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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만에 열리는 대규모의 바스키아 전시회가 동대문DDP에서 열리고 있는데요. '장 미셸 바스키아 : 과거와 미래를 잇는 상징적 기호들' 전시회 관람후기 입니다.

오늘은 이번 전시회 후반부 섹션 소개입니다. 바스키아의 대작 중심의 작품과 멀티미디어 정보를 만나볼 수 있는 공간입니다.

 

만약 장 미셸 바스키아 동대문 DDP 전시회 정보가 없다면 아래 포스팅 먼저 확인해 주세요.

 

장 미셀 바스키아 전시회 후기 : 도슨트, 오디오가이드, 아트샵, 주차

DDP 동대문디자인플라자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는 장 미셸 바스키아 : 과거와 미래를 잇는 상징적 기호들 전시회 관람후기 및 관람정보 공유합니다. 이번 전시회는 2020년 잠실 롯데뮤지엄에서 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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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ds and Signs (단어와 기호)

큐레이터 클라우스 커티스가 말했듯, 바스키아의 창작은 ‘단어’에서 출발했다. 그는 단어의 의미뿐 아니라 소리와 형태를 사랑하며 ‘붓질’처럼 사용했고, 반복과 변형으로 힙합적 리듬을 만들어냈다.
책, 시리얼 박스, 신문 문구 등을 작품에 삽입하거나 지워내며 의미를 부각했고, 굵은 윤곽·선명한 색채·단순한 형태로 광고·로고·만화의 미학을 끌어와 소비문화에 대한 저항을 시각 언어로 표현했다.


단어의 범람은 인터넷 시대의 정보 과잉과 ‘복사·붙여넣기’ 문화를 연상시키며, 그의 화면은 기호와 단어, 반복된 상징이 얽힌 ‘시각적 팔림프세스트’로 확장된다. 이는 추사 김정희의 글자 실험, 반구대 암각화의 집단 기억과 공명하며 시대와 문화가 교차하는 깊은 울림을 전한다.

 

Ancient Scientist( 앤션트사이언티스트), 1984

Ancient Scientist는 바스키아가 고대 문화와 현대 도시 문화를 연결해 만든 독특한 인물 초상이다. 검은 배경 위 굵고 힘있는 선으로 그린 인물은 아프리카 가면을 연상시키며, 정면 응시 구도는 고전 초상화를 떠올리게 한다.

바스키아는 자유로운 붓놀림과 낙서적 표현으로 전통을 해체해, 과거와 현재, 고귀함과 거칠음을 한 화면에 담았다. 오른쪽 붉은 둥근 형상은 인류 초기 조각상인 ‘빌렌도르프의 비너스’를 단순화한 것으로, 풍요와 생명의 상징이다. 이는 바스키아가 과학자 주제에 생명과 창조 의미를 더했음을 보여준다.

 

장 미셀 바스키아는 어린 시절 해부학과 고대 문명에 관심을 가졌던 바스키아는 미술사 상징을 재구성해 인간 존재, 지식, 생명력에 대한 깊은 질문을 제기한다.바스키아의 'Bombero/봄베로'는 스페인어로 ‘소방관’을 의미한다. 작품에는 한 남성이 연인에게 맞는 모습이 나오는데, 이 남성은 분열된 바스키아 자신의 자화상을 반영한다. 옆에 있는 소방관은 전형적인 영웅상이 아니라, 두 사람의 다툼을 희극적이고 의식적인 장면으로 변화시키는 중재자 역할을 한다.

 

그리고 장 미쉘 바스키아의 드로잉 작품들이 계속되는 공간

 

장 미셸 바스키아 여러 드로잉 중 이 작품 

Untitled(The Color of a Yam), 1985

이번 작품은 머리, 단어, 기호가 부딪혀 만들어낸 심리적 지도와 같다. 화면 왼편에는 피부와 근육, 뼈가 겹겹이 드러난 흑인 남성의 해부학적 머리가 크게 자리한다. 이 모티프는 바스키아가 교통사고 후 어머니가 준 해부학 도서를 통해 인체를 탐구한 어린 시절 경험과 연결된다. 머리는 그에게 몸과 정신, 외부와 내면을 잇는 통로다.

 

머리 주변에는 지웠다 쓴 글자들이 흩어져 심리적 진동을 만든다. 흑인 머리와 고구마의 병치는 정체성, 힘, 통제, 생존 같은 사회적 긴장을 드러내면서도 해학적 역설로 전환된다. 바스키아는 “나 자신을 위해 그림을 그리지만 결국 세상을 위해 그린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개인 기억에서 출발해 사회 선언이자 보편적 언어로 확장된 사례다.

 

 

뱀 작품인데, 여백이 마음에 드는...

Masonic Lodge (매소닉 롯지), 1983

Masonic Lodge는 해부학 교과서와 그래피티 낙서장이 충돌한 듯한 화면이다. 캔버스 곳곳에 여러 각도에서 해체된 해골 구조가 등장하고, ‘편집형 조현병’ 의미의 Paranoid Schizophrenia라는 단어가 지워진 채 남아 있다. 이는 단순 뼈 구조를 넘어 인간 정신의 균열을 들여다보려는 시선을 담았다.

장 미셸 바스키아는 어린 시절 교통사고로 긴 병상 생활을 했고, 이때 접한 그레이 해부학 책이 그의 작업에 큰 영향을 미쳤다. 화면 속 문자와 기호는 단순한 글자가 아닌 소리와 리듬을 머금은 그림처럼 다가온다. 알파벳은 랩 가사처럼 박자를 타고, 가면과 아프리카 전통 요수 와오간이 뒤섞여 글씨이자 음악, 그림이며 시가 된다.

 

장 미쉘 바스키아의 이 작품은 해부와 기호의 혼란 속에서 인간의 몸과 정신, 도시 문명을 동시에 드러낸다. 바스키아의 시선은 뼈를 넘어 세계를 해체하고 재구성하려는 예술가의 통찰로 확장된다.

 

Museum Security (뮤지엄 시큐리티)

1983년, 장-미셸 바스키아는 시각적·개념적 복잡성의 정점에 도달했다.
뮤지엄 시큐리티(브로드웨이 붕괴)〉는 그의 사유 과정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며, 단어·기호·이미지가 충돌해 밀도 높은 ‘지식의 공간’을 형성한다. 그는 역사·대중문화·만화 등에서 기호와 상징을 차용해 TARE, ASBESTOS, GRIOT, PAPA DOC, “Comics Code” 등 다양한 요소를 중첩시켰다.


윌리엄 S. 버로스의 컷업 기법에서 영감을 받아 파편적 이미지를 재조합해 긴장감과 다층적 의미를 창출하고, 지워진 단어와 가면 형상은 관람자의 능동적 해석을 유도한다. DJ처럼 세상을 샘플링한 바스키아는 사회·역사·문화를 반영하는 보편적 언어를 만들며, 오늘날 ‘복사·붙여넣기’ 문화까지 예견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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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eum Security(Broadway Meltdown), 1983

전시 포스터에도 등장한 이 작품은 바스키아 창작 에너지의 절정기에 제작되었다. 강렬한 보라, 초록, 빨강, 주황색과 격렬한 붓질이 화면을 요동치게 하고, 단어와 기호는 쓰였다 지워지며 혼란스러운 리듬을 만든다. ‘에쏘(Esso)’, ‘아스베토스(Asbestos)’, ‘후버빌(HOOVERVILLE)’ 같은 파편적 어휘들이 예술, 자본, 권력, 위선을 교차시키며 날카로운 아이러니를 드러낸다.

상단에는 미국 만화 검열 기구 Comic Code 로고와 바스키아 왕관 모티브가 결합해 제도 권위에 대한 조롱이자 자기 승인 ‘셀프 인증’ 장치로 작동한다. 화면 중앙의 아프리카 가면과 수수께끼 상징들은 흑인 정체성, 사회적 소외, 역사적 기억을 환기한다.

 

네온사인 같은 색채와 반복·삭제 텍스트, 즉흥 낙서는 바스키아 의식 속도를 시각화한 장치다. 그는 “나는 단어를 지워서 오히려 보이게 만든다. 지워져 더 읽게 된다”고 말했으며, 〈Museum Security (Broadway Meltdown)〉는 그 모순을 그대로 보여주며 예술, 정체성, 스타덤 긴장을 한 화면에 폭발적으로 담은 작품이다.

 

Temple or Words (단어의 신전)

장 미셀 바스키아 작품은 과학·역사·문화·음악 등이 얽힌 ‘단어의 신전’으로, 문자와 이미지의 기원을 상기시킨다. 그 중심에는 1980 ~ 1987년 사이의 노트 8권이 전시되어 있으며, 대문자 단어와 철자 오류, 낙서가 뒤엉켜 그의 예술 세계의 근간을 이룬다. <Untitled〉(1986)는 단어와 기호가 정교하게 얽혀 혼돈 속 단편적 지식을 드러내며, 고대 한국 미술과 나란히 놓여 초월적 힘을 보여준다.

 

특히 <훈민정음 해례본〉과의 병치는 문자의 조형성과 철학성을 부각시키며, 바스키아의 작업이 언어의 예술적 잠재력과 인식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던짐을 시사한다.

 

Untitled(Hardcover), 1980-87

〈The Unknown Notebooks/더 언노운 노트북스>는 장 미셸 바스키아가 1980년대에 남긴 여덟 권의 공책으로, 겉보기엔 평범한 노트지만 내용은 메모, 시구, 드로잉이 얽혀 있다. 바스키아는 일부러 뒷장을 비워 각 페이지를 독립적 작품처럼 구성했다.

글자는 모두 대문자로 종이를 가득 채우고, 철자 오류와 반복은 의도적 리듬과 강조 장치다. 왕관, 인디언 천막, 교통 표지판, 흑인 해골 등 그의 캔버스에 반복되는 상징이 노트에서 싹트는 모습이 보인다.

 

이 기록은 단순한 밑그림을 넘어서 사회 비판, 언어 실험, 즉흥 사유의 압축이다. 짧은 문장들은 인종차별과 자본주의 불평등을 겨누며 언어를 시각적 조각으로 바꾼다. <The Unknown Notebooks>는 장 미쉘 바스키아가 단어와 그림, 사고와 리듬을 결합해 자신의 세계를 구축한 과정을 가장 가까이서 보여주는 중요한 작품이다.

 

이번 장 미셸 바스키아 전시회에서 가장 아쉬웠던 공간 중 하나, 이곳 바스키아의 노트는 단순 영어 단어나 문장이 아닌 바스키아만의 기호와 중의적인 내용들이 많은데, 이에 대한 어떤 해석도 없다.

 

 

현재 용인 호암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루이즈 부르주아 전시회에서 작가의 작품속 글과 기호에 대해 너무나도 자세하게 한글 설명이 있는 것과 상대적으로 너무 비교된다는...  사실 전시회 수준은 비교 된다.

 

Untitled (무제), 1986

이 거대한 작품은 장 미쉘 바스키아가 생애 마지막 시기에 제작한 것으로, 공간과 공백 사이 긴장과 조화를 탐구한 시기를 잘 보여준다. 화면에는 다양한 기호와 상징, 단어가 밀도 높게 배열되며 삼각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삼각형 꼭짓점에는 파란색 배경에 흰 학이 떠 있는 모습이 나타난다.

 

흰 학은 단순한 새가 아니라, 중국에서는 장수와 지혜, 기독교에서는 부활과 초월을 상징한다. 바스키아는 ‘Immorality’와 ‘묵시록의 요한’ 등의 단어와 결합해 흰 학을 영적 재탄생과 초월적 존재로 형상화했다.

이 작품은 언어와 이미지가 뒤섞이고 역사와 신화가 교차하며, 바스키아만의 독특한 예술 기호 체계를 구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무거운 커튼을 지나 다음 장 미셀 바스키아 전시회 공간으로...

 

It's All Drawing

장 미셸 바스키아는 10년 동안 1,000여 점의 회화와 3,000여 점의 드로잉을 남겼다. 그의 드로잉은 거칠고 표현적인 선, 즉흥성과 속도감이 두드러지며, 그래피티적 에너지를 지닌다. 종이를 통해 어디서나 작업하며 드로잉을 행위 그 자체로 여겼고, 반복된 낙서와 기호, 단어들은 이후 캔버스 상징의 기초가 되었다. 그는 단어와 선의 힘을 탐구해 자신만의 ‘흉내낼 수 없는 선’을 구축했고, 드로잉을 복사해 캔버스에 붙이는 등 작품 세계를 확장했다.

 

전시장 중앙통로 좌우의 묘한 배치...

 

울주 대곡리 반구대암각화 탁본 신석기 시대 예상

약 4천 년 전 이곳 사람들은 고래, 사슴, 호랑이, 멧돼지, 사냥꾼, 배를 바위에 정교하게 새겼다. 이는 단순 그림이 아니라 풍요와 생존을 기원하는 주술적 기록이자 공동체의 삶과 죽음을 건 염원이었다. 문자 이전 인간들은 바위에 새겨 신·세계·서로와 소통했으며, 반구대 암각화는 한국 선사시대 생활, 신앙, 예술을 담아낸 집단 기억의 보고다.

바스키아와 연결되는 지점은, 그가 캔버스에 해골, 왕관, 단어 파편을 반복해 휘갈기며 억압 속 잊힌 목소리를 기호로 남긴 점이다. 반구대의 고래가 생존 상징이라면, 바스키아의 왕관은 저항과 정체성 상징이다. 시대와 공간은 달라도 두 흔적은 인간이 왜 흔적을 남기려 하는지 같은 질문을 던진다.

 

 

장 미쉘 바스키아의 날? 드로잉 작품을 원 없이 볼 수 있는 공간, 설명이 미흡한 부분은 상당히 아쉬운...

 

1960년생, 지금까지도 왕성한 작품활동을 하고 있어도 이상할 것 없는 나이...

RIP

 

 

Anatomy (해부학)

1968년 교통사고로 부상을 입은 일곱 살 장 미셀 바스키아는 어머니로부터 해부학 교과서 「그레이 해부학」을 선물받았다. 이 경험은 그의 예술 세계에 깊은 영향을 주었으며, 이후 스튜디오에는 늘 이 책이 놓여 있었다. 그의 작품은 신체의 단면·골격·장기 등 해부학적 요소와 단어를 반복적으로 활용하며, 과학적 분석과 문화적 상징을 결합한 독창적 시각 언어로 발전했다. 이는 단순한 묘사를 넘어 정체성과 죽음, 인간의 취약성에 대한 사유를 드러낸다.

 

 

Flesh and Spirit, 1982-1983

Flesh and Spirit/플래쉬앤스피릿은 이번 전시 바스키아 작품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1983년 제작된 이 작품은 4개의 큰 화면과 12개의 작은 패널로 구성되며, ‘육체’와 ‘정신’ 두 이야기가 뒤섞여 있다.

 

장 미셸 바스키아는 해부학적 도상과 아프리카 영적 상징을 병치해 육체와 정신, 삶과 죽음, 과학과 신앙의 경계를 탐구한다. 곳곳에 해골, 뇌, 뼈 같은 해부학 이미지와 종교적 상징이 얽혀 인간 존재의 모순과 복잡성을 드러낸다. ‘FLESH’와 ‘SPIRIT’이 반복 등장하며 핵심 주제를 강조한다.

 

Lungs and Bladder, 1984

Lungs and Bladder/렁스앤 블래더는 폐와 방광을 중심으로 인체 내부 구조를 해부학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화면에는 파편화된 인체 단면이 긴장감 있게 배열되어 있다.

장 미셸 바스키아에게 해부학적 표현은 의학 묘사를 넘어 상징적 언어였다. 폐와 방광은 생명 유지와 배설이라는 상반된 기능을 지니며 생존과 소멸, 순환과 배제의 이중성을 보여준다. 그는 이를 두개골, 척추, 장기, 근육 등 신체 이미지들과 반복해 다루며 인체를 정체성, 죽음, 취약성 탐구의 장으로 바꾸었다.

 

이 작품은 바스키아 특유의 과학과 원시 감각이 공존하는 해부학 미학을 담고, 단순 연구를 넘어 삶과 죽음, 존재의 불안과 힘을 담은 상징적 회화다.

 

Hidden Signs

바스키아의 작품은 명확한 단어 뒤에 다양한 상징과 기호가 겹겹이 숨어 있어, 관람자가 의미를 해독하도록 유도한다.
저작권·달러·왕관 등의 반복된 기호는 작품 간 보이지 않는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서로 다른 요소의 병치는 잡음 같은 리듬을 만든다. 1984년작 〈엠블럼〉은 블랙라이트 아래 숨겨진 해골과 기호들이 드러나며 암호적 구조로 변한다. 이 상징들은 질서와 혼돈, 수수께끼가 공존하는 삶의 복합성을 드러낸다.

 

Emblem, 1984

바스키아 작품에는 명확한 단어들 뒤에 다양한 상징과 기호가 층층이 쌓여 숨겨진 의미가 가득하다. ‘숨겨진 상징’ 섹션의 유일한 작품인 〈Emblem〉은 1984년 제작된 대형 캔버스다. 처음에는 선명한 단어, 기호, 인물 형상이 보이나 블랙 라이트를 켜면 숨겨진 해골 도상이 드러난다. 이는 바스키아 작품이 단순 그림이 아니라 해독을 기다리는 암호임을 보여준다.

 

장 미쉘 바스키아 작품에는 저작권 기호, 달러 표시 등 대표 상징이 반복되며, 이들은 서로 연결돼 화면을 하나의 네트워크처럼 구성한다. 단어와 이미지들은 음악의 스크래치처럼 긴장과 단절감을 형성한다. <Emblem>은 단순한 의미로 읽히지 않고 명확함과 모호함, 질서와 혼란이 공존하며 삶의 복잡성을 반영한다.

 

영상으로 확인해 보시라는...

 

Basquiat in Asia

1980년대 바스키아는 일본·태국·홍콩 등 아시아를 여행하며 새로운 시각과 이미지를 흡수했다. 아시아는 그의 예술 언어를 확장시키는 중요한 원천으로, 한자·기호·동양적 상징이 작품 속에 스며들었다. 사진작가 리 재프와의 여정은 이번 전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추사 김정희의 후기 서체 작품 두 점이 함께 전시되어, 문자 자체를 통한 조형적 실험과 예술적 자유로움이 바스키아의 작업과 공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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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토미 섹션과 바스키아 인 아시아 섹션 상이에는 장 미셀 바스키아 인터뷰 영상이 상영되고 있는데, 공간이 너무나도 협소하다.

 

Epilogue (에필로그)

장 미셸 바스키아의 후기 작품은 화면을 가득 채우거나 비워내는 극단적 구성을 통해 삶과 죽음, 질서와 혼란의 경계를 탐구했다. 그는 기호와 상징 체계를 확장하면서 만화적 풍자와 아이러니를 활용했고, 죽음에 대한 자전적 탐구가 점차 뚜렷해졌다.

 

대표작 〈EXU〉와 〈Riding with Death〉는 신화적 이미지 속에서 자신을 해골과 함께 그려 삶과 죽음의 이중성을 드러낸다.
장 미쉘 바스키아 친구 팹 5 프레디는 “그는 불꽃처럼 살았고, 열기는 아직 남아 있다”고 회상했다.

 

김정희, 판전 板殿, 1856

조선 후기 거장 추사 김정희가 생애 마지막 해인 1856년에 쓴 <판전> 탁본이다. ‘판전’은 불교 사찰에서 경전을 보관하는 건물을 의미하며, 본래 봉은사 현판에 새겨졌던 글씨를 종이에 떠낸 것이다.

 

이 작품은 단순 건물 이름 표기가 아닌, 병중 추사의 예술 혼이 담긴 글씨다. 획의 굵기와 형태가 변화하며 문자가 하나의 그림처럼 보이는 순간을 만들어, 단어가 시각 형상으로 변하는 예술적 경험을 선사한다.

 

이 지점에서 장 미셀 바스키아가 떠오른다. 그는 작품에 단어와 기호를 반복, 철자 틀림을 포함해 언어를 단순 뜻이 아닌 이미지로 전환했다. 추사는 붓끝으로 문자를 그렸고, 바스키아는 거리와 캔버스 위에서 언어를 기호로 재창조했다. 둘은 각기 다른 도구로 고통을 넘어선 예술 언어를 만들어냈다.

 

Untitled(Chinese Man, Orange), 1981

'Untitled (Chinese Man, Orange)/언타이틀드/차이니즈맨, 오렌지'는 한 중국계 소년과의 소규모 교류에서 시작되었다. 소년이 장 미셸 바스키아에게 그림 수업을 요청하자, 바스키아는 현장에서 소년에게 자신의 이름을 써보라 권했다. 캔버스 중앙의 콜라주된 글씨는 그 순간의 흔적으로, 이름을 여러 번 반복해 쓰고 틀리고 고치는 행위는 존재가 세계에 자신을 새기는 과정이다.

장 미쉘 바스키아는 이 흔적을 작업 언어에 적극적으로 편입했다. 오렌지색으로 강조된 집의 구조는 소년을 둘러싼 공동체 풍경처럼 보이며, 그 안의 이름은 보호와 권력, 소속과 구속을 동시에 상징한다. 주변 기호와 상징은 공동체 내 소년의 힘과 위치를 암호처럼 드러낸다.

 

이 작품은 단순 회화가 아니라 두 문화가 만나 흔적이 교차한 기록이다. 낯선 소년의 이름은 바스키아의 언어 실험 속에서 새로운 상징으로 변모하며, 반복된 필적은 신성한 비문처럼 화면 중심을 이룬다. 결국 작품은 개인 이름이 어디까지 개인의 것이며 언제 사회화된 권력의 기호가 되는지에 관한 질문을 남긴다. 바스키아는 이 질문을 아시아에서의 짧은 만남에 담아두었다.

EXU, 1988

'에-슈(Exu)'는 바스키아가 생애 마지막 시기에 제작한 대표작으로, 생과 죽음, 정체성과 문화적 기억을 한 화면에 담아냈다. ‘에-슈(Exu)’는 요루바 신화의 경계의 신으로, 삶과 죽음, 혼돈과 질서의 문턱을 지킨다. 바스키아는 이 신에 자신을 투영해 정체성과 죽음에 대한 직감을 표현했다.

작품 중앙의 ‘에-슈’ 이름 속 ‘x’는 네모로 둘러싸여 있는데, 이는 아프리카에서 브라질, 아메리카로 이어진 언어와 문화 단절을 상징한다. 주변에 흩뿌려진 담배는 제물이자 노예 무역과 식민지 착취 역사를 암시한다. 오른쪽 ‘터배코 바이스(TOBACCO VICE)’는 담배라는 악습이나 중독을 뜻하며 담배 산업의 착취와 부도덕을 비판한다.

 

하지만 작품은 무겁기만 하지 않다. 만화적 과장 표현은 대중문화와 아프로-카리브 문화의 융합이고, 화면 가득한 눈은 고대 이집트 우자트의 눈을 연상시켜 보호와 저항을 상징한다. 〈에-슈〉는 경계의 신처럼 규범을 넘나들던 바스키아 자신을 보여주는 자화상이자, 자신의 죽음을 예언하는 마지막 선언이기도 하다.

 

이번 동대문 DDP 장 미셸 바스키아 전시회 전반부 작품 후기는 아래 포스팅 확인하세요

 

장 미셸 바스키아전 후기 w 키스해링, 앤디워홀, 백남준

동대문DDP에서 열리고 있는 장 미쉘 바스키아 전시회 관람후기입니다.오늘은 이번 11개 섹션 중에서 앞 부분 개요 부터 5섹션까지의 작품소개입니다. Preface (서문)장 미셸 바스키아는 유럽 중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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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DDP에서 열리고 있는 장 미쉘 바스키아 전시회 관람후기입니다.

오늘은 이번 11개 섹션 중에서 앞 부분 개요 부터 5섹션까지의 작품소개입니다.

 

Preface (서문)

장 미셸 바스키아는 유럽 중심의 미술 서사를 넘어 세계 미술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그의 예술은 1980년대라는 특정 시기를 넘어, 20세기 후반 뉴욕 화단을 뒤흔든 예술적 변화를 상징한다. 바스키아는 음악, 해부학, 스포츠, 만화, 노동과 자본, 그리고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역사와 미술사 등 다양한 주제를 작품에 담았다. 그는 이를 독자적인 시각 언어로 재해석함으로써 서구 중심의 미술사 구조를 확장하고 새로운 미학적 영역을 제시했다. 그 결과, 바스키아는 오늘날 미술의 경계를 넓히고 새로운 서사를 제시한 작가로 평가된다.

 

바스키아는 20세기를 마감하고 21세기를 예고한 상징적 예술가로 볼 수 있다. 그는 새로운 시각 언어를 창조했을 뿐 아니라, 이미지의 과잉, 언어의 해체, 문화의 혼종성이 지배하는 현대사회의 조건을 앞서 제시했다. 그의 작품은 과거의 회상이 아니라, 미래의 예술이 어떻게 발화할 수 있는지를 탐구하는 질문으로 기능한다. 특히 한국에서 그의 미술을 접하는 경험은 문자·그림·시·서예가 교차하는 문화적 전통 속에서 더욱 풍부한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전시 장 미셸 바스키아: 과거와 미래를 잇는 상징들은 주요 회화와 드로잉을 통해 바스키아의 예술세계를 조명한다. 동시에 한국의 다양한 문화 유산과의 연계를 시도하며, 시·문자·이미지·기호·감각 리듬이 결합된 그의 예술 언어를 동시대적 맥락에서 재구성하고자 한다.

 

오늘 포스팅은 장 미쉘 바스키아 전시회 전시작품 소개입니다. 이번 전시회 도슨트나 오디오가이드, 할인, 굿즈 정보는 아래 지난 포스팅 참고하세요

 

장 미셀 바스키아 전시회 후기 : 도슨트, 오디오가이드, 아트샵, 주차

DDP 동대문디자인플라자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는 장 미셸 바스키아 : 과거와 미래를 잇는 상징적 기호들 전시회 관람후기 및 관람정보 공유합니다. 이번 전시회는 2020년 잠실 롯데뮤지엄에서 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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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 (1982)

Oil, spray paint, oilstick and collage on found window two-sided, 94.5x88x4.5cm

작품 재료를 잘 기억하자

 

무제 (교향곡 No.1)

해당 작품 이외에도 이번 장 미셀 바스키아전에서는 키스헤링 등 당대 아티스트들과 함께한 콜라보 작품을 다수 만나볼 수 있다. 물론 바스키아와 키스헤링의 관계를 이해하고 감상하면 더 즐거운...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장 미셸 바스키아 전시회 첫 전시공간 모습

 

 

무제 (기차, 자동차, 배)

뉴욕 뉴욕 New York, New York , 1981

장 미셸 바스키아의 (New York, New York)은 그가 20세 초반이던 1981년에 제작한 작품으로, 뉴욕 거리에서 SAMO©(세이모)라는 이름으로 그래피티 활동을 하던 시기와 국제 미술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전환점에 해당한다.

작품은 제목 그대로 1980년대 뉴욕의 양면성을 표현한다. 빈곤, 인종차별, 폭력, 불안 등 어두운 현실과 자유, 창조성, 새로운 가능성의 폭발적 에너지가 뒤섞인다. 거칠고 파편화된 이미지는 도시의 소음과 충돌을 시각화하며, 반복되는 기호와 텍스트는 작가가 경험한 사회적 정체성과 투쟁을 드러낸다. 결국 이 작품은 단순한 도시 풍경을 넘어, 바스키아가 뉴욕과 맺은 복합적 관계와 그의 예술 세계의 기반을 상징한다.

장 미쉘 바스키아전 대표작 중 하나인 뉴욕뉴욕은  5년전 롯데뮤지엄 바스키아 전시회에서도 만났던 작품으로 기억한다.

 

 

장 미셸 바스키아(Jean-Michel Basquiat)와 키스 해링(Keith Haring)은 1980년대 뉴욕 예술계에서 서로 겹치는 활동 영역과 인맥을 가진 동시대인이자 친구이자 때로는 경쟁자 관계였던 인물들입니다. 다만 “정확히 연인 관계였다”거나 “항상 경쟁만 했다”는 식의 단순한 이분법으로 정리하기는 어려울 만큼 복합적인 관계였다고 한다.

 

무제(재미있는 냉장고) / 화병

 

키스 해링(1958~1990) , 앤디 워홀(1928~1987), 장 미쉘 바스키아(1960~1988) 

 

이 작품을 기억하는가?

바로 오늘 소개하는 '장 미셸 바스키아 : 과거와 미래를 잇는 상징적 기호들' 전시회 첫 작품의 뒷면, 바로 유리창문에 작업한...

 

Phooey & Fun Gallery

"1982년 늦여름과 가을에 들어서면서, 바스키아는 캔버스의 물질성 자체를 탐구하며 점점 더 전통적인 캔버스의 틀을 넘어섰다. 크로스비 스트리트의 스튜디오와 같은 해 뉴욕 이스트빌리지의 펀 갤러리에서 열린 그의 개인전에서 그는 캔버스를 나무 기둥, 판자, 팔레트에 직접 늘여 붙이고, 못으로 고정하거나 새끼줄로 묶었다. 그 위에 회화 드로잉, 콜라주된 종이를 겹겹이 쌓으며, 다양한 의미의 층위가 배어 있는 역동적이고 불규칙한 표면을 만들어냈다. 대표적인 예가 고치 시립미술관에 소장된 <푸이(Phooey)>이다. 바스키아는 작품 윗면에 “JAPANESE LOUDSPEAKER”라는 문구를 새겨 넣으며 일본의 경제적·기술적 영향력을 자신의 “지식의 공간” 안에 담아냈다."

 

Phooey, 1982

장 미쉘 바스키아가 1982년에 제작한 작품으로, 제목은 터무니없거나 불만을 표현하는 의성어를 뜻한다. 이는 인간의 탐욕과 부조리한 현대 문명을 풍자하는 바스키아의 태도를 드러낸다.

화면 중앙에는 아프리카 가면을 연상시키는 형상이 자리하고, 그 위로 바스키아의 상징인 왕관과 COMICS CODE 로고가 함께 등장한다. 이는 예술 제도에 대한 반발이자, 스스로를 NEW로 선언하며 새로운 예술적 정체성을 주장하는 행위로 해석된다.

주변에는 PETROLEUMWATERSALT 등 자원과 관련된 단어가 혼재한다. 바스키아는 이 단어들을 반복적으로 쓰고 지우며, 인간의 끊임없는 욕망과 자본의 탐욕을 비판한다. 검은색의 강렬한 선과 녹아내리는 배경은 권력과 부를 독점한 예술계의 위선과 사회적 모순을 드러낸다.

이 작품은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라, 바스키아가 사회를 비판하면서 동시에 자신을 ‘문제적 존재’이자 ‘예술적 수호자’로 설정한 상징적 선언이다. 지금까지도 그 메시지는 강한 울림을 지닌다.

 

가미상 최영장군, 연도미상

이번 작품은 최영 장군의 초상이다. 최영은 고려 말 나라를 지킨 명장이었으나, 권력 다툼 끝에 억울하게 생을 마감했다. 하지만 그는 백성들의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았고, 오히려 청렴과 강직함의 상징으로 남아 무속 신앙에서 수호신으로까지 존경받게 되었다.

이 초상은 실제 얼굴을 재현한 것이 아니라, 공동체가 바란 이상적 수호자의 이미지를 형상화한 것이다. 개인의 초상을 넘어 집단의 염원과 신앙이 투영된 상징적 표상으로 기능한다.

 

이 점에서 바스키아와의 공명이 발생한다. 바스키아도 거리와 캔버스에 왕관, 해골, 단어의 파편 등을 남기며, 억압과 소외된 목소리를 되살렸다. 최영의 형상이 공동체의 신앙적 상징이 된 것처럼, 바스키아의 상징 역시 사회적 상처와 저항의 언어로 작용한다. 이 그림은 억울한 역사를 상징으로 전환하고, 공동체가 생존을 위해 만들어낸 신화로, 오늘날까지 깊은 울림을 준다.

 

A-One의 초상 / Portrait of A-One A.K.A King, 1982

이 작품은 1982년에 장 미셸 바스키아가 그린 A-One A.K.A. King이다. 그는 친구이자 전설적인 그래피티 아티스트인 A-One을 거리의 왕으로 기념했다. 그래피티 세계에서 ‘King’은 실력 있는 작가에게 붙는 칭호인데, 바스키아는 여기에 자신의 왕관 상징을 더해 고전 미술의 왕 초상화 전통과 거리 문화를 연결했다.

캔버스에는 거칠고 즉흥적인 붓질과 흘러내리는 물감, 낙서 같은 기호가 가득하다. 이는 단순 장식이 아닌 바스키아만의 언어로, 혼란 속 폭발하는 에너지와 무의식을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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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One A.K.A. King'은 단순한 인물 초상을 넘어, 바스키아가 존경한 흑인 영웅들을 기리는 맥락에서 친구를 왕으로 추앙하며, 거리 문화의 자긍심과 공동체 정체성을 강하게 드러낸다. 화면 곳곳의 단어와 기호는 음악의 비트와 리듬처럼 울려 퍼지며, 그래피티를 시각적·청각적 언어로 확장한다. 이 작품은 인물 헌정이자 거리, 왕관, 영웅성과 공동체 기억을 담은 선언문이라 할 수 있다.

 

작가미상 행원리 봉향당 무신도, 연도미상

행원리 봉향당 무신도는 제주의 마을 수호신을 모시는 그림으로, 단순 종교화가 아닌 공동체 정체성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상징이다. 병풍에 봉향신을 중심으로 다양한 신령, 수문장, 사자, 도깨비가 층층이 배치되어 있으며, 각각의 형상은 공동체가 의지하는 존재이자, 질서를 표현하는 장치로 작용한다. 이 무신도는 신의 존재를 묘사함과 동시에 마을을 지키는 부적의 기능을 갖췄다.

 

주목할 만한 점은 현실과 비현실, 인간과 신령이 한 화면 내에 자연스럽게 공존한다는 것이다. 마을 구성원들은 제의 과정에서 이 그림을 반복적으로 접하며 집단적 기억과 신앙을 지속했고, 무신도는 그 기억을 연결하는 매개로서 기능했다. 결과적으로 행원리 무신도는 과거 신앙 기록을 넘어 공동체적 삶과 정신세계를 담아낸 시각적 자료이다.

이와 같은 특징은 바스키아의 회화와도 관련된다. 바스키아는 뉴욕 벽과 캔버스에 왕관, 해골, 문자 등 기호를 반복해 독자적 체계를 형성했고, 그의 기호가 억압·저항의 언어였다면, 행원리 무신도의 형상들은 공동체 신앙과 세계관을 시각화하는 장치로서 작동했다.

 

이 그림은 정말로 놀랍다. 장 미쉘 바스키아전에서 가장 충격적인 작품 중 하나...

 

백남준, 로봇, 광복이후

이 작품은 백남준의 대표 로봇 시리즈 중 하나인 로봇이다. TV 모니터, 전자 부품, 장난감 등 일상 물건들이 조립되었으며, 인간과 기술이 결합된 새로운 존재를 상징한다.

머리의 사슴뿔 오브제와 양팔을 치켜든 자세는 토템이나 샤먼을 연상시키며, 백남준의 독창적 상상력이 드러난다. 그는 전자 폐기물에서 새로운 조각 언어를 만들어내고, 기술을 예술적 상상력의 매개체로 확장했다. 이 로봇은 과거의 오브제를 넘어, 포스트휴먼 시대의 샤먼이자 문화적 주체로 기능한다.

 

장 미셀 바스키아와 비교하면, 바스키아는 그래피티·해부학·신화·문자를 결합해 혼성적 기호 체계를 창조했고, 백남준은 전자 매체와 사물의 파편을 조립해 새로운 예술 언어를 완성했다. 두 작가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경계를 넘어 인간, 기술, 사회, 문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Warriors & Power Figures

장 미셀 바스키아전의 전사 형상들은 거칠고 강렬한 붓질 속에서 힘과 고통, 저항과 연약함을 동시에 드러낸다. 무기나 일상적인 도구로 무장한 인물들은 후광이나 왕관 같은 상징을 지니며 영웅주의와 희생, 권력과 취약성의 긴장을 표현한다. 바스키아는 역사와 문화 전반에 걸쳐 발견되는 전사와 영웅의 상징들을 사용하여 그것들을 개인적이고 현대적인 맥락으로 전환시켰다. 이는 억압과 인종차별이 만연했던 시대를 반영하면서도, 당시의 혹은 남성과 그들의 저항과 회복력을 상징한다.

 

파리나 Farina, 1984

장 미쉘 바스키아의 Farina/파리나는 흰 캔버스에 강렬한 흑인 셰프 형상을 그린 작품이다. 이 인물은 미국 시리얼 브랜드 광고의 캐릭터 라스투스를 차용한 것으로, 광고 속 라스투스는 늘 웃는 얼굴의 친절하고 순종적인 흑인 하인을 상징했다.

바스키아는 이 이미지를 완전히 전복한다. 시리얼 그릇을 신발로 바꾸고, ‘REPAIRS’, ‘REBUILDING©’ 등 단어를 넣어 재건·수정 메시지를 전달한다. 분리된 눈, 불꽃 같은 혀, 반복된 저작권 기호는 흑인의 몸과 이미지가 쉽게 소유·거래되는 현실을 비판한다.

 

또 셰프 모자는 뼈를 연상시키고, 이는 아프리카 요루바 신화의 번개신 샹고를 떠올리게 한다. 소비주의 캐릭터를 신화적 존재로 승격시키며 라스투스를 존엄과 힘의 상징으로 재해석한다. 바스키아는 “흑인은 현실과 현대미술 어디에도 거의 없다. 그래서 나는 흑인을 주인공으로 쓴다. 내가 흑인이기 때문이다.”라고 밝혔고, 이 작품은 바로 그 선언에 해당한다. 웃는 표정 뒤 차별을 드러내고, 흑인의 존엄을 회복시키는 강렬한 외침이다.

 

언타이틀드 (블랙피겨) / Untitled (Black Figure), 1982

바스키아의 Untitled (Black Figure)/언타이틀드/블랙피겨는 거칠고 원초적 선들이 화면을 가득 메운 작품이다. 오른쪽 흑인 형상은 드러난 뼈대와 강렬한 색채로 토템과 해부도를 연상시키며, 흑인의 몸이 사회에서 소비되고 해체되는 과정을 드러낸다.

왼쪽에는 저울, 숫자, 낙서 등이 겹쳐져 있는데, 정의와 불평등, 도시 혼란을 암시하면서도 의미가 고정되지 않고 계속 변화한다. 양분된 화면은 바스키아가 몸과 사회, 개인과 제도, 주체와 타자 사이의 갈등을 시각화하는 장치다.

 

특히, 그의 붓질은 단순 묘사에 그치지 않고, 행위 자체로 남아 있으며 존재의 근원을 향한 힘을 담는다. 흑인 형상은 해체와 초월 사이, 끊임없이 흔들리는 정체성을 상징하고, 바스키아의 역사적·개인적 상처와 균열을 직접 담아낸다.

 

 

장 미쉘 바스키아전 거대한 두 작품 기쁨과 무제

 

장 미셸 바스키아전 : 과거와 미래를 잇는 상징적 기호들에서 가작 작은 섹션

해골과 가면들 (Heads and Masks)

"바스키아 작품 전반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모티프 중 하나는 ‘해골’과 ‘가면’이다. 이는 그가 문화적 기억, 권력, 정체성과 맞서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작업은 바스키아가 아프리카 가면에 매료되었던 데서 비롯되며, 영적 상징성과 문화유산에 대한 그의 관심과도 연결된다. 그의 인물들은 때로 아이티의 부두교 인형이나 아프리카의 은키시(nkisi)*를 닮았는데, 이들은 보호적이고 영적이며 초자연적인 속성을 지닌 존재들이다. 바스키아는 이 형상들을 현대적이고 도시적인 맥락 속에 배치하고, 아프리카 전통을 재해석함으로써 역사적 의식, 힘, 그리고 저항의 의미를 불어넣었다.

 

 

무제 (눈) / 자화상

 

Cartoons

장 미쉘 바스키아가 만화에 품었던 관심은 그의 시각 언어에 큰 영향을 미쳤다. 바스키아의 인물들은 마치 만화처럼 장난스럽고 과장된 형태를 띠며, 아이들의 그림에서 느껴지는 즉흥성과 직관성을 담고 있다.
크게 뜬 눈과 불규칙한 붓질은 세상을 여과 없이 바라보는 어린이의 시선을 떠올리게 하며, 휘갈겨 쓴 단어들은 호기심 가득한 즉흥성을 드러낸다. 그러나 이러한 장난스러움은 곧 거칠고 즉각적인 선의 감각으로 전환되며, 색과 정보의 층 뒤에 숨겨진 사회 비판을 드러낸다.
그의 인물들은 단순히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 속 사회적 문제와 교차되며 만화적 언어를 권력, 인종차별, 문화적 정체성을 겨냥한 무기로 변모시킨다.

 

직무 분석 Job Analisis , 1983

장 미셀 바스키아 대표작 중 하나인 Job Analisis는 화면 가득 만화 캐릭터와 문구들이 거칠게 얽힌 작품이다. 오른쪽에는 익숙한 벅스 버니와 엘머 퍼드가 등장하며, 그 옆에 1938년 유럽 파시즘을 풍자한 애니메이션 제목이 보인다. 왼쪽에는 메트로 골드윈 메이어와 UPA 영화사 로고, 슬랩스틱 코미디 제목이 배치돼 있다.

검은 띠 안에는 흰색 칼과 십자가가 겹쳐 있고, 벅스 버니의 대사 Arise, Sir Loin of Beef가 적혀 있다. 바스키아는 어릴 적 꿈인 ‘만화가’ 언어를 회화에 끌어들여, 단어와 문장을 그림 도구로 활용했다. 짧은 문구, 숫자, 브랜드명이 리듬을 형성하며, 화면은 재즈나 힙합처럼 즉흥적이고 파편적이다.

 

키스 해링은 바스키아를 “단어를 물감처럼 잘라내고, 지우고, 이어 붙이며 새로운 의미를 만든다”고 평가했다.

'Job Analisis'는 만화, 영화, 음악, 그래피티가 충돌하며 1980년대 대중문화, 예술, 역사, 사회를 한꺼번에 반영하는 당시 시대의 결정체라 할 수 있다.

 

스키타는 사람 1983

 

 

노파 1984

 

소방관 Bombero, 1983

바스키아의 Bombero/봄베로는 ‘소방관’을 뜻한다. 작품에는 한 남성이 연인에게 맞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남성은 분열된 바스키아 자신의 자화상이다. 옆에 있는 소방관은 사건 해결자가 아니라, 다툼을 희극적 의식으로 중재하는 인물이다.

바스키아는 어린 시절부터 소방관을 동경했고, 이 장면은 어린 시절 욕망과 내적 갈등이 겹친 모습으로 해석된다.

 

작품 속 미국 만화 의성어와 과장된 표현은 화면에 리듬과 유머를 주지만, 그 아래엔 정체성 불안과 권력 긴장이 숨겨져 있다.

'Bombero'는 단순한 웃음거리가 아니라 ‘자신을 때리는 손’이자 ‘자신을 구원하고픈 욕망’을 담은 자전적 아이콘이다. 바스키아는 개인 기억을 대중문화 언어와 연결하며, 자화상과 사회적 패러디를 한 화면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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