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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함께/취미 전시 공연 요리

Mr. 미스터 개인전 '오타쿠의 전시?' @ 페로탕 서울 전시회

by a4b4 2026. 9.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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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동 도산공원 근처 페로탕 서울(Perrotin Seoul)에서 열리고 있는 일본 작가 미스터(Mr.)의 개인전, 《내일의 문턱에서(On the Threshold of Tomorrow)》관람후기 공유해요. 일본 문화나 애니를 좋아하신다면 관람 추천 드려요.

 

이번 전시는 미스터가 페로탕과 함께하는 열 번째 전시이자, 페로탕 서울에서는 두 번째 개인전이라고 하더라고요. 2016년 페로탕 서울 개인전 이후 거의 10년 만에 성사된 전시라 그런지 규모도 꽤 알차게 느껴졌어요. 게다가 올해 4~6월 후쿠오카 아시아 미술관에서의 대규모 개인전을 성공적으로 마친 직후라, 후쿠오카에서 다뤘던 주제들이 서울에서 한층 더 확장·심화된 느낌으로 이어지는 전시라고 해요.

 

전시명: 《내일의 문턱에서 (On the Threshold of Tomorrow)》
작가: 미스터 (Mr.)
장소: 페로탕 서울 (Perrotin Seoul) –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45길 10, 페로탕 도산파크에서 열리는 미스터의 첫 전시예요
기간: 2026년 9월 1일 ~ 10월 24일
관람시간: 화~토 오전 10시~오후 6시 (일·월 휴관)
관람료: 무료

 

전시장에 들어서면서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마주한 건 다름 아닌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해변 풍경이었어요. 고요하고 잔잔한 분위기라 '어? 이거 미스터 작가 전시 맞아?' 싶을 정도였는데, 알고 보니 이 장면이 뒤에 이어지는 특유의 화려하고 정신없는 미스터표 세계관으로 들어가기 전 일종의 서막 같은 역할을 하는 거더라고요. 잔잔했다가 갑자기 팡 터지는 그 텐션 차이가 이번 전시의 매력 포인트였어요.

 

미스터(Mr.)는 누구?

미스터는 1969년 일본에서 태어나 현재 사이타마(埼玉)에서 거주하며 작업하는 작가예요. 1996년 도쿄 소케이 미술학교를 졸업하고 같은 해 작가로 데뷔했고요, 무라카미 다카시가 이끄는 카이카이키키(Kaikai Kiki) 소속 작가로 활동하고 있어요. 카이카이키키 갤러리 안에서도 인기가 아주 높은 작가 중 한 명이라고 해요.

후쿠오카 아시아 미술관(2026), 피닉스 미술관(미국, 2022), 상하이 하우미술관(2021), 파리 기메 동양박물관(2019), 시애틀 미술관(2014) 등 유수의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LACMA), 휴스턴 미술관, 필라델피아 미술관, 밴쿠버 아트갤러리, 대구미술관 등 여러 공공 컬렉션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는 작가예요.

오타쿠 아티스트가 그리는 슈퍼플랫 세계

미스터의 작업은 회화, 조각, 설치, 영상을 아우르는 '네오팝' 미학을 기반으로 해요. 무라카미 다카시가 주창한 슈퍼플랫(Superflat) 운동과 연결되는 작가이기도 하고요. 만화와 애니메이션의 시각 언어를 빌려와 자신만의 판타지를 그려내는데, 주제와 모티프는 일관되게 오타쿠 문화·팬덤에서 가져온다고 해요. 실제로 작가 스스로도 자신을 '오타쿠 아티스트'라고 소개한다고 하더라고요.

 

둥글둥글한 얼굴, 커다란 눈, 화려한 머리색 같은 카와이(kawaii) 스타일의 캐릭터들은 일본어로 '모에(萌え)'—가상의 캐릭터에 대한 애정과 몰입—라는 감정을 불러일으키도록 설계된 존재들이에요. 그런데 이 밝고 사랑스러운 표면 아래에는 고독, 사회적 불안, 두려움에 대한 성찰이 함께 자리하고 있다는 게 미스터 작업의 진짜 매력 포인트인 것 같아요. 실제로 일부 전시에서 연출되는 혼란스러운 환경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의 상실감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기억까지 은유한다고 하니, 단순히 '귀여운 그림'으로만 보기엔 훨씬 깊은 레이어가 있는 작업이더라고요.

 

페로탕 서울 1층 전시실

1층에는 <사쿠라—내일은 더 밝아질 거야(Sakura—Tomorrow Will Be Even Brighter)>, <마리나—어린 시절의 빛(Marina—The Light of Childhood)>, <히카리—세상은 이제 막 시작됐어(Hikari—The World Has Only Just Begun)>, <여름은 아직 여기 있어(Summer Is Still Here)> 등 신작 회화와 종이 작업들이 걸려 있었어요.

 

복고풍 레터링,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음식, 레트로 그래픽 같은 과거의 이미지들과 염색한 레이어드컷 헤어, 스마트폰, 테이크아웃 타피오카 음료를 손에 든 '지금 이 순간'의 소녀들이 한 화면 안에서 자연스럽게 뒤섞여 있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네모를 벗어난 캔버스, 공간이 되는 그림

전시에 놓인 셰이프드 캔버스들은 그림이 꼭 반듯한 사각형 안에 머물러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슬쩍 비틀어요. 불규칙한 윤곽 덕분에 화면이 전통적인 프레임 너머로 확장되고, 캔버스의 형태 자체가 이미지의 일부가 되는 거죠.

 

앞서 본 대형 조각과 마찬가지로, 인물과 배경·공간 사이의 유동적인 관계를 실험하는 작가의 태도가 회화에서도 똑같이 이어지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절제되어 있으면서도 유희적인 느낌이라 사진으로 남기기에도 참 예쁜 포인트더라고요.

 

레트로와 Z세대가 한 화면에 공존하는 도쿄

미스터는 일본의 버블경제와 그 붕괴 이후 시대를 모두 겪은 세대에 속하는 작가예요. 그래서인지 그의 회화에는 서로 다른 시대의 시각적 조각들이 한 화면 안에 동시에 존재해요. 복고풍 서체나 옛날 감성의 음식, 레트로 그래픽 같은 과거의 흔적과, 염색 레이어드컷을 하고 스마트폰과 타피오카 음료를 든 동시대 소녀들이 대립하지 않고 층층이 쌓여 있는 거죠.

 

그 결과로 만들어지는 건 시간이 일직선으로 흐르지 않고 여러 시대가 동시에 살아 있는, 독특한 시간성을 지닌 '동시대 일본의 초상'이에요. 저는 이 지점이 미스터 작업을 오래 봐도 질리지 않게 만드는 이유라고 생각해요.

 

페로탕 서울 2층 전시실

2층에서는 <히카리와 고양이—무지개 너머(Hikari and Cat—Beyond the Rainbow)>, <렌즈 너머엔 여름이 있어(Beyond the Lens Lies Summer)>, <집으로 가는 길에서의 약속(A Promise on Their Way Home)>, <여름빛 후렴구(Summer-Hued Refrain)> 같은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어요. 특히 불규칙한 윤곽으로 재단된 셰이프드 캔버스(shaped canvas) 작업들이 눈에 띄었는데, 캔버스 자체의 형태가 직사각형 프레임을 벗어나면서 이미지의 일부처럼 기능하는 게 재미있었어요.

 

고양이와 함께 있는 대형 조각

이번 전시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건 작가의 대표 캐릭터를 고양이와 함께 형상화한 대형 조각이었어요. 회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인물의 뒷모습, 조각 특유의 물리적 존재감을 사방에서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평면 회화를 그대로 입체로 옮긴 게 아니라 미스터의 회화적 세계관 자체를 공간으로 확장시킨 작업이라, 익숙한 캐릭터를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마주하는 기분이었어요.

그림은 나의 도피처였다 — 그림 뒤에 숨은 개인사

화려하고 발랄한 표면 아래에는 사실 굉장히 개인적인 서사가 자리하고 있다고 해요. 미스터는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를 언급하면서, 그림을 그리는 행위와 이후 만나게 된 만화·애니메이션·오타쿠 문화가 자신에게 하나의 피난처가 되어 주었다고 밝힌 적이 있어요.


단순히 이미지의 소스에 그치는 게 아니라, 주변 환경을 관찰하고 이해하고 반응하는 방식 자체로서 회화를 형성해 온 거죠. 이 조용하지만 단단한 동력이 지금도 그의 작업을 지탱하고 있다고 하니, 알고 나서 다시 보면 그림들이 조금 다르게 다가오더라고요.

"내가 정말 아는 것만 그릴 수 있다" — 일상을 향한 시선

미스터는 한 인터뷰에서 '나는 눈앞에 있는 것만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내가 정말로 알지 못하는 건 그릴 수 없다'고 말한 적이 있대요. 익숙한 것들을 향한 이 집요한 관심이 그의 작업 전체를 관통하는 특징인 것 같아요. 오랜 시간 쌓아온 수많은 관찰을 바탕으로, 그의 회화는 표지판이나 슬로건, 사물, 유행하는 패션, 스쳐 지나가는 인상들을 겹겹이 엮어내요. 정보와 이미지가 넘쳐나는 요즘 같은 시대에, 잠깐 멈춰 서서 천천히 들여다보고 우리 삶을 조용히 감싸는 작은 디테일 속에서 공감을 찾아보라고 제안하는 작업 같았어요.

 

《내일의 문턱에서》는 2026년 10월 24일까지 페로탕 서울(Perrotin Seoul)에서 계속돼요. 화~토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니, 오타쿠 컬처와 슈퍼플랫 미학을 좋아하는 분들, 혹은 그냥 예쁜 전시 사진 남기고 싶은 분들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은 전시였어요. 저는 오랜만에 진심으로 '또 오고 싶다' 생각한 전시였답니다.

페로탕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45길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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