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레아 갈바니 개인전 후기 @ 탕 컨템포러리 아트 서울 전시
요즘 부쩍 날씨가 선선해지면서 전시 보러 다니기 딱 좋은 계절이 됐죠. 얼마 전 한남동 탕컨템포러리 아트 서울에 다녀왔는데, 오랜만에 마음에 오래 남는 전시를 만난 것 같아서 오늘은 이 이야기를 좀 풀어보려고 해요.

전시 개요
이번 전시는 이탈리아 출신 작가 안드레아 갈바니(Andrea Galvani)의 개인전 《The Lost Garden of Heaven》이에요. 탕컨템포러리 아트 서울에서 2026년 8월 29일부터 10월 10일까지 진행 중이고, 안드레아 갈바니 작가의 한국 첫 개인전이라고 하더라고요. 국제적으로는 이미 꽤 알려진 작가인데 한국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라니, 그것만으로도 좀 특별하게 느껴졌어요.

전시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시간'이에요. 근데 이게 일직선으로 흐르는 시간이 아니라, 작가 스스로 '프랙탈에 가깝다'고 표현했대요. 갤러리 공간 전체가 하나의 '경험적 풍경(experiential landscape)'으로 탈바꿈해 있었는데, 들어서자마자 여기가 갤러리인지 숲속인지 잠깐 헷갈릴 정도였어요.

작가 소개
안드레아 갈바니는 1973년 이탈리아에서 태어나 지금은 뉴욕과 멕시코시티를 오가며 작업하는 작가예요. 특이한 건 과학적 방법론을 작업의 근간으로 삼는다는 점인데, 사진·영상·드로잉·조각·사운드·건축적 설치·퍼포먼스까지 매체를 가리지 않아요.
이력도 상당해요. 뉴욕 휘트니 미술관, 모스크바 비엔날레, 폴란드 포즈난 미디에이션 비엔날레 등 국제 무대에 꾸준히 이름을 올렸고, 하이 미술관(애틀랜타), 댈러스 미술관, 도이치뱅크 컬렉션(런던), 로마 막시(MAXXI) 국립21세기미술관 등이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어요.

2011년 뉴욕 익스포저상 수상, 2016년 이탈리아 마르트 미술관에서 유럽 첫 중간회고전, 2019년 오데마피게상 수상 이력도 있고요. 2025년 9월부터는 상하이 포토그래피스카에서 아시아 첫 미술관 개인전(2026년 1월까지)도 진행돼서, 이번 서울 전시와 시기적으로 맞물려 있는 셈이에요.



작품 성향
갈바니의 작업을 관통하는 태도는 '과학과 예술의 경계를 허문다'는 거예요. 실제로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농부, 생태학자, 포몰로지스트(과수학자), 원예학자, 역사학자, 심지어 '사과 사냥꾼'이라 불리는 사람들까지 협업했다고 하니 리서치의 깊이가 짐작이 가더라고요. 노스캐롤라이나 자연과학박물관, 코넬대 K. 리사 양 보전음향학센터, 매과이어 나비·생물다양성센터, 미국 자연사박물관 같은 기관들과 3년에 걸쳐 준비한 프로젝트래요.

이렇게 쌓인 리서치는 결국 '멸종'과 '복원'이라는 주제로 응축돼요. 사라진 생명—식물이든 동물이든—을 기술과 예술의 힘으로 다시 불러내고, 그 생명의 시간을 늘리거나 되감는 방식으로 작업하는 거죠. 그래서 작품 앞에 서면 아름답다는 감정과 마음 한켠이 아릿해지는 감정이 동시에 들어요.

전시된 작품 — 크게 3가지 타입으로 나눠봤어요

1) 되살아난 식물 — 도자기 조각 정원 《The Lost Garden of Heaven》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가장 압도적으로 마주하게 되는 부분이에요. 갤러리 전체가 14개의 '보태니컬 타워'로 가득한 알록달록한 숲으로 변해 있는데, 이 타워들은 전부 지금은 사라진 재래종 사과 품종을 실물 크기 도자기로 정교하게 복원한 조각들이에요.

옛 농업 기록을 뒤져 사라진 사과 품종의 생김새를 되살렸다고 하니, 단순한 오브제가 아니라 '식물 아카이브'를 걷는 느낌이었어요. 문화적 교환, 토착 식물 지식, 우리가 발 딛고 사는 지구의 취약함과 회복력에 대한 이야기를 이 정원 하나에 다 담아낸 것 같았어요.




2) 되살아난 생명 — 영상과 사운드 《The Void Migrates to the Surface [Blue Morpho]》 & 《Resurrection I》
전시의 중심을 잡아주는 앵커 작품은 영상조각 《The Void Migrates to the Surface [Blue Morpho]》예요. 몇 주밖에 못 사는 희귀 멸종위기 나비의 생을, 초당 최대 100만 프레임까지 촬영 가능한 초고속 촬영 기술로 늘려서 인간의 평균 기대수명인 73년에 맞춰버려요.

나비의 찰나 같은 삶이 영상 속에서 아주 서서히 펼쳐지는 걸 보고 있으면 시간 감각 자체가 이상해지는 경험을 하게 돼요.
여기에 공간 전체에 울려 퍼지는 사운드 설치 《Resurrection I》도 빼놓을 수 없어요. 1907년부터 1999년 사이에 멸종된 새 7종의 울음소리를 재현해낸 작업인데, 눈에 보이지 않아서 더 서늘하게 다가오더라고요. '부재' 그 자체를 소리로 채워 넣은 셈이니까요.

3) 보이지 않는 자연의 법칙 — 네온 조각 《Study on Omega-Minus》
마지막은 결이 조금 다른 작품, 네온으로 만든 조각 《Study on Omega-Minus》예요. 20세기 양자물리학의 굵직한 발견 중 하나인 '오메가 마이너스 입자'가 처음 관측된 순간을 다이어그램처럼 형상화했어요.

구불구불한 식물 줄기 같기도, 별자리 지도 같기도 한 네온 라인이 허공에 떠 있는데, 멸종된 생명을 다루던 앞선 작품들과 달리 '보이지 않는 자연의 원리'를 시각화한 거라 전시 전체에 균형감을 더해주는 느낌이었어요.

마무리
세 갈래로 나눠보긴 했지만 사실 이 작품들은 한 문장으로 요약돼요. "삶이란 경계 없이 이어지는 자연의 흐름 속에서 시간을 구현하는 하나의 사건이다." 전시장을 나오면서 이 문장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더라고요. 식물이든 동물이든 물리법칙이든, 결국 우리가 잃어버렸거나 눈치채지 못했던 것들을 다시 불러 세우는 작업이라는 인상이 강하게 남는 전시였어요.

전시명: 《The Lost Garden of Heaven》 · 작가: Andrea Galvani(안드레아 갈바니) · 장소: 탕컨템포러리 아트 서울 · 기간: 2026.8.29~10.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