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독특한 잠실 전시회 소개입니다.
지난 주말 잠실 에비뉴엘 1층과 2층에서 만나볼 수 있는 권오상 'PIECES OF REALITY : 존재의 조각들' 전시회 다녀 왔습니다.


| 전시개요
- 권오상 'PIECES OF REALITY : 존재의 조각들'
- 2026.08.28 ~ 2027.01.04
- 에비뉴엘 잠실점 1층 ~ 2층 중앙 엘리베이터 근처 등
- 잠실 무료전시회

| 전시개요
권오상은 국내 현대미술에서 사진과 조각의 경계를 독특한 방식으로 넘나들어 온 작가입니다.
사진은 평면이고 조각은 입체라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지만, 권오상의 작품 앞에서는 이 익숙한 구분이 조금 모호해집니다.수많은 사진 조각이 서로 연결되어 하나의 입체적인 인물이 되고, 멀리서는 분명 현실적인 사람의 모습이었던 것이 가까이 다가가면 수많은 이미지의 파편으로 흩어집니다.
이번 전시의 제목인 '존재의 조각들'은 이러한 권오상의 작업을 상당히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표현이기도 합니다. 전시장에 적힌 문장처럼 우리의 현실 역시 수많은 이미지 조각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사진의 파편들이 하나의 입체가 되는 순간 익숙했던 현실은 조금 다른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 에비뉴엘 잠실점 1층
1층에는 Reclining Figure (K) / PRS Double Neck 두 작품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 Reclining Figure (K)
먼저 에비뉴엘 잠실점 1층 중앙엘리베이터 근처에 전시된 작품입니다.

'Deodorant Type' 사진의 평면성과 조각의 입체성이 만나는 지점
'데오도란트 타입'이라는 이름도 재미있습니다.
권오상은 대학 재학 중이던 1998년경 이 사진 조각을 시작했다고 설명합니다.
작가는 과거 인터뷰에서 'Deodorant Type'이라는 명칭을 다게레오타입(Daguerreotype)이나 앰브로타입(Ambrotype) 같은 사진 기술의 명칭처럼 지었다고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이 연작의 핵심은 단순히 사진을 조각에 붙이는 기술적인 방법에만 있지는 않습니다. 사진에는 대상을 바라본 하나의 순간과 하나의 시점이 담깁니다.

반면 조각은 다릅니다.관람객이 앞에서 보고 옆으로 이동하고 뒤로 돌아가면서 계속 다른 모습을 발견합니다. 권오상은 이 서로 다른 두 매체를 하나의 작품 안에 결합합니다. 그래서 그의 작품에서는 사진의 2차원성과 조각의 3차원성이 동시에 존재합니다.
평면의 이미지들이 입체를 만들고, 그 입체에 가까이 다가가면 다시 수많은 평면의 이미지로 해체됩니다. 이것이 권오상의 작품을 실제 전시장에서 봐야 재미있는 이유입니다.


권오상의 'Reclining Figure'는 인물을 여러 각도에서 촬영한 사진 파편을 입체 표면에 결합해 완성한 대표적인 '사진 조각' 연작입니다. 멀리서 보면 하나의 완성된 인체 조각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수많은 사진 조각과 이미지의 경계가 드러나며 평면과 입체, 현실과 이미지 사이를 오가는 독특한 시각적 경험을 만들어냅니다. 전통적인 와상 조각의 형식을 차용하면서도 무거운 조각 재료 대신 가벼운 사진 이미지를 사용해 오늘날 조각의 재료와 존재 방식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PRS Double Neck (2025)
바로 옆 잠실 에비뉴엘 1층 불가리 매장 옆 기둥에는 기타 하나가 걸려 있습니다.


'PRS Double Neck'(2025)은 더블넥 기타를 소재로 한 권오상의 사진 조각 작품입니다. 실제 기타를 여러 시점에서 촬영한 이미지의 파편을 입체적인 형태로 재구성하면서, 사진이라는 평면 매체가 어떻게 조각의 부피와 존재감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익숙한 사물을 사실적으로 재현하면서도 가까이에서는 이미지의 조각과 이음새가 드러나며, 평면과 입체, 실제 사물과 이미지 사이의 경계를 탐구하는 권오상의 작업세계를 잘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이번에는 다음 작품이 있는 에비뉴엘 잠실점 2층으로 이동합니다.
이곳에는 중앙 엘리베이터를 중심으로 양쪽에 거대한 인물 작품 두 점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권오상의 'Neptune with Octopus'(2015)는 그리스 신화의 포세이돈에 해당하는 로마 신화의 해신 넵투누스(Neptune)와 문어를 결합한 대형 사진 조각입니다. 고전 조각을 연상시키는 신화적 인물을 현대적인 사진 이미지로 재구성함으로써, 전통 조각의 기념비성과 오늘날 이미지 문화가 한 작품 안에서 교차하는 권오상 특유의 작업방식을 보여줍니다.



권오상 작품 Neptune with Octopus 에서는 너무나도 이질적인 사물들과 동물들이 하나로 작업되어 있는데요.
처음에는 하나의 인물이 보이지만 가까이 갈수록 수많은 이미지가 보이고, 다시 멀어지면 이미지들은 사라지고 하나의 인물이 남습니다.

그래서 작품을 한 자리에서만 보기보다 가까이 갔다가 다시 멀어져 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옆으로 이동하면서 표면의 이미지가 어떻게 입체를 만드는지도 살펴보면 좋습니다.



개인적으로 권오상의 사진 조각에서 재미있는 부분은 작품을 보는 거리에 따라 전혀 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멀리서 보면 형태가 먼저 들어옵니다. '사람이 앉아 있다', '사람이 누워 있다'와 같이 하나의 입체적인 존재로 인식하게 됩니다. 그런데 가까이 다가가면 형태보다 이미지가 먼저 보입니다.

얼굴을 이루고 있는 사진, 옷을 이루고 있는 사진, 손과 다리를 구성하는 사진의 경계가 하나씩 발견됩니다. 그래서 가까이에서 본 권오상의 작품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사실적인 인체 조각과 상당히 다릅니다. 사실적인데 동시에 비현실적입니다.
사진 한 장 한 장은 현실을 촬영한 이미지인데, 그것들을 연결해 만들어진 전체는 실제 인간의 피부나 신체와는 다른 표면을 갖습니다. 현실의 조각을 모았는데 오히려 낯선 존재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 Neptune
앞선 작품 반대쪽에는 또 다른 Neptune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다소 럭셔리하면서도 예수를 닮았다고 할까요? 상체는 럭셜하고 하체는 스포티한...




권오상은 무거운 조각을 가볍게 만들었지만, 그 안에 담긴 질문까지 가벼워진 것은 아닙니다. 사진은 현실을 기록하지만 동시에 현실의 한 부분만 잘라낸 이미지입니다. 그렇게 잘려나간 현실의 파편들을 다시 모으면 과연 원래의 현실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아니면 전혀 새로운 현실이 만들어지는 것일까요.
'PIECES OF REALITY : 존재의 조각들'은 사진과 조각 사이를 오가며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이 현실인지, 이미지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전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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