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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나 라인간츠 개인전 '편린 (Míope)' 후기 @ 화이트큐브 서울

a4b4 2026. 9. 20.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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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큐브 서울(White Cube Seoul)에서 열리는 브라질 작가 마리나 라인간츠(Marina Rheingantz)의 한국 첫 개인전 '편린(Míope)' 관람후기 입니다. 

마치 오래된 코레스코화가 생각나는 상당히 깊은 느낌의 추상화를 만났는데요. 비록 많은 수의 작품은 아니었지만 지금도 강한 인상이 남은 전시회였습니다.

| 전시개요

  • 전시명: 마리나 라인간츠 개인전 《편린 (Míope)》
  • 기간: 2026년 9월 1일 ~ 10월 24일
  • 장소: 화이트 큐브 서울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45길 6)
  • 전시 규모: 작가가 상파울루 스튜디오에서 지난 1년간 작업한 신작 유화 14점

 

| 전시서문

마리나 라인간츠의 풍경은 특정한 시간이나 장소로 규정되지 않는다. 이번 전시의 원제목인 ‘Míope’는 포르투갈어로 ‘근시(近視)’를 뜻한다. 이는 작가의 풍경에 등장하는, 초점의 경계에 아련하게 맺힌 듯한 특유의 형상들을 묘사하는 데 가장 적합한 단어다. 그의 작업은 사진적 기록과 회화적 탐구, 직물의 시각적 요소, 그리고 브라질 교외에서 보낸 유년기의 기억이 축적된 고유한 아카이브로부터 기인한다. 이처럼 자신만의 아카이브에서 출발하는 그의 작품에서는 보고, 감각하고, 기억한 것들이 다채롭게 어우러져 어디에도 고정되지 않은 유동적인 풍경이 탄생한다.

 

물감을 겹겹이 칠했다가 박리하는 과정을 통해 형성된 화면은, 그 자체로 고유한 지형을 이룬다. 물감은 때로 응집되고 다시 엷어졌다가 얼룩지고 희미해진다. 풍경을 고정된 상태로 붙잡아두지 않는 그의 화면에서 형상은 불현듯 떠올랐다 사라진다. 마치 자연의 성장과 소진, 침식과 퇴적 과정을 닮은 방식으로 재료를 다룸으로써 풍경은 계속해서 새롭게 재구성된다. 그렇기에 그의 풍경 속 형상은 늘 잠정적이며 언제나 변화의 가능성에 열려 있다.

 

 

마리나 라인간츠의 풍경을 보고 있으면 어디인지 정확히 알 수 없는 장소를 바라보는 듯합니다. 브라질 교외에서 보낸 어린 시절의 기억과 사진, 회화, 직물에서 얻은 이미지가 겹쳐지며 현실과 기억 사이 어딘가에 있는 풍경을 만들어냅니다. 물감을 여러 번 쌓았다가 걷어낸 화면 역시 매끈하지 않습니다. 번지고 흐려진 흔적 사이로 형상이 나타났다 사라지면서, 자연이 오랜 시간 변화해 온 과정처럼 느껴집니다.

 

이번 화이트 큐브 서울 전시의 제목 'Míope'는 포르투갈어로 '근시'라는 뜻입니다. 가까이에서는 선명하지만 조금만 거리를 두면 흐릿해지는 시야처럼 작품 역시 또렷함과 모호함 사이를 오갑니다. '편린'(Míope, 2026)에서는 자주색과 연보라, 황토색의 식물 모티프가 섬세하게 이어지는 한편, 일부는 안개 속에 잠긴 것처럼 희미해집니다. 대형 작품 '연'(Pipa, 2026)에서도 식물과 구름을 닮은 형태들이 뒤섞여 어느 쪽이 앞이고 뒤인지 쉽게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모호함이 단순히 흐릿한 표현에 머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라인간츠는 하나의 소실점으로 시선을 이끄는 전통적인 원근법 대신 여러 흔적이 서로 관계를 맺으며 공간을 만들어가도록 합니다. '브로멜리아 게'(Bromélia Caranguejo, 2026) 역시 잔가지와 녹색, 미색의 면이 겹쳐지면서 시선이 화면 안을 자유롭게 오가게 합니다.

 

라인간츠의 화면에는 특정한 장소가 등장하지 않지만 그 안에는 브라질의 기억이 깊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자생 동식물과 아라라콰라에서 보낸 어린 시절의 기억이 직접적인 풍경 묘사 대신 색과 질감, 흔적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그의 풍경은 완성된 한 장면이라기보다 계속 변화하는 기억처럼 다가옵니다. 선명하게 보이는 순간도 있고 금세 희미해지는 순간도 있는, 그 불확실함 자체가 이번 전시를 바라보는 재미이기도 합니다.

 

작품 가까이에서 바라보면 물감의 질감도 꽤 인상적입니다. '앵무새 암컷', '달팽이', '타투라나'에서는 얼룩지고 벗겨진 표면이 오래된 벽이나 프레스코화를 떠올리게 합니다. 물감을 쌓고 지우고 흘려보내는 과정에서 생겨난 우연한 흔적까지 작품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방식입니다.

 

 

 

 

 

직물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마나카'(Manacá, 2026)의 끊어진 선들은 바느질 자국처럼 보이고, 자수 작품 '가을'(Outono, 2026)에서는 수평으로 이어진 실이 밭의 고랑을 연상시킵니다. 회화에서 시작된 반복적인 패턴이 자수와 태피스트리라는 실제 직물의 영역까지 확장된 셈입니다.

화이트큐브 서울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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