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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랑 블랙 파노라마 : 2026 수원시립미술관 소장품전

a4b4 2026. 5. 14.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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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수원시립미술관 소장품전 '블랑 블랙 파노라마' 관람후기입니다.

흑과 백을 주제로 국내 대표 작가들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는 상당히 흥미로운 전시회로 추천 드립니다. 큰 기대하지 않고 갔다가 입는존재 전시회와 함께 매우 기분 좋은 관람 되었네요.

1. 참여작가

고산금, 김두진, 김수철, 김유정, 박미라, 석철주, 유승호, 유혜숙, 윤세열, 이동재, 이 배, 이수경, 이순종, 이여운, 장혜홍, 최병소, 최수환, 최필규

2, 전시회 개요

1) 제목 : 2026 소장품전 '블랑 블랙 파노라마'

2) 기간 : 2026년 02월 12일 ~ 2027년 03월 01일

3) 장소 : 수원시립미술관 행궁 본관 1층 제1전시실

 

4) 관람료 : 4,000원 (입는존재 전시회 동시관람 가능)

 

티켓팅 후 1층 전시관으로 이동하시면 왼쪽이 오늘 소개하는 2026 소장품전《블랑 블랙 파노라마》전시관 입구입니다.

3. 도슨트 & 오디오가이드

1) 2026 소장품전 '블랑 블랙 파노라마' 도슨트는 오전 11시 하루 1회 진행됩니다.

 

2) 2026 소장품전 '블랑 블랙 파노라마' 오디오가이드는 무료 이용이 가능합니다.

3) 수원시립미술관 모바일 또는 PC 사이트에서 이용가능합니다.

4) 전시장에 명재표와 함께 자세한 작품 설명이 있지만 오디오가이드로 작품 감상 추천 드립니다.

4. 전시소개

1) 2026 소장품전 '블랑 블랙 파노라마' 전시회는 제 1전시실에서 진행됩니다.

2) 20점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데 작품 감상에는 한 시간 정도 소요됩니다.

| 전시서문

수원시립미술관 소장품전 '블랑 블랙 파노라마'는 흑과 백이라는 두 축을 출발점으로 삼습니다. 프랑스어 '블랑(blanc)'과 영어 '블랙(black)'은 모두 빛이나 불, 연소와 관련된 인도유럽조어에서 파생되었다는 언어학적 견해가 있습니다.
이는 백과 흑, 밝음과 어둠이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라 하나의 기원에서 비롯된 연쇄적 작용임을 암시합니다. 빛남과 그을림은 서로를 전제하여 나타나는 상호 의존적인 상태이며, 이는 대립을 넘어선 '둘이 아님(불이)'의 사유에 닿아 있습니다.

전시는 이러한 어원적 배경을 바탕으로 세계를 분절적으로 이해하던 시선을 거두고 예술의 성찰적 태도를 비추어봅니다. '백'은 아직 그을리지 않은 상태이며, '흑'은 빛이 지나간 흔적으로서 서로 관계를 맺습니다. 작가들은 대상의 재현보다 대상과 맺는 관계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에 집중하며 반복, 중첩, 필사와 같은 수행적 방식을 통해 명과 암, 채움과 여백이 상호 교차하는 관계를 보여줍니다.
여기서 '파노라마'는 하나의 시점이 아니라 서로 다른 작품들이 만들어내는 연속적인 장면과 그 사이의 차이를 의미합니다. 전시는 단정적인 결론 대신 사유의 여지를 남기며, 관람객이 작품 사이를 거닐며 고정된 구분을 넘어 자신만의 감각과 마주하기를 제안합니다.

 

 

역시나  '블랑 블랙 파노라마' 전시명에 맞춰 수원시립미술관 전시장 분위기도 블랑블랙 하네요.

| 석철주 : 자연의 기억

석철주는 동양의 정신성을 바탕으로 현대 회화의 재료와 방식을 결합해 온 작가입니다. 한국화의 대가 이상범의 마지막 제자인 그는 겉모습보다 사물의 기운과 본질을 읽어내는 동양적 사유를 작품에 담아냅니다. 이러한 태도는 그의 대표 연작인 '자연의 기억'에서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작업 과정은 매우 정교하고 반복적입니다. 먹과 아크릴 물감을 겹겹이 칠한 뒤, 뾰족한 도구로 표면을 긁어내며 형상을 만듭니다. 이 과정을 통해 드러난 들풀은 단순한 묘사가 아니라 깎고 쌓는 수행적 행위가 남긴 흔적에 가깝습니다. 화면에는 작가의 신체적 활동이 고스란히 투영되어 있으며, 이를 통해 들판의 응축된 기운이 전달됩니다.

결과적으로 화면에는 사실적이면서도 신비로운 자연의 형상이 떠오릅니다. 작가는 이름 없는 들풀 이미지를 통해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히 지나쳤던 자연의 존재를 다시금 깊이 느끼게 합니다.

| 김유정 온기

김유정은 회화와 설치, 영상을 넘나들며 인간과 자연처럼 특정 환경에 놓인 존재를 탐구하는 작가입니다. 그는 프레스코 기법을 바탕으로 소석회와 모래를 섞은 표면 위에 어두운 안료를 더해 면을 구성합니다. 화면 속 자연의 형상은 회벽을 긁고 벗겨내는 수행적 과정을 통해 점차 모습을 드러내는데, 이는 세밀한 묘사보다 긁힌 자국과 표면 사이에서 떠오른 흔적에 가깝습니다.

어두운 표면 아래에서 드러난 밝은 층과 거친 선들은 화면에 깊이와 밀도를 더합니다. 여기서 식물은 이상화된 모습이 아니라, 환경과 끊임없이 마찰하며 생성된 존재로 표현됩니다. 관람객은 단순한 풍경 감상을 넘어, 긁힌 흔적과 층위를 따라 생명과 환경이 맺는 관계를 천천히 살피게 됩니다.

 

| 이동재 : 아이콘 아바

이동제는 우리 주변의 작고 평범한 것들을 모아 새로운 이미지를 만드는 작가입니다. 그의 작업은 쌀, 콩, 팥 같은 곡물이나 크리스털, 레진 조각 등 아주 작은 오브제들을 활용하여 전체 형상을 구축합니다. 이러한 방식은 개별적인 작은 부분들이 모여 어떻게 하나의 큰 이미지를 완성하는지 그 과정을 세밀하게 보여줍니다.

작품 '아이콘 아바' 역시 멀리서 보면 네 인물의 얼굴이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알파벳 모양의 작은 레진 조각들이 빽빽하게 붙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여기서 인물들은 팝 그룹 아바(ABBA)이며, 각각의 알파벳 조각들은 이들의 대표곡 가사를 담고 있습니다. 작가는 한 시대의 상징인 아이콘을 통해 우리가 대상을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방식에 대해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집니다.

 

| 유승호 : 세월아 돌려다오

유승호는 아주 작은 단어와 문자를 기본 단위로 삼아 쓰기와 그리기의 경계를 탐구하는 작가입니다. 그의 작업은 멀리서 보면 하나의 풍경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촘촘하게 쌓인 글자들이 만들어낸 이미지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반복과 중첩을 통해 표현된 글자는 의미 전달을 넘어 화면의 농담과 밀도를 형성하는 시각적 요소로 작용하며, 이는 글자와 이미지, 형상과 추상 사이를 넘나드는 작가만의 독특한 작업 방식을 잘 보여줍니다.

이 작품은 제목과 동일한 '세워라 돌려다오'라는 문장을 반복하여 옛 동양화풍의 자연 풍경을 그려냈습니다. 작품 속 노승의 모습은 시간의 흐름을 초연하게 받아들이는 듯 보이지만, 정작 이를 구성하는 문장이 '세워라 돌려다오'라는 점이 해학적으로 다가옵니다. 작가는 이처럼 우리가 믿어온 언어의 의미와 시각적 인식을 장난스럽게 흔들어 놓습니다.

 

이렇게 흥미로운 전시회에 관람객이 너무나 없다. 정말로 혼자 보기 아쉬운 수원시립미술관 전시회 X2

 

| 최수환 : 빔 바다

최수환은 빛 자체를 작품의 재료로 삼는 작가입니다. 그는 검은 플렉시글라스 판 위에 다양한 크기의 구멍을 뚫고, LED 조명이 이를 통과하며 풍경을 만들게 합니다. 이때 빛은 대상을 비추는 수단이 아닌 그 자체로 작품이 되며, 작가는 이를 비어있음과 빛줄기를 동시에 의미하는 '빔(beam)'이라 부릅니다.

작품 표면에는 0.3mm에서 3mm까지 제각기 다른 크기의 구멍들이 뚫려 있습니다. 이 구멍들은 통과하는 빛의 양을 조절하여 평면에서도 깊이와 거리감을 느끼게 하는 장치가 됩니다. 관람객의 위치와 시선에 따라 이미지는 선명해지거나 흐려지기도 하는데, 이를 통해 작가는 빛과 시선이 만나는 순간마다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는 경험을 선사합니다.

| 윤세열 : 산수(山水) 을지로

윤세열은 자연을 사유와 머묾의 공간으로 여기는 전통 산수화 정신을 바탕으로, 오늘날 도시의 일상적 풍경을 새롭게 바라보는 작가입니다. 이 작품은 남산에서 내려다본 서울 을지로와 명동의 풍경을 수묵으로 표현하였습니다.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알아보기 힘든 한자들이 촘촘히 쓰여 있는데, 이는 글과 그림이 근원을 같이 한다는 '서화동원'의 정신과 맞닿아 있습니다. 멀리서 바라보는 도시 전경과 문자 같은 흔적, 그리고 하얀 여백은 도시 풍경을 단순한 배경이 아닌 사유의 산수적 공간으로 살피게 해줍니다.

 

| 이여운 복사하기2

이여운은 한국화의 전통 재료인 수묵으로 도시와 건축의 조형적 질서를 탐구하는 작가입니다. 그는 건축물의 외형을 그대로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안에서 발견되는 선과 면의 패턴을 분석하여 먹으로 표현합니다. 작가가 그려낸 건축물은 특정한 감정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인간이 살아가는 흔적을 담아내는 그릇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이러한 특징이 잘 나타난 '복사하기 2'는 멀리서 보면 건축의 질서가 느껴지고, 가까이서 보면 여러 차례 부드럽게 쌓인 먹선에서 시간의 흐름을 읽을 수 있습니다. 특히 마주 보는 두 건축물에 반복된 가느다란 필선은 디지털 복제와는 다른, 손의 노동이 축적된 시간을 보여줍니다. 화면에 겹겹이 쌓인 선들은 우리가 사는 도시가 사람들의 삶과 기억을 쌓아가는 공간임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합니다.

 

이번 수원시립미술관 2026 소장품전 '블랑 블랙 파노라마'와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작품

| 유혜숙 : 무제1(머리)

유혜숙은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활동하는 작가로, 캔버스 위에 연필, 흑연, 목탄 같은 무채색 재료를 사용해 선과 질감을 쌓는 작업을 지속해 왔습니다. 이러한 반복적 과정은 재료가 층층이 쌓이는 동시에 작가가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는 성찰의 시간이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대형 캔버스를 집요하게 채워 공간의 흔적을 남기지만, 이 작품은 세밀한 이미지에 집중했던 그의 초기 경향을 보여줍니다.

작가는 매우 가느다란 선을 사용하여 머리카락으로 화면을 가득 채웠습니다. 화면 속 땋은 머리 모양은 오랜 시간 작업하며 쌓아온 몸의 움직임과 기억을 담고 있는 듯하며, 촘촘한 선과 반복되는 리듬은 응축된 에너지가 되어 인간의 근원과 뿌리를 상기시킵니다.

| 유혜숙 무제

유혜숙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내면의 울림과 찰나의 인상을 자신만의 시각 언어로 표현하는 작가입니다. 붓, 연필, 목탄, 파스텔 등을 겹겹이 쌓아 올리는 독특한 방식은 대상을 세밀하게 묘사하기보다 작가가 체감한 리듬과 감각을 화면에 새기기 위함입니다.

이 작품에서 작가는 다양한 흑색 재료를 캔버스에 빽빽하게 채워 머리카락 같은 표면 질감을 구현했습니다. 특히 화면 중앙은 기운이 모이는 자리인 '백회'를 상징하는 정수리처럼 보여 시각적인 몰입감을 줍니다. 이처럼 작품에는 작가의 시간과 에너지가 응축되어 있어, 관람객은 작가 특유의 방식으로 빚어낸 깊은 울림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전시장 중앙 상당히 흥미로운 영상 한편...

| 박미라 : 막간극

박미라는 검은 드로잉을 기반으로 회화, 설치,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드는 작가입니다. 그에게 그림을 그리는 행위는 단순한 묘사를 넘어 의식과 무의식이 교차하는 과정이며, 논리적인 서사보다는 감각의 흐름에 집중하여 서로 어긋나는 이미지들을 한 화면에 배치합니다. 그의 드로잉 애니메이션은 이러한 작업들을 움직이는 영상으로 확장한 형태입니다.


이 작품은 약 4분 길이의 애니메이션으로, 황량한 풍경 속 부서진 텔레비전, 땅에 박힌 눈, 뱀과 같은 이미지들이 파편적으로 이어집니다. 영상 속 장면들은 자연스러워 보이지만 구체적인 이야기를 파악하기는 어렵습니다. 함께 흐르는 사운드는 장면 사이를 연결하며 긴장감을 더하고, 작가는 막과 막 사이 스치듯 겹치는 경계의 불안정한 순간을 관객이 마주하게 합니다.

 

 

이어서 조금 어려운 작품들이...

 

| 김두진 : 대지-엄마의 땅

김두진은 회화에서 3D 디지털 기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인간을 규정하는 사회적, 역사적 기표를 해체하는 작업을 지속해 왔습니다. 작가에게 인물의 외면을 이루는 피부는 이상적인 미와 사회적 규범을 상징합니다. 그는 고전 속 인물에 수많은 사슴뼈를 덧붙이는 3D 디지털 기법으로 기존의 규범을 뒤집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합니다.

대형 작업인 '대지-엄마의 땅'은 풍요의 여신 케레스를 연상시키는 여성상의 피부를 수많은 사슴뼈 이미지로 재구성한 작품입니다. 촘촘하게 배열된 뼈들은 부드러운 얼굴과 여신의 이미지를 해체하며, 이상과 현실, 삶과 죽음이 한 화면에 공존하는 상태를 보여줍니다. 관람객은 이를 통해 이분법적 경계의 불확실성과 모호함을 시각적으로 경험하게 됩니다.

 

| 장혜홍 : 흑(黑) 블랙 프로젝트 2020 (1-18)

장혜홍은 명주와 실크 같은 전통 섬유 위에 색이 스며들고 쌓이는 과정을 현대적 시각 언어로 풀어내는 작가입니다. 작가는 특히 만물을 품는 색으로 여겨지는 흑색에 주목하며, 이를 단순한 채색이 아닌 반복된 행위와 시간이 축적된 물질적 흔적으로 다룹니다.

이 작품은 수많은 붓질과 더불어 찍고 헹구고 말리는 전통 염색 과정을 반복하여 명주 위에 흑색을 겹겹이 쌓아 올린 결과물입니다. 화면 속에 서서히 드러나는 용의 형상은 잠재된 에너지가 표출되는 순간을 상징하며, 이 과정을 통해 섬유는 평면을 넘어 색과 형상이 깊이 배어든 하나의 입체적 공간으로 변화합니다.

 

| 이수경 : 번역된 도자기_2019 TVW 5

이수경은 설치와 드로잉, 퍼포먼스를 넘나들며 개인과 사회, 중심과 주변 등 서로 다른 영역 사이의 관계를 탐구해 온 작가입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이어진 '번역된 도자기' 연작은 작가 특유의 작업 태도를 잘 보여주는 대표작입니다. 여기서 번역이란 원래의 형태를 복원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파편들이 새로운 관계를 맺으며 또 다른 구조를 생성하는 과정을 뜻합니다.

이 작품에서는 깨진 도자기 파편들이 서로를 지탱하며 층층이 쌓여 하나의 둥근 덩어리를 이룹니다. 단단하게 결합된 형태 안에서도 각 파편의 차이는 그대로 유지되며, 백색 표면 위 불규칙한 금빛 균열은 파편들이 만나는 경계를 선명히 드러냅니다. 이러한 모습은 서로 다른 존재들이 하나로 연결되어 가는 역동적인 과정을 시각화합니다.

 

| 이순종 : 향유(香油)2

이순종은 회화와 조각, 설치를 통해 몸과 여성성, 생명에 대한 이미지를 탐구하는 작가입니다. 초기에는 사회적 시선 속에서 구성된 여성의 몸에 주목했으나, 이후 생명의 흐름과 치유의 과정으로 주제를 확장했습니다. 그의 작업에는 현실과 꿈의 경계가 모호한 초현실적 이미지와 종교적, 문화적 상징들이 자주 등장합니다.

이 작품에서 작가는 날카로운 상처를 내는 도구이자 치유를 돕는 존재인 '침'을 재료로 사용합니다. 부드러운 비단 위에 수천 개의 침을 꽂아 화면 안팎을 동시에 자극하며, 가까이서는 날카로운 긴장감을, 멀리서는 부드러운 질감을 선사합니다. 이는 에로티시즘과 생명, 쾌락과 고통, 폭력과 치유가 공존하는 상태를 통해 모순된 감각들이 맺는 긴밀한 관계를 보여줍니다.

 

| 고산금 : 황진이 시

고상금은 소설 시 신문 기사 등 다양한 텍스트를 흰색 진주 구슬로 변환하여 작업하는 작가입니다. 작품 속 글자들은 지름 3mm의 인공 진주로 대체되며 띄어쓰기는 빈 공간으로 표현됩니다. 이를 통해 텍스트는 의미를 읽는 대상에서 빛의 광택과 리듬에 시선이 머무는 예술적 공간으로 거듭납니다.

이 작품은 기존의 균질한 질서에서 벗어나 부드러운 천 위에 진주와 자수를 더하며 미세한 떨림과 촉각적 질감을 강조합니다. 화면에는 느슨한 흐름과 여백이 생겨나며 정해진 의미를 전달하기보다 각자의 감각으로 머무를 수 있는 상태를 제시합니다. 작가는 이처럼 텍스트를 감상의 대상으로 되돌려 놓으며 읽는 행위와 보는 행위 사이의 경계를 흔듭니다.

 

| 최병소 : 무제-0160924

최병소는 1970년대 후반 대구 현대미술운동을 이끈 핵심 작가로 회화와 매체의 본질에 대한 탐구를 지속해 왔습니다. 그의 작업은 신문이나 잡지 같은 얇은 인쇄물 위에 선을 긋고 덧칠하며 기존의 정보를 지우고 새로운 층을 쌓는 반복적인 행위에서 출발합니다. 이 과정에서 인쇄된 글자와 사진은 사라지고 작가의 노동과 시간이 응축된 흔적만이 남게 됩니다.


작품 '무제-0160924'는 이러한 작업 방식을 집약적으로 보여줍니다. 수많은 반복을 거쳐 신문지 표면은 검은 평면으로 변모하지만 가까이서 보면 볼펜 자국이 만든 미세한 선들과 마찰로 닳아버린 종이의 질감이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이는 단순한 추상을 넘어 작가의 신체적 움직임과 실천의 시간이 종이에 새겨진 결과이며 작품에 강한 물질적 존재감을 부여합니다.

 

| 최필규 : 흔(痕) 시간을 담다 15-9

채필규는 종이를 하나의 조형 재료로 다루며 민간 신앙의 전통과 일상의 기억을 작품에 담아내는 작가입니다. 작가는 종이를 구기고 찍고 겹쳐 쌓는 과정을 통해 반복된 시간의 흔적을 리넨 위에 형상화합니다. 그에게 종이는 단순한 재료를 넘어 조모 댁에서의 기억과 신성한 정서가 스며든 매개체로 읽힙니다.

이 작품에서는 반복적으로 배열된 종이띠들이 화면에 리듬감을 부여하며 구겨진 표면을 통해 시각적이고 촉각적인 감각을 동시에 전달합니다. 평면이지만 깊이 있는 공간감을 선사하는 이 화면은 재료의 성질과 작가의 행위가 켜켜이 쌓인 장소와 같습니다. 이를 통해 작품은 단순한 이미지를 넘어 기억과 시간이 머무는 사유의 공간으로 변화합니다.

 

나에게는 개인적으로 최병소 작가와 함께 피로감 강한...

여러 전시회에 너무나 많이 노출된다. 마치 아프페어나 소장전에서 이배 작가 작품 빠지만 구색 안맞는 것처람 생각하는지...

 

| 이배 : 4M08

이배는 숯을 매개로 자연의 순환과 인간의 존재 방식을 탐구하는 작가입니다. 작가는 나무가 숯이 되고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철학적 바탕으로 삼아, 초기에는 숯의 거친 물성을 그대로 드러내고 이후에는 숯가루를 아크릴 미디엄과 섞어 화면에 깊이를 더하는 방식을 취해왔습니다. 이는 서양 회화의 적층 방식과 동양화의 침투 방식이 교차하는 지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은 숯가루와 미디엄을 겹겹이 쌓고 덮는 과정을 반복하여 완성되었습니다. 캔버스 표면은 돌출되기보다 안으로 가라앉는 듯한 깊이감을 형성하며, 여기서 검정은 단순한 색채를 넘어 하나의 입체적 공간으로 인식됩니다. 결과적으로 작품은 색의 대비보다 농도와 밀도의 차이를 통해 물질과 시간의 상태를 감각적으로 전달합니다.

 

| 이배 : 불로부터

이배는 1990년대 파리 유학 이후 숯을 주재료로 삼아 독창적인 단색화 세계를 구축해 온 작가입니다. 그는 숯을 단순한 검은 물체가 아닌 불과 시간이 남긴 흔적이자 생성과 소멸의 순환을 품은 물질로 바라봅니다. 작가는 나무가 불을 거쳐 숯으로 변하는 과정을 통해 자연과 인간이 맞닿는 숭고한 순간을 예술로 승화시킵니다.

그의 대표작인 '불로부터' 연작은 캔버스에 숯 조각을 붙이고 아라비아 고무액을 발라 반복적으로 연마하는 세밀한 과정을 거칩니다. 이 과정에서 숯의 질감과 빛이 극대화되며 가까이서 볼수록 그 입자와 깊이감이 미묘하게 변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단일한 색면을 넘어 불과 시간이 응축된 거대한 장으로서 작동하는 이 화면은 관람객에게 숯이 지닌 강한 생명력을 전달합니다.

 

그리고 오늘소개하는 2026 소장품전 '블랑 블랙 파노라마' 전시회 마지막 작품입니다.

 

| 김수철 : 신비로운 직관

김수철은 동양 회화의 삼라만상을 담은 검정색과 모든 빛을 흡수하는 현대 광학의 흑색이 지닌 깊이에 주목하는 작가입니다. 작가는 돌가루와 흑연, 그을음을 화면 위에 여러 겹 쌓아 짙은 흑색의 화면을 만든 뒤, 이를 긁고 연마하여 다채로운 층을 표현합니다. 이렇게 완성된 작품은 보는 각도와 빛에 따라 다른 깊이감을 선사하며, 오목함과 볼록함이 교차하는 지형과 같은 입체감을 드러냅니다.

작품의 제목인 '그노시스'는 직접적인 수행을 통해 얻는 내적 깨달음을 뜻합니다. 작가가 작품을 위해 반복하는 행위는 깨달음이 한순간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인고의 수행과 반복 속에서 천천히 다가온다는 것을 상징합니다. 관람객은 작품 앞에서 특정 형상을 읽어내기보다 깨달음에 이르기까지 응축된 인고의 시간을 마주하게 됩니다.

 

시립수원미술관 전시회 2026 소장품전 '블랑 블랙 파노라마' 관람후기 마칩니다.

건너편 제2전시실에서는 6월 28일 까지 입는 존재 전시회가 같이 열리고 있으니 꼭 전시회 종료전에 방문 추천드립니다.

 

저는 소장품전 보다도 이 전시회가 더 좋았네요.

수원시립미술관 경기 수원시 팔달구 정조로 833

 

수원시립미술관 주차장 및 물품보관소, 주차요금 할인 정보는 아래 포스팅 참고하세요

 

수원시립미술관 주차장 요금할인, 물품보관함, 수유실 편의정보

주말 수원에 지인 결혼식이 있어 조금 일찍 출발해서 수원시립미술관 다녀 왔습니다.제가 관심있는 작가와 주제의 두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데요. 처음 방문하는 곳이어서 주차장 및 요금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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