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프랑수아 라리유 특별전 '공존' 관람후 |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화려한 색채와 독특한 패턴으로 자연과 생명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프랑스 화가 장 프랑수아 라리유(Jean-François Larrieu)의 특별전이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고 있어요.
한국과 프랑스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이번 전시의 제목은 '공존(Coexistence)'이에요.

라리유의 작품은 처음 마주하는 순간부터 강렬한 색감으로 시선을 사로잡아요. 화면을 가득 채운 나무와 꽃, 새와 나비, 그리고 도시의 풍경까지. 서로 다른 형태와 색채가 복잡하게 얽혀 있지만, 그 안에는 묘하게 조화로운 질서가 느껴져요.
특히 작품을 가까이 들여다보면 작은 선과 기호, 반복되는 패턴들이 모여 하나의 거대한 풍경을 완성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로워요.

| 전시 개요
- 전시명 : 장 프랑수아 라리유 원화 특별전 '공존'
- 영문명 : Jean-François Larrieu : Coexistence
- 전시기간 : 2026.10.04 ~ 10.24 | 관람시간 : 10:00 ~ 19:00 | 입장마감 : 18:20
- 휴관일 : 매주 월요일
- 전시장소 :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
- 관람요금 : 대인 15,000원 / 소인 12,000원
- 주최 : 동성갤러리 | 주관 : (주)메종데자르 | 후원 : 주한 프랑스대사관 문화과

이번 전시는 단순히 아름답고 화려한 그림을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연과 인간이 어떤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야 하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해요.
프랑스 현대회화 특유의 자유로운 표현과 생동감 넘치는 색채를 좋아하신다면 관심 있게 살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이번 '공존'은 장 프랑수아 라리유가 오랫동안 탐구해 온 자연과 생명, 그리고 인간의 관계를 조명하는 전시예요. 약 80점의 작품을 5개 섹션으로 구성해 작가의 작품세계를 폭넓게 살펴볼 수 있도록 마련했다고 해요.

전시의 중심에는 작가의 대표적인 모티프인 '생명의 나무(Tree of Life)'가 있어요. 화면을 가득 채우는 거대한 나무는 단순한 자연 풍경이 아니라, 서로 다른 생명들이 연결되어 살아가는 세계를 상징해요. 여기에 새와 나비, 바다와 도시, 꽃병과 일상의 풍경까지 다양한 소재가 등장해요. 라리유는 강렬한 원색과 섬세하게 반복되는 선, 기하학적인 패턴을 활용해 자신만의 독특한 회화 세계를 만들어 왔어요.


나비 나무 (Arbre à papillons) 2025

분홍 나무 (Pink tree) 2025

특히 흥미로운 부분은 그의 작품에서 인간이 반드시 풍경의 중심에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인물이 비워진 도시와 자연의 모습은 오히려 관람객이 그 안으로 들어가 풍경의 일부가 되는 듯한 상상을 하게 만들어요. 작가는 이러한 표현을 통해 자연과 인간이 서로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 하나의 세계를 공유하며 살아가는 관계임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푸른 나비 (Papillon bleu) 2025

큰 벚나무 (Le grand cerisier) 2025


이국적인 물고기들 (Poissons exotiques) 2025

열대의 새들 (Tropical birds) 2025

생명의 나무 – 하얀 하늘 (Arbre de vie ciel blanc) 2025

| 장 프랑수아 라리유 (Jean-François Larrieu, 프랑스 1960~)
보따리 상인이던 부모님 대신 프랑스 남서부 타르브의 할아버지 댁에서 자란 라리유는, 계단 벽에 걸린 풍경화에 마음을 빼앗겼대요. 나치를 피해 온 유대인 화가가 자신을 숨겨 준 헌병 할아버지에게 감사의 선물로 남긴 그림이었다고 해요. 모든 걸 잃은 사람의 손끝에서도 아름다움이 피어난다는 걸 어린 마음에 새긴 거죠.
카펫, 벽지, 심지어 아파서 누워 있던 일곱 살 땐 약병에까지 그림을 그렸대요. 열한 살에 할머니 도움으로 성인 미술 아카데미에 들어가 1등상을 받고, 열두 살에 첫 그림을 팔았다니 떡잎부터 달랐던 거죠.

안정적인 직업을 바랐던 어머니 뜻에 따라 체육 교사가 됐지만, 아내의 응원으로 스물다섯에 사표를 내고 다시 그림으로 돌아왔어요. 이 대목에서 괜히 뭉클하더라고요.
90년대에 두 아들이 태어나면서 어둡던 그림이 눈부시게 밝아졌고, 그게 '삶의 기쁨(Joie de vivre)'이라는 주제로 이어졌어요. 서른다섯에 살롱 도톤느 회장이 됐고, 지금은 테일러 재단 회장으로 동료 예술가들을 지키고 있대요.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한다'는 믿음으로 사는 사람이에요.

남쪽 (Sud) 2025
'남쪽'은 가까이서 보면 물감이 두툼하게 쌓여 있어요. 밑그림 없이 팔레트 나이프로 색을 올리고 말리길 반복해 추상화 같은 바탕부터 만들고, 그 위에 가는 붓으로 나무와 집을 그려 넣는대요. 아래층 색은 작가의 마음속 풍경, 위층은 우리가 보는 세상인 거죠. 흰 테두리 안의 붉은 점, '생명의 빛'도 꼭 찾아보세요. 앞으로 볼 작품들에도 숨어 있거든요.


라리유가 관객에게
라리유가 서울 관객에게 남긴 편지가 있는데, 읽다가 마음이 몽글해졌어요. 자기 그림은 꿈과 시, 자연, 그리고 존재와 환경의 조화에서 자라는데, 한국 문화에서도 같은 마음을 봤대요. 균형을 아끼고, 가만히 머물러 바라보는 태도요.

모든 걸 말하기보다 넌지시 건네는 자기 방식이 한국의 감수성과 닮았다고요. 한국을 그리려는 게 아니라, 자기 세계와 우리 세계 사이에 대화가 열리길 바란대요.
마지막 말이 제일 좋았어요. 이력이나 의도는 몰라도 괜찮으니, 그냥 바라보면서 마음 가는 대로 이 세계를 여행해 달라고요.

바스크 지방 (Pays basque) 2023
'바스크 지방'은 라리유가 지금 살며 작업하는 곳이에요. 작업실 창밖으로 매일 바다와 산이 보인다니, 솔직히 좀 부럽더라고요. 알록달록한 나무 너머로 집들과 피레네산맥이 펼쳐지는데, 얼핏 보면 아이가 마음 가는 대로 칠한 그림 같아요.
그런데 젊은 시절 그림은 훨씬 어둡고 사실적이었대요. 1990년, 1993년에 두 아들이 태어나면서 색이 밝아지고 선이 둥글어졌다고요. 평론가는 이걸 '거짓된 순수함'이라 불렀는데, 즉흥적으로 보이는 색 하나하나가 사실은 오랜 내공으로 계산된 자리라는 뜻이래요. 아이 같아 보이지만 아이는 절대 그릴 수 없는 그림인 거죠.


프로방스 (Provence) 2025
황금빛 꽃다발 (Bouquet d’or) 2025

| 나비
장 프랑수아 라리유 나비 그림에는 땅이 없어요. 지평선도 바닥도 지워야 나비가 정말 떠오르니까요. 저마다 다른 빛깔인데 서로의 색을 가리지 않는 게 참 좋았어요.
라리유는 '삶은 덧없기에 관찰하고 지킬 줄 알아야 한다'고 나비가 말해 준대요. 애벌레와 번데기의 시간을 견디고 날개를 얻은 가장 아름다운 순간. 그래서 나비 하나하나가 우리 각자의 이야기이자 내일의 희망처럼 보여요.


나비들의 비행 (Vol de papillons) 2018
푸른 하늘을 나비가 가득 채운 작품이에요. 땅도 지평선도 없어서 무중력 속을 떠다니는 것 같아요. 날개엔 작은 도형과 선이 빼곡한데, 밑그림 없이 그려 좌우 무늬가 조금씩 달라요. 그 어긋남이 나비마다의 삶의 서사래요. 같은 무늬로 한 방향을 향해 나는 무리는 꼭 가족 같아서, 보는 내내 마음이 따뜻했어요.



비상 (L’envol) 2020
'비상'은 이번 전시에서 드물게 흑백으로만 그린 작품이에요. 십대 때 아버지의 흑백 사진 인화 작업실에서 렌즈 초점 맞추는 일을 도우며 화가의 눈을 길렀대요. 날개는 색 대신 촘촘한 무늬로 채웠고, 검은 칠 사이로 아래 색이 은은하게 비쳐요. 조용한데 금방이라도 터져 나올 것 같은 에너지가 느껴져요.


봄이 올 때 (Quand vient le printemps) 2025
이번엔 새 그림이에요. 나비 그림과 달리 새들 주위로 잎과 가지, 꽃이 빈틈없이 채워져 있어서, 새들이 식물 속에 녹아든 것 같아요. 나비가 땅을 떠나 떠다닌다면, 새는 가지를 딛고 날아오를 힘을 얻죠. 봄 숲속 동화의 한 장면 같은 그림이에요.

봄 (Printemps) 2025

필로덴드론 (Philodendron) 2020
시원한 잎이 가득한 '필로덴드론'이에요. 몬스테라랑 닮았다 했더니 실제로 같은 과래요. 이름은 그리스어로 '나무를 사랑하는 식물'이라는 뜻이에요. 큰 나무에 기대 빛을 향해 뻗는 모습이 자연을 품고 사는 라리유 자신 같았어요. 주위를 맴도는 나비들은 생명에 보내는 박수 같고요.

초목 (Végétation) 2025
'초목'도 구멍 뚫린 몬스테라 잎이 화면을 채워요. 가까이 보면 빨강, 초록, 분홍 위로 작은 점과 무늬가 빼곡하고, 진하게 덧칠한 잎과 맑게 비워 낸 잎이 하얀 배경 위에서 밀당하듯 살아 움직여요. 잎의 구멍은 바람을 흘려보내고 아래 잎까지 햇빛을 나누려는 진화의 결과래요. 알고 보니 더 예뻐 보이더라고요.

| 야자수
야자수는 라리유에게 일상에서 벗어나는 통로였대요. 마이애미 해변, 남프랑스 햇살, 아프리카의 오후에서 만난 야자수가 늘 어딘가로 떠나게 해 줬다고요.
잎사귀마다 가는 선이 수없이 그어져 있는데, 시계 장인처럼 한 줄씩 엮고 선 색을 반대 색으로 골랐대요. 그래서 잎이 열대 바람에 흔들리듯 아른거려요. 그 앞에 서 있으니 접어 뒀던 여행 기억이 슬며시 떠오르더라고요.


야자수들 (Palm trees) 2015
짙은 파란 배경의 '야자수들'이에요. 나비가 날개 무늬, 몬스테라가 형태와 여백이었다면 이 연작의 핵심은 선이에요. 잎을 가는 붓으로 한 줄 한 줄 그었고, 선 색을 파란 바탕과 대비되게 골라서 멈춘 그림인데도 바닷바람에 잎이 휘날리는 것 같아요. 아래 붉고 노란 대지엔 꽃과 식물로 꽉 채운 라리유표 맥시멀리즘도 보여요.

Q. . 장 프랑수아 라리유 그림이 왜 미세하게 떨려 보이나요?
눈 안에서 색들이 서로를 밀어내기 때문이래요. 주황 옆에 파랑, 빨강 옆에 초록처럼 반대 색을 나란히 붙여 두면 섞이지 않고 계속 부딪혀요. 이걸 보색 대비라고 해요. 한 걸음 다가갔다 물러나 보시면 색이 일렁이는 게 느껴지실 거예요.

붉은 테이블 (La table rouge) 2025

이국의 풍경 (Exituque) 2022
바탕을 하얗게 비워서 야자수의 붉고 노란 색이 더 뜨겁게 다가와요. 잎 사이 겹겹의 색은 남국 햇살 아래 신기루 같고요. '제 경험은 여행에서 비롯됩니다'라는 라리유의 말처럼, 낯선 곳으로 떠나는 설렘과 그 불확실함까지 즐겁게 이겨 내는 마음이 담겨 있어요.

| 생명의 나무
라리유가 평생 가장 오래, 가장 많이 그린 연작이에요. 캔버스 한가운데 나무는 하늘과 땅을 잇는 생명의 축이고, 가지 끝 이파리들은 세상 모든 나무에서 모여든 듯 다채로워요. 이번 . 장 프랑수아 라리유 원화 특별전 '공존' 전시회 메인 이기도 하고요.
파울 클레는 땅에서 양분을 끌어올려 꽃을 피우고 다시 땅에 돌려주는 나무를 예술가에 비유했는데, 라리유도 이걸 받아들였대요. 새와 나비, 꽃과 잎이 빼곡한데 누구도 서로의 자리를 빼앗지 않아요. 그게 바로 라리유가 말하는 공존이에요.

하나 된 둘 2 (Unis 2) 2025
생명의 나무 – 황금 나비 (Tree life – Gold butterfly) 2019
Q. 흰 점 안에 빨간 점이 많이 그려져 있던데요. 뜻이 있는 건가요?
라리유는 이걸 '생명의 빛'이라고 불러요. 작은 점이지만, 색이 빽빽한 화면에서 길 잃은 시선을 붙잡아 주는 역할을 해요. 나비 날개, 나뭇잎 사이, 도시의 창문, 물고기 몸까지 중요한 존재마다 숨어 있으니, 이 점을 따라가다 보면 작가가 숨겨 둔 이야기가 보여요.

나무와 나비들 (Arbre et papillons) 2025
'생명의 나무' 연작이 시작되는 작품이에요. 하얀 하늘 아래 황금빛 줄기 위로 각기 다른 잎이 빽빽하게 피어나고 나비들이 날아올라요. 예술가는 세상의 에너지를 흡수해 꽃피우고 다시 돌려준다는 클레의 비유로 보면, 이 나무가 곧 라리유 자신이에요. 신화 속 당산나무가 아니라 평범한 마을 한가운데 세워 둔 게 그래서 더 좋았어요.

시인들의 마을 (Village des poètes) 2025
생명의 나무 아래로 작은 마을이 펼쳐진 작품이에요. 라리유는 이 큰 나무가 관객과 나누고 싶은 메시지를 가장 잘 담고 있다고 했어요. 눈여겨볼 건 하늘색이에요. 붉은 하늘이 에너지, 푸른 하늘이 청량함을 준다면, 이 그림의 은빛·보랏빛 하늘은 마음을 차분하게 해 줘요. 같은 나무도 하늘에 따라 표정이 달라지듯, 우리도 시기마다 다른 빛을 낸다는 얘기 같아서 한참 머물렀어요.


생명의 나무 – 붉은 하늘 (Tree life – Red sky) 2025
강렬한 붉은 하늘 아래 선 생명의 나무예요. 꼭 보셨으면 하는 건 줄기 한가운데 옹이구멍이에요. 안을 들여다보면 맨 처음 깔아 둔 가장 깊은 바탕색이 드러나 있거든요. 옹이는 상처 난 자리에 남은 흔적이지만, 나무는 그 아픔을 품고 더 단단하게 자라죠. 작가가 마음 가장 깊은 곳의 색을 살짝 열어 보여 주는 창 같았어요.


적과 흑 (딥티크) (Le rouge et le noir (diptyque)) 2021


Q. 아크릴 물감을 선택한 이유는 뭔가요?
층을 여러 번 쌓아야 해서래요. 두 아들이 태어난 뒤 그림이 밝아지면서 물감을 두껍게 겹겹이 올리게 됐는데, 유화는 너무 느리게 말라서 덜 마른 층 위에 올리면 갈라졌대요. 아크릴은 색은 유화만큼 진하면서 빨리 마르고 누렇게 변하지도 않아요. 도구를 바꾼 게 아니라 화풍을 완성한 선택이었던 거죠.


생명의 나무 - 붉은 하늘 (Arbre de vie ciel rouge) 2023
하나 된 둘 (Unis) 2020
원제 '위니(Unis)'는 '하나로 이어진'이라는 뜻이에요. 언덕 위 두 나무는 아래는 분명 둘인데, 위로 갈수록 가지와 잎이 하나로 얽혀 있어요. 뿌리가 다른 두 나무가 이어진 '연리지'는 예로부터 깊은 사랑의 상징이죠. 서로를 지우지 않고 하나가 되는 모습이라 마음이 몽글해졌어요. 그런 사랑은 우리 일상에도 찾아온다고 말해 주는 것 같아요.

| 도시
라리유의 도시 그림엔 사람이 한 명도 없어요. 일부러 지운 거래요. 창가에 누군가를 그려 넣으면 우리 상상이 그 사람 이야기에 갇혀 버리니까요. 덕분에 도시는 온전히 보는 사람의 몫이 돼요.
대신 보석처럼 빛나는 창문들이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숨결이에요. 가까이서는 색 조각이 부딪히는데, 한 걸음 물러서면 평화로운 교향곡처럼 보여요.


베네치아2 (Venise2) 2025
물의 도시 '베네치아2'예요. 짙은 청록빛 운하 위로 곤돌라가, 뒤로는 둥근 지붕과 아치형 창문이 빼곡해요. 그런데 사공조차 없이 사람이 한 명도 없어요. 대신 사람이 머문 곤돌라와 창문을 여러 색 조각으로 채워서, 사람 없이도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는 도시가 됐어요.

싱가포르 (Singapour)

파리 라데팡스 (Paris la Défense)
에펠탑이 보이는 파리 풍경인데, 원화가 아니라 '디지그라피' 판화예요. 엡손이 개발한 고품질 인쇄 방식으로, 2003년 살롱 도톤느 100주년 전시에서 처음 선보였는데 그때 회장이 라리유였대요. 작가가 직접 번호와 서명을 남기고 정해진 수만 찍어서, 원화보다 부담 없이 소장할 수 있어요. 저도 살짝 욕심나더라고요.

축제 (Célébration) 2025
짙은 남색 밤하늘에 불꽃이 터지고 아래엔 알록달록한 집들이 모여 있는 '축제 1'이에요. 둥글어 보이는 불꽃이 사실은 중심에서 뻗은 무수한 직선이라는 게 신기했어요. 아래 마을은 바스크 전통 가옥 '에체아'가 모티브인데, 가족의 뿌리가 이어지는 공간이라는 뜻이래요. 평범한 지붕 위로 기쁨이 터지는 순간이라니, 보기만 해도 설레요.

맨해튼 (Manhattan)
뉴욕을 그린 디지그라피 판화 '맨해튼'이에요. 둥근 선을 좋아하는 라리유도 도시는 곧은 수직선과 수평선으로 그려요. 가까이서는 창문마다 색이 달라 좀 시끄럽게 느껴지는데, 두세 걸음 물러서면 웅장한 빌딩 숲이 돼요. '이 풍요로움은 무질서한 축적이 아니라 진정한 건축'이라는 작가 말처럼, 시끄러운 하루도 멀리서 보면 아름다운 합주인가 봐요.

맨해튼 푸른 하늘 (Manhattan blue sky)


| 꽃병
꽃병 그림은 가장 평범한 우리 집 식탁으로 시선을 데려와요. 독특한 식탁보 위로 꽃과 잎이 가득하죠.
서양 미술에서 꽃병의 꽃은 시들 삶의 덧없음을 뜻했지만, 라리유는 가는 붓으로 잎의 결을 엮어 찰나의 아름다움을 영원으로 붙잡았어요. 집안의 평안을 비는 동양의 꽃병과도 닮았고요. 진짜 아름다움은 매일 마주하는 일상 속에 이미 피어 있다고 말해 주는 것 같아요.


꽃이 있는 테이블 (Table fleurie) 2024
붉은 테이블 위 체크무늬 천에 꽃병들과 작은 범선 모형이 놓여 있어요. 꽃과 잎이 불꽃처럼 터져 나오고, 잎엔 야자수처럼 반대 색의 가는 선이 아른거려요. 시들 날을 걱정하는 '바니타스' 대신, 가장 활짝 핀 오늘을 그린 그림이에요.

왕실의 꽃다발 (Bouquet royal) 2025
마지막 작품 '왕실의 꽃다발'이에요. 붉은 꽃병 위로 꽃과 잎이 가득하고 그 사이로 작은 나비들이 날아요. 사람이 만든 꽃병과 자연의 꽃, 나비가 한 화면에서 어울리는 것, 이게 바로 전시 제목 '공존'이래요. 매일 지나치는 식탁 위에도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 있다는 말에, 집에 가는 길에 꽃 한 다발 사고 싶어지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이번 전시에서 주목하고 싶은 부분은 화려한 색채 뒤에 담긴 메시지예요. 처음에는 밝고 경쾌한 그림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자연의 소중함과 생명의 연결성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결국 라리유가 이야기하는 '공존'은 거창한 개념이라기보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서로 다른 존재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아름다움에 가까워 보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