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와 회화의 경계를 허물며 자신만의 독창적인 조형 언어를 구축해 온 도예가 이은 작가 전시회 후기입니다.
4명의 여성작가 연합전시회로 이은 작가의 많은 작품을 만나보지 못했지만, 저는 이번 넥스트뮤지엄 전시회에서 처음 만나 급 호감과 관심이 생긴 작가입니다.




| 이은 전시회 정보
- 전시명 : 소만 小滿 <Sowing Hands>
- 전시기간 : A관: 7.2 ~ 7. 26 / B관 : 7.2~ 8. 24
- 관람료 : 잠실 무료전시회

- 전시장 : 넥스트뮤지엄 잠실 (잠실 롯데월드몰 2층)

| 도예가 이은 작가는 누구인가?
이은 작가의 작품은 전통적인 도예의 개념에 머물지 않습니다. 흙을 하나의 입체적인 재료로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회화적 감성과 조형적 사고를 결합하여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만들어냅니다. 때문에 작품을 처음 마주하면 그림인지, 도자인지 쉽게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두 장르가 자연스럽게 융합되어 있습니다.

이지은 작가 프로필
b1961
주요 개인전
2019 바다, 갤러리로얄,서울, 한국
2017 바다, 아트스페이스3, 서울, 한국
주요 단체전
2024 스며드는 바다, Uartspace, 서울, 한국
2024 저 달,산 굽이 흐르는 강물과 같이, KCDF, 서울, 한국
2022 Art-ist : Ways of Seeing, 분더샵, 서울, 한국

| 넥스트뮤지엄 A관
아쉽게도 이번 넥스트뮤지엄 전시회 ' 소만 小滿'에 출품한 4명의 작가 중 이은 작가의 작품수가 가장 적습니다. 딱 다섯점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데요. 이 부분은 너무나 아쉬운 부분입니다.

도자와 회화가 하나의 작품으로 만나는 순간
이은 작가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도자와 회화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허문다는 점입니다.
작가는 손으로 하나하나 잘라낸 작은 도판을 고온에서 소성한 뒤, 각각 다른 색과 질감, 미세한 형태를 가진 조각들을 화면 위에 반복적으로 배열합니다. 멀리서 바라보면 하나의 거대한 회화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수없이 많은 도자 조각들이 모여 하나의 풍경을 이루고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러한 방식은 일반적인 도예 작품과는 전혀 다른 감상 경험을 제공합니다. 하나의 덩어리로 완성된 도자기가 아니라, 수백 개의 작은 조각들이 서로 관계를 맺으며 하나의 화면을 완성하는 것입니다.

흙이라는 재료가 가진 가능성
흙은 오래전부터 생활용기를 만드는 재료였습니다.
하지만 이은 작가는 흙을 기능적인 재료에서 벗어나 감정을 표현하는 예술 언어로 확장합니다.
불을 지나며 생기는 색의 변화, 유약이 만들어내는 깊이, 표면의 미세한 질감까지 모두 작품의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회화가 붓과 물감으로 감정을 표현한다면, 이은 작가는 흙과 불이라는 재료를 통해 감정의 결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입니다.

이번 이은 전시회에 소개된 작품명도 '바다 흙드로잉' 바다시(詩)' 시리즈가 선보입니다.


반복의 과정이 만들어내는 깊이
이은 작가의 작품에는 '반복'이라는 중요한 작업 방식이 담겨 있습니다.
작가는 같은 과정을 수없이 반복하며 각각의 도자 조각을 만들고, 다시 그것들을 하나의 화면 안에 배치합니다.
이러한 반복은 단순한 제작 과정이 아니라 수행(修行)에 가까운 창작 행위입니다.

조금씩 다른 색과 형태를 가진 조각들이 모여 하나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과정은 마치 시간이 켜켜이 쌓이는 모습과도 닮아 있습니다. 그래서 이은 작가의 작품에서는 화려한 장식보다 오히려 시간의 흔적과 손의 온기가 더욱 깊게 느껴집니다.

작은 조각들이 하나의 세계를 완성합니다
이은 작가의 작품을 가까이에서 보면 하나하나의 도판은 모두 독립적인 작품처럼 보입니다.
색도 조금씩 다르고, 두께와 표면의 질감도 서로 다릅니다.
그러나 일정한 거리를 두고 바라보면 개별적인 조각들은 하나의 풍경으로 연결됩니다.
이러한 구성 방식은 개인과 사회의 관계, 작은 기억들이 모여 삶을 이루는 과정과도 닮아 있습니다.
작가는 작은 단위들이 모여 더 큰 의미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도자를 통해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 바다 밤

작품 속 바다는 자연이 아닌 감정입니다
이은 작가를 대표하는 연작 가운데 하나는 '바다' 시리즈입니다.
처음에는 푸른 바다를 표현한 풍경화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수많은 도자 조각들이 만들어낸 추상적인 이미지입니다.

작가는 바다를 특정한 장소로 표현하기보다 기억과 감정, 그리고 삶의 시간을 담아내는 상징적인 공간으로 바라봅니다. 푸른색의 미세한 변화와 반복되는 도자 조각은 잔잔한 파도처럼 화면 전체에 리듬을 만들며, 관람자는 작품을 바라보는 동안 실제 바다 앞에 서 있는 듯한 깊은 몰입감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은 작가의 작품은 화려한 기교를 앞세우기보다 조용한 울림으로 다가오는 작품입니다.
반복되는 손의 움직임과 흙이 가진 물성, 그리고 회화적인 색감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면서 작품은 깊은 사색의 시간을 만들어 줍니다.

도예라는 장르를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한 이은 작가의 작품은 흙이라는 가장 오래된 재료를 통해 가장 현대적인 감각을 보여주는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작품 앞에 잠시 머무는 것만으로도 흙의 따뜻함과 시간의 깊이를 함께 느낄 수 있었으며, 도자와 회화가 만나 만들어내는 새로운 예술적 가능성을 경험할 수 있었던 의미 있는 전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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