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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조각에서 테라코타와 석고 마스크 작업을 중심으로 인간의 내면을 조용하고 절제된 형상으로 표현한 작가 권진규의 유족들이 기증한 작품들이 2023년 오늘 소개하는 이곳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1층에 '권진규의 영원한 집' 이름으로 상설전시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현대 미술을 이야기 한다면 조각가 권진규 작품이 빠질 수 없는데요. 특히 그의 테라코타 작품은 미술을 사람하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 같습니다.

 

| 권진규의 영원한 집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은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상설전시 '권진규의 영원한 집'을 상설전시하고 있습니다. 전시는 도쿄 무사시노미술학교 시기의 '새로운 조각', '오기노 도모', '동등한 인체'와 서울 아틀리에 시기의 '내면', '영감', '인연', '귀의' 등 7개 소주제에 맞춘 작품과 자료로 구성돼 그의 작업세계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데요.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한 비운의 작가 권진규, 작품과 함께 이곳에서 영원히 함께하시길...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분관 1층 7개의 공간에서 조각가 권진규 작품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 전시개요

2021년 7월, (사)권진규기념사업회와 유족은 많은 분들이 권진규 작가의 작업을 접할 수 있기를 바라며 서울시립미술관에 작품 141점을 기증했습니다. 이번 기증에는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의 조각, 소조, 부조, 드로잉, 유화 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특히 1950년대 주요 작품이 다수 포함된 점에서 큰 의의를 지닙니다.

2023년 미술관은 작가의 50주기를 맞아, 벨기에영사관이었던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1층의 다섯 전시실을 권진규 상설전시 공간으로 새롭게 구성했습니다. 권진규가 말한 진정한 작품이란 주변 대상을 꾸준히 관찰하고 연구해 그 본질만을 담아내는 것이었으며, 그가 추구한 것은 사실적 묘사보다 사라지지 않는 영혼과 영원성이었습니다. 그는 고대와 현대, 동양과 서양, 남성과 여성, 현세와 내세,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결국 이를 소멸시키는 방식으로 자신만의 모더니티를 구축했습니다.


그가 남긴 "진실의 힘의 함수관계는 역사가 풀이한다."라는 말처럼, 오늘날 제약이 거의 없는 동시대 미술 환경에서 그의 작품은 새롭게 해석될 필요가 있습니다. 이에 미술관은 연구 성과를 반영하여 상설전시 '권진규의 영원한 집'을 마련했습니다. 전시는 도쿄 무사시노미술학교 시기의 '새로운 조각', '오기노 도모', '동등한 인체', 그리고 서울 아틀리에 시기의 '내면', '영감', '인연', '귀의' 등 일곱 개 소주제로 구성해 작가의 세계를 집약적으로 보여줍니다.

 

서울시립미술관 앱을 다운로드 받으시면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권진규의 영원한 집 전시회 오디오가이드 이용 가능합니다.

새로운 조각 New Sculpture

권진규는 1953년 3월 무사시노미술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뒤 연구과에 남아 작업을 이어갔으며, 같은 해 니카회가 주최한 제38회 니카전에 말 조각 세 점을 출품했습니다. 니카회는 1914년 문전 미술전의 서양화부에 반발한 신진 작가들이 결성한 단체로, 유파와 관계없이 새로운 가치를 존중하고 창작의 자유를 지향하며 많은 예술가를 배출한 조직이었습니다.


당시 일본 조각에서 드물게 사용되던 돌을 선택해 육면체의 구조를 유지한 채 각 면을 서로 다른 깊이와 형태로 조각한 '기사'(1953), '마두 B'(1953) 등을 선보여 특대특취를 수상했습니다. 이는 니카회의 설립 취지에 부합하는 자유로운 조형 실험으로 평가됩니다. 그는 학교에서 석조와 테라코타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해 뛰어난 솜씨로 동료와 후배들에게 존경받았고, 일본 미술계에서도 빠르게 실력을 인정받았습니다.

 

기사騎士'(1953)는

제38회 니카전에서 특대를 받은 작품으로, 겉보기에는 직육면체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말 위에 올라탄 기사의 팔·다리·머리가 정면에서 드러납니다. 반대편 면에는 말머리와 연결된 기사의 신체가 표현되어 있으며, 앞면은 말머리, 뒷면은 기사의 등이 보이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말머리에서 갈기, 그리고 기사의 머리로 이어지는 흐름이 나타나며, 다섯 면 모두가 서로 다르게 조각되어 보는 방향에 따라 전혀 다른 인상을 줍니다. 동물의 형태는 단순하게 처리되었지만 고부조로 표현된 기사와 저부조의 말머리가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으며, 세부 표현을 줄이고 돌의 질감을 살려 원시적 분위기가 강조됩니다.

 

 

권진규의 작품 중에서는 말 조각작품이 많이 있는데요. 오늘 소개하는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권진규의 영원한 집 전시회에서도 조각가 권진규 말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데요. 이런 모양의 작품은 또 새롭네요.

 

권진규의 말 드로잉...

 

이 권진규의 말 작품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줍니다.

 

고려대학교 박물관에는 권진규 작품 3점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당시 고려대학교에서 권진규 작품을 소장한다고 했을 때 작가가 매우 좋아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권진규의 말 작품은 아래 지난 포스팅 참고하세요.

 

'지천명에 화답하다' 고려대학교 박물관 개관 50주년 전시회 (B1F ~ 1F)

주말에 지인 결혼식이 있었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고려대학교하는 곳을 가보네요. 항상 새로운 대락교를 방문하면 해당 대학에 있는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가보는게 취미인데, 이번에는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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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노 도모 荻野トモ Domo Ogino

조각가 권진규는 1951년, 3학년 때 같은 아틀리에에서 실기 수업을 받던 서양화과 2학년 오기노 도모에게 모델을 부탁했다. 그가 <도모>(1951)를 제작하면서 둘은 자연스럽게 교제를 시작했다. 그는 1952년부터 여름이면 도모의 본가 근처 산장에 머물며 점토 작품과 목조불상을 제작했다. 도모의 부모는 그의 불상을 미술관에 팔아 주기도 했다. 그는 1954년 영화세트 제작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기 전까지 도모의 부엌 소득으로 생활했다. 1955년 여름에는 도모의 본가 근처에서 가마에 기와를 굽는 것을 보고 테라코타를 시작했다. 이때 그는 도모 아버지의 부탁으로 목조 공양상을, 본인 작품으로 <나부裸婦>(1955) 등을 제작했다.


1959년, 그는 어머니의 병세 악화로 귀국을 결심했는데, 한일수교 전이라 도모와 혼인신고만 하고 홀로 귀국했다. 그러나 그는 무슨 이유인지 도모에게 연락하지 않았고, 1965년 도모의 부모가 보낸 이혼서류에 동의했다. 결국 둘은 헤어졌지만 권진규에게 도모는 훌륭한 모델이었고 예술적 교감과 생계를 나누었던 동료이자 연인으로 그의 작품세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도모'(1951)는

작가가 일본 유학 시절 만난 후배 도모를 모델로 만든 두상으로, 당시 사진과 비교하면 도모의 얼굴을 비교적 충실하게 재현한 작품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좌우 대칭을 엄격히 맞춘 구도이며, 얼굴 중심에는 석고 뜨기 과정에서 사용된 쪼갬 볼의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테라코타임에도 브론즈처럼 채색한 점도 눈에 띄는 특징입니다.


1959년 어머니 병환 소식을 듣고 작가가 급히 귀국하면서 이 작품은 오랫동안 도모가 보관하고 있었고, 도모가 세상을 떠난 뒤 재혼한 그녀의 남편 가사이 세고가 가진 것을 권경숙 선생이 다시 구입해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나부'(1955)는 

작가가 일본에서 머물던 1955년 여름부터 가을 사이, '여성입상'·'보살입상'과 함께 목조로 제작한 작품입니다. 연인이던 도모의 아버지로부터 공양상 제작을 부탁받으며, 머물던 곳 근처 배나무 밭에서 얻은 나무로 작업했습니다. '여성입상'이 주문 작품답게 매끈하게 다듬어진 것과 달리, '나부'는 아프리카 원시 조각을 떠올리게 할 만큼 얼굴과 머리 형태가 거친 편입니다.

왼쪽 무릎을 살짝 굽히고 오른쪽 다리에 무게를 둔 콘트라포스토 자세를 취하며, 시선도 정면이 아니라 다리가 향한 왼쪽으로 돌려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보여줍니다. 작업 과정에서 코는 떨어져 나갔으나 조각도의 결이 남은 얼굴, 격자 형태로 새긴 구불거리는 머리 모양 등에서 당시 작가의 진지한 태도와 집중이 잘 느껴집니다.

 

내면 Inner World

조각가 권진규는 여느 작가들처럼 자신의 얼굴을 표현하는 것에 관심이 많았고 자화상, 자소상, 자각상 등을 남겼다. 뛰어난 작품은 집요한 자아 탐구와 자아 성찰을 통해 자신의 내면 세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그의 자소상 또는 자각상 형태는 마스크, 두상, 흉상 등으로, 재료 역시 테라코타, 나무, 석고, 건칠 등으로 다양하다. 1950년대 자화상은 골격에 대한 그의 정확한 이해를 보여준다. 1958년 제4회 이치요오회—陽會 미술전람회에서 이치요오상—陽賞을 수상한 테라코타 <두상>(1958년경)은 부드러운 인상과 그윽한 눈빛을 갖고 있는데, 부르델의 작품처럼 석고 틀에서 흙을 제거할 때 생긴 선이 그대로 남아있다.

 

테라코타 <자소상>(1968) 역시 그의 대표작으로 손꼽힐 만큼 정제된 표현, 응축된 내면세계로 서슬이 푸르다. 그러나 1970년대 자소상은 세 번째 개인전에 대한 저조한 반응, 동상제작과 해외전시의 무산, 건강 악화 등 그가 처한 여러 악재를 반영한 듯 고뇌에 차 있다. 이들은 시기별로 양식과 표현의 차이가 있는데, 이는 권진규의 개인적, 사회적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내면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전시장 중앙에는 작가의 사진과 편지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비록 생을 자살로 마감한 짧은 생이었지만 그의 불꽃같은 인생을 느낄 수 있습니다.

 

권진규의 일본인 부인 도모. 왜 한국으로 귀국하면서 그녀를 버렸을까?

 

'자소상'(1960년대)은 

정면을 응시하는 큰 눈과 굳게 다문 입술 등 뚜렷한 이목구비를 지닌 얼굴을 마스크 형태로 재현한 작품입니다. 작가는 일본 유학 시절부터 자신의 얼굴을 마스크로 만들어 왔으며, 이 작품은 넓은 이마와 뒤가 뚫린 구조가 특징입니다. 찌푸린 양미간은 당시 작가가 겪던 내적 갈등과 현실적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을 드러낸 것으로 보입니다. 그는 여러 자소상을 남긴 작가로 알려져 있으며, 작품들에는 이처럼 삶을 성찰하는 태도와 더불어 세상으로부터의 고립감, 자기 연민과 자기혐오가 교차하는 복잡한 감정이 담겨 있습니다.

권진규 마스크 

무언가 느낌이 다르다고 했느데, 알루미늄으로 제작한 작품이라고 한다.

 

뒷면, 작품이 이렇게 관리되고 있었구나...

 

동등한 인체 Equal Body

조각가 권진규는 일본에서 남성상과 여성상을 많이 제작했고, 졸업작품으로 둔신대의 <나부裸婦>(1953)를 제작했다. 현존하는 남성 나상裸像으로 <남성입상>(1953년경)은 부르델에서 시미즈로 이어지는 인체의 사실적 구조와 섬세한 근육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그는 연구과에서도 여성상을 꾸준히 제작했다. <나부>(1953–54)는 두 다리를 땅에 단단하게 딛고 선 당당한 자세가 인상적이다. <여성입상>(1954)은 콘트라포스토 자세로 신체 각 부분이 조금씩 틀어져 자연스러우며, 석고의 거친 질감과 어두운 채색이 눈에 띈다.

 

웅크린 아프로디테 Aphrodite accroupie>를 모본으로 한 <나부>(1954)는 섬세한 근육이 돋보인다. 네 개의 나상은 남녀의 신체적 차이보다 인체의 공통적인 구조와 질감을 강조한 작품이다. 이후 그는 1968년 일본 개인전을 위해 다양한 동작의 작은 나부상을 많이 제작했다. 당시 일본 조각가들이 여성의 신체적 특성을 강조한 관능적인 여성상을 만들었다면, 그는 생명력을 강조한 강건한 여성상을 만들었다. 권진규는 작품을 통해 구조와 본질을 구현하고자 했기 때문에 남성상과 여성상에 큰 차이를 두지 않았다.

 

'남성입상'(1953년경, 사후제작)은

작가가 일본 유학 시절 만든 브론즈 작품을 다시 브론즈로 재제작한 것으로, 1950년대 초 무사시노미술학교에서 익힌 조각 기법과 양식을 살펴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동작은 단순하지만 거칠게 처리된 표면에서 작가 특유의 감정이 드러나며, 고개를 숙인 사색적 표정과 길게 변형된 인체는 작가의 고독한 분위기를 느끼게 합니다. 두 팔을 생략하고 머리를 작고 단순하게 표현해 전체적으로 수직적 긴장감이 강조되었으며, 비록 초기작이지만 인체 연구의 깊이를 확인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작은 조각상이지만 질감이나 느낌이 상당히 강한...나는 3번째 작품이 가장 느낌이 좋다.

 

나부'(1953–54)는 

머리를 뒤로 올린 채 두 팔을 자연스럽게 내리고 선 여성 나상으로, 두 발을 벌리고 몸의 중심을 왼쪽에 두어 오른쪽 어깨가 올라가고 왼쪽 다리가 거의 수직에 놓인 모습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쇄골의 높이 차이, 복근과 대퇴부로 이어지는 근육, 왼쪽 엉덩이에 실린 힘 등은 작가가 인체의 변화를 세심하게 관찰하며 충실하게 묘사하려 했음을 보여줍니다.

재료는 석고에 어두운 색을 올려 테라코타나 브론즈처럼 보이지만, 흙으로 형태를 만들 때의 기법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얼굴은 눈·코·입이 조각도로 거칠게 자리 잡혀 있으며, 표면 전체에는 작은 흙 알갱이를 붙여 펴 발랐던 흔적이 남아 작가의 손자국처럼 보입니다. 이렇게 거칠고 표현적인 질감은 권진규 작품 전반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입니다.

 

서울아뜰리에

조각가 권진규가 일본에서 한국으로 돌아온 38살 이후부터의 활동...

1973년 자살, 나와 같은 시대를 살지 못했구나.

 

영감 Reference

권진규는 3년간 불어를 공부해 부르델의 원서를 독파했을 정도로 그를 좋아했고, 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부르델은 서구문명의 뿌리인 고대 그리스 아케이즘 양식을 근원으로 새로운 미술을 추구했다. 그 역시 동서양의 고대 유산을 참조한 그만의 강건하고 응축된 형태의 작품으로 변치 않는 본질을 구현하고자 했다. 그는 동서양의 미술만이 아니라 전통, 문학, 음악, 자연 등 다양한 분야에 깊이 몰두했고, 이를 작품에 유연하게 반영해 새로운 작품을 창조했다.

<춤추는 뱃사람>(1965)은 고대 에게 초기 키클라데스(Cycladic) 문명의 여신상처럼 단순하게 표현된 사람 얼굴과 부르델의 작품처럼 다양한 표면 질감을 가졌다. 1968년 일본 개인전에 출품된 소품 나상은 7월 19일자 『도쿄신문』에서 부르델, 마이올(Aristide Maillol, 1861–1944), 이집트, 그리스 타나그라 조각 등을 흡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앉아 있는 여성>(1972)은 모딜리아니(Amedeo Modigliani, 1884–1920)의 카리아티드(Caryatid)를, <흰 소>(1972)는 이중섭의 <황소>(1953)를 모본으로 했다. 권진규는 다양한 문화를 존중했고, 이를 재해석해 자신만의 작품을 창조했다.

 

'춤추는 뱃사람'(1965)은 

부조 '두 사람'(1964)과 제작 방식과 표현이 비슷한 작품으로, 인체를 매우 단순하게 처리해 얼굴도 코만 표현된 추상적 형태를 보입니다. 작가의 '드로잉 북 3'(1964)에는 초기 키클라데스 문화의 유물과 여인상, 하프 연주자에 대한 메모와 드로잉이 남아 있는데, 이는 에게 문명 초기의 '키클라데스' 조각을 참고해 이 작품과 '두 사람'에 적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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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면으로 이루어진 구성에서 몸통은 작은 흙덩이를 콩알처럼 하나씩 붙여 만들었고, 배 부분은 직사각형 무늬를 찍어낸 듯한 효과를 줍니다. 바탕은 표면을 섬세하게 긁어 다양한 질감을 만들었는데, 이는 작가가 영향을 받았던 부르델의 방식과 닮아 있습니다. 완성된 조각들은 각각 구운 뒤 합판 위에 석고와 접착제로 고정해 하나의 화면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서 있는 여성...

'앉아 있는 여성'은

한쪽 무릎을 세우고 머리 옆을 손으로 받친 자세의 작품으로, 작가의 드로잉 북에 남아 있는 모딜리아니의 카리아티드 모사 드로잉에서 그 기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카리아티드는 고대 그리스 신전에서 기둥 역할을 하던 여성상으로, 모딜리아니는 이를 나상 형태로 약 70점 이상 그렸으며, 권진규의 드로잉 북에는 다양한 동작의 여체와 함께 '모딜리아니'라는 글씨가 있어 이 작품의 도상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작가의 소형 인체 조각들은 신라 토우부터 서양 근대미술까지 폭넓은 양식을 참고해 만들어졌으며, 그는 다양한 동세를 꾸준히 연구해 이를 풍부한 양감의 조각으로 발전시키셨습니다.

 

멀리서 볼 때 무슨 흙 덩어리가 전시되어 있나 했는데요.

 

작품 제목은 고양이 머리 입니다.

 

김종영 작품에서 느껴지는 천재성... 갖고 싶다.

만약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권진규의 영원한 집 전시회 아트샵이 있다면 난 바로 겟...

 

'흰 소'(1972)는

이중섭의 '황소'(1953)를 바탕으로 만든 작품으로, 작가는 1972년 3월 열린 이중섭 15기 유작전을 두 번 방문하며 '황소'와 '흰소' (1954년경)에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당시 그는 급히 가지고 있던 '황순원 전집' 2권 안쪽에 이 그림들을 스케치했는데, 우연히 그 책에는 '황소들'이라는 단편도 실려 있었습니다.

권진규는 이중섭뿐 아니라 김환기, 박수근의 작품도 자주 칭찬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유족에 따르면 '흰 소'(1972)는 매우 빠른 속도로 완성되었으나, 이중섭의 소처럼 생동감과 힘이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특히 생전 마지막으로 만든 작품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큽니다.

 

정말로 느낌 좋다. 너무 좋다.

 

인연 Nidana

권진규는 1965년 첫 개인전 이후 여성 두상과 흉상을 본격적으로 제작했다. 전시에 감동한 이화여자대학교 서양화과 학생 이선자가  아틀리에를 찾아와 조각을 배우고 모델을 서면서 그는 1966년에 <선자>를 다수 제작했고, 선자의 친구들을 대상으로 두상 작업에 몰두했다. 그리고 친척 권옥연이 소개한 유준상이 우선한 여성들과 홍익대학교 제자들을 대상으로 흉상을 제작했다. 그는 작품에 대상의 내적 세계를 담기 위해 잘 알고 지내는 사람을 모델로 삼았고, 효과적인 표현을 위해 입체적인 얼굴을 선호했다. 고대 이집트 미술이 대상을 표현할 때 세부적인 표현보다는 대상의 본질에 집중했던 것처럼, 그의 흉상 역시 정면을 향한 단정한 얼굴, 먼 시선, 앞으로 살짝 뻗은 긴 목, 간결한 흉부로 그 정수를 드러냈다.


1970년대에 그는 기존 테라코타용 석고 틀을 사용해 건칠 여성흉상을 제작했는데, 삼베를 거칠게 붙이고 옻을 어둡게 칠해 같은 틀에서 나온 테라코타 작품보다 더 고양된 정신성을 드러냈다. 권진규가 독자적인 여성상을 구현할 수 있던 것은 개인전을 계기로 인연을 맺고, 그들과 내적 교류를 가졌기 때문이다.

 

아래 두 흉상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니...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권진규의 영원한 집 전시회에서 흥미로운 작품 두 점

'경자'는

1967년 홍익대학교 제자 최경자를 모델로 만든 테라코타 조각의 틀을 활용해, 1971년경 다시 건칠로 제작한 작품입니다. 작가는 일찍부터 건칠에 관심을 보였고, 1969년 집 근처 부흥교회에서 의뢰받은 그리스도상을 만들며 본격적으로 이 기법을 사용했습니다. 그는 주로 삼베를 사용했는데, 당시 집에 삼베 이불이 많았던 점과 삼베가 오래가고 한국적이라는 자부심 때문에 그 재질의 특성을 적극 살렸다고 합니다.

'경자'는 마치 삼베가 헤지고 빛이 바랜 듯 보이지만, 이는 건칠 작업의 고유한 질감이며 작가의 의도입니다. 건칠은 천과 옻칠을 재료로 하고 속이 비어 가벼운 기법이지만, 작품이 풍기는 분위기는 오히려 깊고 단단한 내면을 담아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예선'은 

신인 소설가 신예선을 모델로 만든 작품입니다. 신예선은 1966년 '에뜨랑제여 그대의 고향은'을 출간했고, 작가님은 이 책을 읽은 뒤 직접 모델을 부탁해 작품을 제작하셨습니다. 그는 권옥연, 김흥수 화백과도 깊이 교류했던 만큼, 당시 권옥연이 두 사람을 연결했을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이후 신예선은 미국으로 이주해 글쓰기를 이어가며 극작가와 음악인 등 여러 예술가에게 영감을 주었고, 시대와 장르를 넘나드는 영향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작가님 역시 그의 문학적 열정과 단단한 내면을 일찍이 이해하고 작품에 담아낸 것으로 보입니다.

 

권진규의 느낌 가득한 경자와 예선의 뒷모습...

 

 

\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권진규가 자살한 1973년 고려대학교 미술관에서는 권진규의 작품 3점을 구입합니다. 고려대학교박물관에 전시된 권진규의 작품은 아래 포스팅에서 확인하세요.

 

지천명에 화답 하다 후기 (3/3) : 조각, 초상화, 민중회화

고려대학교박물관 현대미술전시실 개관 50주년 기념 특별전 전시회인 '지천명知天命에 화답畵答하다 – 시간을 담은 공간, 예술을 담은 시간' 관람후기 입니다. 앞에서 B1F '기획전시실 미술美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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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은 예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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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가 권진규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은 마지막 공간.

귀의 Devotion

권진규는 독실한 불교 집안에서 자라 불교적 세계관을 가졌고, 이는 그의 삶과 작품 전반에 스며들었다. 그는 속리산 법주사 미륵 대불 마무리를 시작으로 꾸준히 불상을 제작했다. 그의 <보살입상>(1955)은 몸은 보살이나 머리는 부처로, 전형적인 도상에 얽매이지  않았고, 이는 1970년대 불상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귀국해 순수 지은 아틀리에에서 마치 수행자처럼 작업에 정진했는데, 1960년대에 강건한 동물상, 다양한 참조물을 반영한 부조, 영혼이 깃든 여성 흉상 등으로 고유의 작품세계를 확고히 구축했다.

 

그는 불교적 색채가 짙은 작품으로 제1회 개인전에 <입산>(1964–65)을, 제2회 개인전에 <비구니>, <춘업녀> 등을 출품했다. 1971년 초, 그는 절에서 수양하며 불상을 제작했고, 6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작품세계를 “불교적 세계로의 고뇌 어린 침잠”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해 제3회 개인전에는 건칠 불상 11점을 출품했는데 반응이 저조했다. 이에 바라던 일들이 무산되고 건강까지 악화되자 1973년 5월 권진규는 영원히 사는 작품을 두고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

 

권진규 자소상

권진규의 병세가 깊어진 1970년대 작품으로 추정된다.

'입산'(1964–65)은

사찰로 들어가는 첫 관문인 일주문을 형상화한 작품으로, 관련 드로잉에 적힌 ‘1964.12. 목조 입산’이라는 기록과 두 기둥 위에 지붕을 올린 구조로 볼 때 일주문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입니다. 일주문은 세속의 번뇌를 끊고 진리의 세계로 들어감을 의미하는데, 이 조각은 작가의 불교적 세계관을 드러내는 대표작으로 평가됩니다.


작품은 1m가 넘는 큰 규모로, 권진규 작품 가운데 드문 대형 목조 작업입니다. 못을 사용하지 않고 한옥의 결구 방식처럼 각 부분을 연결한 점이 특징이며, 단순하고 소박한 형태와 나뭇결을 살린 우아한 마감은 전통 목조 건축에 대한 작가의 관심을 잘 보여줍니다.

 

불상'(1970년대)은 

시무외인(손바닥을 밖으로 향해 들어 올린 자세, 두려움을 없앤다는 뜻)과 여원인(손바닥을 밖으로 향해 내린 자세, 중생의 바람을  이루어 준다는 의미)의 수인을 함께 표현하려다 미완으로 남은 목조 불상입니다. 얼굴이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아 정확한 비례 판단은 어렵지만, 약 5등신에 가까울 만큼 머리가 큰 편입니다.


이 작품은 일본 유학 시기 제작된 '보살입상'(1955)처럼 머리 중앙을 봉긋하게 표현하고 나발을 생략했으며, 작가는 1970년대 불상을 만들 때도 전통적 도상을 엄격히 따르지 않았습니다. 불상 제작 자체를 자기 성찰의 과정이자 독자적 창작으로 여겼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에서는 얼굴 윤곽은 잡혀 있으나 장신구가 보이지 않고, 시무외인과 여원인을 함께 사용한 점으로 보아 아미타불과 같은 불입상을 만들려 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리고 화강암으로 제작된 불상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권진규의 영원한 집 전시회 전시장을 지나 나오면 스케치북과 도록이 전시되어 있고, 지유롭게 열람이 가능합니다.

 

아무생각 없이 스케치북을 펼치다가 혹 진품인 줄 알고 화들짝 놀랐는데.

 

복사본 입니다. 편하게 감상하시면 됩니다.

생각보다 이곳에서 시간 많이 보냈다는...

 

이곳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에 전시된 권진규 작가의 작품과는 다른 느낌의 작품들은 이건희 컬렉션에서 만나볼 수 있었는데. 다소 생소한 느낌의 작품은 아래 지난 포스팅 참고하세요.

 

[예약 및 관람 꿀팁]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예매 및 관람후기 입니다. |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 예약 꿀팁 참고로 이건의 컬렉션 특별전은 온라인 사전예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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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한 권진규의 영원한 집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서울시립 남서울 미술관 2층 기획전시실에서는 매스 '전국광: 쌓는 친구, 허무는 친구' 전시회가 2026.02.22 까지 열리고 있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구상조각과 추상조각 대가의 작품을 한 공간에서 만나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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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소마미술관 다시 보다 : 한국근현대미술展' 1~2부 후기에 이어 오늘은 3~5부 소개와 아트샵 관람후기 입니다.

 

이번 소마미술관 다시 보다 : 한국근현대미술전시회는 아래 지도와 같이 5개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섹션1 우리땅 민족의 노래와 섹션 2 디아스포라 민족사의 이해 관람후기는 지난 포스팅 참고하세요.

1~2부에서 만났던 작가는 장욱진, 박수근, 구본웅, 이중섭, 박생광, 배운성, 변월룡, 황용엽, 장욱진, 박수근, 구본웅, 이중섭, 박생광, 배운성, 변월룡, 황용엽 입니다.

 

소마미술관 다시 보다 : 한국근현대미술展 4전시실에서는 섹션 3와 섹션 4 전시가 이어서 전시됩니다. '여성과 추상'

 

섹션 3 : 여성 '또 하나의 미술사'

소마미술관 다시 보다 : 한국근현대미술전 섹션 3에서는 나혜색, 천경자, 박래현, 이성자, 최욱경 여성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됩니다.

최초의 여성작가 나혜석

나혜석 - 시흥 녹동서원

한국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이자 소설가, 수필가, 언론인, 여성운동가로 유명한 나혜석의 작품입니다. '시흥 녹동서원'은 보색의 강렬한 색채 표현이 돋보이는 그림입니다. 화면 중심에 배치된 불은색 건물은 짙은 녹색으로 칠한 나무와 산, 하늘과 원경의 청색과 강한 대비를 이루고 있습니다. 나혜석은 일본 유학 시절부터 서구 아카데미즘에 기반한 인상주의적 화풍을 접했습니다. 이후 남편 김우영과 유럽과 미국 등지를 여행하며 야수파, 입체파 등을 경험하면서 자신의 화풍을 만들어나갔습니다. 나혜석은 보고 느낀 것을 명료하고 솔직하게 표현하는 데 중점을 둔 풍경화를 주로 그렸습니다. 풍경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기보다는 단순한 기법로 구도의 배치, 색채 효과를 내는데 열중했습니다.

 

천경자

 

 

 

천경자 - 초원2

초원 2'는 개성 넘치는 현대적 채색화로 한국근현대미술사에 큰 족적을 남긴 천경자의 작품입니다. 1970년 대 중반 작가는 아프리카 여행을 하면서 그곳의 원시적 자연에 크게 자극을 받고 다양한 그림을 남겼습니다.
당시 여성 혼자 아프리카를 여행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작가 스스로 자신의 결정을 '광기'로 표현할 정도였습니다. 천경자는 여행지에서 즉흥적으로 느낀 감흥을 스케치에 담고 이를 다시 오랜 시간을 들여 완성도 높은 채색화로 완성했습니다. 아프리카의 이국적인 풍경이 천경자 특유의 강렬한 색상과 독특한 표현 방식을 만나 환상적인 장면으로 탄생했습니다. 이 그림 역시 그런 과정을 거쳐 탄생했습니다. 그림속 코끼리 위에 누운 알몸의 여인은 설화적이고 신비로운 인상을 줍니다.

 

 

박래현

박래현-이른 아침

'이른 아침'은 1956년 제8회 대한미술협회전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운보 김기창과 함께 화가 부부이기도 한 박래현은 표현 양식과 매체에 한계를 두지 않고 끊임없이 작업 세계의 외연을 넓혀간 작가입니다. 이 그림은 인물을 직선과 면으로 단면화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입체주의적 표현을 시도한 작품입니다.
이른 아침, 등에는 아이를 업고 머리엔 짐은 인 채 분주히 저잣거리를 지나는 여인들의 시선은 모두 한 방향을 향하고 있습니다. 어머니의 손에 붙들려 걸어가는 소년만이 시선을 달리해 화면에 재미를 줍니다. 단순화한 선과 면으로 형태를 처리했지만 저고리, 치마주름과 인물의 선은 딱딱하게 경직된 것이 아니라 리듬감이 살아있습니다.

 

 

 

 

이성자

 

이성자 -어제와 내일

이성자는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가족들과 헤어지며 서른셋의 나이로 프랑스에 건너가 미술에 입문했습니다. 이후 1961년 프랑스 칸의 카발레로 갤러리에서 '여성과 대지'를 주제로 개인전을 개최하며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 작품 '어제와 내일'은 그 연작의 일환입니다. 섬세한 붓질로 캔버스의 모든 면을 채운 작품에서 캔버스는 대지를 대신하고, 붓 터치는 정성스럽게 땅을 일구는 행위와 같습니다. 그 위에 마치 문 같은 형상으로 두 개의 도형과 사각형을 배치해 화면에 무게감을 줬습니다. 자식들과 이별하고 한국 땅을 떠난 이성자는 붓질 하나 하나가 자식들의 안위를 바라는 염원이자 자신을 다잡는 주문이라고 작가노트에 남겼습니다.

 

 

 

최욱경

최욱경 -화난 여인

최욱경은 1960년대 미국 크랜부룩 미술아카데미로 유학 가서, 당시 미국 화단을 휠쓴 추상표현주의에 영향을 받은 화가입니다. '화난 여인'은 이러한 작가의 화풍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대형 화면에 담은 대담한 구성과 강렬한 색상이 인상적입니다. 검정과 회색조로 커다랑게 면 분할을 해서 그 위에 배치된 노랑, 빨강, 파랑의 선명한 원색을 안정적으로 받쳐줍니다. 여기에 거침없는 붓질과 나이프를 활용해 넓게 펴 바른 면이 역동성을 더합니다. 흑백과 화려한 색상을 적절히 대비한 색상 실험은 미국 시절 초기 초기 작품에서 자주보이는 특징입니다.

 

방혜자

 

방혜자 -빛

1960년대 파리에 정착해 60여 년간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활발한 작품활동을 펼쳐온 방혜자는 '빛의 화가'로 불립니다. 방혜자에게 빗은 생명의 근원이자, 만물의 기운 그 자체를 의미합니다. 추상적이고 정신적인 빛의 속성을 탐구하면서 빛을 가시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해왔습니다. 이 그림은 방혜자가 1961년 프랑스로 건너가 몇 년이 흐르고 난 뒤 그린 작품입니다. 원래 비교적 짙은 색감을 사용했던 작가는 프랑스로 건너간 뒤로는 점차 밝은 색상을 사용했습니다. 화면 중앙에 도형과 붓 터치를 중첩하면서 시선을 가운데로 모으는 것도 60년대 작품의 특징입니다. 작지만 선명한 빛이 새어 나오는 듯한 효과를 주는 방식입니다.

 

소마미술관 다시 보다 : 한국근현대미술전 회화의 마지막 섹션 '추상'입니다.

섹션 4 : 추상 세계화의 도전과 성취

김환기, 한묵, 유영국, 이응노, 남관

 

김환기

 

김환기-산

한국 모더니즘의 선구자로 평생 한국 정서와 미를 탐구한 작가, 수화 김환기의 작품입니다. 고국의 산천을 은은한 쪽빛 면과 선으로 구성한 이 그림은 마치 수묵화를 연상시컵니다. 매화나무, 둥근 달, 날아가는 새를 단순한 형태로 표현해 추상적인 풍경을 만들어냈습니다. 김환기는 자연에서 만들어진 원형으로서 '달'이라는 소재를 자주 사용했습니다. 특히 달을 닮은 백자 달항아리에 대한 김환기의 사랑은 유명합니다. 달이 가진 서정성과 유려한 형태는 추상적이면서 간결한 김환기 그림과 맥이 통합니다. 성북동 시절 김환기는 달빛이 비추는 마당 한가운데 달항아리를 두고 '달 뜬다'면서 아이처럼 좋아하곤 했다고 합니다.

 

 

한묵

한묵 -공간

한묵의 '공간'은 나선형을 기본으로 한 역동적 공간 구성으로 무한히 순환하는 우주의 에너지를 화폭에 담아낸 작품입니다. 강렬한 색면의 대비 효과가 착시 효과를 자아내며 공간이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한묵은 1961년 창작 생활에 전념하기 위해 홍익대 미대 교수를 사임하고 48세의 나이에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 타계할 때까지 파리에서 활동했습니다. 그의 예술세계를 결정적으로 바꾼 사건이 있습니다. 1969년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이었습니다. 작가는 미지의 세계를 정복하고자 하는 인간의 용기와 과학의 힘에 감동했습니다.
이후 시간과 공간을 결합한 4차원 공간을 실험해 공간에 속도를 담아내는 시도를 했습니다. 이 작품 역시 새로운 시공간을 향한 한묵의 실험정신이 반영돼 있습니다

 

유영국

유영국 작품 새벽... 2호 정도 되는 작은 사이즈의 작품이지만, 상당히 매력적인...

 

유영국-산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로 불리는 유영국을 대표하는 산 그림입니다. 유영국은 자연에서 얻은 모티브를 점선, 면, 형, 색 등 기본적인 조형 요소로 추상화한 작품을 그렸습니다. 그중에서도 이 작품은 필선을 드러내지않고, 기하학적 형태의 색면을 중첩한 화면이 특징인 작품입니다. 화면 가운데 산을 연상시키는 삼각형이 있습니다. 이를 중심으로 노랑, 파랑, 녹색이 절묘하게 조합돼 있고, 아래의 검정색 색면이 중심을 잡아줘 화면을 단단히 받치고 있습니다. 물감을 부드럽게 칠하는 기법을 통해 잔잔하고 섬세한 화면을 화면 구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응노

 

이응노-군상

붓으로 글씨 쓰듯 그린 수천 명의 사람들이 집단으로 화폭에 등장합니다. 때로는 분노와 저항의 몸짓으로 시위를 하는 것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서로 어울려 춤을 추고 있는 듯합니다. 한 사람 한 사람 동작이 제각각다릅니다. 환희와 분노, 저항의 몸짓이 뒤섞여 있는 것 같습니다. '군상', 즉 '여러 사람의 무리'는 1970년대 후반부터 작고하기 전까지 이응노가 집중했던 주제입니다. 그가 군상에 몰두한 것은 1980년에 발발한 광주 민주화 운동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작가는 군상을 통해 자유에 대한 희구, 인간 존재에 대한 애정, 생명 존중등의 기본정신을 담아냈습니다. 이응노는 조국이 통일 됐을 때 동포들이 기쁜 마음으로 이렇게 춤을 추게 될 것이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군중 시리즈를 '통일무'라고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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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관

 

 

남관 -태고

백색의 바탕 위에 과감히 배치된 어두운 청동색의 형상이 보입니다. 상형 문자와 신라 시대 금관을 연상시키는 모습입니다. 이 작품은 1966년 남관이 '망통 국제비엔날레'에서 대상을 수상한 것을 기념해 열린 초대전에 출품한 작품입니다. '문자 추상'으로 유명한 작가가 문자 형태를 화면 전면에 부각시키는 작업을 시도했을 무렵 만든 작품입니다. 형상의 중심에 있는 붉은 두 점이 마치 번똑이는 인간의 눈을 떠올리게 합니다.부식된 듯한 형상의 골격과 대조를 이루며 영원한 생명력의 신비를 느끼게 합니다. 미술평론가 장 자크 레베크는 남관의 문자 형상을 전쟁에서 경험한 죽음과 재생의 승화로 해석했습니다.
이제 아래층으로 내려가 마지막 '조각, 시대를 빛고 깎고' 섹션을 관람하시겠습니다.

소마미술관 다시 보다 : 한국근현대미술전 5개의 섹션 중에서 마지막 1섹션만 남았네요.

마지막 섹션 들어가기전 잠시 쉬어가는 공간...

 

권진규, 김종영, 김정숙, 문신

섹션 5 : 조각 시대를 빚고 깎고

 

마지막 전시장은 1층으로 내려와 구성된 공간입니다. 기존에는 특별전시장 공간이 여유 있을 때는 다른 전시회가 진행되곤 하는 곳인데요. 이번에는 이곳 까지 소마미술관 다시 보다 : 한국근현대미술전 전시장으로 사용되었네요.

 

권진규

대한민국 조각에서 권진규를 빼고는 말할 수 없는...

권진규 - 소녀 흉상

돌, 테라코타, 석고, 건칠 등 다양한 재료와 기법으로 한국적 리얼리즘을 탐구한 조각가 권진규의 소녀상입니다. 다양한 인물상을 만들었던 권진규는 1960년대부터 여성 인물상을 제작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작품은 그의 집 가사를 돕던 '영희'를 모델로 한 작품입니다. 이 작품 외에도 그녀를 모델로 한 작품은 한 점더있습니다. 권진규의 인물상은 공통적으로 얼굴과 시선은 정면을 바라보고 있으나 얼굴을 제외한 부분의 묘사는 과감히 생략되어 있지만, 영희를 모델로 한 두 작품에선 팔과 손이 표현돼 있습니다.

 

 

 

김종영

김종영 -75-9

얼핏 보면 묘비석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 조각은 '한국 추상 조각의 선구자'인 김종영의 작품입니다. 흰색을 띠는 직육면체의 석재 표면에 돋을새김으로 사각의 면을 나타냈습니다. 김종영은 지나치게 다듬는 행위를 절제해 재료의 간결하면서도 견고한 구조적인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데 집중했습니다. 깊이 있는 사유와 통찰을 바탕으로 자연의 질서에 접근하고자 했던 작가의 조형관이 엿보이는 작품입니다. 김종영은 '불각의 미'를 조형 철학으로 삼았습니다. '깍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깎지만 부단히 깎지 않는 상태를 지향한다'는 얘기입니다. 그는 평생 선비와 같은 태도로 생명의 근원을 탐구했습니다.

 

 

김정숙

김정숙 -비상

'비상'은 조각가 김정숙이 1970년대 후반부터 말기까지 끊임없이 시도한 주제로, 펼쳐진 새의 날개를 단순하고 추상적인 이미지로 형상화했습니다. 이 연작에서 수평, 나선, 부채꼴 형태 등으로 날개 모양이 다양하게 변주되었습니다. 이 작품에서는 양 날개의 중심이 나선 형태로 한번 꼬여 유기적인 생명력을 강조했습니다.
김정숙의 예술적 근원은 '생명주의' 입니다. 비례와 균형, 곡선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면서 자연의 본질과 생명력을 탐구했습니다. '비상' 시리즈에서는 특히 초월적인 것에 대한 염원과 자유에 대한 열망을 표현했습니다. 세련된 형태와 매끄러운 표면 처리, 절제된 볼륨의 추상 조각으로 시적인 느낌을 주는 작품입니다.

 

김정숙 작가의 비상 스케치...

 

문신

얼마전 덕수궁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문신 작가의 작품들...

 

조각가 문신 전시회 관람후기 (도슨트, 오디오가이드, 입장할인)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추상조각의 선구자인 문신탄생 100주년 전시회가 서울 덕수궁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그의 조각, 회화, 드로잉, 판화, 아카이브 등 약 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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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신 - 우주를 향하여 3

동그란 구에 좌우대칭으로 날개가 달린 형태의 조각이 마치 공중 부양해 수직으로 상승하려는 듯합니다.타오르는 불꽃 같기도, 하늘을 나는 곤충의 모습도 연상시깁니다. 금속 물성 때문에 우주에서 마주친 미확인 비행 물체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우주'는 문신이 평생 탐구했던 생명의 근원이자 미지의 세계를 의미합니다.
문신은 일제강점기 규슈 탄광촌에서 광산 노동자로 일하던 마산 출산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났습니다. 원래 회화를 전공하다가 1961년 파리로 갔습니다. 그때 학비를 벌기 위해 중세 고성을 복원하는 일을 하면서 자기 안에 꿈틀거리는 조각가의 기질을 발견하고 조각가의 길을 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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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마미술관 다시 보다 : 한국근현대미술展 아트샵

아트샵은 언제나 다 비슷함... 독특한 기념품 찾기는 힘들다는...

우산을 살까 살짝 고민했음. 만약 비왔으면...

 

오늘 소개한 '다시보다 한국근현대 미술전 1~2섹션' 소개는 아래 포스팅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다시 보다 : 한국근현대미술전 (할인, 도슨트, 오디오가이드) @ 소마미술관

잠실 올림픽공원 소마미술관 1관에서 열리고 있는 '다시 보다 한국근현대미술전' 관람후기 입니다. 2023.04.06 (목) ~ 2023.08.27 (일) 장소소마미술관 1관 1~5전시실에서 열리는데요. 이번 전시회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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