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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N 갤러리 잠실 전시회 | 김종명 정명아 작가 'Afterwards, 그 이후의 장면들'

a4b4 2026. 10. 16.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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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오전,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간 김에 11층 BGN갤러리에 들렀다가 생각보다 훨씬 마음에 드는 전시를 만나고 왔어요. 4인전 「Afterwards, 그 이후의 장면들」인데요, 오늘은 그중에서도 제 발길을 오래 붙잡았던 김종명 작가님과 정명아 작가님 작품 위주로 기록해 보려고 해요.

BGN갤러리, 어디에 있냐면요

BGN갤러리는 롯데월드타워 11층, BGN밝은눈안과와 함께 있는 갤러리예요. 병원 층에 갤러리라니 처음엔 살짝 의아했는데, 입구부터 커다란 유목 조형물이랑 전시 포스터가 반겨줘서 '아, 여기 제대로구나' 싶더라고요. 진료 보러 오신 분들도 오가며 편하게 그림을 보는 분위기라 문턱이 전혀 높지 않아요.

복도를 따라 그림이 길게 걸려 있는데, 조명이 은은하고 바닥도 밝은 톤이라 걷기만 해도 마음이 차분해져요. 붐비지 않아서 한 작품 한 작품 천천히 볼 수 있었던 게 제일 좋았어요.

 

입구 쪽에 작가 노트가 비치되어 있어서 먼저 읽고 들어갔어요. 이건 꼭 읽고 보시길 추천해요. 알고 보면 그림이 정말 다르게 보이거든요.

리플렛도 하나 챙겨 왔어요. 참여 작가는 김종명, 남학현, 유희, 정명아 네 분이고, 2026년 10월 1일부터 10월 27일까지 열려요.

「Afterwards, 그 이후의 장면들」은 어떤 전시?

이번 전시는 이미지가 생겨나고 사라지는 사이의 시간, 그러니까 그림이 완성되기까지 '지워지고 남는 것들'에 주목한 전시래요. 사라진 것은 흔적이 되고, 그 흔적이 다시 새로운 이미지의 바탕이 된다는 이야기인데요. 전시를 다 보고 나니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조금은 알 것 같았어요. 네 작가님이 각자 다른 방식으로 화면을 쌓고, 지우고, 밀어내는데 그 과정이 한 공간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거든요.

 

김종명 작가 | 새장 속에서도 자라나는 것들

김종명 작가님은 새장 안에 가득 자라난 풀, 그리고 새장 밖을 향해 날아가는 새를 그리는 작가예요. 작가 노트에 따르면 새장은 우리를 둘러싼 사회적·환경적 구조와 한계를, 그 안에서 끊임없이 뻗어 나가는 풀은 의식 너머의 욕망과 충동, 자유를 향한 본질적인 갈망을 은유한대요. 새장 밖으로 날아가는 새는 해방과 자아실현의 가능성이고요.

인상적이었던 건 작가님이 '갇힘 vs 자유'를 단순하게 대립시키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구속된 조건 속에서도 생은 어떻게 자라고 자유를 욕망하는가, 하는 질문에 더 가깝달까요. 회사, 육아, 관계… 저마다의 새장 안에서 하루하루 버티며 자라는 우리 얘기 같아서 괜히 뭉클했어요. 작품 제목이 모두 「산다, 흔들리는 삶 속에서」인 것도 그래서 더 와닿았고요.

 

김종명
산다, 흔들리는 삶 속에서
2026
Acrylic on canvas
53 X 45.5 cm

 

노란 잎사귀가 흩날리는 배경이 너무 예뻐서 한참을 서 있었던 작품이에요. 새장 위에 살포시 앉은 새 한 마리, 그리고 철망 틈으로 삐져나온 풀들이 '나 아직 자라는 중이야' 하고 말하는 것 같았어요.

김종명
산다, 흔들리는 삶 속에서
2026
Acrylic on canvas
53 X 45.5 cm

 

파란 하늘과 바다를 배경으로 한 작품. 하얀 새장인데 풀이 밖으로 터져 나올 듯 무성해서, 갇혀 있다기보다는 오히려 새장을 품고 자라는 느낌이었어요. 하늘을 나는 작은 새들을 하나하나 찾아보는 재미도 있어요.

김종명
산다, 흔들리는 삶 속에서
2026
Acrylic on canvas
53 X 45.5 cm

 

민트빛 하늘과 잔잔한 바다, 그 위에 둥실 떠 있는 새장. 색감이 정말 시원해서 보는 순간 숨이 탁 트였어요. 개인적으로 '집에 걸고 싶다' 생각했던 작품이에요.

가까이서 보면 풀잎 하나하나가 정말 섬세하게 그려져 있어요. 그 사이사이 숨어 있는 작은 새들까지! 꼭 가까이 다가가서 보세요.

 

김종명
산다, 흔들리는 삶 속에서
2026
Acrylic on canvas
53 X 45.5 cm

금빛 새장이 눈에 확 들어왔던 작품이에요. 반짝이는 새장이 오히려 더 단단한 틀처럼 느껴지는데, 그 아래로 풀이 흘러넘치듯 퍼져 나가는 모습이 묘하게 위로가 되더라고요.

김종명
산다, 흔들리는 삶 속에서
2026
Acrylic on canvas
116.8 X 91 cm

50호 대작이라 실제로 보면 압도감이 확 달라요. 회색빛 배경 속에서 새장의 형태가 거의 풀에 묻혀 버렸는데, 꼭대기에 앉은 작은 새 한 마리가 포인트예요.

김종명
산다, 흔들리는 삶 속에서
2026
Acrylic on canvas
116.8 X 91 cm

짙은 어둠 속에서 초록 풀들이 빛나듯 떠오르는 작품이에요. 같은 주제인데 배경색 하나로 이렇게 분위기가 달라진다는 게 신기했어요. 모두 잠든 밤에 혼자 깨어 있는 마음 같기도 하고요.

디테일 컷이에요. 새장 철망 사이로 뻗어 나온 풀잎과 날아오르는 새를 보고 있으면, 작가님이 말한 '어떠한 구속 속에서도 멈추지 않는 생의 움직임'이 뭔지 바로 느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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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cm 정사각 캔버스 소품 두 점도 나란히 걸려 있었어요. 새장 없이 풀 덩어리만 바람에 휘날리는 모습인데, 사이즈가 아담해서 집에 걸어 두기에도 좋겠다 싶더라고요.

김종명
산다, 흔들리는 삶 속에서
2025
Acrylic on canvas
22 X 22 cm

김종명
산다, 흔들리는 삶 속에서
2025
Acrylic on canvas
22 X 22 cm

 

정명아 작가 | 지워진 자리에 남은 시간

복도를 따라 넘어가면 분위기가 확 바뀌어요. 정명아 작가님의 숲과 나무 그림들이 이어지는데요.

정명아 작가님은 숲과 나무가 품고 있는 시간의 흔적에서 작업을 시작한다고 해요. 실제 풍경이나 사진을 바탕으로 하지만 눈앞의 대상을 그대로 재현하지 않고, 물감을 여러 겹 쌓고 닦아내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익숙한 형상을 서서히 흐려 간대요. 지워진 자리에는 이전의 색과 붓질이 흔적으로 남고, 그렇게 겹쳐진 색과 자국이 풍경이 지닌 시간과 그걸 바라보며 느낀 감각의 층을 드러낸다고요.

 

그래서인지 그림 앞에 서면 선명한 풍경이라기보다 '기억 속 어느 날의 공기'를 보는 기분이 들어요. 작가님 바람처럼, 보는 사람마다 저마다의 풍경으로 이어지는 그림이랄까요.

정명아
Nurse Log Camellia
2025
Oil on canvas
146 X 86 cm

'Nurse Log'는 쓰러진 나무가 썩어 가면서 그 위에 새 생명을 키워내는 '보모 나무'를 뜻하는 말이래요. 바랜 듯한 마른 나무 사이로 붉은 동백 두 송이가 피어 있는데, 끝과 시작이 한 화면에 함께 있는 느낌이라 오래 보게 되더라고요. 세로 146cm 작품이라 실물 존재감이 대단해요.

 

정명아
Between Breaths II
2026
Oil on panel
91.5 X 65.5 cm

제목 그대로 '숨과 숨 사이' 같은 작품이에요. 위는 희뿌연 하늘, 아래는 짙은 덤불이 번지듯 이어져 있어서 나도 모르게 잠깐 숨을 멈추고 보게 돼요.

 

정명아
느린 안부
2026
Oil on canvas
90.9 X 72.7 cm

제목부터 너무 좋지 않나요, '느린 안부'. 해 질 녘 같은 따뜻한 빛 사이로 키 큰 나무들이 흐릿하게 서 있는데, 오래 못 본 친구에게 천천히 안부를 묻는 마음 같았어요. 이번 전시에서 제 원픽이에요.

가까이서 보면 물감을 쌓고 닦아낸 자국이 고스란히 보여요. 이 결들이 모여서 그 몽환적인 분위기가 만들어지는구나 싶었어요.

 

정명아
Between Breaths I
2026
Oil on canvas
91 X 72.8 cm

넓은 들판 너머로 나무 두 그루가 아련하게 보이는 작품. 바람 부는 오후에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던 순간이 떠올랐어요.

 

정명아
남은 온도
2026
Oil on canvas
53.2 X 45.5 cm

어두운 숲 사이사이로 은은한 빛이 번지는데, 제목처럼 한 계절이 지나가고 남은 온기 같은 게 느껴졌어요.

 

정명아
낮은 기척
2026
Oil on panel
52.3 X 90 cm

가로로 길게 이어지는 숲의 실루엣. 작가 노트에 있던 '낮게 이어지는 숲의 기척'이 바로 이 그림이구나 싶었어요. 조용한데 그 안에서 뭔가 계속 살아 숨 쉬는 느낌이에요.

 

 

관람 후기

김종명 작가님 그림이 '그래도 우리는 자라고 있다'는 응원이라면, 정명아 작가님 그림은 '천천히 머물러도 괜찮다'는 다독임 같았어요. 결은 완전히 다른데 둘 다 마음 한구석을 조용히 건드려 주는 그림이라, 바쁜 주말 사이에 잠깐 쉼표를 찍고 온 기분이에요.

롯데월드타워 들르실 일 있으면 11층 BGN갤러리 꼭 한번 들러 보세요. 동선이 길지 않아서 20~30분이면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어요.

BGN갤러리 롯데타워점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300
전시 정보
· 전시명 : Afterwards, 그 이후의 장면들
· 참여 작가 : 김종명, 남학현, 유희, 정명아
· 기간 : 2026. 10. 1(목) ~ 10. 27(화)
· 관람 시간 : 월~토 10:00 ~ 18:00
· 장소 :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11층 BGN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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