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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은 '핏월과 픽토 Pictos and Pitwall' 관람후기 @ 국제갤러리 K2

a4b4 2026. 9. 6.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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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변하는 도시에서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
삼청동 국제갤러리 K2에서 김세은 작가의 개인전 '핏월과 픽토(Pictos and Pitwall)'가 열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박서보 회고전과 함께 관람한 추상화가 김세은 전시 소개합니다.

| 전시개요

  • 전시명 : '핏월과 픽토 Pictos and Pitwall'
  • 작가 : 김세은 Seeun Kim
  • 전시기간 : 2026. 8. 24 – 10. 18
  • 장소 : 국제갤러리 서울 K2
  • 관람료 : 무료전시회

 

이번 김세은 개인전은 국제갤러리 K2 1층과 2층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김세은은 우리가 매일 살아가는 '도시'를 그리는 작가입니다.


그런데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도시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도시 풍경화와는 상당히 다릅니다.도로와 터널, 환풍구와 녹지, 건축 구조물이 등장하지만 어디가 어디인지 명확하게 알아보기 어렵고, 원근과 시점도 종종 뒤섞여 있습니다.

그 이유는 김세은이 도시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기보다 빠르게 변화하는 도시 안에서 사람이 공간을 어떻게 인식하고 자신의 위치를 감각하는지에 관심을 두기 때문입니다. 이번 '핏월과 픽토'는 이러한 김세은의 작업세계를 이해하기에 상당히 중요한 전시입니다.

| 김세은은 1989년생으로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영국왕립예술대학(Royal College of Art)에서 회화 석사 과정을 마쳤습니다. 작가는 오래전부터 도시의 중심이나 랜드마크보다는 도시계획 과정에서 밀려난 공간, 용도가 불분명한 자투리 공간, 도로와 건물 사이에 남겨진 공간에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2019년 '핏맨의 선택', 2020년 '잠수교', 2022년 '핏 스탑' 등 이전 개인전에서도 이러한 관심은 지속되었습니다.
특히 '핏 스탑'에서는 도시의 구조 때문에 발생한 '남겨진 공간(leftover spaces)'에 주목했습니다. 도로와 건축물이 효율적으로 연결되는 과정에서 오히려 사용하기 애매한 공간들이 생겨나는데, 작가는 이런 장소를 회화적으로 다시 바라봤습니다.

도시는 완성된 하나의 공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끊임없이 철거되고 건설되고 연결되고 단절됩니다.김세은에게 도시는 완성된 풍경이 아니라 계속해서 상태가 바뀌고 있는 거대한 시스템에 가깝습니다.

| '핏월'과 '픽토'는 무엇을 의미할까

이번 전시 제목을 이해하면 작품을 보는 방법도 조금 명확해집니다.
먼저 **Pit Wall(핏월)**은 F1과 같은 모터스포츠 경기에서 레이스 상황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전략을 판단하는 공간을 의미합니다. 수많은 정보가 들어오고 그 정보를 빠르게 분석해 현재 상황을 판단해야 하는 곳입니다.

반면 **Picto(픽토)**는 픽토그램(Pictogram)의 줄임말입니다. 
복잡한 정보를 사람이 빠르게 알아볼 수 있도록 압축해 전달하는 시각 언어입니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도시에서 생활하는 방식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지도와 내비게이션, 교통정보, CCTV, 표지판, 신호등, 스마트폰 등에서 끊임없이 정보가 들어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정보를 읽으면서 지금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판단합니다. 김세은은 바로 이 지점에 주목합니다. 수많은 정보가 끊임없이 갱신되는 도시에서 우리는 과연 자신의 위치를 어떻게 감각하고 있을까요? 


이번 전시는 이 질문에서 시작됩니다.

 

포트 더 브리지 : 도시에서 연결과 단절은 동시에 일어난다

 

'포트 더 브리지(Port the bridge)'(2026)는 공항 너머의 다리와 그 아래에서 기존 도로가 철거되고 새로운 길이 만들어지는 장면에서 출발한 작품입니다. 공항과 다리는 모두 사람을 다른 장소로 이동시키는 대표적인 시설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출발점이고 누군가에게는 도착점입니다. 하지만 새로운 길이 만들어진다는 것은 동시에 기존의 길이 사라진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연결하기 위해 단절하고, 만들기 위해 파괴하는 것. 김세은은 이러한 도시의 모순적인 상태를 하나의 화면 안에 가져옵니다. 그래서 그의 도시에는 완성된 상태가 없습니다. 계속 만들어지고, 사라지고, 다시 연결됩니다.

 

터널화 : 앞으로만 갈 수 있는 공간을 회화로 펼치다

 

이번 전시에서 특히 김세은의 공간에 대한 관심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 '터널화' 연작입니다. 터널이라는 공간에는 독특한 특징이 있습니다. 우리가 일반적인 공간에서는 좌우로 움직이고 방향을 바꿀 수 있지만 자동차로 터널에 들어가는 순간 대부분의 움직임은 앞으로 가는 방향으로 제한됩니다.


작가는 이러한 터널 내부를 세 개의 캔버스로 나누어 펼쳐놓습니다.


그 과정에서 실제 터널의 직선적인 공간은 회화 속에서 여러 방향과 시점으로 다시 구성됩니다. 우리가 터널을 지나갈 때도 모든 풍경을 한 번에 보는 것은 아닙니다. 가까운 벽은 빠르게 지나가고 멀리 있는 출구는 천천히 다가옵니다.

몸이 움직이면서 근경과 원경을 서로 다른 속도로 받아들입니다. 김세은은 이러한 신체의 공간 인지 방식 자체를 회화의 구조로 옮깁니다.

 

국제갤러리 K2 2층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1층에서 작가의 신체적 경험과 만나고, 마지막 중정에서는 관람객 자신의 몸으로 다시 공간을 경험하도록 만든 전시 동선 역시 이러한 생각과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김세은의 작품을 볼 때 화면 속 건물이나 도로가 실제 어느 장소인지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지만, 조금 다른 질문을 던져보면 작품이 더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옥수' : 옥수역의 현재와 분당의 기억이 겹쳐진 풍경

 

이번 전시에서 눈여겨볼 작품 중 하나가 대형 회화 '옥수'(2026)입니다. 200×300cm 크기의 상당히 큰 작품으로, 처음 보면 빠른 붓질과 여러 색면이 뒤엉킨 추상적인 도시 풍경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작품의 출발점은 실제 장소입니다. 바로 지인에게 받은 옥수역 사진입니다.

화면을 가로지르는 흙빛의 환풍구와 녹지대를 바라보던 작가는 어린 시절 분당 아파트 단지 공원에서 보았던 자투리땅을 떠올렸습니다. 김세은은 1989년에 태어나 분당 신도시 개발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던 시기에 성장했습니다. 그에게 도시개발은 이미 완성된 도시를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 환경이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바뀌는 과정을 경험하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옥수'에는 흥미롭게도 서로 다른 시간과 장소가 공존합니다. 2026년의 옥수역이라는 현재의 장소 위에 어린 시절 경험했던 분당이라는 과거의 장소가 겹쳐지는 것입니다. 김세은에게 풍경은 눈앞에 보이는 것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현재 보고 있는 장면과 과거의 기억, 그곳에서 느꼈던 신체적 감각까지 합쳐져 하나의 풍경이 됩니다.

 

김세은의 작품을 볼 때 화면 속 건물이나 도로가 실제 어느 장소인지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지만, 조금 다른 질문을 던져보면 작품이 더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나는 도시를 눈으로 보고 있는가, 아니면 정보로 보고 있는가.


그리고 빠르게 변하는 도시 속에서 나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이번 국제갤러리 전시 김세은의 '핏월과 픽토'는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도시를 조금 낯선 감각으로 다시 바라보게 하는 전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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