 동시에 냉정한 모습으로 표현됩니다. 이렇듯 카라바조는 인물 간의 상호작용을 강조하여, 환자의 고통과 치과의사의 집중력을 강하게 드러냅니다. 이들의 생동감 넘치는 몸짓과 표정, 현실감 있게 그려진 치과의사의 손에 들린 도구, 구경꾼들이 모여 있는 화면의 배치, 극적인 조명의 사용 등이, 보는 우리로 하여금 작품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하며 현장의 긴박함과 불편함, 피해자의 고통스러운 감정에 공감하게 합니다.
| 연표와 멀티미디어 공간
빛의 거장 카라바조와 바로크의 얼굴들 전시회 작품 전시가 끝나고 전시장 마지막은 작가의 연표와 이번 전시회에서 만나보지 못한 카라바조의 다른 작품들이 멀티미디어로 재생되고 있습니다.
1571년 출생 1610년 사망 40살을 넘기지 못하고 다이 하심
참고로 미켈란젤로는 88세에 사망
카라바조의 다양한 도록들이 전시되어 있고. 양초는 어떤 의미인지는 잘...
물론 진짜 양초는 아니다. 불나면 어쩌려고...
그리고 벽면에서 카라바조의 작품들이 디지털로 재생되고 있다.
이중에서도 카라바조의 메두사는 진품을 꼭 보고 싶다는...
| 아트샵과 도록
이번 카라바조 전시회 도록은 55,000원. 느낌에는 도록 가격은 살인적인 물가 상승률보다도 더 오르는 것 같다.
다소 아쉬운 부분은 이번 '빛의 거장 카라바조와 바로크의 얼굴들' 전시회 아트샵에서 만날 수 있는 기념품은 구성이 다소 아쉽네요. 확 느낌이 오는 그런 기념품이 없다는...
12월 날 잡아서 하루 예술의 전당 데이트 추천
2주 후인 11월 30일에는 카라바조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반 고흐 전시회도 열립니다. 오전에는 카라바조 전시회 보고 맛점 하고 오후에는 고흐 전시회 보는 것도 하루 데이트 코스로 좋을것 같네요.
'신과 함께 > 취미 전시 공연 요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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