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F] 루이즈 부르주아 전시회 '덧없고 영원한' @ 호암미술관
2025년 올해 가장 기대하고 기다렸던 전시회 '루이즈 부르주아 전시회 : 덧없고 영원한' 관람후기 입니다.
거대한 설치조각 마망 (거미)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 있지만, 마망이 탄생하기 까지 얼마나 많은 예솔적 도전과 실험이 있었는지 알 수 있는 전시회 입니다.
| 루이즈 부르주아 : 덧없고 영원한
* 기간 : 2025년 08월 30일 – 2026년 01월 04일
* 장소 : 호암미술관 1전시실, 2전시실
이번 전시는 1940년대의 초기 회화와 〈인물(Personages)〉 군상에서부터 대형 〈밀실(Cells)〉 연작과 후기 섬유 작업에 이르기까지, 60여 년에 걸친 작품 세계를 의식과 무의식을 넘나드는 구성 속에 풀어냅니다.
| 전시회 예약 및 관람요금
호암미술관은 홈페이지 온라인 예약 후 관람이 가능합니다. (물론 관람객이 많지 않을 경우 현장 발권도 가능합니다.)
이번 루이즈 부르주아 : 덧없고 영원한 전시회는 성인 16,000원 청소년 및 시니어는 50% 호암미술관 할인된 8,000원에 관람이 가능합니다.
저는 차량으로 방문 했는데요. 미술관 입구에서 모바일 티켓의 QR 확인하고 미술관으로 들어 왔는데요. 실물 티켓이 필요하시면 현장발권 또는 모바일 예약 취소 후 현장발권 하시면 됩니다.
호암미술관, 온라인 예약·예매 | HOAM MUSEUM OF ART - 개인예약·예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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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ouise bourgeois at MOCA, los angeles (2009)
2009년 1월에 제가 LA로 출장이 있었습니다. 이때 땡땡이치고 MOCA 방문했는데, 마침 2009년 LA 현대미술관(MOCA)에서 루이스 부르주아의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그녀가 1930년대부터 작업한 초기 회화와, 자전적 경험 및 여성과 모성에 대한 관심이 담긴 대형 조각, 설치, 드로잉 등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 회고전이었는데요.
그녀의 아이콘인 ‘마망(Maman)’은 물론 생명의 탄생과 죽음, 성장과 쇠퇴, 분리와 결합 등 인간의 본질을 다루면서, 예술을 통해 자신의 상처와 감정을 치유해 온 작가의 예술세계를 처음으로 접한 기회가 되었는데요.
이번 호암미술관 전시회에서도 15년전 LA에서 만났던 ‘couple IV’ (1997)' 등의 작품도 다시 만나게 되었네요. (당시에는 LA MOCA에서는 사진촬영 금지였는데, 이번 전시는 사진촬영이 가능했습니다.)
| 로비 & 제 1 전시실
오늘은 루이즈 부르주아 전시회 로비와 1층 제1전시실 작품 중심으로 설명합니다.
<커플>, 2003
호암미술관 입장하면서 로비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루이스 브루주자 작품이 바로 커플입니다.
알루미늄으로 주조된 두 인물이 서로를 끌어안은 채로 굳어 있습니다. 브루주아는 평생 누군가로부터 버려지거나 헤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살았습니다. 이는 어린 시절의 경험에서 비롯된 공포였습니다.
작가는 커플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재료와 크기의 작품을 제작했습니다. 이 작품에서는 사랑하는 존재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드러납니다. 한 가닥의 와이어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인물들은 위태롭고 모순된 상태에 놓여 있으며, 서로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는 듯 보이기도 합니다. 많은 작품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나선은 브루주아에게 중요한 상징이었습니다. 작가는 나선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선은 혼돈을 다스리려는 시도다. 나선에는 두 가지 방향이 있다. 당신은 가장자리에 설 것인가 아니면 소용돌이의 중심에 설 것인가? 바깥에서 시작하는 것은 통제력을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다. 안으로 감아들수록 점점 조여들고, 움츠러들고, 결국은 사라지는 지점에 이른다. 반대로 중심에서 시작하는 것은 긍정의 선언이다. 바깥으로 뻗어나가는 움직임은 내어줌과 통제를 내려놓음, 신뢰와 긍정적 에너지, 그리고 삶 그 자체를 의미한다."
이번 호암미술관 루이스 부르주아 전시회에서는 다른 커플 작품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오디오 가이드 & 이어폰 지참
루이즈 부르주아 : 덧없고 영원한 전시회는 큐피커 앱으로 29개 / 27점의 오디오클립이 무료로 제공됩니다.
미리 큐피커앱을 다운받아오시면 좋고요. 또한 버즈 이어폰 챙겨오시면 더 즐거운 관람이 가능합니다. 오디오가이드 내용은 다른 전시회 유료 오디오가이드에 비해서도 상당히 내용이 충실합니다.
로비 커플 관람 후 1층 제1전시실로 입장합니다.
도망친 소녀 The Runaway Girl c. 1938
캔버스에 유채, 목탄, 연필. 이스턴 재단 소장, 뉴욕
1938년, 브루주아는 미술사가 로버트 골드워터와 결혼해 뉴욕으로 이주했습니다. 처음에는 새로운 삶에 희망을 품었지만 곧 외로움과 불안을 느꼈고, 가족을 저버렸다는 죄책감에 시달렸습니다. 이후 프랑스가 나치 점령 하에 놓이면서 가족과의 단절은 더욱 뼈아프게 다가왔습니다.
이 자화상은 회화와 드로잉이 결합된 작품으로, 작가의 첫 개인전(뉴욕 버사 세이퍼 갤러리, 1945년)에 전시되었던 12점 중 하나입니다. 화면 속 브루주아는 여행가방을 들고 성큼성큼 걸어가면서 동시에 바다 속에서 헤엄치고 있습니다. 전경의 뾰족한 바위들은 앞으로 닥칠 험난한 여정을 암시하고, 수평선 위의 집은 작가가 떠나온 모든 것을 상징합니다.
또 다른 커플 작품
작품은 하나인데, 그림자는 두 개가 보인다.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루이즈 부르주아의 커플연작, 해당 연작들은 천과 가죽등으로 만든 작품들인데요. 상당히 난해하면서도 다소 거북한 작품들입니다. 15년전 제가 LA MOCA에서 처음으로 루이즈 부르주아 커플 IV 를 만났을때 충격이 아직도 기억나네요. 이곳 호암미술관에서 다시 만났네요.
커플 IV Couple IV 1997
천, 가죽, 스테인리스 스틸, 플라스틱, 목재, 유리
이스턴 재단 소장, 뉴욕
검은색 천으로 만들어진 두 인물이 포옹으로 하나가 되었습니다. 브루주아에게 검정은 애도와 우울의 색이었습니다. 아래쪽 인물의 한쪽 다리는 나무 의족인데, 가족끈으로 허벅지에 묶여 있어 성적 페티시를 연상시키는 동시에 심리적 상처나 균형의 상실을 암시합니다.
브루주아는 어린 시절 제1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에서 의족을 처음 접했습니다. 작가의 후기 조각으로 갈수록 의족, 목발, 절단의 모티프가 점점 더 많이 나타납니다. 작가는 의족을 예술과 같은 것으로 보았습니다.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게 하는 도구 말입니다.
많은 ‘커플’ 조각은 그녀가 오랫동안 간직한 옷, 담요, 수건 같은 천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녀는 이를 삶의 “이정표”라 불렀습니다. 작품 속에 이 천들을 사용함으로써, 자신의 부재 이후에도 기억이 살아남길 바랐던 것입니다. 바느질, 그리고 꿰매고 묶는 행위는 어머니에 대한 동일시이자 심리적 온전함을 되찾고자 하는 바람을 표현합니다.
커플 III Couple III 1997
천, 가죽, 철, 목재, 유리, 이스턴 재단 소장, 뉴욕
호암미술관 루이즈 부르주아 : 덧없고 영원한 전시회 작품 강도가 다소 강한 작품들도 있습니다. 어떻게 해석하냐에 따라서 거부감이 느껴질 수 있을 듯
집-여자, Femme Maison. 1946-47
리넨에 유채, 잉크, 개인 소장, 뉴욕
네 점의 회화로 구성된 <집-여자> 연작은 1947년 뉴욕 놀리스트 갤러리에서 열린 작가의 두 번째 개인전에서 처음 소개되었습니다. 처음 전시되었을 당시에는 다른 제목으로 불렸으나, 1970년대 미국의 제2물결 페미니즘 운동에 이 작품들이 소환된 이후부터는 '집-여자(Femme Maison, 문자 그대로는 '집-여자', 관용적으로는 '주부'라는 뜻)' 연작이라 불리게 되었습니다.
작품 속 여성들은 모두 얼굴이 집으로 가려져 있어 한 명의 개인으로 온전히 존재하지 못합니다. 이는 여성의 사회적 역할이 가정으로 제한된 현실을 드러냅니다. 벌거벗은 하반신에서는 당당한 자세에도 불구하고 취약성이 두드러집니다. 이 혼종적 이미지들은 브루주아의 광장공포증과 아내이자 어머니로서의 개인적 경험을 반영합니다. 작가에게 집은 안식처이자 감옥, 피난처이자 덫이었 것입니다. 브루주아는 이러한 상반된 감정을 하나의 시각적 이미지 안에 담아내었습니다.
밀실(검은 날들), Cell (Black Days). 2006
철, 천, 대리석, 유리, 고무, 실, 목재, 이스턴 재단 소장, 뉴욕
1991년부터 브루주아는 ‘밀실(Cell)’이라 불리는 방 같은 설치 작업을 제작했습니다. <밀실> 연작은 작가의 개인적 소지품과 여러 조각 요소들을 긴장감 있는 구도로 배치하여, 작가의 개인사와 기억, 감각을 건축적인 스케일로 확장합니다.
작품 안에는 브루주아의 옷을 걸친 마네킹 세 개가 있는데, 각각 검은 줄무늬 드레스, 파란 스웨터, 그리고 붉은 칵테일 드레스를 입고 있습니다. 그리고 검은 드레스가 입혀진 마네킹 바로 아래 바닥에는 두 개의 커다란 검은 대리석 구가 놓여 있습니다.
한 쌍의 구는 가슴을 연상시키기도 하고 위에 걸린 드레스와 시각적으로 연결되며 남근적인 형상을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브루주아의 초기 조각은 1946년부터 1954년 사이에 나무를 깎거나 조립해 만든 것으로, 이후 이중 일부가 청동으로 주조되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80여점의 인체를 닮은 형상들은 <인물> 연작이라고 불립니다.
작가는 조각을 통해 몸을 쓰면서 작업하고, 형태와 공간의 관계를 보다 직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회화 작업에서와 마찬가지로 이 조각들에도 심리적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받침 없이는 스스로 서 있을 수 없는 이 작품들은 향수와 상실감, 혼란, 그리고 심리적 취약성을 드러냅니다. 많은 작품들은 작가가 뉴욕으로 이주하면서 떠나온 프랑스의 가족과 친구들을 형상화한 것이기도 합니다.
브루주아는 1949년 뉴욕 페리도트 갤러리에서 <인물> 연작을 처음 선보였습니다. 당시 작가는 작품을 좌대에 놓지 않고 바닥에 직접 설치해 관람객이 마치 "칵테일 파티에 온 것처럼" 작품 사이를 걸어 다니도록 했는데, 이는 환경적인 설치의 초기 사례로 꼽힙니다.
단검 아이, Dagger Child. 1947-49
청동에 채색, 스테인리스 스틸. 개인 소장, 뉴욕
가해자와
동일시하는 것 나의 토템 조각상들은
남자를 조롱하듯 흉내 낸
공격적인 화살들이었다 그들이 두렵기 때문이다
그들이 두려운 이유는 그들을 파괴하고자 하는 욕망에서 비롯되었다
Identification
with the aggressor my totem statues were
aggressive darts
to imitate men because one is afraid of them
one is afraid of them because one wants to destroy them
그는 완전한 침묵 속으로 사라졌다, He Disappeared into Complete Silence. 1947
삽화책; 레터프레스, 동판화 9점. 개인 소장, 뉴욕
이 책은 그림 9점과 브루주아가 직접 쓴 짧은 우화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림 9점 중 대부분은 홀로 외로이 서있는 빌딩입니다. 그림 옆에 적힌 우화는 소외, 실망, 소통의 부재, 거부 등의 주제를 다룹니다. 작가는 이 작품을 “자아의 드라마”라 부르며, 이는 “살아남고자 하는 의지에 관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단순화된 건축적 형태 속에 인간의 속성과 실존적 고민을 담아낸 것입니다. 브루주아에게는 사물에 심리적 의미를 불어넣는 특별한 능력이 있었습니다. 그림 속 망루, 건물, 사다리는 인간관계라는 극장 속 배우처럼 보입니다.
이 형상들은 부분적으로는 그가 사랑했던 뉴욕과 그곳의 건축에서 비롯되었지만, 함께 실린 글은 작품을 익숙한 풍경 너머로 이끌어 갑니다. 동화 같은 어조로 짧고 간결하게 서술된 이야기들은 때로는 충격적이고, 때로는 우스꽝스럽거나 비극적으로 다가옵니다. 브루주아는 이렇게 썼습니다.
“한 사람이 주변과 맺는 관계는 늘 나의 관심사였다. 관계는 가벼울 수도, 깊을 수도 있고, 단순할 수도, 복잡할 수도 있으며, 미묘할 수도, 노골적일 수도 있다. 또 고통스러울 수도, 즐거울 수도 있다. 무엇보다 실제일 수도, 상상에 불과할 수도 있다. 내 모든 작업은 모두 이를 토양 삼아 자라난다.”
Page9
한 아들의 어머니가 있었다.
그녀는 아들을 전적인 헌신으로 사랑했다.
세상이 얼마나 슬프고 사악한지 알았기에 그녀는 그를 보호했다.
그는 조용한 성격에 꽤 영리했지만 사랑받거나 보호받는 데에는 관심이 없었다. 다른 것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어린 나이에 그는 문을 쾅 닫고 떠나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훗날 그녀는 죽었지만 그는 그것을 알지 못했다.
그리고 루이즈 부르주아 회화 작품 두 점
호암미술관 루이즈 부르주아 전서회 '덧없고 영원한' 다음 공간으로 이동합니다.
재봉새, Fée Couturière. 1963
청동에 채색. 이스턴 재단 소장, 뉴욕
1960년대 초, 브루주아는 고무, 라텍스, 석고 같은 비전통적 재료를 실험하면서 점점 더 유기적인 형태의 작품을 제작했습니다. <재봉새>를 포함한 이 시기의 많은 작품들은 ‘은신처’라 불리는데, 여기서 은신처는 피난처이자 덫을 의미합니다. 이 조각들은 부드러움과 단단함, 남성과 여성성, 공격성과 내향성 사이를 오갑니다.
1964년, 브루주아는 11년만에 열린 개인전에 <재봉새>를 내놓았습니다.
작품 제목은 재봉새라 불리는 새가 만드는 눈물방울 모양의 둥지에서 따왔습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재봉새는 나뭇잎 등의 재료를 거미줄이나 식물 섬유로 꿰매어 둥지를 만듭니다. 브루주아는 이 작품을 재봉새의 둥지처럼 공중에 매달아 전시함으로써 조각에 잠재적인 움직임을 불어넣었습니다.
토르소, 자화상,. Torso, Self-Portrait. 1963-64
청동에 채색. 이스턴 재단 소장, 뉴욕
이 조각은 청동을 흰색으로 칠한 것으로, 인간의 몸을 대칭적인 형태로 압축시킨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꼭대기의 둥근 형태는 가슴을, 맨 밑의 덩어리는 엉덩이를 떠올리게 합니다. 가슴과 엉덩이 사이는 척추와 갈비뼈 같기도 하고 꽃대 같기도 한 형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마치 식물과 인체가 결합된 듯한 이 형상은 인간의 몸통을 자아의 본질, 곧 숨과 생명, 힘을 담고 있는 구조로 보았던 브루주아의 생각을 반영합니다.
이 작품은 단단한 갑옷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곳곳에 틈이 있어 허술해 보이기도 합니다. 브루주아의 작품은 종종 이런 긴장을 품고 있습니다. 단단 있고 바깥을 경계하면서도 언제든 터져 나올 수 있는 에너지를 간직한 상태 말입니다. 여기서 몸통은 싸움을 대비하는 동시에 치유와 회복의 장소이기도 합니다.
‘자화상’으로서 이 작품은 트라우마를 마주한 작가의 회복력, 그리고 그의 삶과 예술을 규정하는 내적 긴장과 모순을 담고 있습니다.
이어서 다음 공간으로 이동합니다. 거대한 바퀴가 보이는데요.\
<파쇄기>, 1983
바닥에 쓰러진 여성 마네킹의 하반신 뒤로 일곱 개의 거대한 나무 바퀴가 줄지어 서 있습니다. 마치 앞에 놓인 모든 것을 짓이겨버릴 듯 위험적인 모습입니다. 브루주아는 브루클린의 옛 의류 공장을 개조한 작업실에서 주변에서 구한 산업 자재를 활용해 이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그는 종종 “무엇이든 시도해 본다… 주변의 모든 재료를 쓴다”고 말하곤 했는데, 여기서도 발견된 재료 특유의 낡것의 느낌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파쇄기>는 마네킹이 상징하는 판에 박힌 여성성에 대한 비판으로 읽힐 수도, 가부장적 폭력에 맞서 견뎌내는 이미지로 해석될 수도 있습니다. 브루주아는 “여성이 예술가로 자리 잡으려면, 자신이 결코 지워지지 않을 존재임을 끊없이 증명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이 작품은 경쟁심, 질투, 공격성과 같은 감정을 담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작가는 이런 충동을 정리하거나 설명하지 않습니다. 다만 어떤 장면을 만들고 우리를 긴장 속에 남겨둘 뿐입니다. 브루주아의 다른 많은 작품들처럼, <파쇄기>는 해설이라기보다 일종의 카타르시스—억눌린 심리적 에너지를 거침없이 분출하는 행위—에 가깝습니다.
말뚝 여인, Femme Pieu. 1970년경
목재에 채색, 금속 핀. 개인 소장, 뉴욕
잘 모르겠음. 이 작품은 더욱 더
나는 두렵다. I Am Afraid. 2009
틀에 고정한 직조 천. 개인 소장, 뉴욕
위 영상을 재생해 보시라, 상당히 독특한...
계산된 것일까?
다음 공간으로 이동하는 통로, 루이스 부르주아의 작은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루이즈 부르주아 작품에 계속 등장하는 목발과 의족
아래 작품은 무제
이 작품명은 여인
이 천과 나무로 만든 작품명도 무제
지금 까지 소개한 작품들과 다소 다른 느낌의 작품들이 있는 공간
비에브르 강에 바치는 찬가. Ode à la Bièvre. 2007
삽화책; 천, 디지털 프린트, 실크스크린. 개인 소장, 뉴욕
이 작품은 브루주아가 2002년에 처음 제작하고, 2007년에 다시 만든 직물 책입니다. 각 페이지에는 그가 수십 년 동안 간직해온 옷가지와 천조각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는 이 천들이 “각각의 역사와 과거, 그리고 존재 이유를 지닌다”고 말하곤 했습니다.
이 작품은 어린 시절 작가가 살았던 파리 근교 앙토니 집 뒤를 흐르던 비에브르 강에 바치는 헌사입니다. 작가의 부모님이 운영하던 태피스트리 복원소에서는 타닌이 풍부한 비에브르 강물을 이용해 낡은 천을 세탁하고 염색했습니다.
책 속에 펼쳐진 푸른빛은 흐르는 강물을 떠올리게 합니다. 기억과 망각 사이를 오가는 이 작품은, 천 조각들이 모여 페이지를 이루듯 과거가 어떻게 현재 속에 꿰매어져 남아 있는지를 보여주는 듯합니다.
꽃, Les Fleurs. 2009
종이에 과슈. 리움미술관 소장
가족, The Family 2007
종이에 과슈. 개인 소장, 뉴욕
말년에 브루주아는 가족과 출산, 모자 관계, 꽃을 주제로 한 붉은 계열의 과슈 드로잉 연작을 여러 차례 제작했습니다. 그는 물에 적신 종이에 그림을 그려서 일부러 물감이 번지거나 흐려지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긴 얼룩이나 물방울 자국을 작업의 일부로 받아들였습니다. 그에게 빨강은 피와 고통, 신체를 뜻했지만, 동시에 강렬한 감정을 나타내는 색이기도 했습니다. 다섯 송이의 꽃은 두 개의 가족, 즉 그가 태어나 자란 집안과 남편 로버트 골드워터와 함께 꾸린 가족을 상징합니다.
임신한 여인, Pregnant Woman. 2009
종이에 과슈와 색연필. 개인 소장, 뉴욕
다음 공간은 중앙에서 조형작품이 전시장 입구부터 시계방향으로 승 연작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승화, Sublimation. 2002
삽화책; 종이에 목탄, 연필, 색연필, 오일 스틱, 아크릴, 템페라, 과슈, 수채, 잉크, 철, 종이 콜라주
이스턴 재단 소장, 뉴욕
<승화>에는 추상적 드로잉과 짧은 이야기가 나란히 실려 있습니다. 이야기 속 소년은 부모가 다투는 장면을 목격하고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대신, 벽장에서 빗자루를 꺼내 바닥을 쓸며 격렬한 감정을 상징적인 행동으로 전환합니다.
브루주아에게 이것은 승화의 힘을 보여주는 우화였습니다. 파괴적이거나 사회적으로 용납되지 않는 충동을 예술과 같은 생산적인 형태로 변환하는 능력이 바로 승화였던 것이지요.
그의 삶에서 혼돈은 언제나 창작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는 책에서 이렇게 고백합니다. “혼돈이 나를 덮쳐올 때가 여전히 있다. 그 순간 나는 상징적 행위를 택한다. 내 경우 그것은 조각을 시작하는 것이다.” 이 작품의 마지막 장에서는 승화를 예술가에게 내려진 축복이라 일컫습니다. 여기서 예술이 지닌 치유의 힘이 조용히, 그러나 굳건히 드러납니다.
그는 살아남았다
그리고 옷장으로 가서
빗자루를 가져와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 내 안에서
무언가가 부서졌고
나는 울기 시작했다.
알다시피, 나는 울지 않는 사람이다
안에서 무언가가 부서졌다.
무제, Untitled. 2000.
천, 스테인리스 스틸. 개인 소장
호암미술관 전시회 '루이즈 부르주아 : 덧없고 영원한' 제 1전시실 마지막 공간입니다.
의식과 무의식, Conscious and Unconscious. 2008.
천, 고무, 실, 스테인리스 스틸, 목재, 유리
이스턴 재단 소장, 뉴욕
<의식과 무의식〉은 브루주아가 생의 마지막 5년 동안 만든 네 점의 대형 진열장 작품 중 하나입니다. 이 작품에서 두 개의 수직 구조물은 각각 의식과 무의식을 나타냅니다. 흰색 식물을 층층이 쌓은 형태는 의식의 세계, 곧 일관되고 통제되고 계산된 사고를 상징합니다. 그와 대조적으로, 다섯 개의 바늘이 꽂혀 있는 파란 고무 눈물방울은 무의식의 비이성적이고 예측할 수 없는 특성을 드러냅니다.
브루주아는 1951년 아버지의 죽음으로 깊은 우울에 빠진 뒤 정신분석을 시작했습니다. 분석 과정을 통해 그는 자신의 감정과 충동적 행동이 예술적 행위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깨달았습니다. 그는 훗날 자신의 예술 전체를 일종의 정신분석이라 보았고, “예술은 온전한 정신의 증표”라고 종종 말했습니다. 그는 작업의 주제들이 무의식에서 비롯한다고 믿었는데, 이는 축복인 동시에 저주이기도 했습니다. 작가는 이렇게 썼습니다. “매일의 삶은 결국 우리가 문제를 얼마나 잘 승화시킬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하늘에서의 치유, Repairs in the Sky. 1999
납, 철, 천, 실
\전시장 벽 높은 곳에 걸려있는 작품...
이 작품 느낌 좋았다는... 뉴욕의 소유자는 누구일까?
장기적인 목표
새로운 질서를 만들기 위한 시도
성공적인 예술 작품은
새로운 질서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The long goal
Attempt at creating a new order
A successful work of art is a glimpse
into a new possible order
여기까지 호암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호암미술관 루이즈 부르주아 : 덧없고 영원한 전시회 소개입니다.
이어서 2층 제2갤러리에서 전시가 이어지는데요.
마망 '루이즈 부르주아'의 대표작품
웅크린 거미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