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 함께/취미 전시 공연 요리

작가 이강소 개인전 '일어나고 사라지는' @ 롯데뮤지엄 전시회

a4b4 2026. 10. 9. 00:09
반응형

1970년대 한국 실험미술의 흐름을 이끈 대표적인 현대미술가로, 회화와 설치, 퍼포먼스, 조각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구축한 이강소 작가 전시회 관람후기 공유해요.

 

그의 작업은 대상을 재현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비움과 흔적, 생성과 소멸의 과정을 통해 우리가 세계와 존재를 어떻게 인식하는지를 질문하고 있어요. 특히 오리와 사슴, 배 등의 형상과 자유로운 붓질을 통해 자연과 인간, 이미지와 실재 사이의 관계를 탐구해 온 것이 특징으로 작가의 초기 작품부터 현재까지 그의 작업 여정을 만나볼 수 있는 대규모 회고전으로 추천 드립니다.

 

"완전히 드러나는 것도, 완전히 사라지는 것도 없다."

이강소 작가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생성과 소멸이 서로 밀어내지 않고 끊임없이 교차하는 순간을 바라봐요. 그래서 작품은 정답을 주기보다 세상을 보는 또 다른 방법을 열어두고, 완성은 관객 각자의 감각에 맡기더라고요.

프리즈 서울 시기에 맞춰 롯데뮤지엄이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이강소를 조명하는 전시예요. 대표작을 나열하기보다 오랜 실험과 사유가 만든 흐름을 지금의 관객과 함께 나누는 데 초점을 뒀대요.

 

작가는 결과보다 과정, 완성보다 생성을 향해 왔고 붓질과 흔적 하나하나가 그 과정의 기록이에요. 회화·조각·사진·영상·퍼포먼스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고, 전시의 끝에서 예술은 다시 삶과 만나 각자의 기억 속에서 또 다른 의미가 된다고 해요.

 

청명淸明-21020 (2021/2026)

 

이강소 : 일어나고 사라지는 전시회 시작은 그의 대표작으로 시작해요. 

 

무제-97013 (1997) | 무제-92093 (1992)

 

바람이 분다-240002 (2024) | 바람이 분다-26038 (2026)

 

세상에 가만히 있는 건 없대요. 모든 건 끊임없이 변하고, 우리가 경험한 순간도 금방 사라지죠.

 

 

이강소는 1970년대 한국 실험미술 속에서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쌓아 온,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예요. 회화와 조각은 물론 설치, 퍼포먼스, 판화까지 넘나들며 작품을 '완성된 결과'가 아닌 행위와 시간, 공간이 만드는 '과정'으로 넓혀 왔어요. 특히 70년대엔 인간의 의도보다 자연의 기운과 몸짓, 예기치 않게 생겨나는 것들에 주목했대요.

 

80년대 이후엔 회화를 중심으로 그 문제의식을 꾸준히 이어 왔어요. 화면 속 오리, 사슴, 배는 무언가를 그대로 그린 게 아니라 만물을 관통하는 기운(氣韻)을 잠시 머물게 하는 매개예요. 절제된 붓질과 여백에 변화하는 시간과 공간의 감각이 담겨 있더라고요.

 

이 세계는 어쩌면 꿈 같은 건지도 몰라요.

이번 이강소 전시회에서도 바람이 분다, 샹그릴라 등 추상적이면서도 이상향을 향한 작품세계를 만나볼 수 있어요.

무제-92157 (1992) | 무제-92205 (1992) | 무제-91220N (1991)

 

미술이 무언가를 표현하기보다 '함께 경험하는 장'을 열어주는 거래요. 그 안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각자의 기억으로 완성되는 작업이에요.

 

무제-91063 (1991) | 무제-93099 (1993)

 

작가는 작품과 보는 사람 사이의 관계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대요. 무언가 있다는 증명보다 관계 속에서 움직이는 상태가 중요하고, 작품은 완성품이 아닌 설정일 뿐이라 그 안에서 작가 자신도 자유롭고 싶대요.

 

 

바람이 스친 덩어리

이강소의 조각은 형태를 빚는 게 아니라, 흙을 던지는 몸의 움직임이 만들어내는 과정을 지켜보는 데서 시작돼요. 손을 떠난 흙덩이는 땅에 부딪히며 방향, 속도, 중력 같은 예측 못 할 요소와 만나 스스로 모양을 찾아가요.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한 아슬아슬한 균형이 거기서 나오는 거죠.

이번 섹션엔 여러 시기의 '던지기 조각'이 한자리에 모였어요. 같은 과정을 반복했는데도 하나하나 표정이 다 달라요. 작가에게 조각은 완성된 형상이 아니라 시간과 행위가 응축된 자리래요.

 

 

 

회화가 시작되는 자리

이강소에게 드로잉은 단순한 밑그림이 아니에요. 종이 위를 가르는 단 한 번의 붓질과 그 반복이 회화가 시작되는 자리이자 생각이 만들어지는 순간이래요. 수없이 이어진 드로잉은 찰나의 감각을 붙잡은 기록이고, 작업의 가장 근원적인 과정을 보여줘요.

 

 

붓에 개념이 들어가는 걸 꺼린대요. 몸이 자유롭게 움직이는 리듬 그대로, 예상 없이 그린다고요. 모호해야 상상력이 오가고, 단어로 규정하면 맥이 끊긴다는 말이 참 와닿았어요. 그래서 화면 속 필획은 완벽한 서체가 아니라 우연의 흔적이에요.

 

 

회화 존재를 바라보는 방식

넓은 전시장을 채운 크고 작은 캔버스들이 1980년대 이후 이어진 이강소의 회화 세계를 보여줘요. 의도보다 앞서는 무의식의 붓질과 완성되지 않은 여백으로 이뤄져서, 보는 순간의 빛과 경험에 따라 매번 다른 이미지로 다가와요. 어렴풋한 오리, 사슴, 배도 특정 대상이 아니라 모든 것의 생멸(生滅)을 떠올리게 하는 매개래요.

 

가까이 갈수록 형태는 흐려지고 물감과 붓의 흔적이 또렷해져요. 하나의 대상을 보여주기보다 보는 사람의 기억과 감각이 머무는 공간을 만드는 그림이더라고요.

허虛-14022 (2014) | 수평선-86015 (1986)

 

섬에서-06007 (2006) | 섬에서-06008 (2006)

 

 

바람이 분다-250713 (2025)

 

 

무제-92249 (1992) | 무제-90151N (1990)

 

그림 속 이미지는 작가의 의도나 힘에서 나오는 게 아니래요. 새로운 이미지가 그리는 행위 그 자체에서 이미 그려지는 거라고요.

무제-96200B (1996) | 허虛-09092 (2009)

 

강-99214 (1999)

 

이강소 작가에게 세상은 엄청난 신비로 가득하고, 정신 차릴 수 없을 만큼 복잡하대요. 만물이 생명을 다해도 그 원소들은 없어지지 않는다고요.

 

 

섬에서-01021 (2001)

 

무제-92005 (1992) | 샹그릴라-05025 (2005)

 

강에서-99218 (1999) | 바람이 분다-26046 (2026)

 

여백 (1971)

어두운 전시장 안, 하얀 갈대가 양쪽 거울에 비쳐 끝없이 이어지는 듯한 공간이에요. 낙동강변에서 옮겨 온 갈대를 미술관에 심은 설치 작업이라, 익숙한 자연 풍경이 낯설게 느껴지더라고요.

 

 

대구 출신인 작가에게 낙동강은 자연의 변화와 시간의 흐름을 관찰하던 곳이었대요. 계절마다 달라지는 갈대를 보며 대상은 바라보는 순간과 시선에 따라 계속 변한다는 걸 깨달았고, "갈대를 한번 옮겨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이 작업이 시작됐대요.

바람도 계절도 없는 공간에서 갈대는 고요히 서 있고, 관객은 그 사이를 거닐며 각자 다른 풍경을 만나요. 작가는 "영혼이 걸어 다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회상하는데, 이 작업이 이후 자연과 존재, 생성과 소멸을 탐구하는 출발점이 됐대요.

 

이어서 최근 이강소 작가는 흑백엣서 탈피해서 컬러 작업에 매진하고 있어요.

과거 흑백 작품과 최근 컬러작업을 비교해 보는것도 이번 이강소 : 일어나고 사라지는 전시회 관람 포인트에요.

 

섬에서-04020N (2004) | 청명淸明-221207 (2022)

 

 

바람이 분다-250124 (2025) | 바람이 분다-240016 (2024)

 

이강소 작가는 미술관도, 자연 밖의 공간도 모두 자연이라고 생각한대요. 미술관 안 공간과 유리창 너머 바깥 풍경이 아주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다고요.

 

 

바람이 분다-240624 (2024) \ 바람이 분다-230724 (2023)

 

초기작품 판화

대학 졸업 후 대구에서 실크스크린을 익힌 이강소는 판화를 단순한 복제 수단이 아니라 현실과 가상의 관계를 실험하는 장으로 넓혔어요. 같은 이미지를 반복할 수 있는 판화의 특성을 살려 스프레이, 회화와 결합하며 이미지와 실제의 경계를 흐려요.

 

인쇄된 스프레이 이미지 위에 진짜 스프레이를 뿌리는 작업은 가상의 이미지가 현실의 결과를 만든 것 같은 역전을 보여줘요. 같은 형상을 반복해도 매번 달라지는 걸 보면 '동일한 건 없다'는 작가의 생각이 느껴지더라고요.

 

리퀴텍스-76121 (1976) | 리퀴텍스-76879 (1976) | 리퀴텍스-76125 (1976) | 무제-76277 (1976)

 

무제-76-10-266 (1976)

 

무제-02006 (2002) | 무제-02010 (2002)

무제-7593 (1975) | 무제-7595 (1975)

 

무제-75101 (1975) | 무제-75103 (1975) | 무제-75104 (1975)

 

관계가 만들어내는 풍경

1970년대 한국 미술계는 회화와 조각의 틀을 넘어 새로운 언어를 찾던 시기였어요. 이강소는 신체제, AG, 에꼴드서울 등 현대미술 운동에 적극 참여했고, 1974년엔 대구현대미술제를 만들어 한국 미술사에 새 이정표를 세웠대요. 그에게 예술은 대상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사람과 공간, 시간과 사물이 만나 관계와 의미가 생기는 사건이었어요.

 

1973년 개인전 《소멸》에선 그림 대신 선술집 탁자와 의자를 들여와 관객에게 막걸리를 건넸대요. 작가가 한 걸음 물러나자 작품은 관객의 경험 속에서 완성되기 시작했죠. 작품은 손끝에서 끝나는 결과물이 아니라, 관객과 만나는 순간 새로운 의미가 되는 거예요.

 

페인팅(이벤트 77-2) (1977)

1975년 파리 비엔날레 이후 전통 회화의 한계를 고민하던 작가는 캔버스 대신 자신의 몸을 매개로 삼았어요. 몸에 아크릴 물감을 바르고 천으로 닦아내는 퍼포먼스를 했고, 그 과정이 사진으로 남아 회화·퍼포먼스·사진이 하나로 이어졌어요.

 

천에 남은 건 몸이 사라진 뒤 기운의 자취래요. 물감은 남고 몸에선 지워지는, 생성과 소멸이 동시에 일어나는 순간이에요.

 

무제-75031 (1975/2026)

살아있는 닭을 긴 줄로 묶어 두고 먹이통과 횟가루를 뿌린 바닥으로 구성한 설치 작업이에요. 닭은 자유롭게 다니며 발자국을 남기고 며칠 뒤 농장으로 돌아가요. 그 뒤엔 사진과 발자국, 닭이 움직였던 범위만 남죠.

 

 

1975년 제9회 파리비엔날레에서 발표된, '존재'와 '흔적'을 본격적으로 탐구한 대표작이래요. "닭이 아니어도 좋았다"는 작가 말처럼 중요한 건 닭이 아니라 그것이 만들어내는 흐름이에요. 사라진 닭 대신 남은 흔적이 관객의 기억과 상상을 불러내더라고요.

 

 

팔진도(八陳圖) (1981/2017)

『삼국지』 제갈공명의 팔진도에서 착안한 작업이에요. 적을 교란하는 전술 구조를 빌려왔지만, 관객이 자유롭게 오가며 각자의 감각과 경험을 만드는 공간으로 바꿨대요. 고정된 시점 없이 움직이는 위치에 따라 다른 풍경이 펼쳐지고, 관객의 경험이 곧 작품의 일부가 돼요.

반응형

 

사라진 순간의 또 다른 현재

이강소에게 사진과 영상은 현실을 재현하는 도구가 아니라 익숙한 시선에서 한 걸음 물러서는 방법이었어요. 의미를 규정하기보다 사물과 공간의 기운이 스스로 드러나게 해서, 늘 보던 것들을 낯설게 느끼게 해줘요.

관객은 이미지 앞에 머물며 각자의 감각으로 시간과 공간을 경험하게 돼요. 화면에 남은 순간은 지나간 시간이 아니라 지금도 이어지는 현재라서, 익숙한 세상을 새롭게 보게 만들더라고요.

꿈에서, 사이트 3-2: 물 (2003) | 꿈에서, 사이트 3-3: 기차 (2003) | 꿈에서, 사이트 3-1: 일출 (2003)

 

 

사진

어린 시절 아버지께 받은 카메라로 사진에 관심을 갖게 된 이강소는 서울대 재학 시절 임응식에게 사진을 배웠대요. 사람의 시각은 경험과 기억으로 왜곡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 '타자의 시각'을 탐구하는 도구로 카메라를 썼고, 카메라를 "어렵고도 친밀한 타자"라고 불렀어요.

 

그의 사진은 대상을 그대로 담기보다 빈 공간이나 사람의 흔적이 남은 풍경으로 존재와 인식의 관계를 묻고 있어요.

 

작가가 사용한 사진기와 붓, 물감 등 작가의 작업실을 잠깐 엿볼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어요.

 

 

이강소 작가의 연표도 만나볼 수 있는데요.

이강소 작가는 1943년 생으로 80이 넘은 나이에도 작품 활동을 하고 있네요.

 

생성 시리즈 (2009~2016)

 

작업실 풍경, 손에 익은 도구, 직접 쓰던 카메라와 사진, 실험의 기록까지 모두 이강소 예술의 또 다른 장면이에요. 작가에게 예술은 답을 주는 게 아니라 질문을 이어가는 일에 가깝고, 작품은 몸의 움직임과 재료, 시간과 공간이 영향을 주고받으며 만들어진대요.

한편엔 《소멸》과 함께 관객이 머물며 벽에 자유롭게 이야기를 남길 수 있는 공간도 있어요. 작가의 시간 위에 관객의 시간이 더해져서, 지금도 새로운 관계가 이어지는 살아 있는 공간이 되더라고요.

 

그리고 이번 이강소 : 일어나고 사라지는 전시회 마지막 공간이에요.

소멸 (1973/2026)

1973년 명동화랑 첫 개인전에서 선보인 작품이에요. 실제 술집에서 쓰던 탁자와 의자, 술잔을 그대로 옮겨 와 일주일 동안 선술집을 운영했대요. 전시장이 감상하는 곳을 넘어 술 마시며 이야기 나누는 일상의 장소가 된 거죠.

 

선배와 막걸리를 마시던 어느 날, 같은 공간에 있어도 사람마다 다른 세계를 경험한다는 데서 출발했대요. "나는 상대를 볼 수 있지만 나 자신은 볼 수 없다"는 말처럼, 같은 시간과 장소도 각자의 기억엔 다르게 남아요. 관객이 자기 경험 속에서 작품을 새롭게 마주하게 하는 작업이에요.

 

"안 하던 짓을 하세요."

작가가 남긴 이 한마디가 전시를 다 보고 나니 더 오래 남더라고요.

 

롯데뮤지엄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30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