微妙之色 미묘지색 고려백자와 조선청자 전시회 @ 호림아트센터
신사동 호림아트센터 호림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다소 독특한 도자 전시회 관람후기입니다.
'微妙之色 미묘지색 고려백자와 조선청자 전시회' 인데요. 우리가 기본으로 알고 있는 고려시대의 화려한 고려청자가 아닌 고려백자, 조선백자가 아닌 조선청자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 전시회 요약
- 고려백자와 조선청자라는 독특한 주제의 도자 전시회
- 고미술 특히 한국화와 도자를 좋아한다면 적극 추천
- 유료전시회로 성인 기준 10,000원 : 관람료는 전혀 아깝지 않은
- 전시관람에는 약 2시간 정도 고려해야
- 호림박물관 주변, 페로탕, 화이트큐브 서울 전시회와 같이 보면 더 즐거운
- 호림아트센터 주차는 유료관람객 1시간 무료, 이후 1시간 1천원, 초과시 10분에 1천원 주차요금 부과
- 호림아트센터 3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금상첨화錦上添花_비단 위에 더해진 봄꽃' 전시회 동시 관람 가능



| 전시회 개요
- 전시명 : 미묘지색微妙之色_고려백자와 조선청자
- 전시기간 : 2026.3.5 ~ 7.31 / 10:30 ~ 18:00 (17시 입장마감)
- 관람료 : 성인 10,000원 / 청소년, 경로 7,000원

| 호림박물관 신사 위치
호림박물관은 신사동 호림아트센터 1층에 위치해 있습니다. 건물 정면으로 화이트큐브 서울이, 그리고 왼쪽으로 호림박물관 입구가 있습니다. 다소 독특한 박물관 입구와 통로가 보이네요.

| 도슨트 & 오디오가이드
- 미묘지색 고려백자와 조선청자 도슨트는 오전 11시 오후 3시 두 번 무료로 도슨트 진행 됩니다.
- 오디오가이드는 제공하지 않으며, 각각의 작품 명제표의 QR코드를 인식하면 해당 작품에 대한 친절한 설명을 들을 수 있습니다. 다만 아쉬운 부분은 음성 제공이 되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 전시장 및 전시작품 사진촬영 가능합니다.


이번 호림박물관 전시회는 총 3개 전시실 중 제 1전시실과 제 2전시실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먼저 1층 로비에서 티켓팅 후 엘리베이터 이용해서 4층 제 1전시실로 올라오셔서 아래층으로 내려오는 순서로 관람하시면 됩니다.
각 층별 관람시간은 최소 60분 생각하셔야 합니다.

| 제1전시실 (4F) : 고려백자, 열망의 빛깔
고려시대라고 하면 대개 푸른 청자만 떠올리지만, 사실 초기부터 청자 가마에서 백자도 조금씩 함께 만들어졌다고 해요. 10세기 후반부터는 용인이나 여주 쪽에 전용 가마까지 생기면서 본격적으로 구워지기 시작했죠. 물론 11세기 후반에 청자가 워낙 엄청나게 유행하면서 백자의 입지가 좁아지긴 했지만, 강진이나 부안 같은 유명 가마에서는 명품 청자 못지않게 아름다운 프리미엄 백자들이 소량으로 제작되기도 했답니다.

사실 그 시절에는 좋은 백토를 구하기도 어렵고, 가마 온도를 높게 유지하는 기술도 부족해서 백자를 많이 만들 수가 없었대요. 그런데도 백자 생산이 끊이지 않고 계속 이어졌다는 건, 당시 사람들의 '화이트 자기'에 대한 로망이 정말 컸다는 걸 보여주는 증거 아닐까요?

고려백자는 모양은 청자와 비슷하지만 바탕이 되는 흙, 즉 '태토'가 완전히 달라요. 철분이 적은 흙을 써서 훨씬 하얗고 맑은 느낌을 주거든요. 기술적 한계 때문에 간혹 회백색을 띠거나 표면 유약이 살짝 들뜨는 아쉬운 부분도 보이지만, 오히려 그런 희소성과 과도기적인 매력 덕분에 지금은 미술관에서 아주 귀하게 대접받는 감상 포인트가 되었답니다.

항상 도자 전시실은 어둡네요. 고서화의 경우 작품 보존을 위해서, 도자의 경우 어두운 조명에서 작품에 집중할 수 있는 조명이라는 생각입니다. 작품들도 잘 보이고, 명제표 QR 인식도 잘 되네요.

백자 음각연화문 접시
고려 12세기
이 접시는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유명한 이건희 기증품인 '백자 음각연화문 접시'와 함께 고려백자를 대표하는 진짜 귀한 아이에요. 바닥은 편평하면서 옆라인이 경쾌하게 싹 퍼진 형태가 아주 세련된 느낌을 주죠. 예쁜 문양들은 안쪽에만 새겨져 있는데, 틀로 찍어내는 '도범' 기법으로 만들었다고 해요.

자세히 보면 테두리 쪽엔 화려한 '여의두문'과 심플한 '풀잎 문양'이 있고, 안쪽 바닥에는 '연꽃 가지 문양'이 가득 채워져 있어요. 틀로 찍을 때 선이 살짝 흐려졌는지, 윤곽선을 따라 정성스럽게 다시 음각으로 파내서 디테일을 살렸더라고요.
재미있는 건 모양이나 문양 스타일이 그 시절 유행하던 청자와 똑 닮았다는 점이에요. 이런 퀄리티 높은 고급 백자는 아무 데서나 못 만들고, 강진이나 부안 같은 최고급 청자 가마에서만 아주 특별하게 소량으로 구워냈던 명품이랍니다.



백자 화형접시
고려 10세기 높이 4.2cm
이 접시는 도자기를 공부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유명한 '햇무리굽완'과 함께, 우리나라 초기 청자와 백자의 기준이 되어주는 아주 중요한 '백자 화형접시'예요. 예쁜 꽃 모양을 내려고 그릇 옆면에 도구를 대고 꾹꾹 눌러서 만들었다고 해요. 그래서 테두리 부분이 입체감 있는 요철 모양을 띠고 있답니다.

이런 꽃 모양 접시는 고려 초기에 잠깐 유행했던 스타일인데, 시간이 흐를수록 모양이 거칠고 투박해진대요.
하지만 이 접시는 요철 라인도 아주 일정하고 전체적인 퀄리티가 정말 훌륭해요. 전문가들이 10세기쯤 만들어진 최고급품으로 보는 이유죠. 박물관에 가기 전 기록을 보면 시흥 방산동이나 용인 서리 가마터에서도 똑같은 모양의 접시들이 발견되었다고 하니, 당시에도 꽤나 사랑받던 디자인이었나 봐요.


백자 화형촛대
고려 10~11세기
여기에 초를 밝히면 얼마나 운치 있을지...

微妙之色 미묘지색 고려백자와 조선청자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호림아트센터 호림박물관 제 1전시실 모습

백자 음각하엽문 주름합
고려 12세기
뚜껑부터 몸통까지 세로로 깊은 홈을 조화롭게 파내서, 마치 예쁜 플리츠 주름을 잡은 듯한 독특한 분위기의 '백자 합'이에요. 납작하고 평평한 뚜껑 윗면에는 섬세한 음각으로 연잎 무늬까지 새겨 넣었더라고요.

보통 고려백자는 그 시절 유행하던 청자 모양을 그대로 따라 만드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 합은 청자 중에서는 비슷한 형태를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온전한 백자만의 디자인이에요.
동글동글한 몸통과 대비되는 납작한 상단부, 그리고 과감하게 들어간 세로 주름 장식이 정말 세련되지 않았나요? 당시 도공들이 얼마나 창의적이고 다양한 실험을 시도했는지, 그 감각적인 조형미를 엿볼 수 있는 매력적인 작품이랍니다.


백자 음각연당초문 매병
고려 12세기
살짝 둥근 짧은 목과 볼륨감 있는 어깨 라인, 아래로 갈수록 슬림해지는 실루엣까지 12세기 후반 매병의 정석을 보여주는 작품이에요. 무엇보다 온전한 모습으로 남아 있는 고려 백자가 정말 희귀하다 보니, 존재 자체만으로도 미술관에서 시선을 확 사로잡더라고요.

몸통에는 연꽃과 넝쿨 무늬가 아주 가득 채워져 있는데요. 잎맥 하나하나까지 세밀하게 표현해서 그런지 투박한 듯하면서도 되게 화려한 느낌을 줘요.
그 시절 고려에서는 청자를 주로 만들었기 때문에 백자는 정말 귀한 대접을 받았대요. 특히 이런 매병 같은 하이엔드 아이템은 강진이나 부안처럼 최고급 청자를 굽던 곳에서만 아주 비밀스럽게 소량 제작되었다고 해요. 고려 도자기의 다양성과 희귀한 백자 매병의 찐 원형을 만나볼 수 있는 너무 소중한 작품이랍니다.

이번 전시회에는 주제에 대한 자세한 설명들이 제공되고 있습니다.
아래 지도는 고려시대 백자가 생산되었던 가마터의 위치와 이에 대한 설명이 제공됩니다.


백자 철화초문 반구병
고려 12세기
작은 소반처럼 넓게 벌어진 독특한 입구와 길쭉한 목라인이 매력적인 고려시대 '백자 반구병'이에요. 몸통 부분은 볼륨감 있는 긴 타원형이라 전체적인 비율이 아주 안정감 있고 예쁘더라고요. 표면에는 초콜릿빛 철화 기법으로 심플한 풀잎 무늬가 슥슥 그려져 있어요.

이런 반구병 디자인은 고려시대에 엄청 유행했던 스타일이라 청자나 백자는 물론이고, 도기나 금속으로도 많이 만들었대요. 이 백자 병도 그 시절 유행하던 청자 반구병이랑 디자인이 거의 똑 닮아있답니다.
특히 이 아이는 옛 무덤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서, 평소에 쓰던 일상 템뿐만 아니라 의례용이나 무덤에 함께 묻어주는 특별한 용도로도 쓰였을 거라고 추정된대요. 당시 고려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과 문화를 슬쩍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작품이에요.


백자 철화국당초문 매병
고려 12세기
높이가 31.7cm인 이 아담하고 예쁜 매병은 고려시대 백자인데요, 철분 안료로 그림을 그린 '철화' 기법이 포인트예요. 어깨랑 아래쪽에는 국화 꽃잎 무늬를 두르고, 몸통 전체에는 넝쿨처럼 춤추는 국화 무늬를 넣어서 아주 리드미컬하고 안정감 있는 느낌을 준답니다. 뽀얀 백자 바탕 위에 흑갈색 문양이 선명하게 대비되니까 은근히 힙하면서도 장식 효과가 너무 좋더라고요.
사실 이런 스타일은 그 시절 철화청자에서 자주 쓰이던 디자인이래요. 철화청자는 지금도 꽤 많이 남아있지만, 이렇게 세련된 국화 무늬 조합을 '백자 매병'에 그대로 담아낸 케이스는 정말 소수 가마에서만 구운 초레어템이라고 해요. 청자의 유행을 백자만의 감성으로 유니크하게 재해석한 매력 넘치는 작품이에요.

이번 전시회 1전시실에서 이 두 매병이 너무나 좋았네요.
투박한 것 같으면서 묘한 끌림을 보여주는 두 작품입니다. 취향 존중해 주세요.
백자 철화모란접문 '대장최조'명 매병
고려 12세기
볼륨감 있는 몸통 라인과 부드러운 곡선미가 매력적인 고려 12세기의 '백자 매병'이에요. 그릇 표면에는 철화 기법으로 모란꽃과 나비를 아주 자유롭고 생생하게 그려 넣었는데요, 부귀를 뜻하는 모란과 행운의 나비가 어우러져서 마치 한 폭의 수묵화를 보는 듯한 회화적인 무드가 가득하답니다.

무엇보다 이 매병의 찐 관람 포인트는 한쪽에 새겨진 글자예요. '大匠崔造(대장최조)'라고 적혀 있는데, '최씨 성을 가진 최고의 장인이 만들었다'는 뜻이래요. 이렇게 도자기에 만든 사람의 이름이나 사인을 남긴 건 고려 시대를 통틀어 정말 보기 드문 일이라더라고요. 당시 도자기를 굽던 장인들의 자부심과 위상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느낄 수 있어서 보면 볼수록 더 특별하게 다가오는 작품이에요.


백자 철화죽문 매병
고려 13세기

백자 철화초문 소호
고려 12세기
높이가 겨우 6cm밖에 안 되는 미니 사이즈의 '백자 항아리'예요. 한 손에 쏙 들어올 만큼 아담하지만, 동글동글한 몸통에 짧은 목라인까지 전체적인 밸런스가 정말 세련됐더라고요. 양쪽 면에는 철화 기법으로 심플하게 풀잎을 슥 그려 넣었는데, 은은한 여백의 미가 느껴져서 질리지 않는 매력이 있어요. 게다가 그릇 두께가 엄청 얇아서 당시 도공이 얼마나 공을 들여 섬세하게 만들었는지 손끝으로 느껴지는 것 같아요.

가장 흥미로운 건 굽 바닥에 고급 도자기를 구울 때만 쓴다는 '규석받침' 자국이 남아 있다는 점이에요. 작지만 엄청 귀하게 대접받으며 만들어진 아이라는 뜻이죠. 이런 소형 고려백자는 지금 남아있는 유물 자체가 거의 없어서, 전시실에서 만나면 꼭 눈여겨봐야 하는 초희귀 아이템이랍니다.


백자 상감용문 각배
고려 12~13세기
동물의 뿔 모양을 본떠 만든 아주 유니크한 형태의 고려백자 '각배', 즉 뿔잔이에요. 은은한 크림빛 미백색과 부드러운 곡선 라인이 어우러져서 고려백자만의 우아한 감성이 그대로 느껴지더라고요. 사실 이런 뿔잔은 삼국시대 토기로는 종종 보이지만, 고려나 조선시대에 도자기로 만든 케이스는 정말 손에 꼽힐 만큼 귀하다고 해요.

게다가 이 귀한 잔 표면에 상감기법으로 용과 구름 무늬를 아주 디테일하게 새겨 넣었는데요. 하늘을 향해 부드럽게 날아오르는 용의 모습이 너무 세련되고 완성도 높아서 감탄이 절로 나와요. 문양의 퀄리티나 희소성으로 봐서, 당시 왕실의 중요한 의례나 프라이빗한 연회에서 쓰였을 명품 중의 명품이랍니다


백자 상감모란접문 합 고려 12세기.
백자 상감모란문 소병 고려 12세기


미묘지색 고려백자와 조선청자 전시회 다음 공간에는 접시 (발루)를 만나볼 수 있어요.

백자 발우
고려 12세기
'발우'는 불교 승려들이 식사, 즉 공양을 할 때 사용하던 그릇 세트예요. 보통 3~4개가 한 세트인데, 크기별로 큰 그릇 안에 쏙쏙 포개어 보관하는 신박한 수납 방식이 특징이죠. 그래서 일반 밥공기와 달리 바닥에 '굽'이 없이 매끈하답니다. 모양은 바닥부터 부드러운 곡선으로 올라가다가 입구 쪽에서 살짝 오므라드는 단정한 매력이 있어요. 크기만 다르고 모양은 똑같은 게 기본이지만, 제일 안쪽에 들어가는 그릇은 납작한 접시 모양으로 만들기도 했대요.

고려시대에는 이 발우를 나무나 금속, 도자기 등 다양한 재질로 만들었는데요. 도자기 발우는 대부분 푸른 청자라, 이렇게 뽀얗고 맑은 느낌의 백자로 만들어진 예는 정말 찾아보기 힘들 만큼 귀하다고 해요. 비움과 절제의 미학이 담긴 스님들의 식기를 백자만의 우아한 감성으로 감상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유물이에요.


백자 철화초문 대접
고려 12~13세기

백자 정병
고려 12세기
백자 철화당초문 정병
고려 12세기
뽀얀 미백색 몸체에 철화 기법으로 심플한 넝쿨 무늬를 슥 그려 넣은 고려시대 '백자 정병'이에요. 절제된 디자인 덕분인지 은은하면서도 전체적으로 아주 맑고 깨끗한 분위기가 느껴지더라고요. 정병은 원래 스님들이 가지고 다니던 깨끗한 물병인 '18물' 중 하나였는데, 불교 문화가 대중화되면서 절에서 부처님께 맑은 물을 바치는 중요한 공양구로 귀하게 쓰이게 되었대요.

재미있는 건 1124년에 고려를 방문한 송나라 사신이 쓴 '선화봉사고려도경'에 정병이 절뿐만 아니라 일반 가정집에서도 물병으로 쓰였다는 기록이 있다는 점이에요. 당시 정병은 청동이나 청자로 만든 게 대부분이고 지금까지 전해지는 것도 보통 그런 재질인데요, 이렇게 우아한 백자로 만들어진 정병은 정말 보기 드문 케이스라 전시실에서 만나면 무조건 소장 각인 초희귀 유물이랍니다.


백자 철화초문 반구병
고려 12세기
아주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우리나라 문화재의 경우 한자어 표기가 너무 많은 것 같아요.
요즘은 한자를 사용하지 않다 보니 해당 명칭이 외국어 보다 더 어럽게 다가온다는...
미술계에서도 용어 순화가 필요하다는 생각!!!



백자 주자
고려 12~13세기

백자 타호
고려 12~13세기
접시처럼 넓게 쫙 펼쳐진 입구와 동글동글한 항아리 몸통이 합쳐진 독특한 이 그릇은 '타호'라고 불리는 아이예요. 중국 당나라와 송나라 때부터 유행한 전형적인 디자인인데, 당시의 힙한 차 문화와 아주 깊은 관련이 있답니다. 차를 우려 마실 때 나오는 찻잎이나 찌꺼기들을 편하게 슥 버릴 수 있도록 입구를 일부러 이렇게 넓고 시원하게 만든 거래요. 장인의 센스 있는 아이디어가 돋보이죠?
우리나라는 10세기 중반쯤 중국 월요의 영향을 받아 청자와 함께 이런 타호를 만들기 시작했는데요, 차 문화가 널리 퍼지면서 14세기까지 꾸준히 사랑받으며 제작되었다고 해요. 이 뽀얀 백자 타호 역시 그 시절 고려 사람들이 즐겼던 여유롭고 우아한 티타임 감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매력적인 유물이에요.

백자 상감여의두문 편호
고려 14세기
'편호'는 동글동글한 항아리의 양쪽을 토닥토닥 두드려서 납작하고 편평하게 만든 그릇을 말해요. 이런 독특한 형태의 주전자는 보통 고려 후기 청자에서나 가끔 볼 수 있는데, 이렇게 백자로 만들어져 지금까지 남아있는 케이스는 정말 눈 씻고 찾아봐도 없을 만큼 초레어템이랍니다. 넓은 입구와 짧은 목을 가졌는데, 양옆을 조금 투박하게 누르는 바람에 살짝 통통하고 묵직한 귀여운 실루엣을 보여줘요.

어깨 쪽에는 상감 기법으로 '여의두문'을 둘러주었는데, 선이 굵고 단순해서 예전 전성기 때의 섬세한 디테일과는 확실히 차이가 나요. 조금은 거칠고 솜씨가 서툴러 보여서 완성도가 낮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여기엔 슬픈 비하인드가 있어요.
이 병이 만들어진 14세기 후반은 고려가 망해가던 아주 혼란스럽고 불안정한 시기였거든요. 장인들이 마음 놓고 도자기를 빚기 힘들었던 시절이었죠. 세련되진 않았지만, 당시의 쓸쓸한 시대상과 고려 말 백자의 변화 과정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너무 가치 있고 짠한 작품이랍니다.


백자 철화국화문 호
고려 12세기

백자 장명등
고려 14세기

미묘지색 고려백자와 조선청자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호림미술관 제1전시실 중앙에 전시된 작품입니다.

백자 등이라고 하는데, 작품에 대한 소개가 없어 다소 아쉬움이 있네요.

그리고 앙증맞은 고려백자들을 만나볼 수 있는 공간

백자 청자 유병들과 합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아래는 백자 음각화문 합인데요. 이상하게 끌림이 있었던 녀석들 중 하나에요.



백자 음각당초문 주자 및 승반
고려 12세기



백자 음각연화문 과형병
고려 12세기
고려 중기 도자기 중에서도 참외 모양을 본뜬 '과형병'의 예쁜 실루엣이 그대로 살아있는, 정말 보기 드문 고려백자 작품이에요. 뽀얀 백자의 몸을 입고 있지만 전체적인 핏이나 장식 요소는 그 시절 유행하던 최고급 청자 과형병들과 똑 닮아있더라고요. 몸통과 황금 비율을 이루는 긴 목라인, 그리고 아래쪽의 우아한 주름치마 모양 굽까지 고려 도자기 특유의 세련된 실루엣이 참 매력적이에요.
대부분의 청자 과형병은 몸통에 무늬가 없이 깔끔한 편인데, 이 백자 병은 특이하게도 온몸에 화려한 음각 무늬를 가득 새겨 넣어서 보는 재미를 더해줘요. 은은하게 새겨진 연꽃 넝쿨 무늬와 귀여운 여지(리치) 나뭇가지 무늬가 딱 고려 전성기 스타일의 정석을 보여준답니다. 디테일이 약간 다르긴 하지만,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이 소장한 유명한 '청자 양각연화문 과형병'과 전체적인 분위기가 아주 찰떡처럼 닮아있어요. 이런 하이퀄리티 고려백자는 강진이나 부안 같은 명품 청자 가마에서 아주 비밀스럽게 소량만 구워냈던 초레어템이라, 전시실에서 마주치면 한참을 바라보게 만드는 특별한 아우라가 있답니다.


오늘은 호림미술관 전시회 微妙之色 미묘지색 고려백자와 조선청자 제1전시실에 전시된 고려백자 소개였습니다.
아래층 제 2전시살에서는 '조선청자, 상징의 빛깔'이 이어집니다. 다음 포스팅에서 만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