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불수교 140주년을 기념 특별기획전 '기념에서 풍경으로'
가을 공기 제대로 느껴지는 요즘, 올림픽공원 산책 겸 소마미술관에 다녀왔어요. 한불수교 140주년을 기념해서 열린 특별기획전 《기념에서 풍경으로》인데요, 매번 무심코 지나치던 올림픽공원 조각들이 사실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었는지 알게 돼서 생각보다 훨씬 오래 머물다 나온 전시였어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올림픽공원 자주 가시는 분들이라면 꼭 한 번 보세요. 다음 산책부터 공원이 완전히 다르게 보이거든요 ㅎㅎ

올림픽공원, 평화의 문을 지나서
소마미술관은 올림픽공원 안에 있어서 평화의 문 쪽으로 들어가 조금만 걸으면 바로 보여요. 이번 전시가 이 〈세계평화의 문〉과도 깊은 관련이 있어서, 들어가기 전에 문을 한 번 올려다보고 가시는 걸 추천해요. 전시 보고 나와서 다시 보면 느낌이 정말 달라요.

전시 정보
전시명 기념에서 풍경으로 (From Monument to Landscape)
기간 2026.10.17(토) ~ 2027.02.14(일)
장소 소마미술관 1관 1~5전시실
시간 10:00~18:00 (17:00 입장마감) / 매주 월요일 휴관
관람료 성인 5,000원 · 청소년 4,000원 · 어린이 3,000원

참여작가 김중업, 문신, 박미나, 백금남, 최정화, 베르트랑 라비에, 세자르 발다치니, 에티엔 마르탱, 장 메사지에
출품작 드로잉, 회화, 입체, 영상, 사진, 아카이브 등 100여 점
만 6세 이하, 만 65세 이상은 무료고,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에도 무료예요. 1·2관 동시관람하면 1,000원 할인도 되니 참고하세요!

기념은 멈춰 있는 게 아니라 쌓여가는 것
입구의 전시 서문부터 천천히 읽어봤어요. 1988년 서울올림픽은 '서울은 세계로, 세계는 서울로'라는 구호 아래 단순한 스포츠대회를 넘어 '문화올림픽'을 내걸었고, 그 상징처럼 세계 각국의 조각 200여 점을 올림픽공원에 영구 설치했대요.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올림픽을 '기념'하는 조각공원을 만든 거라니, 우리 곁의 공원이 이렇게 대단한 곳이었나 싶더라고요.

그런데 38년이 지난 지금, 그 조각들은 산책하는 사람들과 뛰어노는 아이들의 일상 풍경이 됐잖아요. 이번 전시는 바로 그 변화, 기념을 위해 만든 형상이 어떻게 오늘의 풍경이 되었는지를 1부 '문화올림픽과 프랑스', 2부 '기념의 형상', 3부 '이어지는 풍경'으로 나눠 보여줘요.
"기념"은 과거를 그대로 고정하는 일이 아니라, 새로운 시선과 일상의 경험이 쌓이며 또 다른 의미를 만들어가는 일이기도 하다. — 전시 서문 중

1부 — 문화올림픽과 프랑스
첫 번째 전시실은 올림픽조각공원이 만들어지던 시절, 한국과 프랑스 미술계가 어떻게 연결됐는지를 보여줘요. 1987~88년에 열린 《세계현대미술제》는 '제1·2차 국제야외조각심포지엄'(32개국 36명)과 '국제야외조각초대전'(66개국 155명)으로 이뤄졌는데, 당시 국내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웠던 해외 동시대 미술을 한자리에 모은 전례 없는 국제전이었대요.
재밌었던 건 국제운영위원 5명 중 3명이 피에르 레스타니, 제라르 슈리게라, 안테 글리보타처럼 프랑스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인물들이었다는 점이에요. 그 네트워크 덕분에 세자르, 루이스 부르주아, 헤수스 라파엘 소토 같은 작가들이 초청됐고, 당시엔 '프랑스 편향적'이라는 비판도 있었대요. 그래도 이 인연으로 한·소 수교 이전에 소련과 동구권 작가들의 조각까지 한국에 들어올 수 있었다니, 미술이 냉전의 경계를 넘어선 장면이었던 거죠.
벽에 걸린 당시 사진과 작가 친필 서한, 기록물들이 이번에 처음 공개된 거라 하나하나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었어요.





세자르 발다치니 César Baldaccini
올림픽공원 가보신 분들은 그 거대한 '엄지손가락' 조각 기억하시죠? 그 작품의 주인공이 바로 세자르예요. 《세계현대미술제》 포스터에도 실렸던 〈엄지손가락 The Thumb〉(청동, 360×270×600cm)은 제2차 국제야외조각심포지엄 출품작이고, 전시장에는 깡통을 꾹 눌러 뭉친 〈압축(만치니) II〉(1993, 압축한 양철통, 155×65×65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가 놓여 있어요. 알록달록한 깡통 덩어리가 생각보다 훨씬 예뻐서 한참 봤어요.
작가 메모
세자르 발다치니(1921~1998)는 프랑스 마르세유 출신 조각가로, 1960년대 '누보 레알리슴'을 대표하는 작가예요. 폐차를 압축기로 통째로 눌러 덩어리로 만든 '압축(Compressions)' 연작으로 유명하고, 프랑스 영화계 최고 권위의 '세자르상' 트로피도 그의 작품이자 그의 이름에서 따온 거랍니다.



베르트랑 라비에 Bertrand Lavier
하얀 기둥 위에 파란 드럼통이 얹힌 이 작품, 처음엔 '이게 뭐지?' 싶었는데 제목이 〈1/9〉예요. 1988년 《국제야외조각초대전》 출품작으로 합성수지와 철로 만들었고, 높이가 2m(80×80×200cm)나 돼요. 고전 건축의 기둥과 산업용 드럼통이 한 몸이 된 모습이 묘하게 위트 있더라고요.
작가 메모
베르트랑 라비에(1949~ )는 프랑스 현대미술가로, 냉장고·피아노 같은 기성품 위에 물감을 두껍게 덧칠하거나 금고 위에 냉장고를 올리는 식으로 사물을 겹쳐 '이건 조각일까, 사물일까'를 묻는 작업으로 잘 알려져 있어요.



장 메사지에 Jean Messagier
분홍과 하늘색이 뭉게뭉게 번지는 커다란 그림은 장 메사지에의 〈장 바티스타 티에폴로와 빈센트 반 고흐의 만남〉(1987, 캔버스에 유화물감, 205.3×217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이에요. 제목만 들어도 궁금해지죠? 화사한 하늘을 그린 바로크 화가 티에폴로와 소용돌이 붓질의 고흐가 한 화면에서 만난 것 같아서 저는 이 앞에 꽤 오래 서 있었어요.
작가 메모
장 메사지에(1920~1999)는 자연과 빛, 계절의 감각을 추상적인 색채로 풀어낸 프랑스 화가예요. 풍경에서 출발한 서정적 추상으로 1950~60년대 파리 화단에서 주목받았고, 회화뿐 아니라 판화와 조각까지 폭넓게 작업했어요.



에티엔 마르탱 Étienne Martin
나무를 통째로 깎아 세운 듯한 〈회화나무 Sophora Tree〉(1988, 나무, 40×50×170cm)도 《국제야외조각초대전》 출품작이에요. 울퉁불퉁 구멍 뚫린 형태가 사람 같기도, 나무 정령 같기도 해서 신비로운 분위기였어요.
작가 메모
에티엔 마르탱(1913~1995)은 프랑스 조각가로, 어린 시절 살던 집의 기억을 형상화한 '거처(Demeures)' 연작으로 유명해요. 나무와 청동으로 유기적이고 원초적인 형태를 빚어낸 작가랍니다.


1부 끝에는 올림픽조각공원 배치도와 당시 문서들이 전시돼 있어요. 지금 공원 어디에 어떤 작품이 있는지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니 꼭 들여다보세요.



2부 — 기념의 형상
2전시실로 넘어가면 짙은 초록빛 벽이 분위기를 확 바꿔줘요. 여기서는 비석, 동상, 기념조형물처럼 '무언가를 기억하기 위해 남긴 형상'에 대해 이야기해요. 올림픽조각공원의 작품들도 결국 서울올림픽이라는 사건과 그 시대가 중요하게 여긴 가치를 형상으로 남긴 거죠.
그 대표 주자가 바로 문신의 〈올림픽 1988〉과 김중업의 〈세계평화의 문〉이에요. 가운데 원형 진열장에는 조각공원과 작품들의 옛 사진, 기록들이 빙 둘러 놓여 있어서 천천히 한 바퀴 돌며 보기 좋았어요.






문신 Moon Shin
《세계현대미술제》 국내운영위원이자 참여 작가였던 문신은 1970년 프랑스 포르-발카레스 국제조각심포지엄에 〈태양의 인간〉을 출품하며 국제무대에 이름을 알렸대요. 올림픽공원의 〈올림픽 1988〉은 높이 25m의 스테인리스 스틸 구조물로, 반구가 반복되며 위로 솟아오르는 형상인데 제작 초기에는 '올림픽-화합'이라고 불렸대요. 반구의 반복이 화합과 연대, 우주적 조화를 상징한다고 하니, 다음엔 아래에서 꼭 다시 올려다보고 싶어요.
전시장엔 문신 특유의 좌우대칭 조각들이 있었는데, 특히 〈개미 Ant〉(1994, 브론즈, 95.5×22×20cm, 숙명여자대학교 문신미술관 소장)는 가느다란 다리 위에 몸통이 균형 있게 얹혀 있어서 귀여우면서도 단단한 느낌이었어요. 〈무제 Untitled〉(1994, 브론즈, 35.5×54.5×55.5cm, 유족 소장)도 함께 볼 수 있어요.
벽에는 문신이 직접 쓴 글도 있어요. 백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올림픽을 맞아 세계 현역 작가들의 조각이 한자리에 모이는 일의 의미를 적은 글인데, 손글씨로 보니 그 시절의 설렘이 느껴져서 괜히 뭉클했어요.
작가 메모
문신(1923~1995)은 일본에서 태어나 마산에서 자란 조각가예요. 1960~70년대 프랑스를 무대로 활동하며 흑단 같은 단단한 나무, 브론즈, 스테인리스로 좌우대칭의 유기적인 조각을 만들었고, 귀국 후 마산에 정착해 직접 미술관을 지었어요. 지금은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과 숙명여대 문신미술관에서 그의 작품을 만날 수 있어요.










김중업과 〈세계평화의 문〉
3전시실에 들어서면 벽에 쓰인 큰 손글씨가 먼저 눈에 들어와요. 동서양 모두 역사적 사건을 기념할 때 탑을 쌓거나 문을 세워왔고, 그래서 자신은 '문'을 구상하게 됐다는 김중업의 메모예요(김중업건축박물관 제공).
〈세계평화의 문〉은 김중업의 마지막 작품이에요. 대지와 나란히 펼쳐지는 '문'의 형식으로 전통 공간을 현대적으로 풀어냈고, '서울올림픽기념 상징조형물' 설계공모로 추진되면서 규모를 둘러싼 논의가 반복된 끝에, 다섯 차례의 설계 변경을 거쳐 당선 최초안과 비슷한 높이 25m로 완공됐대요.
날개처럼 펼쳐진 지붕 아래 광장 바닥에는 고구려 고분벽화의 수렵도 문양을, 날개 하단에는 백금남의 〈사신도〉를, 광장 좌우에는 이승택의 〈열주탈〉을 배치해서 건축·회화·조각이 한 공간에 어우러지도록 했어요. 전시실 벽을 따라 설계 변천 과정이 연표처럼 펼쳐져 있고 실제 도면과 자료, 인터뷰 영상까지 있어서 건축 좋아하시는 분들은 여기서 시간 꽤 쓰실 거예요.
이 자료 중 일부는 〈세계평화의 문〉 설계에 참여했던 곽재환 건축가가 제공한 거래요. 11월 25일에는 곽재환 건축가의 특강도 열린다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체크해두세요!
작가 메모
김중업(1922~1988)은 평양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건축을 공부했고, 파리 르 코르뷔지에의 아틀리에에서 일한 뒤 1956년 귀국한 한국 1세대 건축가예요. 주한 프랑스대사관, 삼일빌딩 등 한국 현대건축의 대표작을 남겼고, 1970년대에는 정부를 비판했다가 해외로 떠나야 했던 아픔도 있었어요. 1988년 세상을 떠나면서 〈세계평화의 문〉은 그의 마지막 작품으로 남았어요. 경기도 안양에는 그의 이름을 딴 김중업건축박물관이 있답니다.













3부 — 이어지는 풍경
4전시실은 핑크빛 벽부터 기분이 확 좋아지는 공간이에요. 한때 올림픽과 세계평화를 상징했던 형상이 지금은 공원을 걷다 자연스럽게 마주치는 색과 형태, 하나의 '풍경'이 되었잖아요. 그렇다고 기념의 의미가 약해진 게 아니라, 오히려 사람들의 일상과 경험이 더해지면서 더 풍부한 기억의 층위를 갖게 됐다는 게 3부의 이야기예요.
〈세계평화의 문〉과 〈사신도〉는 30년 넘게 여러 차례 보수와 복원을 거치며 1988년의 모습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대요. 3부는 이 과정을 백금남, 박미나, 최정화 세 작가의 시선으로 보여줘요.



백금남 Baik Kumnam — 〈사신도〉
평화의 문 날개 아래를 올려다보면 보이는 화려한 그림, 바로 백금남의 〈사신도〉예요. 고구려 고분벽화의 사신도를 모티프로 청룡·주작·백호·현무를 배치했고, 태극의 적색과 청색을 중심으로 퍼레이드 컨페티를 본뜬 사각 타일 형태로 배열했대요. 가까이서 보니 정말 축제 꽃가루가 흩날리는 것 같았어요.
제작 비하인드도 흥미로웠어요. 처음엔 타일 사용이 검토됐다가 안전상의 이유로 GRC 판에 직접 단청을 채색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는데, 국내 최초로 GRC 판에 단청 기법을 적용한 사례래요. 하지만 완공 10년도 안 돼 배수 문제로 훼손돼 아크릴 컬러로 재도색했고, 약 30년이 흐른 2025년에는 공업용 페인트와 디지털화된 도면, 국가기술표준원 색 표준 데이터로 색을 다시 정비했대요.
전시장에는 〈사신도 원화〉(1997, 종이에 포스터물감, 111×160cm, 소마미술관 소장)와 2025년 〈사신도〉 색상 지시도, 2차 보수용 재도색 페인트 통까지 나와 있어요. 페인트 통이 작품처럼 진열된 걸 보니 '보존'도 결국 사람의 손으로 이어가는 시간이구나 싶더라고요.
작가 메모
백금남은 성균관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다 정년퇴임한 화가예요. 1988년 김중업과 협업해 〈세계평화의 문〉 날개 하단의 〈사신도〉를 그렸고, 이번 전시 개막 무렵 설계에 참여했던 곽재환 건축가와 오랜만에 재회한 소식이 기사로 전해지기도 했어요.












박미나 Park Meena
알록달록한 스트라이프 회화가 이어지는 공간은 박미나 작가의 방이에요. 박미나에게 색은 사회와 문화를 바라보는 방식이라, 물감·페인트·색연필·볼펜·화장품처럼 일상과 산업에서 쓰이는 색을 수집하고 분류해서 작업한대요.
이번 전시에서는 〈사신도〉의 배경에 쓰인 23가지 색을 분리해 다시 배열한 신작 〈올림픽공원 세계평화의 문, 서울시 송파구 위례성대로 51〉을 선보였어요. 제목이 주소 그 자체라는 게 너무 재치 있죠? 익숙한 기념물 속 색이 원래 맥락에서 떨어져 나와 새롭게 관계 맺는 걸 보니, 같은 색인데도 완전히 다른 감각으로 다가오더라고요.
줄무늬 위에 가구 드로잉이 겹쳐진 〈2023-보라색-라운지〉(257×97cm), 〈2023-빨강색-TV 유닛〉(257×247cm), 〈2023-파란색-침대〉(257×229cm)도 함께 볼 수 있어요(모두 캔버스에 아크릴, 2023). 색 이름과 가구 이름을 붙인 제목이 일기처럼 느껴져서 하나씩 읽어보는 재미가 있었어요.
작가 메모
박미나(1973~ )는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화가예요. 시중에 판매되는 기성 물감과 색 재료를 수집해 색의 체계를 탐구하는 작업, 그리고 컴퓨터 기호 글꼴인 딩뱃(dingbat)을 활용한 드로잉으로 잘 알려져 있어요. 20년 넘게 '색'이라는 주제를 집요하게 파고든 작가랍니다.







최정화 〈Alchemy〉 — 일상의 사물로 쌓은 기념비
마지막 전시실은 들어가는 순간 '와!' 소리가 절로 나왔어요. 최정화 작가의 〈Alchemy〉(2026, 혼합재료, 가변 설치)인데, 플라스틱 바구니, 그릇, 장난감, 오래된 장롱 같은 평범한 물건들이 탑처럼 쌓여 반짝이는 숲을 이루고 있어요. 형광 연둣빛 기둥, 빨간 비너스, 은색 공이 가득 찬 장… 어디를 찍어도 그림이 돼서 사진 찍느라 바빴어요 ㅎㅎ
전시 설명처럼 최정화는 일상의 사물로 기존의 기념비적 형태를 해체하고, 익숙했던 이미지를 낯설고도 생생한 감각으로 다시 마주하게 해요. 높이 솟은 탑과 동상이라는 '기념'의 형식을 시장 바구니로 다시 쌓아 올린 셈이라, 앞서 본 문신과 김중업의 기념비가 겹쳐 보이면서 묘하게 뭉클하더라고요.
참, 이 공간은 작품 보호를 위해 한 번에 최대 3명까지만 입장할 수 있고, 앞 관람객이 나간 뒤 차례로 들어가요. 바닥이 미끄러울 수 있으니 천천히 걸으시고, 의자에는 앉아도 되지만 다른 작품은 만지면 안 돼요.
입구 영상 옆 'BEAUTYSCAPE' 문구도 기억에 남아요. 꽃마다 모양도 피어나는 때도 다르고, 서로 다르기에 아름답다는 내용인데 다나다너다 스튜디오와 함께한 아트 캠페인이래요.
작가 메모
최정화(1961~ )는 홍익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인테리어, 무대, 영화 미술까지 넘나들어 온 작가예요. 플라스틱 소쿠리, 냄비, 폐자재처럼 값싸고 흔한 재료를 쌓아 올리는 작업과, 숨 쉬듯 부풀었다 오므라드는 거대한 연꽃 〈숨 쉬는 꽃〉 같은 공공미술로 유명해요. 하찮은 물건을 반짝이는 작품으로 바꿔놓는다는 점에서 이번 작품 제목 '연금술(Alchemy)'이 딱 어울리죠.












다시 공원으로
전시장을 나오는 계단 벽에는 '너 없는 나도 없고, 나 없는 너도 없다'는 손글씨가 적혀 있어요. 전시 내내 이야기한 기념과 일상, 과거와 오늘의 관계가 이 한 줄에 다 담긴 것 같았어요.
미술관 밖 야외에도 최정화의 〈NaTuRE NurturE〉(2026, 가변설치)가 이어져요. '끝난 것이 아니라 다시 시작되는 풍경'이라는 설명처럼, 버려진 물건들이 다시 하나의 생명처럼 서 있는 작품이에요. 가을 햇살 아래 하얀 꽃과 알록달록한 바람개비 같은 조형물이 반짝이는데 정말 예뻤어요.





총평
올림픽공원은 그냥 산책하기 좋은 공원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번 전시를 보고 나니 조각 하나, 문 하나가 다 1988년의 꿈과 38년의 시간을 품고 있더라고요. 기념이란 과거를 박제하는 게 아니라 우리의 일상이 쌓이면서 계속 새로 쓰이는 것이라는 메시지가 오래 남았어요.
전시 보고 나서 평화의 문 아래로 걸어가 〈사신도〉를 꼭 올려다보세요. 박미나 작가의 23가지 색, 보수용 페인트 통이 떠오르면서 완전히 다른 그림으로 보일 거예요. 날 좋은 가을 주말, 올림픽공원 산책 코스로 강력 추천합니다 :)
※ 10월 24일 미니 콘서트와 야외 영화 상영, 11월 25일 곽재환 건축가 특강 등 연계 프로그램도 있으니 소마미술관 홈페이지에서 일정 확인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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