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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국내 추상조각의 대표 전국광 전시회 '쌓는 친구 허무는 친구' 관람후기 입니다. 한국 추상조각에 있어 주목할만한 업적을 보였지만 45세의 나이에 자살로 생을 마감한 비운의 조각가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 전국광: 쌓는 친구 허무는 친구 전시회 개요

이번 전시회는 내년 2월 22일 까지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2층 전시실과 1층 야외전시실에서 석조각, 목조각, 금속조각, 드로잉, 마케트 등 작품 100여 점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무료 전시회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1층은 동시대에 활동한 권진규의 작품이 상설전시되고 있습니다. 사당동 시립미술관 방문 하신다면 꼭 1층의 권진규의 영원한집 전시회도 꼭 관람하시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권진규 전시회는 아래 지난 포스팅 참고 하시고요. 오늘은 2층 권국광 전시회장으로 올라 갑니다.

 

| 도슨트, 오디오 가이드

이번 전시회는 크게 4개의 섹션 100여점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휴무일인 월요일을 제외하면 매일 14시 전국광: 쌓는 친구 허무는 친구 전시회 도슨트가 진행되고요. 서울시립미술관 앱을 이용하시면 오디오가이드 및 작품 설명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전시개요

전국광: 쌓는 친구, 허무는 친구는 한국 추상조각에 뚜렷한 발자취를 남기고 45세에 생을 마감한 조각가 전국광(1945-1990)의 예술세계를 되짚는 전시이다. 전국광은 20여 년 동안 조각의 본질인 매스를 탐구하며 독창적 조형 언어를 만들었고, 전시는 그가 집중했던 ‘쌓기(적)’와 ‘허물기(매스의 내면)’ 개념을 축으로 조각·드로잉·마케트 등 100여 점을 선보인다.

1945년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전쟁과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중등학교 시절 박재소를 만나 조각에 입문했고, 기념조각 제작을 도우며 실제 기술을 익혔다. 이후 홍익대 조각과에 입학해 장식을 넘어선 조각의 본질을 고민하며 실험을 이어 갔다. 1974년 졸업 후 공모전과 개인전을 통해 조각계 중심에서 활동했으며, 일찍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작품은 한국 조각의 흐름 속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전시 제목 ‘쌓는 친구, 허무는 친구’는 작업노트에서 유래하며, 작가 주변에서 부르던 별칭 ‘쌓는 친구’와 스스로 작품을 허물며 새로운 가능성을 찾고자 했던 ‘허무는 친구’가 대비된다. 전시 구조는 네 개 섹션으로, 쌓기 개념을 보여주는 ‘적’ 연작, 매스의 무게를 비우는 과정에 집중한 ‘매스의 비’, 적의 구조를 해체한 ‘적의 적’, 그리고 작가 기록을 통해 목소리를 전하는 마지막 섹션으로 구성된다.

전시는 전국광이 평생 탐구한 조각적 사고를 보여주는 동시에, 생전 활동과 실험이 남긴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작가의 작업 방식은 쌓고 허무는 반복 속에서 매스의 본질을 파악하려는 시도였으며, 이는 한국 현대조각사의 중요한 지점으로 평가된다. 이번 전시가 전국광의 미술사적 위치를 다시 확인하고 후속 연구를 넓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첫 번째 섹션

쌓는 친구: 적

전시의 첫 섹션인 ‘쌓는 친구: 적’은 작가가 1970년대 구축한 대표 연작 ‘적’ 시리즈를 다룬다. 전국광은 이 시리즈에서 자연의 형상을 만드는 물리적 힘과 비가시적 에너지를 담아내고자 했으며, 그 결과 얇은 면이 층층이 쌓이며 굴곡·주름·점입 같은 변형이 나타나는 독특한 구조를 만들었다. 이러한 표면의 변화는 자연 지층에서 보이는 퇴적 작용과 습곡 작용을 연상시키며, 쌓기 과정 자체를 비가시적 힘의 작동으로 해석한 그의 사고방식을 반영한다. 이때 ‘쌓기’는 물리적 행위인 동시에 작가가 조형적 충돌을 조절하며 형태의 변주를 이끌어내는 구조적 조건이 된다.


전국광은 자연에서 관찰되는 리드미컬한 움직임을 표현하기 위해 손으로 다루기 수월하지 않은 돌·나무·금속 대신, 주름지고 느려지고 솟아오르는 성질을 지닌 부드러운 재료를 선택해 이를 연상되는 방식으로 조형했다. 이렇게 실제 재료의 속성과 달리 보이도록 한 점은 물성과 형상의 간극에서 생기는 흥미로운 효과를 만든다. 그의 독자적 조형성은 재료 조건이나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만의 주제의식을 밀고 나간 태도에서 비롯된다.

그의 작품은 종종 한국 미니멀리즘 추상조각의 선구로 설명되지만, 특정 사조의 틀로만 규정하기엔 성격이 한정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그는 형태 변주를 위해 반복된 손작업을 이어 갔지만, 단순 반복에 머물지 않고 재료의 본래 물성을 중시하며 새로운 형상을 탐구했다. 이는 물성을 재해석해 기존의 제약을 넘어서는 방식으로, 전국광 조각의 핵심적 특징으로 볼 수 있다.

 

오늘 소개하는 조각가 전국광: 쌓는 친구 허무는 친구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2층 전시실 모습입니다. 구 벨기에 영사관으로 사용된 건물로 곳곳에 고풍스러운 느낌의 장식물들을 만나볼 수 있는데요. 이 또한 미술관 관람의 또 다른 즐거움입니다.

 

 

첫번 째 섹션에서는 전국광의 변이, 적, 괴 등 그의 대표작들과 스케치를 만나볼 수 있는 공간

 

 

 

평면구조, 1981년

전국광은 1970년대에는 쌓아 올린 형태로 매스를 탐구하는 ‘적’ 시리즈에 집중했으나, 1980년대에 들어서는 매스를 허물어 그 내부 구조를 드러내는 ‘매스의 내면’ 시리즈로 관심을 옮긴다. 〈평면구조〉는 이러한 변화가 시작되는 시점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작가는 1970년대 후반 ‘적’ 시리즈를 대규모로 제작하면서 무거운 매스가 가져오는 현실적 문제—장비 동원, 제작비, 노동력—를 반복적으로 경험했고, 매스의 중량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필요를 강하게 느꼈다. 이와 동시에 옵아트와 일루저니즘 같은 새로운 사조를 접하며, 시각적 실험을 통해 무게의 제약을 넘는 방식을 자신의 조형 언어에 적용하기 시작한다.


그 결과 1980~81년 사이에는 기하학적 패턴이 강조되고, 매스의 무게를 크게 덜어낸 부조적 실험작들이 짧지만 집중적으로 등장한다. 이 시기 작업들은평면구조, 평면분할, 입체분할, 매스와 탈매스 등으로 명명되며, 작가가 기존 매스 개념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떤 변화를 시도했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탑, 1975년

전국광은 자연에서 포착한 리드미컬한 움직임을 돌·나무·금속 같은 단단한 전통 재료로 구현하면서도, 그것이 마치 천이나 반죽처럼 눌리고 접히고 솟아오르는 부드러운 재질로 보이도록 절묘하게 표현했다. 에프알피(FRP)로 제작된 〈탑〉 역시 실제 재료와 시각적으로 연상되는 물성 사이에 간극을 만들며 흥미를 유발한다.


작품은 얇은 종이나 천을 차곡이 쌓아 올린 듯한 외형을 지니고, 내부에는 사각형 구조가 숨어 있는 듯한 암시를 더해, 관람자가 겉으로 드러난 매스뿐 아니라 그 내부의 조직까지 자연스럽게 상상하도록 이끈다.

 

쌓는 친구: 적의 도입은

작가 이름을 층층이 쌓아 올린 듯한 석고 조각 〈제목미상〉으로 시작된다. 이 작품은 단순한 형태에도 불구하고, 이름을 반복해 쌓는 방식을 통해 ‘쌓음’이 전국광 작업의 핵심 정체성임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그는 작업노트에서 ‘쌓음’이라는 행위가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 직접 설명한다.


작가는 자신이 쌓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는 최소한의 미의식조차 형상에 개입하지 않도록 스스로를 억제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자연스러운 행동이며, 일종의 조건반사에 가깝다고 기록한다. 판状 점토가 쌓이는 과정에서 스스로 휘어지고 팽창하며 만들어내는 형태를 지켜보는 순간, 그는 비로소 “주문을 외울 차례”가 온다고 말한다. 즉, 형태가 거짓 없이 드러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쌓고, 그리고 바라보며 작업을 이어간다는 것이다.

 

두 번째 섹션,

매스를 기리며: 매스의 비

'매스를 기리며: 매스의 비'는 전국광 작업이 ‘쌓다’에서 ‘허물다’로 변화하는 과정에 주목한 섹션이다. 작가는 1970년대 다양한 ‘적’ 시리즈를 제작하며, 작품의 중량감 때문에 운반·제작비·노동력 등 현실적인 어려움을 반복적으로 경험했다. 이러한 부담은 그가 매스의 무게에 얽매이지 않고 더 자유롭게 작업하고자 하는 열망을 키웠고, 1970년대 후반부터 변화가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다.


이러한 의식 변화는 1970년대 후반의 ‘적-변이’를 거쳐 1980~81년 기하학적 패턴을 강조하고 매스의 무게를 덜어낸 일련의 실험적 작품들로 이어진다. 평면구조, 평면분할, 입체분할, 매스와 탈매스 등이 그 예이며, 이 작업들에서는 매스를 줄이고 구조적 변주를 강화하려는 작가의 시도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1981년에는 평면적이면서도 입체 효과가 강한 매스의 비를 제작하며 매스의 중요성을 다시 언급하지만, 동시에 무게의 제약에서 벗어나려는 의지를 내비친다. 작가 스스로도 “실제 매스와 보이는 매스의 문제”를 고민했다고 말하며, 이는 이후 1980년대 후반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매스의 내면’ 시리즈의 전환점이 된다.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조각가 전국광: 쌓는 친구 허무는 친구 전시회 두 번째 섹션은 정면뿐만 아니라 전시공간을 한 바퀴 돌면서 감상하시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세 번째 섹션

허무는 친구: 적의 적

허무는 친구: 적의 적은 작가가 매스 자체보다 그 내부 구조에 관심을 돌리며 1980년대 새롭게 전개한 ‘매스의 내면’ 시리즈를 소개하는 섹션이다. ‘적’의 첫 의미가 ‘쌓는다’라면, 두 번째 의미는 ‘싸운다’로, 작가는 이 두 의미를 바탕으로 기존 ‘적’ 시리즈에서 다루던 매스의 개념을 해체하고 그 내부를 드러내려 했다.


1981년 매스의 비 이후 전국광은 매스의 무게에서 벗어나기 위해 전통 조각 재료뿐 아니라 철, 아크릴, 점토, 종이, 나무가루 같은 다양한 재료 실험을 진행한다. 특히 철과 나무가루 조합처럼 가벼운 재료를 쌓아 올리며 매스를 해체하는 방식이 두드러진다. 작품 일부를 비워내거나 관을 삽입해 내부 공간을 드러낸 시도 역시, 최소한의 형태로도 강한 매스감을 만들어내기 위한 그의 방법이었다.

이러한 실험들은 전체 매스를 그대로 유지하기보다 구조 내부를 드러내는 데 초점을 두었고, 결과적으로 새로운 조형 감각을 발현하게 했다.

 

이번 공간 또한 작은 방에 여섯 작품이 배치되어 있다.

 

 

작품은 물론 작품의 그림자, 작품을 투과하면서 생기는 조명과의 조화등이 감상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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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2층 중앙통로를 건너 다음 전시공간으로 이동합니다.

 

복도에는 전국광 작가 스케치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이런 소품으로 아트샵이 있어도 좋을 것 같네요.

 

전국광: 쌓는 친구 허무는 친구 전시회 세번째 섹션 이어서 진행됩니다.

 

 

매스의 내면 Inner mass. 1983

쇠파이프 Iron pipes. 30×180×180cm. 대구미술관 소장

 

매스의 내면 - 자유의... Inner of Mass - Freedom.... 1985

나무, 노끈 Bronze, Wood, string. 320×30×30cm. 경기도미술관 소장

 

입체작품 이외에도 다양한 전국광 작가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자유 - 일백팔개의 치성탑, 1989년

자유 – 일백팔개의 치성탑〉은 작가가 생애 말기에 제작한 부조 작품으로, ‘쌓기’라는 그의 조형 방식을 평면적 구조로 옮긴 사례다. 1970년대 초반의 〈적〉 시리즈가 비교적 정돈된 매스를 보여준다면, 이 작품은 자연물을 층층이 쌓아 올린 듯한 거친 질감과 자유로운 형태가 두드러진다.

이러한 표현 방식은 1980년대 후반의 〈매스의 내면〉 시리즈와도 연결된다. 당시 작가는 나뭇가지, 철사, 각목 등 기존 오브제나 자연 재료를 그대로 활용해 재료 고유의 물성과 존재감을 강조했는데, 이번 작품 역시 그 연장선에서 자연적 질감과 조형성을 드러낸다.

 

(좌) 쇠뇌작용 V - 구심충돌, 쇠뇌작용 VI - 원심충돌. 1989

종이에 잉크 Ink on paper, 34×45cm

 

(우) 매스의 내면 - 자전은 공전을 우선한다 드로잉.1967.

종이에 펜 Pen on paper. 10×14cm

 

 

 

매스의 내면 - 자력 - 0.027㎥의 공간 (1986)

 

전시장 모서리에서 두 벽을 지탱하는 유기적 생명체처럼 보이도록 설치된 작품이다. 제목에서 드러나듯 사용된 재료의 총 부피는 0.027㎥이며, 하나의 각목 길이가 30cm여서 모든 재료를 합치면 30×30×30cm의 입방체 부피와 같다.

작품은 이 최소한의 재료가 전시장 구조에 맞춰 변형될 수 있도록 제작되었고, 천장의 한 지점을 중심으로 양쪽 벽을 버티며 서 있는 방식으로 설치된다. 따라서 각목은 공간 조건에 따라 자연스럽게 접히고 펴지며 형태를 바꾼다.

이 작품은 1980년대 후반 전국광이 진행하던 ‘매스를 허무는 실험’의 연장선에 있으며, 그가 고정된 덩어리에서 벗어나 유연한 조각, 열린 조각으로 나아가려 했던 변화를 예고하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마지막 네 번째 섹션 예술가의 목소리로 마무리됩니다.


네 번째 섹션

예술가의 목소리

 

작가의 수필, 작가노트 등의 자필 원고와 디지털 아카이브를 만나볼 수 있는 공간입니다.

 

 

육명심 Yook Myongshim
예술가의 초상 시리즈 - 전극광

Portraits of Artists Series - Chun Kook-kwang

1980(2021 인화)
종이에 디지털잉크젯프린트
Digital inkjet print on paper
76.2×50.7cm

 

육명심 작가는 우리나라 예술과와 문학가의 초상 작업을 주로 한 사진작가입니다.

 

 

그리고 전국광 작가노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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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 나와 너희들 그리고 나들, 1989년

나들은 작가가 1990년 타계하기 직전 후반부에 제작된 작품으로 자유의지를 향한 작가의 열망을 잘 함축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하나의 유닛이 각기 다른 재료와 다른 형태로 변주된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는 제목의 ‘나들’이 암시하듯 자유를 갈망하며 다양한 실험을 꾀하는 제1, 제2, 제3… 등의 자신이 투영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은 또한 1981년 제작된 〈매스의 비〉와 연결해서 이해할 수도 있는데, 두 작품 모두 좌대 위에 유사한 형태가 각기 다르게 변주되어 보여진다는 점에서 ‘반복을 통한 변주’라는 전국광 조형문법의 핵심을 공통적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번 조각가 전국광: 쌓는 친구 허무는 친구 전시회 실내공간 마지막은 디지털 아카이브 자료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야외전시 공간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정원에도 전국광 작가의 작품이 야외전시되어 있습니다.

 

매스의 내면, 1987년

대형 야외 조각 〈매스의 내면〉은 2011년 성곡미술관 개인전 《매스의 내면 – 전국광을 아십니까》 이후 처음 공개되는 작품이다. 작가의 작업실에 오랫동안 보관되어 있던 작품을 이번 전시를 위해 특별히 보존·수복했으며, 관련 과정은 장준호 조각가의 인터뷰 영상으로 전시장에서 소개된다.


이 작품은 과거 철로에 쓰였던 단단한 목침을 재료로 삼아, 전국광 특유의 자연스럽지만 구조적인 조형을 힘 있게 드러낸다. 작품은 압도적인 매스감과 함께 관람 위치에 따라 다른 인상을 주며, 남서울미술관 야외 정원에 새로운 생동감을 더하고 있다.

 

이외에도 무제, 적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가는방법과 주차장은...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주차장 추천 : 남현소공원 공영주차장

구 벨기에 영사관 건물을 활용한 규모는 크지 않지만 제가 좋아하는 권진규 조각가의 작품과 항상 새로운 기획전도 만나볼 수 있는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주차 및 주차장 정보입니다. 박물과

www.a4b4.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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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류화가 중에서 탑오브 탑으로 생각하는 천경자 화백의 상설 전시회인 '영원한 나르시시스트, 천경자' 전시회 관람후기 입니다. 

1998년, 한국 화단의 대표적인 작가 천경자(千鏡子, 1924-2015) 화백은 시민과 후학들이 자신의 작품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194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60여년에 걸쳐 제작한 작품 93점을 서울시립미술관에 기증하였는데요. 이중 20여점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습니다.

 

| 영원한 나르시시스트, 천경자 전시정보

전시회는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2층 천경자컬렉션전시실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상설전시로 별도 공지전에는 계속 전시가 진행예정입니다. 전시장 입장료는 무료

 

언덕을 올라와 서울시립미술관 1층에 도착 했습니다. 정말로 오랜만에 이곳에 방문했네요. 예전 직장이 서대문에 있을 때에는 점심 먹고 산책하러도 오곤 했는데, 다시 강남으로 생활권이 바뀌니...

전시장 1층에는 '키키 스미스' 특별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백남준 작가의 서울 랩소디 작품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천경자 전시회는 물론 '키키스미스' 전시회도 추천 드립니다. 꼭 같이 보세요.

 

전시장 입구입니다. 기대 보다는 다소 작은 규모네요.

영원한 나르시시스트, 천경자

“내 그림들이 흩어지지 않고 시민들에게 영원히 남겨지길 바란다.”

1998년, 한국 화단의 대표적인 작가 천경자(千鏡子, 1924-2015) 화백은 시민과 후학들이 자신의 작품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194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60여년에 걸쳐 제작한 작품 93점을 서울시립미술관에 기증하였다.

한국화의 채색화 분야에서 독자적인 화풍을 이루어 온 작가의 독특한 작품세계와 그 기증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한 천경자 상설전시는 ‘영원한 나르시스트, 천경자’라는 이름으로 20여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영원한 나르시시스트, 천경자’는 꿈과 사랑, 환상에서 비롯된 정한(情恨)어린 스스로의 모습을 끊임없이 작품에 투영하는 작가의 작품세계를 은유한다. “그것이 사람의 모습이거나 동식물로 표현되거나 상관없이, 그림은 나의 분신”이라고 말하는 천경자 화백의 작품세계는 마치 자신을 비추는 ‘거울’과도 같다.

전시는 이처럼 자전적(自傳的)인 성격을 가지는 작가의 작품 전반에 대한 자기고백적 측면에서 접근하여, ‘내 슬픈 전설의 이야기’, ‘환상의 드라마’, ‘영혼의 여행자’, ‘자유로운 여자’라는 네 개의 섹션으로 구성하였다. 다채로운 이야기로 구성된 이번 전시를 통해 천경자 화백의 작품 기증이 지닌 참뜻이 다시 한 번 빛나길 바라며, 앞으로도 지속적 연구를 통해 다각도로 재조명될 천경자 상설전시에 대한 관람객 여러분의 변함없는 관심과 사랑을 기대한다.

 

| 천경자 전시회 오디오 가이드 > 이어폰 필수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회는 보통 앱스토어에서 '서울시립미술관 전시 도슨팅' 앱을 설치하시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앱 UI/UX는 정말로 아쉬운 부분이 많습니다. 작품관람에 많은 도움이 되니 이어폰 꼭 챙겨 오세요.

 

 

참고로 천경자 상설전은 사진 촬영 금지입니다.

아래는 서울시립미술관 홈페이지에서 느낌좋았던 작품 중심으로 다운로드 받아 소개합니다.

 

이번 천경자 전시회는 총 4개의 섹션 20여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섹션 1. 내 슬픈 전설의 이야기

“내 온몸 구석구석엔 거부할 수 없는 숙명적인 여인의 한이 서려있나 봐요. 아무리 발버둥 쳐도 내 슬픈 전설의 이야기는 지워지지 않아요.”

자화상 〈내 슬픈 전설의 22페이지〉(1977)와 해외여행지에서 본 이국여인의 모습을 그린 〈자마이카의 여인 곡예사〉(1989)와 같은 작품으로 구성된 섹션 ‘내 슬픈 전설의 이야기’에는 작가가 결코 벗어날 수 없었던 “숙명적인 여인의 한”이 서린 다양한 모습의 여인들이 자리한다. 작품의 분위기를 지배하는 짙은 한의 정서는 천경자에게 있어 슬프지만 달콤한, 인생으로서의 매력이었다. 작가의 분신이기도 한 그림 속 여인들의 모습에서 ‘달콤한 한’이 깃든 그녀의 인생이야기를 엿볼 수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고 익숙한 스타일의 천경자 작가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공간

〈여인의 시 Ⅰ〉

<여인의 시 Ⅰ>(1984)는 사무치는 고독 속에서 삶에 대한 애착을 드러낸 작품이다. 이 작품은 2점 연작으로 제작되었다. 천경자는 1980년대 중반 여인 누드를 화폭에 적극적으로 등장시키며 특정 모델의 사실적인 묘사가 아닌 자유로운 표현으로서 누드를 그렸다. 1969년부터 1990년대까지는 해외여행에서 지속적으로 원시성, 원시미를 탐구했는데, 이는 인간 본연의 원초적인 모습과 관련된다. 나체 여인의 등장은 생명을 탄생시키는 근원을 여성으로 보는 모체회귀와 연관된다. 여인의 얼굴과 눈망울에는 고독감이 가득하다. 벌거벗은 채 당당하게 서 있는 여인상은 세상의 모진 풍파 속에서 고고하게 살아온 천경자의 모습이자 생에 대한 애착과 생명감을 상징한다.

 

〈여인의 시 Ⅱ〉

<여인의 시 Ⅱ>(1985)는 인간과 자연, 현실을 벗어나 초현실적인 세계로 향하고자 하는 의지를 표상한 작품이다. 여인은 광기 가득한 금빛 눈으로 팔을 벌린 채, 장미를 가슴에 품고 떠오르는 형상이다. 구름 사이로 여인을 등장시켜 현실과 상상이 공존하는 공간을 연출한 것은 작가 스스로 추구해왔던 ‘해방된 세계에서 떠오르는 여인’을 보여준다. 장미는 그의 삶에서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작품에서 함께 존재해 왔다. 천경자는 장미처럼 자신을 방어하는 가시를 예술에 비유했고, 가시에서 핀 장미를 안고 살아야 하는 자신의 운명을 담아 화려하고 향기 그윽한 작품을 만들고자 했다. <여인의 시 Ⅱ>는 현실을 넘어서 고독과 한을 승화시킨 작품이다.

 

〈내 슬픈 전설의 22페이지〉 & 〈자마이카의 여인 곡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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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병이 된 마돈나〉

<화병이 된 마돈나>(1990)는 유명 스타를 소재로 그린 작품이다. 천경자는 1960년대 후반부터 자신이 좋아했던 유명 스타를 화폭에 담아내기 시작했다. 환상 속에 표상되었던 여인이 아니라 현재에 존재하는 구체적인 여인들이다. 천경자는 실제로 배우가 되고 싶어 했고 평생 영화 같은 삶을 살았다. 할리우드 여배우 그레타 가르보와 마릴린 먼로에 이어 팝의 여왕 마돈나를 소재로 선택했다. 여배우 이미지 삽입은 인간의 정신적 욕구불만에 대한 도전을 표출한 것이다. 꽃을 가득 꽂은 화병에 매혹적인 마돈나의 얼굴은 사실적으로 묘사됐지만 눈망울에 우수가 가득하다. 표정에서 느껴지는 애상은 여성이라는 편견과 차별을 극복하지 못한 유명 스타의 삶에 천경자 자신의 한을 대입시킨 것이다.

 

섹션 2. 환상의 드라마

“작품은 과거의 추억을 되살리고, 미래세계를 상상하며 오늘의 꿈을 담은 한 폭의 드라마들”

‘환상의 드라마’ 섹션은 작가의 꿈과 환상, 동경의 세계를 표현한 자전적 성격의 채색화 작품으로 구성된다. 젊은 시절의 지독한 가난과 사랑의 상처로 인한 뼈아픈 고통을 극복하기 위해 그렸던 천경자의 대표작 〈생태〉(1951)에서부터 안정된 생활의 행복감이 깃든 화사한 파스텔 색조의 그룹 인물화 〈여인들〉(1964), 그리고 보티첼리의 작품이 중심이 된 〈이탈리아 기행〉(1973)까지. 과거의 추억과 오늘의 꿈, 미래에 대한 상상을 형상화한 작품들로 구성된 이 섹션은 시기에 따른 작가의 감정 변화가 녹아든 한 편의 드라마와도 같다.

 

〈생태〉

<생태>(1951)는 처절한 삶의 현실에 대한 저항을 형상화시킨 작품이다. 얽히고설킨 수십 마리의 뱀이 화면 중앙에 모여 있다. 뱀의 동세, 머리, 눈망울, 표피의 질감 등의 꼼꼼하고 사실적인 묘사가 돋보인다. 천경자는 광주역 앞 뱀집을 찾아가 유리상자 속에 수십 마리의 뱀을 넣고 직접 관찰하여 스케치했고, 이 작품을 25일 만에 완성했다. 작품의 뱀은 원래 모두 서른세 마리였으나, 사랑했던 뱀띠 연인의 나이를 맞추기 위해 두 마리를 더 그려 넣어 서른다섯 마리가 되었다. 천경자 스스로 뱀을 그린 동기는 ‘오직 인생에 대한 저항을 위해서’라고 했다. 고통과 슬픔, 분노 등의 내면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뱀을 소재로 그림으로써 여동생의 죽음, 사랑, 이혼, 경제적 어려움과 같은 삶의 역경을 극복하려 했다.

 

〈백야〉

천경자 화백의 작품이라고 하지만 작품의 구도와 색상에서는 김환기 화백의 초기 작품의 느낌이 상당히 난다는... 학이 부엉이로...

영원한 나르시시스트, 천경자〈백야〉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전시합니다.

바로가기작품 설명이 전시의 음성 안내 5초 뒤로 5초 앞으로
작품 설명<백야>(1966)는 초시간적인 세계를 기억 속에 되살려 설화성을 강조한 작품이다. 청·녹·보라 계열의 소용돌이치듯 거칠게 채색된 원형상은 숲속에 모여 앉은 부엉이와 동일시되어 밤의 세계를 상징한다. 노란 눈의 부엉이가 지켜보는 가운데 나비가 날고 있고, 백색 빛이 가득한 가운데 분홍빛 구름이 흘러가는 장면은 모순적이면서도 조화를 이룬다. 은밀한 분위기를 발산하는 백야는 간접적으로 설화성을 드러내준다. 작가는 청색을 1960년대 설화성을 강조한 작품에서 자주 사용했다. 또한 이 색은 천경자가 숙원의 지옥도를 그리기 위하여 환상했던 죽음의 색채이기도 하다.

 

〈아! 무정〉

<아! 무정>은 뉴욕 브로드웨이의 극장 광고 장면을 그린 작품이다. 브로드웨이 극장가를 지나다보면 타임스퀘어를 중심으로 온갖 광고판과 연극·뮤지컬 간판이 화려함의 극치를 이룬다. 작품명 ‘아! 무정’은 빅토르 위고 장편소설 『레미제라블』의 또 다른 이름이자 1950년대 한국 유행가의 제목이다. 천경자는 소설 속 주인공의 불행했던 삶에 공감했고, 유행가를 즐겼다. 화면 중앙에는 뮤지컬 ‘레미제라블’, ‘캣츠’, ‘오페라의 유령’ 등의 광고판들이 배치되어 있다. 각각의 광고판은 특징을 살려 사실적으로 묘사되었으며 천경자식 화법으로 미국의 공연예술을 설명해준다.

 

<캣츠> & 〈카바레 뉴욕〉

섹션 3. 영혼의 여행자

‘영혼의 여행자’ 섹션은 1969년부터 남태평양에서 시작해 인도, 중남미, 미국, 아프리카 등을 여행하며 그린 기행회화로 구성된다. 작가에게 여행은 타국의 사람들과 자연, 풍물을 발견하는 즐거운 시간이었으며, 원초적인 세계를 경험하는 교감의 현장이었다. 여성의 몸으로 원시의 땅을 찾아 나섰던 작가는 시간의 구애를 받지 않으며 마음껏 이곳저곳을 돌아보고 여행에 집중했다. 여행 초기의 감흥과 풍경을 순간적으로 포착한 〈타히티 고갱 미술관에서〉(1969)와 같은 스케치에서부터 1970년대 후반 이후의 화려한 색채와 화면구성이 돋보이는 〈플라사 메히코〉(1979), 〈푸에블로족〉(1988)까지, 완성도 높은 채색작품들과 살아 움직이는 듯 순간의 강렬함을 간직한 작가만의 독특한 기행회화를 감상할 수 있다.

 

〈타히티 고갱 미술관에서〉

<타히티 고갱 미술관에서>(1969)는 고갱이 살던 집터에 세워진 기념비(석상)를 스케치한 작품이다. 천경자는 폴 고갱의 흔적을 찾기 위해 타히티 여행을 선택했다. 천경자의 기대와 달리 고갱의 집과 미술관에는 작품은 없고 인쇄물과 유품만 남아 있었다. 고갱 미술관에 도착했을 때 천경자의 시야에 가장 먼저 포착된 것은 야자수 잎으로 씌워 놓은 석상이었다. 빠르게 펜으로 그려나간 야자수 잎과 석상의 형태는 천경자의 필력을 드러낸다. 굵은 펜과 콩테로 기념비에 음영을 주어 형상의 볼륨감을 강조했다.

 

앙리 루소의 작품이 느껴지는 두 편의 작품들 '뉴델리' & '뉴욕 센트럴 파크'

<뉴욕 센트럴 파크>(1981)는 센트럴 파크의 겨울 풍경을 그린 작품이다. 천경자가 13년 만에 다시 뉴욕을 찾은 이유는 큰딸이 살고 있었고 둘째 딸이 워싱턴에서 대학원 졸업을 앞둔 개인적인 일정 때문이었다. 센트럴 파크 나목들 사이로 빛바랜 지붕과 아이스크림 가게는 풍경화에 좋은 점경(點景)이 되어 주었고 가수 존 레논이 살았던 고급 아파트는 원경이 되었다. 발굽소리를 내며 지나가는 흰색, 검정색의 관광마차와 멀리 콩사탕을 먹고 있는 다람쥐를 전경에 그렸다. 스케치하는 동안 천경자는 고인이 되어버린 작가 김환기와의 인연을 떠올렸고, 몸서리쳤던 전위미술도 지나가버린 뉴욕이 겨울 한파 때문에 더욱 차갑고 쓸쓸하게 느껴졌다.

섹션 4. 자유로운 여자

‘자유로운 여자’ 섹션은 『사랑이 깊으면 외로움도 깊어라』(1984)를 포함한 다수의 수필집과 천경자 작품에 대한 대중적인 인기를 불러온 자서전 『내 슬픈 전설의 49페이지』(1979), 해외 스케치 여행의 과정을 그림과 함께 담아낸 『아프리카 기행화문집』(1974) 등의 출판물을 선보인다.

글 쓰는 일은 작가에게 맺힌 한을 풀어내기 위한 일종의 ‘푸닥거리’와도 같은 것이었으며, 그가 남긴 많은 책들은 당시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오를 만큼 그림 못지않은 뜨거운 관심의 대상이었다. 문학과 미술의 영역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문학예술인 천경자’가 들려주는 감각적이면서도 솔직한 언어 속에 삶과 예술에 대한 작가의 남다른 열정이 녹아난다.

다재 다능한 그녀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공간입니다. 특히 그녀의 여러 출판물을 볼 수 있는데요. 공개된 사진이 없네요. 궁금하신 분들은 서울시립미술관 천경자 전시회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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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다음달인 3월 12일까지 열릴 예정인 키키스미스의 국내 첫 전시회 관람후기 입니다. 독인 출신으로 미국에서 활동하는 작가로 현대미술사에서 그녀만의 독특한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작가입니다. 상당히 매력적인 작품들도 있지만, 다소 난해한 작품들도 있네요.

 

| 키키 스미스 - 자유낙하

이번 전시회는 2023년 3월 12일 까지 서울 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1층과 2층에서 전시합니다. 관람료는 무료이며 조각, 판화, 사진, 태피스트리, 아티스트북 등 키키스미스 작품 140여 점이 전시되고 있습니다.

 

| 1층 전시실

키키 스미스 전시회는 사진촬영이 가능합니다. 전시 공간은 여유있고 사진 촬영하기에도 좋은 작품들도 있습니다. 아래 안내와 같이 관람객 개인에 따라 다소 민감한 내용의 작품도 있습니다.

 

1층 키키스미스 전시장 모습입니다. 작품들이 여유있게 전시되어 있어 관람에 불편도 없고요. 전시장 조명이나 기타 조건들이 관람에 무리없도록 세팅되어 있습니다.

 

 

| 키키 스미스 자유낙하 전시회 전시안내

《키키 스미스  ― 자유낙하》는 신체에 대한 해체적인 표현으로 1980-1990년대 미국 현대미술사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해 온 키키 스미스의 아시아 첫 미술관 개인전입니다. 1994년에 제작된 작품 제목이기도 한 ‘자유낙하’는 스미스의 작품에 내재한 분출과 생동의 에너지를 의미하며, 여성 중심 서사를 넘어 범문화적인 초월 서사를 구사하는 작가의 지난 40여 년간의 방대한 작품활동을 한데 묶는 연결점으로 기능합니다. 또한 파편화된 신체를 탐구하는 스미스의 역동성을 상징하는 한편, 달이 지구를 맴도는 자유낙하 운동처럼 배회를 통해 매체와 개념을 확장해 온 작가의 수행적 태도를 동시에 담아냅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러한 특징에 기초하여 조각, 판화, 사진, 드로잉, 태피스트리, 아티스트북 등 140여 점에 이르는 작품을 소개합니다.

키키 스미스가 예술에 입문하기 시작한 1980년대 미국은 에이즈, 임신중절 등을 둘러싼 이슈를 필두로 신체에 대한 인식이 두드러지는 시기였습니다. 이 당시 스미스는 아버지와 여동생의 죽음까지 차례로 겪으면서 생명의 취약함과 불완전함에 대해 숙고하게 됩니다. 이러한 일련의 배경은 해부학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사와 맞물리면서 스미스가 신체의 안과 밖을 집요하게 오가며 탐구하는 계기를 이루게 됩니다. 분절되고 파편화된 인체 표현과 더불어 생리혈, 땀, 눈물, 정액, 소변 등 신체 분비물과 배설물까지 가감없이 다루면서 신체에의 비위계적 태도를 취한 스미스는 1990년대 미국의 애브젝트 아트를 대표하는 작가로도 설명됩니다. 나아가 2000년대 이후부터는 동물, 자연, 우주 등 주제와 매체를 점차 확장하여 현재까지도 경계에 구분이 없는 비선형적 서사를 구사해오고 있습니다. 

작가는 자신이 신체에 관심을 두게 된 이유가 단순히 여성성을 새로운 방식으로 해석하거나 부각시키기 위함이 아니라 신체야말로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형태이자 각자의 경험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는데, 이러한 다층적 해석이 이번 전시의 중요한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전시는 작가의 초기작부터 근작에 이르기까지 작품에서 일관되게 발견되는 서사구조, 반복성, 에너지라는 요소를 기반으로, 서로 느슨하게 연결된 세 가지 주제인 ‘이야기의 조건: 너머의 내러티브’, ‘배회하는 자아’, ‘자유낙하: 생동하는 에너지’를 제안합니다. 

스미스는 본인의 예술 활동을 일종의 ‘정원 거닐기’라 칭했습니다. 이는 여러 매체와 개념을 맴돌며 경계선 언저리에서 사유하는 배회의 움직임에 대한 상징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움직임은 소외되거나 보잘것없는, 혹은 아직 닿지 않은 모든 생명에 대한 경의의 메세지를 담아 오늘도 작품으로 여실히 옮겨지고 있습니다. 1980-1990년대를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시대의 굴곡을 유영해 온 스미스는 “나는 여전히 자유낙하 중이다.”라고 말합니다. 느리고 긴 호흡으로 주변의 ‘크고 작은 모든 생명’에 귀 기울이며 상생의 메시지를 던지는 스미스의 태도야말로 과잉, 범람, 초과와 같은 수식어가 익숙한 오늘날 다시 주목해야 할 가치일 것입니다. 

 

<새와 있는 두상 II>

<새와 있는 두상 II> 1995

새는 키키 스미스의 꾸준한 관심사 중 하나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새와 함께 자라온 스미스는 1992년을 시작으로 작품에 새의 형상을 여러 차례 출현시켜 왔습니다. 작품에서 새는 다양한 상징으로 나타나는데, 작가의 성장 배경이 되는 가톨릭의 맥락에서는 성령을, 범문화적 관점에서는 영혼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인간의 탐욕으로 인해 파괴되는 환경 속에서 희생되는 존재로 비추어지기도 합니다. 마치 죽음을 암시하는 듯 입을 벌리고 고개를 뒤로 젖힌 채 축 늘어져 있는 인간의 머리, 그리고 이와는 상반된 자세로 그 위에 올라타 있는 새의 모습은 나아가 인간과 자연의 질서에 대해서도 다시금 질문하게 합니다.

 

<세상의 빛>, 2017

<세상의 빛>, 2017

이번 전시에 총 14점의 세트로 전시되는 <세상의 빛>은 판화와 사진을 결합한 키키 스미스의 최근 매체 실험의 결과물입니다. 이 작품은 작가가 2005년 전시를 위해 베니스에 머물던 중 이스트 리버에 비친 햇빛의 번뜩임을 카메라에 담은 것을 시작으로 합니다. 사진은 오랫동안 공개되지 않다가 2016년 작가가 판화수업을 진행하면서 시아노타이프로 제작되었습니다. 동판화의 전통적인 기법인 에칭과 사진 인화 기법인 시아노타이프가 결합된 이 작품에서는 특히 여러 차례 쌓아올린 에칭의 레이어가 실제 강물에 비친 찬란한 빛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에칭 방식과 사진기법인 시아노타이프를 이용해서 독특한 표현기법을 보여줍니다.

 

메두사 2004

머리카락이 뱀을 되었고, 그녀의 얼굴을 본 순간 돌로 변한다는 상상속의 메두사와는 전혀 다른...

아마도 이 작품을 보는 남성과 여성의 해석은 극명하게 다를 것으로 생각된다는...

키키스미스 메두사

 

무제 (은박블록) 2009

이 작품은 무지무지 난해하다. 꼭 이해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 이야기의 조건 : 너머의 내러티브

오디오 도슨트에서는 많은 의미를 두는 작품들도 있는데, 글쎄 나에게는 이번 섹션이 다소 어렵다고 할까...

 

네팔 종이 등 조금은 기존에 사용하지 않던 재료에서 찾은 그의 작품들... 옴마니반메홈

 

전환 2010

아래 작품에서는 샤갈의 석판화가 생각나는 구도나 선의 디테일 느낌이... 키키 스미스 작품에서 느껴진다.

나는 들어갈 공간이 충분히 있도록 나 자신을 비워 뒀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열리고 있는 '키키스미스 자유 낙하 ' 전시장 모습. 이섹션은 소품 중심으로 전시되어 있다. 특히 조각품과 소형 조형물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

 

<꿈>, 1992

스페인어로 '꿈'이라는 뜻의 원제목을 지닌 이 작품은 키키 스미스가 1992년 뉴욕의 판화 스튜디오인 유니버설 리미티드 아트 에디션(ULAE)과의 협업을 통해 제작한 판화입니다. 이 작품을 제작하기 위해 스미스는 동판 위에 직접 올라가 몸을 웅크리고 ULAE의 판화가들에게 자신의 신체 윤곽선을 따라 그릴 것을 요청했습니다. 태아처럼 한껏 몸을 웅크린 자세는 그의 작품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유약하면서도 집요한 이미지를 전달합니다. 또한 스미스는 이 작품에서 에칭 특유의 날카로운 선으로 근육의 결을 섬세하게 표현했는데, 1970년대 말부터 진행되어 온 해부학에 관한 그의 깊은 관심을 엿볼 수 있습니다.

키키스미스의 해부학에 대한 관심과 앞으로 전시장에서 만날 작품들의 성격을 예고하는 작품이지만, 그렇게 큰 느낌이 오지는 않더라는... 역시 현대 미술은 어렵다!

 

소녀 2014

그냥 뭐라 말하기는 어려운데, 느낌좋은 작품...

 

| 배회하는 자아

이번 키키스미스 전시회 공간에는 그녀의 판화와 사진매체 중심의 작품들과 다소 독특한 콘셉의 소형 조형물을 만나볼 수 있는 공간

<나비, 박쥐, 거북이> 2000

상당히 실험적인 작품인데, 사진에서는 잘 안나왔지만 입체작품이라는...

 

키키스미스의 소형 조형물들이 전시되어 있는 공간

작품 제목도 흥미롭고, 작품도 독특하네요.

 

장미 빛 레진 새

 

옥토푸시 

 

대답 (자기와 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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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키스미스 그녀의 실험적인 사진 작품들...

 

<자유낙하> 1994

이번 키키스미스 전시회 제목이자 작품

이 작품은 사진을 판화로 옮긴 것이라고 한다. 작품속 주인공도 키키 스미스 본인이라고 하는데...

 

 

| 자유낙하 : 생동하는 에너지

<소화계>, 1988

<소화계>는 혀부터 항문에 이르기까지 장관 전체를 주철로 제작한 스미스의 초기 대표작 중 하나입니다. 작가는 이 작품을 늘 벽에 걸어 전시하는데, 이러한 설치 방식은 스미스가 생각하는 시각적 이미지의 역할과도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스미스는 처음 이 작품을 제작하면서 그물 또는 감옥을 떠올렸지만, 벽에 설치된 모습을 마주하고 난 뒤부터는 작품이 라디에이터와 닮았다고 느꼈습니다. 형태의 유사성 이외에도 실내 곳곳으로 열을 방출하는 라디에이터의 기능이 마치 에너지를 흡수하여 신체 곳곳으로 영양을 배분하는 소화계의 역할과 맥을 같이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스미스는 시각적 이미지가 대상의 기능이나 역할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여깁니다.

 

<탄생>, 2002

<탄생>은 <황홀>과 연작을 이루는 작품으로, 1920-30년대 미국 아르데코 작가 폴 맨쉽의 조각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암사슴으로부터 여성이 태어나는 장면을 묘사하는 이 작품은 특히 고대 로마 신화 속 달과 사냥의 여신인 다이애나를 연상시킵니다. 다이애나를 상징하는 동물 사슴은 이 작품에서 인간에게 생명을 부여하는 주체로 표현되었습니다. <탄생>과 <황홀>은 각각 수직과 수평으로 분출하는 탄생의 순간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우리해 & 붉은 빛 연작

다계조 인화지와 유리 판화 방식을 ㅗ만든 작품들...

 

<라스 아니마스>, 1997

<라스 아니마스>는 1997년 작가가 직접 포즈를 취하고 촬영한 사진 11점을 포토그라비어 기법으로 찍어낸 것입니다. 중앙 열의 사진 두 장에서 스미스는 금방이라도 달려들 것처럼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제스처는 남성 관람자를 유혹하려는 듯이 정적인 모습을 한 기존의 여성 누드화와는 확연히 대조적이며 심지어는 짐승에 가까운 인상까지 줍니다. 영혼, 특히 그중에서도 비이성적인 부분을 지칭하는 스페인어 단어를 작품의 제목으로 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또한 작품 상단과 하단에 배치된 사진들도 전통적인 여성 누드화와는 대치됩니다. 과거 작품 속 흠 없이 이상화된 여성들과는 달리, 스미스는 이 작품에서 털, 주름, 핏줄, 모공, 상처 등을 확대하여 의도적으로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이 작품은 여성을 대상화하는 미술의 기존 재현 방식에 저항하며 스미스의 여성주의적 태도를 극대화하여 보여줍니다.

 

<황홀>, 2001

<황홀>은 1990년대 이후 스미스의 작품 경향을 반영하는 대표작 중 하나입니다. 이때부터 스미스는 종교, 신화, 문학 속 여성을 모티프로 작업했는데, 작품을 통해 단일한 내러티브를 제안하기 보다는 관람자마다 다양한 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한 여성이 늑대의 배에서부터 당당하게 걸어나오는 모습의 이 작품이 그 대표적인 예입이다. 친구 쥬느비에브 까디유의 몸을 실물크기로 본 떠 만든 이 작품은 빨간 망토 우화 중 사냥꾼이 늑대의 배를 가르자 할머니와 함께 나오는 소녀, 이 경우에는 성인 여성을 묘사합니다. 작가가 비슷한 시기에 자주 다뤘던 도상인 파리의 수호성인 쥬느비에브를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스미스는 이 작품의 형상을 설명하면서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이나 달 위에 앉아 있는 성모 마리아의 전통적인 도상에 비교하기도 했습니다.

 

|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2층으로 이동합니다.

키키스미스 전시회 2층으로 이동합니다. 1층 전시 관람에 1시간 이상 생각하셔야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두 시간은 투자하셔야 할 것 같네요. 테피스트리와 두 조형물을 만날 수 있습니다.

<푸른 소녀>, 1998

<푸른 소녀>는 성모 마리아를 소녀상으로 제작한 작품으로, 키키 스미스가 1994년 이스라엘 박물관에서 개인전을 준비하던 시기에 예루살렘 시내에서 마주친 소녀를 그 시작으로 합니다. 스미스는 소녀를 실물 크기로 본떠서 <붕대를 감은 소녀>라는 작품을 만들었고, 이후 동일한 캐스트를 활용하여 성모 마리아를 소녀로 표현했습니다. 두 팔을 곧게 뻗은 자세는 성모 마리아의 전통적인 제스처로, 기도, 경외, 축복을 의미합니다. 소녀를 주변으로 흩어져 있는 불가사리들은 밤하늘의 별을 연상시키는데 여기서 장식성에 대한 스미스의 깊은 관심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태피스트리 대작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 작품속에서도 다소 강하고 난해한 작품들도 보이네요.

회합 2014

 

실 잣는 이 2014

 

하늘 2012

아무리 봐도 샤갈의 작품이 생각난다는...

 

그녀의 작품은 항상 우울하다고 할까

 

블루프린트 연작

이 작품은 블루프린트 연작 중에서도 동화 빨간 망토를 모티프로 합니다. 망토를 뒤집어 쓴 인물은 일반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소녀의 이미지가 아닌, 늑대에 가까운 기괴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스미스는 인간과 동물을 적대 관계로 정의하기보다는 상생하는 관계로 바라보는데, 이러한 생각은 그가 빨간망토 이야기를 새롭게 직조해 가는 데에도 반영되어 있습니다. 작품에서 망토를 뒤집어 쓴 소녀의 얼굴은 온통 털로 뒤덮여 있습니다. 늑대가 소녀를 잡아먹으려고 하다가 끝내 사냥꾼의 손에 죽게 되는 원작의 내용과는 달리 이 작품을 통해서 우리는 늑대와 소녀 사이에서 태어난 생명체를 상상해 볼 수 있습니다. 늑대 소녀의 이미지는 같은 해에 종이를 이용해 조각 작품으로 제작되기도 했습니다.

 

<귀가> 2008

내가 본 마지막 작품이 우울하지 않아서 좋다. 작품 톤이...

 

무제3 구슬과 함께 있는 뒤집힌 몸 1993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열리고 있는 '키키스미스 자유 낙하' 마지막 조형물

 

| 키키 스미스 전시회 총평

상당히 독특한 매력적인 전시회. 난해한 작품들도 많지만 오랜만에 신선한 작품들 감상하고 왔네요.

상당히 쾌적한 관람공간, 다만 오디오 도슨트 UX는 정말로 망이다 동선하고 오디오가이드 매칭은 상당히 불편

관람 시간은 최소 2시간 3시간은 생각하셔야. 또한 다른 전시회도 있으니, 반나절 이상 준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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