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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은 전시회 후기 | 송은 × 언박싱 프로젝트: 생성적 형상들

a4b4 2026. 10. 6.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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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재료에서 시작된 179개의 서로 다른 이야기 

청담동 송은에서 조금 특별한 현대미술 전시가 열리고 있어요. 송은미술대상 25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송은 × 언박싱 프로젝트: 생성적 형상들' 전시인데요. 이번 전시에는 역대 송은미술대상 수상자와 본선 진출 작가 179명(팀)이 참여했어요. 

 

특히 모든 작가에게 동일한 재료와 조건이 주어졌다는 점이 흥미로웠어요. 똑같은 재료에서 출발했지만 작가마다 전혀 다른 작품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예술가의 생각과 표현 방식이 얼마나 다양한지 살펴볼 수 있는 전시예요.


| 송은 전시회 개요

  • 전시명 : 송은 × 언박싱 프로젝트: 생성적 형상들
  • 전시기간 : 2026년 8월 19일 ~ 10월 10일
  • 전시장소 : 송은(SONGEUN) |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441
  • 관람시간 : 월요일~토요일 11:00~18:30 | 18:10
  • 휴관일 : 일요일 및 공휴일
  • 관람료 : 무료 | 예약 : 네이버 사전예약 운영
  • 주차 : 일반 관람객 주차 불가
  • 참여작가 : 179명(팀)

 

송은미술대상은 2001년 제정된 미술상으로, 한국의 젊은 미술가들을 발굴하고 창작 활동을 지원해 왔어요. 이번 전시는 송은미술대상이 걸어온 지난 25년을 돌아보면서, 그동안 인연을 맺었던 작가들의 현재를 함께 살펴볼 수 있도록 기획되었어요. 특히 과거의 수상작이나 대표작을 다시 소개하는 일반적인 기념전과는 조금 다른 방식을 선택했는데요. 참여 작가들에게 새로운 창작 조건을 제시하고, 그 안에서 만들어진 작품들을 선보이는 형식이에요. 과거의 성과를 정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금도 각자의 방식으로 작업을 이어가는 작가들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이 의미 있게 느껴졌어요.

 

| 언박싱 프로젝트(Unboxing Project)란?

이번 전시를 이해하려면 먼저 '언박싱 프로젝트'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어요. 2022년 시작된 언박싱 프로젝트는 작가들에게 일정한 형식과 조건이 담긴 박스를 제공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작품을 제작하도록 제안하는 프로젝트예요. 이번 전시에서는 송은미술대상 25주년을 상징하는 25×25cm 크기의 합판 네 장이 모든 참여 작가에게 주어졌어요.

 

동일한 크기와 재료라는 공통 조건 속에서 작가들은 각자의 생각과 작업 방식을 자유롭게 펼쳐냈는데요. 누군가에게는 회화의 바탕이 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조각이나 설치 작품의 구조가 되는 식이에요. 같은 재료라도 어떻게 바라보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만들어지는 거죠. 이런 방식은 창작의 자유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해요. 아무런 제한이 없는 상황보다 오히려 일정한 조건이 주어졌을 때 더욱 새로운 아이디어가 탄생할 수도 있다는 점이 재미있었어요

| 생성적 형상들

같은 출발점에서 만들어진 서로 다른 작품 이번 전시의 제목인 '생성적 형상들(Generative Forms)'도 흥미로운 부분이에요. 최근에는 '생성적'이라는 표현을 들으면 생성형 인공지능을 먼저 떠올리게 되는데요. 이번 전시에서 이야기하는 생성의 개념은 그보다 넓은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일정한 규칙이나 조건에서 다양한 결과가 만들어지는 과정,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가능성이 계속해서 확장되는 모습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어요.

 

179명(팀)의 작가는 같은 합판 네 장을 출발점으로 삼았지만, 각자의 예술적 관점과 작업 방식에 따라 서로 다른 결과물을 완성했어요. 회화와 조각, 사진, 설치, 미디어 등 다양한 표현 방식이 등장하고, 재료를 다루는 태도에서도 작가마다 차이가 드러나요. 작품을 감상할 때 단순히 완성된 형태만 보기보다 '이 작가는 왜 이런 방식으로 표현했을까?'라는 질문을 떠올려 보면 더욱 재미있을 것 같아요.

 

| 박혜수

박혜수, '영혼의 집', 2026
분쇄 화폐(1만원권), 합판
89×89×25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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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수 작가는 설문이나 통계 같은 데이터를 시각화해서 우리 사회에 숨어 있는 배제와 차별을 보여줘요. '영혼의 집'은 잘게 분쇄한 1만 원권으로 만든 육면체인데, 똑같이 생긴 아파트와 내 집 마련의 꿈이 떠올라요. 닫힌 문 앞에 서 있으면 집이 약속하는 안전과 현실 사이의 거리를 생각하게 돼요.

 

| 이소영

이소영, '하나의 경로', 2026
아크릴, 합판
20×20×33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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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영 작가는 비어 있음과 경계, 부재를 조각과 설치로 풀어내요. 빛이나 반사, 구멍으로 시선을 끌면서도 정작 대상은 감춰두는 게 매력이에요. '하나의 경로'는 지도 조각들을 천장부터 바닥까지 이어 매단 작품인데, 바람결에 조각들이 살짝살짝 돌아가요. 바닥 틈으로 보이는 빨간색이 방향을 알려주는 것 같고, 수많은 갈래길처럼 보여서 내 인생의 여러 경로를 떠올리게 돼요. 아크릴 조각이 공기 흐름 따라 움직이는 모습이 은근히 오래 보게 만들어요.

 

| 김은형

김은형, '뇌행성', 2026
종이조형물, 연필, 먹, 흑연염료
25×25×4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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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형 작가는 동양화를 바탕으로 AI 협업, 공연 드로잉, 수묵으로 그린 고전문학까지 장르를 자유롭게 넘나들어요. '뇌행성'은 구긴 종이로 만든 뇌 위에 작가의 머릿속 생각과 번뇌를 수백 개의 장면으로 빼곡히 그린 작품이에요. 화를 가위로 싹둑 자르는 장면, 자유로운 날개, 서로를 위로하는 사람들이 벽과 창문으로 이어지는데, 작가가 번뇌를 마주하고 이겨내는 마음의 여정이 고스란히 느껴져요. 엄청난 노동이 들어간 작품이라 가까이서 한 장면씩 천천히 보시길 추천해요.

 

| 박종갑

박종갑, '만경(萬頃): 생명의 길', 2026
한지, 자작묵, 자작 리호(自作狸毫), 합판
각 25×25×2.4cm, 4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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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갑 작가는 만경강 풍경을 오래 바라보며 자연과 생명의 순환을 수묵으로 그려요. 라이브 페인팅처럼 새로운 방식에도 도전하고 있어요. '만경(萬頃): 생명의 길'은 먹이 숨 쉬듯 번지고 붓질이 겹겹이 쌓여 생명의 리듬을 만들어요. 여백 속에서 고요함과 움직임이 함께 느껴지고, 눈에 보이지 않는 생명의 떨림이 잔잔하게 전해져요. 작가가 직접 연구해서 만든 도구와 재료로 그렸다는 점도 인상적이에요. 화면 앞에 서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져요.

 

| 윤보현

윤보현, '테디 II', 2026
유리, (개)동물털, 물, 펌프, 나무
가변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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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보현 작가는 유리나 거울, 렌즈로 빛을 굴절시켜 '본다는 것'이 무엇인지 질문해요. '테디 II'는 가족 몰래 반려견 테디를 데려왔던 기억에서 시작된 작품이에요. 테디의 부드러운 털이 유리 안에 담겨 있는데, 그때의 미안함과 깊은 애정이 함께 느껴지는 따뜻한 가족 초상 같아요. 유리 덕분에 털이 보는 각도마다 다르게 보여서 오래 머물게 돼요.

 

| 진민욱

진민욱, '솔', 2026
먹, 숯가루, 안료, 한지로 배접한 비단, 한지, 합판
25.3×87×2.5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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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민욱 작가는 수묵과 채색으로 일상 속 자연의 순간과 마음속 풍경을 담아요. '솔'은 서리를 뚫고 돋아나는 솔잎처럼 묵묵히 피어나는 생명을 그린 작품이에요. 비단과 한지를 겹겹이 쓰고 진천 소나무 숯가루를 섞은 안료로 그렸어요. 천장에서 길게 내려오게 설치돼서 마치 키 큰 소나무를 올려다보는 기분이 들어요. 찰나의 일상과 아득한 과거가 한 화면에 겹쳐 있는 느낌이라 한참 올려다보게 돼요.

 

| 뭔

'오디토리움 (템플릿 2026)', 2026
혼합 매체 (합판, 오브제, 소형 모터, 조명, 아크릴 박스)
약 50×50×35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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뮌은 김민선, 최문선 두 작가가 함께하는 미디어 아트 그룹으로 현실과 가상을 넘나드는 작업을 해요. '오디토리움 (템플릿 2026)'은 2014년 대형 작품의 일부를 합판으로 만든 작은 무대로 옮겨온 작업이에요. 오브제와 움직이는 장치가 만드는 그림자가 더 또렷하게 보여서, 큰 이야기의 한 조각이 오롯이 주인공이 되는 순간을 볼 수 있어요. 작아졌는데 오히려 더 깊이 들여다보게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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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혜주

전혜주, '엔도스코프', 2026
단채널 영상(6분 14초), 도색한 목재, 태블릿
25×50×5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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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주 작가는 꽃가루 같은 보이지 않는 것들을 시각, 청각, 촉각으로 바꿔서 우리 일상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보여줘요. '엔도스코프'는 송은 건물을 하나의 몸처럼 보고 내시경으로 들여다보듯 찍은 영상이에요. 합판으로 만든 동그란 프레임을 통해 보게 되고, 파란 삼면 프레임이 창문처럼 열려서 꼭 수술대를 들여다보는 것 같은 묘한 기분이 들어요. 건물 안과 밖, 몸과 공간의 경계가 흐려지는 경험이라 꽤 신선했어요. 영상이 6분 남짓이라 끝까지 보시는 걸 추천해요.

 

| 탁영준

탁영준, '우리 소관 안에 그들의 짧은 경험', 2026
목재, 철재, 채색, 플라스틱 노끈, 톱밥
가변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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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영준 작가는 젠더나 종교 같은 상징 이미지를 해체하고 다시 엮어서, 극단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삶을 들여다봐요. '우리 소관 안에 그들의 짧은 경험'은 덴마크 해안의 해당화 수풀에서 우연히 마주친 기억에서 출발했어요. 구슬 장막을 지나 톱밥이 깔린 바닥 위에서 영상 '고동치네'를 보게 되는데, 해당화 열매에 새긴 얼굴들과 부산·베를린 두 남성의 시선, 오르간 음악이 어우러져 기다림과 그리움이 은근하게 밀려와요. 공적인 공간인데 묘하게 사적인 느낌이 들어서, 들어서는 순간 감각이 새로 조율되는 기분이에요. 천천히 머물다 오시길 권해요.

 

 

| 후니다킴

후니다 킴, 'Sound Shower_1 / Neo Product Series', 2026
센서, 라즈베리 파이, 전자부품, 스피커, 혼합 매체
33×27×86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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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니다 킴 작가는 기술 때문에 달라지는 우리의 감각과 생각에 관심이 많아서 '환경 인지 장치'를 만들어요. 'Sound Shower_1'은 이름처럼 소리로 샤워하는 작품이에요. 샤워하듯 소리에 몸을 맡기고 있으면, 하루 종일 쌓인 정보로 복잡했던 머릿속이 잠깐 맑게 비워지는 느낌이에요. 물로 몸을 씻듯 소리로 마음을 씻는다는 발상이 너무 좋아요. 바쁜 날일수록 꼭 경험해 보세요.

 

 

| 유아연

유아연, 'Favicon_XENA)', 2026
비닐, 합판, 알루미늄, 브라켓, 볼트, 너트, 나일론 망, 우레탄 고무, 스티로폼,
레진, 투명 레진, 체인, 락카안료, 플라스틱 클레이, 아크릴, 머리카락, 인조손톱
39×30×22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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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연 작가는 개인의 몸과 정체성이 자본에 의해 상품처럼 소비되는 현실에 날카로운 질문을 던져요. 'Favicon_XENA)'는 프라모델처럼 조립된 여성 캐릭터인데, 예쁜 겉모습 아래를 들여다볼 수 있게 만들어졌어요. 작품을 감상하면서 동시에 경매에 참여하는 듯한 경험이라, 신체가 신화가 되고 소비되는 과정이 뭔지 곱씹게 돼요. 아름다움과 가학성이 한 몸에 담겨 있어서 보는 내내 마음이 복잡했어요. 문화와 예술을 소비한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볼 거리가 많은 작품이에요.

 

| 손동현

손동현, '산수', 2026
종이에 먹, 잉크, 아크릴릭 잉크, 크레용, 인주; 화첩, 부채, 족자 형식, 합판
120×120×25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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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동현 작가는 전통 동양화 방식으로 팝 아이콘을 그리는 등 한국화를 새롭게 풀어내요. '산수'는 벽에 붙인 선반 위에 부채, 미니 병풍, 화첩을 올리고 족자를 건 작품이에요. 접혀 있던 것들이 펼쳐지면서 산과 폭포, 구름, 눈발이 나타나는데, 크레용이나 인주 같은 요즘 재료를 전통 기법과 섞은 점도 재미있어요. 긋고, 문지르고, 흩뿌리고, 스며들게 한 흔적들을 가까이서 찾아보는 재미가 있어요.

 

작품을 바라보는 방식도 달라지는 전시 공간 이번 전시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 중 하나는 작품의 배치 방식이에요. 일반적인 미술관에서는 작품을 벽에 걸거나 받침대 위에 설치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번 전시에서는 상당수의 작품을 바닥에 배치하는 방식을 활용했어요. 작가별 공간은 연베이지색 펠트천으로 구분되어 있으며, 작품의 특성에 따라 벽면이나 천장을 활용한 설치도 함께 이루어져요. 

이러한 전시 방식은 관람객의 시선과 움직임에도 변화를 줄 수 있어요. 벽에 걸린 작품을 정면에서 바라보는 익숙한 방식에서 벗어나, 작품을 내려다보거나 주변 작품과의 관계를 함께 살펴보게 되는 거죠. 특히 서로 다른 작품들이 하나의 공간에 모여 있다는 점에서 개별 작품뿐 아니라 전시장 전체를 하나의 커다란 풍경처럼 바라보는 재미도 있을 것 같아요.

 

 

| 제한된 조건에서 발견하는 예술가들의 상상력 

이번 전시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이 가는 부분은 '같은 조건이 반드시 같은 결과를 만들어내지는 않는다'는 점이에요. 우리는 흔히 예술가에게 자유로운 환경이 주어질수록 창의적인 결과물이 탄생할 것이라고 생각하곤 해요. 그런데 이번 프로젝트는 정반대의 상황에서 출발해요. 모든 작가에게 똑같은 재료와 조건을 제시하고, 그 안에서 각자가 어떤 선택을 하는지 보여주는 거예요. 

 

흥미로운 점은 공통된 조건 덕분에 오히려 작가들의 개성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날 수 있다는 사실이에요. 서로 다른 재료와 크기로 만들어진 작품을 비교할 때보다, 동일한 출발점에서 만들어진 작품을 비교할 때 작가의 생각과 표현 방식에 조금 더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또한 179명(팀)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다는 점도 특별해요. 한국 동시대 미술이 얼마나 다양한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는지 폭넓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해요.

 

| 구민자

구민자, 'Formula for One Meal', 2026
도자 접시 11개, 테이블보, 유리병에 담긴 식품/영양제 등 복합재료
50×50×4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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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민자 작가는 날짜 변경선이나 조리 설명서처럼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규칙과 기준을 일상의 행위로 슬쩍 비틀어 보여줘요. 'Formula for One Meal'은 영양 기준에 맞춰 시중의 영양제와 보충제를 성인 여성 한 끼 분량으로 접시에 담은 작품이에요. 만화 속 알약 식사 같은 미래가 사실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는 생각이 들고, 칼로리 숫자에 얽매인 일상도 돌아보게 돼요. 병과 성분표가 접시 위에 가지런히 놓인 모습이 의외로 예쁘면서도 살짝 서늘해요. 관객을 참여시키는 작업을 많이 해온 작가라 더 궁금해져요.

 

 

 

| 노준

노준, '너의 상처받은 팔을 붙들고 있는 나의 눈물', 2026
나무, 대리석, 레진 위에 우레탄 캔디페인트 도색
32×32×35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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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준 작가는 귀여운 동물 캐릭터 조각으로 소통과 관계 회복을 이야기해요. 이번 작품은 알록달록한 캔디색 ‘마법의 계단’ 위에 반짝이는 조각이 서 있는데, 팔에 투명한 눈물 자국이 흘러 있어요. 계단은 과거와 미래를 오가는 길이래요. 귀여운 겉모습과 달리 다정한 위로가 느껴져서 오래 보게 돼요. 크롬 표면에 골드, 블루퍼플, 핑크 캔디 페인트가 입혀져 있어서 정말 반짝반짝 예뻐요.

 

 

| 오종

오종, '플라토', 2026
나무, 페인트, 연필선, 자석
48×24×36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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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 작가는 실이나 철사, 연필 선 같은 아주 단순한 재료로 공간에 그림을 그리듯 작업해요. '플라토'는 점이 선이 되고, 선이 면이 되고, 면이 접혀 입체가 되는 과정을 보여줘요. 단순한데도 공간이 새롭게 보이는 경험이 신기해요. 공간의 빛과 구조를 세심하게 관찰하고 선을 더하는 작가라, 작품 주변까지 천천히 둘러보시길 추천해요.

 

'송은 × 언박싱 프로젝트: 생성적 형상들'은 다양한 현대미술 작품을 만날 수 있을 뿐 아니라, 예술가의 창작 과정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전시예요. 모두 같은 재료에서 시작했지만 저마다 전혀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냈다는 점이 이번 전시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현대미술은 때로 어렵고 낯설게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이번 전시에서는 작품의 의미를 반드시 이해하려고 하기보다, '나라면 이 네 장의 합판으로 무엇을 만들었을까?'라고 상상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정해진 답을 찾기보다 서로 다른 생각과 표현을 발견하는 과정 자체가 즐거운 전시예요. 청담동에서 조금 색다른 현대미술 전시를 찾고 계신다면 관심 있게 살펴보셔도 좋겠어요.

송은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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