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미술관 전시회 '사랑의 기원' | 듀킴 정희민 염지혜 이베타 강선영 차재민 작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열리고 있는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20주년 기념전 '사랑의 기원' 전시회 관람후기입니다.
이번 전시회는 거대한 기술 문명 속에서 훼손되지 않는 인간성의 근원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 전시회로 '사랑'을 주제로 국내외 여러 작가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는 전시회입니다.

다만 저에게는 한없이 난해하고 어려운 전시회였습니다. 작품들은 실험적이고 재미 있었지만...



|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본관 전시회 2026 여름
2026년 7월 8월 9월까지 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유영국 전시회와 오늘 소개하는 사람의 기원 전시회가 열릴 예정입니다.
이외에도 천경자 상설전 등 상설 전시회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 유영국 산은 내 안에 있다 전시회 먼저 감상하
올해 여름에 가장 핫 한 전시회 중 하나인 유영국 회고전이 서울시립미술관 1층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저는 유영국 작품은 국내 여러 전시회에서 몇 점씩만 만나보곤 했는데요. 이번 유영국 회고전에서 작가에 대한 이야기와 시기별 작품을 만나볼 수 있어 너무나 좋았습니다.

저는 일요일 오전에 방문했는데, 웨이팅 없이 편하게 작 작품감상 했습니다. 특히 마지막섹션에서 만나본 유영국 작가의 절필작과 대작이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유영국 '산은 내 안에 있다' 전시회 정보는 아래 포스팅 참고하세요.
'유영국 : 산은 내 안에 있다' 전시회 정보 | 도록, 굿즈, 웨이팅, 도슨트 @ 서울시립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열리고 있는 2026년 한국 근대 거장전 《유영국: 산은 내 안에 있다》전시회 관람 후기입니다.산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평생 추상 미술을 완성한 작가의 열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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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2층에서 열리고 있는 '사랑의 기원' 전시회 소개합니다.

| 사랑의 기원 전시회 정보
전시회명 :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20주년 기념전 '사랑의 기원'
전시기간 : 2026.04.30. - 2026.09.06.
전시장소 :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2층 / 3층 전시실
무료전시회


전시서문
기술은 삶의 바깥에 놓인 도구가 아니라 감각과 관계를 조건 짓는 환경이 되었습니다. 스마트폰 알람으로 잠에서 깨고, 위성이 가리키는 길을 따라 움직이며, 알고리즘이 골라낸 소식을 접하며 하루를 보냅니다. 그 안에서 우리가 기억하고 관계 맺는 방식도 함께 바뀌어 갑니다. 누군가의 곁을 지키는 일, 돌보고 기대는 형태 역시 이 환경 안에서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그 속에서 오래 들여다보게 되는 것은, 변화하는 풍경 속에서도 사람을 사람 곁에 머물게 하는 힘이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하는 물음입니다.
서울시립미술관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개관 20주년 기념전 《사랑의 기원 AMOR EX MACHINA》은 여기에 사랑이라는 말을 다시 놓아 봅니다. ‘사랑의 기원’은 거대한 기술 문명 앞에서도 훼손되지 않는 인간성의 근원을 찾아가는 여정으로, 우리가 마침내 회귀해야 할 목적지가 사랑에 있음을 제안합니다. 동시에 ‘아모르 엑스 마키나(Amor Ex Machina, 기계 장치로부터의 사랑)’는 고전 극작술 개념인 데우스 엑스 마키나(Deus Ex Machina, 기계 장치로부터 온 신)를 변주한 표현으로 초월적 존재의 작위적 개입 대신 기술과 기계 장치로 구축된 오늘날, 우리를 구원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사랑이라는 근원적 토대임을 의미합니다.
서로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존재들이 그럼에도 다가가고, 돌보고 기대며, 상처 입을 가능성까지 품은 채 함께 머무는 일. 연민과 돌봄, 상호의존과 연결은 불완전한 존재들이 서로의 곁에 있기 위해 오랫동안 배워 온 방식입니다. 기술이 관계의 형태를 고쳐 쓰는 시대일수록, 사랑은 먼 곳의 관념이 아니라 삶을 지속시키는 구체적인 조건으로 다시 떠오릅니다.
전시는 이 조건을 이야기의 원형 속에서 되짚어 봅니다. 불을 훔친 자의 경이와 대가, 기억을 강물에 맡긴 자의 상실과 변형, 낯선 모습으로 돌아온 자의 분투가 오늘의 장면 위에서 펼쳐집니다. 신체는 기술과 맞물리며 변화하고, 기억은 데이터로 옮겨지며, 체계의 바깥에 선 이들은 스스로의 감각으로 세계를 견딥니다. 오래전부터 전해진 이야기는 과거에 머물지 않습니다. 현재를 비추는 틀이 되는 동시에,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을 미리 가늠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이곳에서 오래된 이야기는 지금의 언어가 됩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들은 지난 이십 년 사이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를 거쳐 갔습니다. 그들의 작업에는 당대의 기술 환경과 감각의 변화가 켜켜이 남아 있습니다. 기술이 신체와 인식, 연결의 모양을 바꾸어 가는 장면을 자신의 언어로 그려 온 그 시간은, 창작이 달라지는 세계 속에서 감각을 다시 세우고 타자와 공생하는 방식을 배워 가는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사랑의 기원》이 바라보는 것은 더 정교해진 장치와 더 촘촘해진 시스템을 통과하고도 여전히 우리를 인간이게 하는 감각입니다. 오래된 이야기와 동시대의 풍경, 난지의 시간을 지나온 작업들이 한자리에 놓일 때, 사랑은 지금 이곳에서 작동하는 힘으로 다가옵니다. 전시는 사랑이라는 이름을 단일한 모양으로 건네는 대신 비슷한 서사를 되풀이하면서도 매번 다른 자리에 도달해 온 오래된 여정처럼, 각자의 걸음으로 다시 더듬어 보게 합니다.
| 훔친 불꽃
1층 첫 전시공간 주제는 '훔친 불꽃'입니다.
기술이 환경이 된 세계에서, 우리를 여전히 인간이게 하는 감각은 어디에서 시작될까요. 이 전시의 첫 번째 여정은 그 물음을 가장 오래된 장면 앞에 놓습니다. 훔친 불은 인간에게 문명을 주었고, 영원한 고통이 그 대가였습니다. 기술과 신체가 처음 만나는 이곳에서, 기술은 바깥에서 쓰이는 도구에 머물지 않고 감각 안으로 스며듭니다. 피부의 경계가 흐려지고,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경계도 느슨해집니다. 죽어가는 것 위에서 다른 생명이 번성하고, 기존의 형태가 무너지는 자리에서 예기치 못한 형태가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침투가 곧 확장이고 상실이 곧 재탄생이기도 한 이 과정 속에서, 우리는 달라진 몸으로 타인과 세계를 다시 감각하게 됩니다.


다소 어둡고 음침한 공간이 연출되고요. '훔친불꽃' 공간에서는 8명 작가의 조각 회화 멀티미디어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작가가 저에게는 너무나도 낮선 작가와 작품들을 만나봤네요.


듀킴 다육복음서 2026
전시장 중앙에 설치된 거대한 조각과 조형물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마치 예배당을 생각하는 하는 의자들과 그 위에 올려있는 책들, 그리고 멀러서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조각작품이 보이는데요. 저에게는 다소 불편한 작품 중 하나였네요.


듀킴 작가 작품은 대략 이런 구성으로 배치되어 있는데요.
일부 관람객이나 청소년에게는 다소 불편한 내용일 수 있습니다. 참고하세요,

듀킴 작가는 동시대 한국미술에서 퀴어성과 종교, 대중문화의 교차점을 가장 적극적으로 탐구하는 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힙니다. 샤머니즘, K-pop, 기독교, BDSM 등 서로 다른 코드를 충돌시키며 한국 사회의 이분법적 규범과 금기의 구조를 교란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작가 스스로 '홀리 holy 하고 호니 horny 한 것들에서 받은 영감'을 창작의 원동력으로 꼽을 만큼, 신성함과 세속적 욕망이 맞닿는 지점을 두려움 없이 파고듭니다.


이번 서울시립미술관 사랑의 기원 전시회에서 선보인 신작 '다육복음서'는 인간의 갈비뼈와 다육식물의 재생산 방식을 겹쳐 놓으며, 창조와 기원의 서사를 퀴어적 관점에서 새로 써 내려갑니다.
규범 바깥의 몸이 스스로를 빚고 서로에게 기대며 새로운 공동체의 윤곽을 그려 갑니다. 잘려 나간 자리에서 다시 자라나는 다육식물의 생태처럼, 작품은 침투하고 의지하는 관계 속에서 새롭게 피어나는 기원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펠리시아 혼카살로·샘 윌리엄스, '사랑받지 못한 이들(The Unloved)', 2025
펠리시아 혼카살로와 샘 윌리엄스는 인간과 비인간, 식민의 역사와 내밀한 기억이 교차하는 자리를 시적인 영상 언어로 옮겨 왔습니다. 2025년 빌뉴스 Atletika 갤러리에서 첫 협업작으로 공개된 이 작업은 인간에게 '잡초'로 취급받아온 식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영상·사진·콜라주·텍스트·유물을 뒤섞어 박물관 식물표본실과 고딕 판타지, 동화, 아마추어 연극 사이 어딘가에 놓인 서사를 펼칩니다. 런던 자연사박물관 식물표본실의 압화 표본을 빅토리아 시대 문헌·사진과 겹쳐놓은 대형 실크 콜라주가 전시의 중심을 이루며, 인간이 자연을 범주화하고 통제해온 방식에 의문을 던집니다. 이후 오슬로 PRAKSIS 등지에서도 전시가 이어졌습니다.

이번 전시회에서 만나볼 수 있는 '사랑받지 못한 이들'과 '루시가 말하는 식물적 욕망의 결과들'은 잡초라는 소외된 존재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영상 작업입니다. 두 작품은 숲과 온실, 고딕 판타지, 극장을 오가는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하며, 제국주의 역사에 의해 만들어진 식물이라는 존재에 서사적 주체성을 부여합니다. 식물들은 식민주의와 인간중심주의에 기반한 지배의 형태를 퀴어한 목소리로 폭로하며, 고착된 질서에 침입하는 타자들이 변화시키는 세계를 상상하게 합니다.

영상의 세련미는 너무나 좋았지만 내용은 한없이 난해했다.


정희민, '아르카디안 더스크', 2026, '아이의 노래' , 2019
정희민 작가는 디지털 이미지를 회화와 조각으로 변환하며 물질의 잠재성을 탐구하는 작가입니다. 온라인 이미지와 디지털 모델링으로 입체적인 스케치를 제작해 인쇄한 뒤, 투명한 겔 미디엄을 통해 물질화하는 독특한 과정을 거치며, 이렇게 형성된 물성은 캔버스 위에서 구겨지거나 흘러내리며 디지털로 고안된 오브제와 공명합니다. 작가는 회화가 우리의 지각 방식 변화를 감지하기에 용이한 매체라 여기며, 디지털 이미지의 감각이 전통적인 회화의 화면과 충돌하는 지점을 지속적으로 탐구해왔습니다.

이번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20주년 기념전 '사랑의 기원' 신작 회화 '아르카디안 더스크'는 낙원의 이름을 빌려 오지만, 그 이름이 부르는 풍경은 도시의 파편과 데이터의 흔적이 겹쳐진 익명의 지대입니다. 땅의 질감이나 미세한 생명체의 흔적을 스캔 데이터와 결합해 캔버스 위에 물리적인 질감으로 옮겨 낸 이 작업에서, 자연과 데이터, 오래된 기억과 지금의 감각이 한 화폭 위에서 서로에게 스며들며 황혼의 시간으로 미끄러집니다.


거리를 두고 작품을 보면 마치 하나의 추상 작품처럼 보였는데, 작품에 다가서서 감상하면 전혀 다른 느낌을 보여줍니다.
작품속에 있는 이녀석들은 무엇일까요?


염지혜 : 불 습작 2023 - 2024
염지혜 작가에 대한 정보나, 이번 사랑의 단상 전시회에서도 작품에 대한 소개를 찾아보지 못했습니다.




다만, 염지혜의 주 매체인 영상(애니메이션) 작업과는 결이 다른 그래픽적 회화에 가깝다고 하네요. 평론가들은 이 페인팅들이 영상 작업의 서사를 뒷받침하는 이미지적 습작이자, 작가가 그래픽 이미지에 천착하는 태도를 잘 보여주는 사례로 언급합니다.

꺼진 불도 다시보자!


그리고 전시장 한 켠 벽으로 둘러쌓인 공간 하나가 나옵니다.

차재민, 광합성하는 죽음, 2024
차재민은 스스로를 "촬영한 영상을 주로 사용하는 무빙이미지 작가"라고 소개합니다. 합성 이미지나 파운드 푸티지를 거의 쓰지 않고 직접 촬영한(lens-based) 소스로 영상을 완성해온다는 점이 작업의 근간입니다. 예술의 효능과 무능 양쪽을 향한 질문을 품고, 자본주의 사회의 구조적·체계적·역사적 모순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영상, 퍼포먼스, 설치를 교차시키며 다뤄왔습니다. 사회의 거대한 시스템 주변부에 놓인 존재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다큐멘터리적 시선과 에세이 필름 형식으로 재현 방식을 갱신해왔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광합성하는 죽음'은 죽음을 다루는 이미지에 관한 다층적 연구를 에세이 필름으로 풀어낸 작업입니다. 천천히 부패해 가는 과실의 시간과, 시체가 썩어가는 아홉 단계를 그린 일본 불교화 구상도를 연구하는 이와 주고받은 서신이 한 화면 안에서 엮어집니다. 소멸해 가는 자리에서도 분주히 움직이는 생명의 기척은 죽음과 생성이 분리될 수 없는 하나의 과정임을 보여 줍니다. 대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려는 시선과 이해를 시도하는 시선 사이, 작품은 새로운 구상도가 되어 인간 역시 다양한 타자와 얽혀 살아가는 연약한 존재임을 드러냅니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2층 메인 전시공간을 한 바퀴 돌고 옆의 공간으로 이동합니다.


전혜주, 'Hummer', 2022
전혜주 작가는 설치를 주 매체로, 눈에 보이지 않는 미시적 존재와 흔적을 추적해 그 이면에 숨은 생태적·사회적 연속성을 드러내는 작업을 해왔습니다. 초기에는 도시공간의 역사성과 개인의 사적 경험이 남긴 흔적에 관심을 두었으나,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작업의 결이 전환됩니다. 법의생태학자 퍼트리샤 윌트셔의 저서를 접하며 꽃가루가 장소와 시간의 기록을 담고 있다는 사실에 흥미를 느끼면서, 이후 꽃가루와 미세 입자를 수집·현미경으로 관찰하고 기록하는 방식의 작업으로 발전했습니다.



'Hummer'는 에너지 채굴과 군사 기술이 작동하는 방식을 꽃가루가 공기 중을 떠도는 생태적 원리와 나란히 놓는 사운드 설치 작업입니다. 전시장 양 끝에 놓인 초지향성 스피커는 그 자체가 시위 진압에 쓰이는 기술이며, 벌의 날갯짓과 드론의 비행음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파동을 끊임없이 흘려보냅니다. 침투는 늘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시작됩니다.


미알못에게는 한 없이 난해한 작품 중 하나였네요.
작품 감상포인트를 잘 모르겠어요.

이베타 강선영, '자유낙하무리', 2024/2026, '송가와 술어', 2026
이베타 강선영은 학제 간 결합(interdisciplinarity) 자체를 하나의 미디엄으로 삼아, 영화, 설치, 비디오, 아카이브, 퍼포먼스, 관객 참여형 작품을 프로젝트 기반으로 이어갑니다. 작업은 영화학과 시학에 뿌리를 두며, 정치적 기호학과 초국적 정신의학 등의 주제를 다룹니다. 사회적, 문화적, 언어학적으로 나타나는 실어증 같은 현상을 관객이 몸으로 경험하도록 전환시키는 것이 작업의 특징 중 하나입니다.

'자유낙하무리'는 토론토에서 초연된 작품을 서소문 본관의 공간적 맥락에 맞춰 다시 짠 작업입니다. 여섯 명의 퍼포머가 노동하는 몸과 제창, 사랑을 향한 갈구의 움직임으로 거대한 실뜨기를 펼쳐 보입니다. 건축의 프레임을 밧줄로 엮어 가는 이 행위는 기술과 인간이 함께 짓는 일시적 건축이자 안무가 됩니다. 전시 기간 중 총 여섯 차례 진행되는 이 퍼포먼스의 매 회차는 변주되며, 각기 다른 모양으로 새겨진 여섯 개의 플레이트 '송가와 술어'는 사라지는 퍼포먼스의 흔적으로 남습니다.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20주년 기념전 '사랑의 기원' 관람후기 1부 였습니다.
독특하고 충격적인 작품들도 있었지만, 결론은 '나에게는 너무 난해하다!'
그래도 이런 작품들을 수용하는 서울시립미술관이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